2009년 2월 네이버 블로거 한 명이 자신의 딸아이가 손담비의 미쳤어를 부르며 춤을 추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자신의 블로그에 게재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위 동영상이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네이버에 동영상의 삭제를 요청했고, 이러한 요청에 따라 네이버는 동영상을 삭제했습니다.

이에 대해 블로거는 자신이 게재한 동영상이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부당하게 삭제되었다며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를 제기했고, 2010. 2. 법원은 음저협에게 20만원을 배상하여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판결문을 읽으면서 법원이 참 많은 고민을 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본 판결에 대한 제 개인적인 생각을 몇 가지 적어볼까 합니다.

우선 법원이 위 동영상에 대하여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인정한 부분은 분명 높게 평가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몇가지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본 사안에서 법원은 위 동영상을 포함한 포스팅이 저작권법 제28조에 해당하기 때문에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판시하였습니다.
저작권법
제28조(공표된 저작물의 인용) 공표된 저작물은 보도·비평·교육·연구 등을 위하여는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이를 인용할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하여 아래와 같은 사실을 기술하고 있습니다.

- 손담비의 노래를 어린 딸이 불완전하게 따라부른 것에 불과하며, 그나마도 그 시간이 매우 짧다는 점(다시말해, 위 동영상이 손담비의 원곡을 대체할 수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 동영상 밑에 대중문화가 어린 아이에게 미친 영향 등에 대한 비평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
- 상업적 목적으로 저작물을 사용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

혹시라도, 이번 판결을 통하여 수많은 블로거분들이 사안의 내용을 정확히 모르시는 상태에서 저작권에 대한 잘못된 판단을 내리실 수도 있겠다는 노파심에 몇 가지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판결문을 찬찬히 읽어보시면 알겠지만, 법원은 위에서 언급한 수많은 사항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위 동영상이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본 판결을 계기로 앞으로는 저작물을 마구잡이로 갖다써도 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저작권 침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수많은 제약사항들이 존재한다는 점을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예를 들어, 어느 고등학교 여학생이 손담비의 미쳤어 원곡을 틀어놓고 춤을 추는 동영상을 블로그에 게재하였다면, 이는 저작권 침해로 판단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우선 원곡을 재생한다는 점에서 대체가능성이 훨씬 높기 때문입니다.(저작권침해에서 말하는 대체가능성이란 쉽게말해 이 동영상 때문에 손담비의 원곡을 듣지않을 가능성이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또한, 보도/비평/교육/연구 목적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만약 여기에 클릭수에 따라 동영상을 게재한 유저에게 수익금을 분배해주는 사이트라면 상업적 목적에 따른 사용이기 때문에 더욱 위험해 질 수 있습니다.

디지털 음악이 보편화되기 시작하면서, 표현의 자유와 저작권의 충돌 문제는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달은 부의 재배분을 가져옵니다. 종래의 기득권이 무너지면서 구시장을 주도했던 사업자와 새롭게 부상한 사업자 사이에 갈등이 찾아오죠.

저작권협회는 종래 시장에서 빨리 벗어나서 새로운 시장에 눈을 돌리길 바랍니다. 제가 보기에는 저작권자들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빨리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는 것만이 해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막고싶어도 몰락하는 시장의 침몰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 제 개인적인 판단입니다.

저작권 협회는 자신들의 콘텐츠를 기초로 불법복제 파일이 주지 못하는 +a를 얼마나 빨리 발견하고 이를 상품화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도 유사사건은 계속 발생하고, 분쟁은 계속될 것입니다.

법원이 새로운 시대와 새로운 시장을 인정하여 좀 더 전향적인 판결을 내려주기를 기대해봅니다.

                                                                                     이병찬 변호사(제라드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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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제라드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