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들로부터 돈을 받고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 이하 LoL)의 랭크(게임 내 순위)를 대신 올려주는 일명 ‘대리랭크’ 서비스가 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물론, 종래에도 돈을 받고 캐릭터의 레벨을 올려주거나, 플레이어의 랭킹을 올려주는 사업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이와 같은 서비스는 이미 오래전부터 중국이나 동유럽처럼 인건비가 낮은 국가를 중심으로 제공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리랭크 서비스가 새삼스레 논란이 되고 있는 이유는 국내에서 LoL의 인기가 매우 높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종래에는 관련 카페나 블로그 등을 통해 비교적 음성적으로 고객을 유치하던 대리랭크 서비스가 이번에는 “전직 프로게이머와 챌린저 유저들이 모여있다”는 광고와 함께 공공연하게 고객을 모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리랭크 서비스와 관련해서 게이머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점은 과연 대리랭크 서비스가 불법인지 여부일 것입니다. 만약, 대리랭크 서비스가 불법이라면 관련 규정에 따라 처벌하면 그만입니다. 그러나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대리랭크 서비스가 업무방해죄에 해당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입니다.

형법 제314조 제1항에 규정된 업무방해죄는 위계 또는 위력으로서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경우에 성립하는 죄입니다. 대리랭크를 맡기면 대리인이 플레이하는 동안은 게임을 잘하는 플레이어가 낮은 랭크로 게임을 하게 되고, 대리가 종료하면 게임을 못하는 플레이어가 높은 랭크로 게임을 하게 됩니다. 따라서 실력과 랭크 사이에 불일치가 발생하게 됩니다.

대리랭크 업체는 고객들로부터 돈을 받고 실력에 맞지 않는 랭크를 갖도록 해줌으로써 라이엇 게임즈가 실력에 맞게 게이머들을 배치하는 업무를 방해한 것이라고 볼 여지도 있습니다. 실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게임을 해야 재미가 극대화되는데, 랭크에 따라 배치를 해도 경기력에 큰 차이가 난다면, 재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라이엇 게임즈의 업무는 랭크가 비슷한 게이머들을 매칭시켜 주는 것이지, 플레이어가 랭크에 맞는 실력을 갖추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까지 업무에 포함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시 말해서, 랭크는 실력을 추정하도록 해주는 지표에 불과합니다.

다음과 같은 예를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가 가실 겁니다. 친구나 가족이 랭크를 올려주거나, 이미 LoL의 고수인 플레이어가 세컨드 아이디를 만든 경우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양자 모두 실력과 랭크의 불일치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대리랭크 서비스의 경우와 차이가 없습니다. 랭크와 실력이 일치하지 않는 모든 경우를 처벌해야 한다면 이와 같은 경우도 형사처벌의 대상에 포함시켜야 하는데, 이것이 불합리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긴 설명을 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형사처벌을 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약관에서 대리랭크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에는 이용을 정지하거나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면, 약관 내용에 따라 대리랭크를 맡긴 게이머의 계정에 대해 제재조치를 취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경쟁이 치열한 나라입니다. 어딜 가나 성적과 등수로 우열을 결정합니다. 학교에서는 성적과 석차에 따라 상급학교에 진학하고, 대학에서는 학점과 영어성적 등에 따라 회사에 취업합니다. 취업 이후에도 평가 결과에 따라 승진이 결정됩니다.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이렇게 끊임없이 경쟁을 겪어야하고, 오직 승자에게만 권력과 부, 명예를 주는 승자독식사회에서 살아가다보니, 편법을 통해서라도 자신의 랭크를, 그리고 레벨을 올리고 싶은 충동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라이엇 게임즈도 이번 기회에 랭크 시스템의 문제점에 대해 다시 검토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현재 LoL의 랭크 시스템은 일단 랭크가 올라가면 다시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한 시즌 내내 대리랭크의 이익을 누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누적 기록에 맞추어 랭크에 변동을 준다면 돈을 주고 대리랭크를 맡길 동기는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높은 랭크를 유지하려면 계속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입니다.대리랭크를 의뢰하는 사람들의 정서는 학력을 위조하는 사람들의 그것과 유사합니다. 그러나 자신의 실력에 맞지 않는 스펙을 허위로 유지하려고 할 때 그 말로가 얼마나 비참한지는 신정아 사건 등을 통해서 잘 알 수 있습니다. 돈으로 랭크를 올리면, 잠깐 사람들의 부러움을 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랭크에 맞지 않는 실력은 주변 사람들의 더 큰 비난을 가져올 뿐입니다. 게임의 진정한 재미는 내가 강하다는데 있는 게 아니라, 내가 강해지고 있다는데 있는 게 아닐까요.

모쪼록, 게이머들이 게임의 참된 재미를 자각하고, 라이엇 게임즈도 고객의 기대에 맞추어 시스템을 개선하여, LoL이 보다 오랜 기간 사랑받는 게임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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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주 의회는 2005년 10월 18세 미만의 미성년자에게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을 판매하거나 대여하는 것을 금지하고,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의 포장에는 반드시 “18”이라고 표시하도록 강제하는 법률을 제정합니다.

캘리포니아 의회는 법을 제정하면서 폭력적인 비디오게임들은 미성년자가 반사회적이거나 공격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을 높이며, 폭력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 미성년자들도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에 장기적으로 노출되면 심리적인 피해를 입게 된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이에 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 협회(Entertainment Software Association) 등은 위 법률이 위헌이라며 소를 제기하였고, 대한민국 국회가 강제적 셧다운제를 통과시킨 2011년 4월로부터 약 2달 뒤인 2011년 6월 27일 미국 연방대법원은 위 법률에 대해 위헌 결정 (Brown v. EMA/ESA, No. 08-1448)을 내립니다.

비록, 위 법률은 청소년보호법상의 강제적 셧다운제와 전혀 다른 내용이기는 하지만, 우리는 본 판결을 통해 비디오 게임을 바라보는 미국의 시각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우선 판결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비디오 게임도 표현의 자유에 의해 보호된다는 연방대법원의 판단입니다. 만약, 게임이 애당초 표현의 자유에 의해 보호받을 수 없다면 표현의 자유 침해 문제는 처음부터 발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게임도 표현의 자유에 의해서 보호되는지 논란이 되는 이유는 표현의 자유 문제가 대체로 정치적 표현의 영역에서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미네르바, PD수첩, 쥐 그림 사건 등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게임은 원래 오락적 성격이 강한 매체이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에 의해 보호받을 수 있는지 문제가 된 것인데, 연방대법원은 게임도 표현의 자유에 의해 보호받는다는 점을 명확히 밝히면서, 오락과 정치를 구별하기 어렵고, 그러한 시도 자체도 위험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다음으로 주목해야 할 점은 다른 매체와는 달리 폭력적인 게임만을 차별적으로 취급하는 것이 합리적인지에 대한 연방대법원의 판단입니다. 게임은 다른 매체와 달리 상호작용이라는 특성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 비디오 게임에서는 플레이어가 화면을 통해 폭력적인 행동에 대한 참여를 결정하는 적극적인 상호작용을 하게 됩니다. 따라서 이와 같은 상호작용이 다른 매체에는 존재하지 않는 게임만의 특성이라면, 폭력적인 게임에 대한 차별은 정당화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연방대법원은 게임의 이러한 상호작용은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고 판시하면서, 특히 1969년에 출간된 [당신의 모험: 사탕수수섬(The Adventure of You: Sugar cane Island)]을 그 근거로 들었습니다. 이러한 유형의 소설들은 이후 게임북(gamebook)이라고 불리게 되는데, 게임북에서는 독자들의 결정에 따라 소설의 내용이 달라집니다.

결국, 연방대법원이 보기에 모든 매체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상호작용적이고, 모든 매체가 이와 같은 특성을 가지고 있는 이상 정도의 차이가 있다고 하여 게임만을 차별적으로 취급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연방대법원이 폭력적인 게임과 현실세계에서의 폭력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연방대법원은 캘리포니아주가 제시한 앤더슨 박사(Dr. Craig Anderson)의 연구 결과 및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에 대한 노출이 아이들에게 해로운 영향을 끼친다는 몇몇 심리학자의 주장이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이와 관련된 거의 모든 연구는 인과관계(causation)의 증거가 아닌 상관관계(correlation)에 기초하고 있으며, 방법론에 중대하고, 인정된(admitted) 흠결을 내포하고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추가로, 연방대법원은 설사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이 아이들을 공격적으로 만든다는 앤더슨 박사의 연구결과를 인정한다 할지라도, 이러한 영향들은 매우 미미하며, 다른 미디어로부터 받는 영향들과 구별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모든 사회는 서로 다른 법적 기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특정한 국가의 법제도가 과학적인 근거에 기초하고 있고, 합리적 의사결정에 따라 정립된 것이라면, 다른 나라의 제도와 상이하다고 하여 특별히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특수한 규제가 우리나라에만 존재한다면, 과연 그러한 규제가 과학적인 근거에 기초한 것인지, 합리적인 의사결정에 기초한 것인지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으며, 미국 연방대법원의 위 판결은 이를 판단하는 데 있어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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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올드보이](2003, 박찬욱)에서 주인공 오대수의 경솔함 때문에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이를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는 이우진은 오대수를 15년 동안 사설 감옥에 감금한다. 영문도 모른 채 15년 동안 감금당한 오대수가 복수를 위해 찾아오자 이우진은 오대수에게 말한다. “당신의 진짜 실수는 대답을 못 찾은 게 아냐. 자꾸 틀린 질문만 하니까 맞는 대답이 나올 리가 없잖아. (맞는 질문은) 왜 이우진은 오대수를 가뒀을까가 아니라 왜 오대수를 풀어줬을까란 말이야”

‘강제적 셧다운제’, ‘선택적 셧다운제’, ‘쿨링오프제’에 이어 얼마 전 발의된 '인터넷게임중독치유지원에관한법률안', '인터넷게임중독예방에관한법률안'에 이르기까지 지난 몇 년간 줄기차게 이어져 온 게임 규제 시도들을 바라볼 때마다 이우진이 오대수에게 던진 대사가 떠오르곤 했다. 한국사회는 청소년 게임중독 문제에 대해서 계속 틀린 질문만을 던지고 있다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에게 맞는 질문은 ‘어떻게 청소년들이 게임을 하지 못하도록 막을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이 청소년들을 게임중독에 빠트리는가’이다. 만약, 청소년 게임 중독의 원인이 게임 내부에 있다면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는 어떻게 청소년들의 게임접근을 효과적으로 통제할지 뿐이다. 하지만 게임 중독의 원인이 게임 외부에 있다면, 게임에 대한 접근을 통제하는 것만으로는 절대 게임중독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캐나다의 심리학자 브루스 K. 알렉산더 박사는 밴쿠버 마약 진료소에서 인턴으로 근무할 당시 쇼핑몰에서 산타클로스 분장을 하고 일을 하는 헤로인 중독자를 치료하면서 사람들이 약물을 복용하는 것은 약리적으로 필요해서가 아니라 그렇지 않고서는 힘든 상황에 효과적으로 적응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알렉산더 박사는 이러한 가설을 증명하기 위하여 ‘쥐 공원(rat park)’ 실험을 진행한다. 이 실험의 대략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선, 실험용 쥐를 두 개의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의 쥐들은 호화로운 쥐 공원에 집어넣고, 다른 그룹의 쥐들은 비좁고 격리된 일반 실험실 우리 안에 가둔다. 그리고 두 집단의 쥐에게 모르핀을 탄 물과 일반 물을 제공한다. 실험 결과에 따르면 좁고 격리된 우리 안의 쥐들은 처음부터 모르핀이 든 물에 달려들었지만, 쥐 공원의 쥐들은 대체로 일반 물을 더 좋아했고, 우리 안의 쥐는 쥐 공원의 쥐보다 모르핀이 든 물을 최대 16배나 더 마셨다.

위와 같은 실험 결과에 대해서는 일부 학자들은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좋은 환경이 약물에 대한 접근을 억제할 수는 있지만, 일단 중독에 빠진 경우에는 금단 증상 때문에 환경과 무관하게 약물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알렉산더 박사는 이와 같은 주장에 반박하기 위해서 쥐 공원의 쥐들과 일반 실험실에 있는 쥐들에게 57일 동안 모르핀이 들어간 물만 먹여서 두 그룹의 쥐들을 모두 중독상태로 만든 다음 다시 일반 물과 모르핀이 든 물을 같이 두었다. 이 실험에서 쥐 공원의 쥐들은 이미 모르핀에 중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실험실에 있는 쥐들에 비해 모르핀이 든 물을 적게 마셨다.

알렉산더 박사의 실험은 중독에 대한 종래의 연구결과와 완전히 배치되는 것이었다. 종래에는 ‘접근가능성은 노출을 증가시키고, 노출은 중독을 증가시킨다’는 주장이 팽배했었다. 그러나 알렉산더는 물질이 아니라 환경이 중독의 문제를 만든다고 주장했고, 이를 쥐 공원 실험을 통해서 뒷받침했다. 현재까지도 물질과 환경 중 어떤 것이 중독의 원인인지에 대한 논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물론, 청소년들이 게임중독에 빠지는 원인은 게임에 내재한 중독요소 때문일 수도 있다. 또, 모든 사람들에게 쥐 공원같은 안락한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게임중독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목표는 너무 요원하거나 실현 불가능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우리가 아직 게임중독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며, 이를 알기 위한 노력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청소년들의 게임중독 문제는 게임의 중독적 요소에 기인하는 것인가, 아니면 과도한 입시 스트레스와 가정불화, 대인관계의 갈등 등에 기인하는 것인가. 만약, 게임에 중독적 요소가 존재한다면, 이는 모든 게임에 존재하는 것인가, 아니면 특정한 종류의 게임에만 존재하는 것인가. 우리는 게임 중독을 어떤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가.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은 이런 근본적인 문제들에 대한 과학적인 해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수많은 논란을 일으키며 강제적 셧다운제가 국회를 통과한 때로부터 벌써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만약, 2년 전부터라도 게임 중독에 관한 구체적인 연구가 이루어져 왔다면 지금쯤 훨씬 더 과학적인 방법으로 게임중독에 접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자문해본다.

참고자료
1. 로렌 슬레이터,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원제: Opening Skinner’s Box: Great Psychological Experiments of the Twentieth Century. 2004), ’7장 약물중독은 약의 문제인가, 사회의 문제인가?’, 조증열 옮김, 서울:에코의 서재, 2005.
2. 영문 위키백과, “Rat Park”

이병찬 변호사(제라드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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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많은 게이머들이 학수고대하던 디아블로 3의 출시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디아블로 3는 시대를 풍미한 명작들을 탄생시킨 블리자드의 신작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지만, 유저들 상호간의 아이템 거래를 중개하는 화폐경매장 때문에 더 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게임물등급위원회의 등급분류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화폐경매장은 제외되었고, 게임이 출시되어도 한국 유저들은 당분간 화폐경매장을 사용할 수 없게 될 전망이다.

아이템거래에 대한 반감과 게임 순수주의

많은 게이머들은 아이템 현금거래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게임에 있어서 만큼은 돈이 아닌 실력과 노력에 따라 경기력이 결정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게임은 잘 하지도 못하면서 현금으로 아이템을 구매해서 앞서 나간다는 사실은 많은 게이머들을 분노하게 만든다. 이와 같은 게이머들의 분노에는 기회의 균등이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세계에서의 불만도 상당히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유저간 아이템 거래 관련 규제 상황

현재의 아이템 거래 규제 상황을 살펴보자.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에서는 고포류(고스톱이나 포커 등)가 아닌 일반게임에서 획득한 아이템을 유저들끼리 거래하는 행위를 금지하지 않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IMI나 아이템베이같은 중개사이트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유저들 상호간의 아이템 거래 자체가 불법이었다면, 이런 중개사이트들은 처벌을 면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법으로 금지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게임회사들은 약관으로 유저들 사이의 아이템 거래를 금지하고 있으며, 게임물등급위원회에서는 유저들간의 아이템 거래를 인정하는 게임들의 등급 분류를 사실상 거부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유저들간의 아이템 거래는 법으로 금지되어 있지는 않지만, 약관에서 유저간 아이템 거래를 금지하고, 거래가 적발될 경우 계정이용정지 조치 등 각종 불이익을 가할 수 있도록 규정함으로써, 거래의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고 있으며, 불안정한 거래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이익에 때문에 유저들간의 아이템 거래가 사실상 통제되고 있는 것이다.

게임아이템 거래는 인정되어야 하는가

이런 상황이라면, 유저간 아이템거래에 대한 논의는 아이템 거래를 인정할 것이지 여부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유저간 아이템 거래의 폐해가 크다면 법에서 이를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맞고, 아이템 거래를 인정해야 한다면 우회적인 방식으로 아이템 거래를 막고 있는 현재의 규제 시스템을 변경하는 것이 순리에 맞기 때문이다.

유저간 아이템 거래를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의 가장 핵심적인 근거는 게임의 순수성 훼손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순수성 훼손의 측면에서 봤을때 게임회사가 판매하는 아이템을 구매하는 것과 다른 유저가 판매하는 아이템을 구매하는 것 사이에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현재의 시스템은 게임의 순수성은 지키지 못하면서 유저간 안정적인 거래수단을 박탈함으로써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기가 매우 어려운 구조이다.

아이템 거래는 전면적으로 허용되어야 하는가

그렇다면, 아이템 거래를 전면적으로 허용해야 하는 것일까. 아쉽게도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현재의 상황을 생각해보면 게임위의 신중함도 납득할만한 측면이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를 가정해보자. A라는 MMORPG 게임의 특정 마을에 주점이 있고, 주점 안에는 미니게임 형식의 작은 슬럿머신이 있다. 게임머니를 넣으면 플레이 할 수 있고, 확률은 낮지만 배당되는 금액도 크다. 이런 상황이라면, 오로지 슬럿머신만을 플레이하는 유저들이 출현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그나마, 현재는 거래금지 약관조항 때문에, 거래가 위축되는 효과라도 존재하지만, 현금으로 게임머니를 구입하고, 슬롯머신에서 당첨된 금액을 즉시 현금으로 교환할 수 있게 된다면, 게임 전체의 사행성이 크게 증가할 수도 있다.

근래에 끊임없이 논란이 되었던 확률형 아이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현금으로 아이템을 구입하고 아이템을 오픈하면 확률에 따라 좋은 선수나, 좋은 아이템이 나오는 경우, 만약 획득한 아이템을 즉시 안정적으로 판매하여 현금화할 수 있다면, 아이템 구매와 판매만을 되풀이하는 게임 유저들이 양산될 가능성도 결코 적지 않다.

이처럼, 아이템의 안정적인 현금화 가능성은 게임의 사행성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에 게임위 입장에서도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정말로 필요한 것은 명확한 기준과 납득할만한 근거

하지만, 문제는 게임 전체의 사행성을 부추기는 각종 확률형 아이템들은 아무런 규제없이 판매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상적인 유저간의 아이템 거래는 사실상 금지되어 유저의 노력에 대한 보상이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점이다.

사행성에 대한 기준을 보다 명확히 하여, 사행성이 심한 아이템 판매는 게임회사에 의한 것이든 유저에 의한 것이든 금지하고, 정상적인 아이템 판매라면 유저간의 거래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순리에 맞는 방식이다.

사행성이란 무엇일까

그렇다면, 도대체 무슨 기준으로 사행성을 판단할 것인지 의문이 있을 수 있다. 사행성은 환전 가능성, 베팅부터 당첨까지 걸리는 시간, 최대 배당률, 1회에 베팅할 수 있는 금액의 한도 등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

위 사례에서 슬럿머신을 통해 획득한 게임머니를 현금으로 교환할 수 없거나, 교환하는데 상당한 위험이 따른다고 생각해보자. 아니면, 슬롯머신이 돌아가는데 한시간이 걸린다거나, 한번에 베팅할 수 있는 금액이 1원에 불과하다거나, 배당률이 1.1배를 넘지 않는다고 가정해보자. 이런 제한조건을 참으면서 도박을 목적으로 슬롯머신을 하는 유저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오로지 도박을 목적으로 하는 유저들이라면 일시에 많은 금액을 배팅하고, 높은 배당을 기대할 수 있으며, 베팅부터 배당까지 순환이 빠른 게임을 찾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각각의 요소에 제한을 두는 방식으로 법이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통제하고, 정상적인 유저간의 아이템 거래는 통제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아이템거래 허용 그 이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전쟁이 발발하면, 국가에서는 새로운 화폐를 찍어낸다. 군수장비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화폐를 대량으로 찍어내면, 화폐의 가치는 떨어지고, 물가는 상승한다. 그나마 국가의 경우 국민들에게 지도자를 선출할 수 있는 권리라도 주어져있다.

하지만, 게임회사의 경우에는 어떨까? 회사의 선택이나 결정 하나로, 게임내의 경제시스템을 완전히 붕괴시킬 수도 있다. 유저들이 비싸게 산 아이템도 공급을 늘려 휴지조각으로 만들 수 있으며, 공급을 줄이는 방식으로 평범한 아이템의 가격도 올릴 수 있다. 수요는 게이머들에 의해 결정되지만, 공급은 게임회사가 독점적으로 통제하기 때문이다.

유저들은 자신이 구입한 아이템의 가치가 급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할텐데, 게임회사나 대규모 거래업체들이 거래가격을 조작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런 대책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게임 서비스가 종료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어떤 게임이든 시간이 흐르고 게임의 인기가 수그러들면 유저들이 게임을 떠나기 시작한다. 서버가 통폐합되고, 서비스 종료가 예고된다. 그렇다면, 게임사는 유저들에게 어떤 기준으로 보상을 해야만할까. 아이템 구매시의 가격, 동일 아이템의 최근 판매가격 등 다양한 기준이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문제들은 유저간의 아이템거래가 현실적으로 인정된다면 머지않아 반드시 발생하게 될 문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논의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결 론

유저간의 아이템거래와 관련된 이런 기형적인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이제부터라도 어떻게 사행성 문제를 잠재우면서, 유저들의 권리를 보호할 것인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유저간 거래가 허용되었을때 발생할 수 있는 법률적 문제에 대한 논의도 서둘러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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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이 널리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참으로 많은 기대를 했었습니다.

인터넷은 정보의 비대칭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외국인 노동자와 성적 소수자, 진보적 정치집단, 실업자, 철거민, 빈민 등 사회적 약자들의 연대를 강화할 것이다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사회적 이슈에 대해 발언하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주류 언론에 의해 사회적 의제가 왜곡되는 현상이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결국 이런 모든 것들을 통해 실질적 민주주의에 한발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생각만큼 많이 바뀌지 않았습니다우리는 아직도 사회 곳곳에서 발생하는 구시대적인 민주주의의 퇴행 현상들을 지켜봐야 합니다.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77%가 인터넷을 사용하고, 10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들고다니는 상황에서 왜 아직 혁신적인 변화의 단초들이 보이지 않는걸까?

인터넷이야말로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유효하고, 강력한 수단이라고 믿었었는데, 기술의 발달에 발맞추어 민주주의가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사실이었습니다.

그리고
, 바로 얼마전 이런 궁금증에 대한 나름의 대답을 담고있는 아래 강연을 보게 되었습니다.

 

에브게니 모로조프(이하 "모로조프")도 저를 포함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인터넷 시대에 독재정부의 해체가 왜 일어나지 않는지 고민했습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인터넷이 보편화된 현재에도 민주주의가 실현되지 않는 이유는 스핀터넷권위주의적 협의라는 두가지 장치에 의하여 인터넷이 왜곡되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스핀터넷이란 이슈를 조작한다는 의미의 "spin" "internet"을 합성한 단어입니다. 러시아, 중국, 이란 등 독재국가들은 정부차원에서 블로그를 고용하고 훈련시켜 민감한 정치적 이슈에 대해 이념적 댓글을 남기고, 이념적 블로그 글을 잔뜩 쓰도록 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시대에는 검열을 통해서 반체제적 비판을 억압할 수 없기 때문에,여론 형성에 보다 효과적인 조작이라는 방식을 택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권위주의적 협의(authoritarian deliberation)"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폭력적인 방식으로 비판자들을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것입니다. 이런 방식은 독재정권에 피해를 줄 것이라고 생각되기 쉽지만, 오히려 독재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는게 모르조프의 주장입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계속해서 표현을 한다는 것은 정권에 대한 위협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의사결정에 대중을 관여시켜 실패한 정책들에 대한 비난을 분산시킬 수 있으며, 대중들을 참여시켰다는 명분을 활용하여 정권의 정당성을 강화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스핀터넷과 권위주의적 협의를 통해 사회적 담론을 왜곡시킴으로써, 보다 정교한 방식으로 여론을 조작하고, 이를 통해 독재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 모르조프의 주장입니다.

뿐만 아니라 모로조프는 인터넷의 보급이 바로 "사이버 실천주의(cyber activism)"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합니다. 낙관주의자들은 인터넷이 보급되면 많은 사람들이 사회운동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가정하지만, 오히려 포르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드라마, 웃기는 동영상에 빠지도록 만들고 이러한 것들이 예전에 비해 사람들을 더욱 수동적으로 만들 수도 있다고 주장합니다.

참으로 훌륭한 지적이고, 오히려 이것이 스핀터넷과 권위주의적 협의로 인한 여론 왜곡보다 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넷은 민주주의의 실현에 대한 필요조건이기는 하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점은 명백해 보입니다. 점점 더 수동화, 파편화되어가는 개인들을 어떤 방식으로 규합하고, 사회적 논의의 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인지 보다 많은 고민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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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6. 25. "소셜시대, 블로그의 재발견"이라는 제목으로 인터넷 주인찾기의 세번째 컨퍼런스가 열렸습니다.(이곳에서 컨퍼런스의 모든 발제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회수를 거듭할수록 더 많은 분들이 참여하고, 더 많은 역량이 축적되는 것 같아서 기쁘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리고, 이 훌륭한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사실이 뿌듯하고, 가슴벅찰 뿐입니다.

이렇게 조금씩 인터넷 주인찾기의 외연이 확장된다면, 향후 대한민국 인터넷 환경이 보다 좋은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기대를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사실 이번 컨퍼런스는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1, 2회 컨퍼런스에 비해 구성원들이 생각하는 바가 상당히 다양했고, 이를 조율하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됐습니다.

준비모임을 거듭해도 구체적인 상이 잡히지 않아 저도 상당히 혼란스러웠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발제자들을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자는 방향으로 논의가 일단락되면서(이건 제 개인적인 판단입니다만), 오히려 이번 컨퍼런스가 훨씬 알차게 진행되었고, 상대적으로 참여자들의 만족도도 높았던 것 같습니다.

컨퍼런스에서 수많은 발제가 있었고, 이미 모든 발제가 동영상으로 정리되어 이를 일일이 열거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컨퍼런스에서 가장 가슴깊이 느꼈던 하나의 주제에 대해 짧게 언급할까 합니다.

그것은 바로
 오프라인과 온라인 세계가 미치는 상호작용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김우재님은 발제에서 현실세계의 불합리와 모순이 트위터에 투영되는 것에 염증을 느껴 트위터를 그만두게 되었다는 소회를 밝히셨습니다. 깊이 공감가는 이야기입니다. 써머즈님의 발제 중 "인터넷은 현실을 모사한다"는 주장도 이와 일맥상통했던 것 같습니다.

온라인이 오프라인의 부조리로부터 완전히 격리된 새로운 공간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누구나 한번쯤은 해보셨을 것 같습니다. 물론 저도 꿈꾸고 있는 것이구요.

온라인 공간의 완전한 염결성에 대한 기대는 우리가 오프라인에서 너무나도 자주 목도하고 있는 부조리에 대한 반발심리가 반영된 결과일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기대와는 다르게 오프라인의 많은 문제들은 온라인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상업화/상품화, 권력비대칭,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멘트, 인신공격과 비방 등.

이런 현상들을 바라볼 때마다 좌절을 느끼면서, 결국 온라인은 오프라인의 권력관계를 그대로 연장시킨 것에 불과하다는 체념에 빠지곤 합니다.

명시적인 해법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많은 분들이 이 문제에 깊이 공감하신다는 점, 이 숙제를 어떻게 풀어야할지 고민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저에게는 큰 용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이 문제에 대해 깊이 공감하고 계신다면 언젠가 좋은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터넷 주인찾기 컨퍼런스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행사 준비하고, 진행하시느라 고생하신 분들, 훌륭한 발제를 해주신 분들,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컨퍼런스에 참석해주신 모든 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이병찬 변호사(제라드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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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김인성님(미닉스)이 저술하신 "한국 IT 산업의 멸망"이라는 책을 보게 되었습니다.

책의 제목이 인상적이라서 우연히 구입한 것인데, 이해하기 어려운 기술적 사항들과 IT 산업의 쟁점들이 잘 정리되어 있어 적지 않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책에는 대한민국 포털에 대한 다양한 문제제기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얼마전 김인성씨가 오마이 뉴스에 기고하신 기사가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미안하다 '네이버', 난 '구글' 편이다)

아주 부족하지만, 미닉스님의 문제제기에 대한 제 나름의 의견을 제시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아 어렵게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사실 이 글을 써야할지 한참 고민했습니다. 미닉스님의 문제제기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공감하지만, 네이버에 대해 뭔가를 강제하기에는 그 법적인 근거가 희박하다는 것이 제 나름의 결론이기 때문입니다.

포털 중심의 대한민국 인터넷 환경에 대한 날선 비판에 오히려 찬물을 끼얹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 앞서더군요.

하지만, 전선을 보다 명확하게 규정하고, 공정한 인터넷 환경을 조성하는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아주 소박한 생각으로 이 포스팅을 올립니다.

우리는 이제 "검색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통용되는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약진이 괄목할만한 것이기는 하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네이버를 중심으로 한 포털들을 통해 정보를 소비하고 있습니다.

네이버의 영향력이 극대화되면서 네이버는 이제 마음만 먹으면 특정 인물, 특정 사건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만들 수 있는 권력을 가졌습니다. 존재 자체를 소멸시킬 수 있다는 것은 다소의 과장이라고 하더라도 최소한 그 중요성을 현저히 떨어뜨릴 수 있는 능력은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이 점점 포털 중심으로, 그중에서도 네이버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네이버에 대한 비판은 여러가지가 있으나 미닉스님이 가장 먼저 지적한 것은 일단 원본인지와 관계없이 네이버 내부에 존재하는 컨텐츠를 검색결과에서 먼저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네이버에서 나의 글을 검색했을 때, 출처도 밝히지 않고 누군가가 함부러 퍼간 글이 내 글보다 상위에 노출되는 것은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특정 키워드를 검색했는데, 관련성도 떨어지는 컨텐츠가 네이버 내부에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검색 결과에서 상위에 노출되는 것도 그다지 달갑지 않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찾고자 하는 자료와 가장 관련성이 높은 자료가, 그리고 가장 먼저 만든 사람의 자료가 검색결과 최상단에 위치하는 것이 공정하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네이버는 아직 우리의 이러한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왜, 웹상에 존재하는 많은 정보들 중에서 네이버 내부에 존재하는 컨텐츠를 먼저 노출시킬까요. 아마도, 내부의 글들을 우선적으로 노출시켜야 내부 컨텐츠를 소비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일단 내부 컨텐츠를 소비해야 외부로 나가지 않고, 네이버가 쳐놓은 울타리 안에서 네이버가 제공하는 컨텐츠를 계속적으로 소비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분명 이와 같은 네이버의 검색결과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공정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만한 여지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이와 같은 경우 가장 관련성이 높은 자료를, 원본을 먼저 노출하도록 강제할 수 있을까요? 

예를 들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대형마트의 영향력이 점차로 강화되면서, 대형마트가 자체브랜드(PB : Private Brand) 상품을 자신의 매장에서 판매하는 것이 점차 일반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네이버에서 검색되지 않아 그 존재자체를 알 수 없는 컨텐츠가 생겨나는 것처럼, 대형 마트가 소매시장을 장악하면서, 대형 마트의 구석자리라도 차지하지 못하면, 따로 광고를 하지 않는 이상 상품의 존재조차 알 수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물론, 대형마트에는 자체 브랜드 상품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며, 일반 제조업체에서 생산한 제품도 자체브랜드 상품과 경쟁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경우 대형마트에서는 당연히 자체브랜드 상품을 고객들의 눈에 더 잘 띄는 자리에 진열하려고 할 것입니다.

수많은 경쟁상품들이 같은 진열대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리는 대형마트에서는 상품의 진열위치가 매출액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만약, 대형마트에서 의도적으로 자체브랜드 상품을 더 좋은 자리에 배치하는 경우, 이러한 행위가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까요?

이를 불공정거래행위로 본다면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형마트에게 진열위치에 따라 판매량이 영향을 받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상품의 위치를 변경하도록 명령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대형마트에게도 영업의 자유가 있고, 국가기관이 상품의 진열위치까지 개입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모든 개인과 회사는 영업의 자유를 가지고 있으며, 국가기관은 법률에 명백한 근거가 있는 경우에만 그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네이버같은 포털의 경우에도 원본이 우선되어야 한다든지, 보다 관련성이 높은 정보를 상위에 노출시키도록 강제할 방법은 적어도 법률적으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서, 그들의 검색결과가 부당하다고 비판할 수는 있어도 위법하다고 비판하기는 어렵습니다.

네이버에 대한 또다른 비판은 실시간 검색어 및 자동완성 기능과 관련된 것입니다.

미닉스님께서는 특정 정치인이나, 특정 사건이 인위적으로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셨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치뤄졌던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가 자동완성기능에서 불이익을 받았다는 점에 대해서도 언급하셨습니다.

하지만, 네이버가 특정한 정치적 지향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특정 키워드를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서 배제하거나, 자동완성기능에서 배제했다고 하더라도, 이게 과연 불법일까요?

공정거래법이 금지하고 있는 것은 아주 단순화시켜서 말하면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입니다. 그리고, 네이버의 경쟁업체는 기본적으로 다른 포털 업체들입니다.

네이버가 특정한 목적으로 실시간 검색 순위나 자동완성기능을 조작한다고 할지라도 이를 통해서 다음이나 네이트와의 경쟁에서 부당하게 우월적 지위를 확보하게 되는 일은 없습니다.

따라서, 네이버가 자신들의 서비스에 의도적인 조작을 가했다고 할지라도 이걸 불공정 거래행위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대한민국에는 포털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강제하는 규정이 없습니다. 정치적인 중립이라는 것이 가능한지도 상당히 의문이지만, 포털도 나름의 정치적 지향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입니다.

네이버 실시간 인기 검색어가 여론을 주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해서, 그들에게 정치적 중립을 요구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물론, 미닉스님의 문제제기는 지극히 정당하며, 대한민국의 인터넷 환경을 개선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요소입니다. 

하지만, 저는 공정거래위원회와 같은 국가기관에 의하여 대한민국 인터넷의 공정성이 확보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제가 바로 이 포스팅을 올리는 이유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법률에서 부여한 권한 없이 함부러 사업자를 제재하거나, 특정한 의무를 부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네이버의 문제는 소비자의 권리 주장을 통해서 해결되거나, 새로운 경쟁자의 출현으로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지식in에 답변을 다는 것도, 광고를 보는 것도, 네이버 블로그에 컨텐츠를 올리고, 카페를 만드는 것도 모두 이용자들의 몫입니다.

그리고, 네이버의 성공에는 이와 같은 이용자들의 참여와 헌신이 밑바탕이 되었습니다.

이제 이용자들은 네이버의 운영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더 늦기 전에 이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 스스로를 변화시켜야 합니다.

또한, 젊고 의식있는 사업가들이 좀더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포털 서비스를 시작하고, 이용자들은 새로운 서비스가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야 합니다.

좀 더 객관적이고, 좀 더 합리적인 검색결과에 대해서 이용자들이 폭넓은 지지를 해준다면, 결국은 다른 포털 업체들도 문제점을 각인하고, 자신들의 서비스를 스스로 변화시킬 것입니다.

참 모순적인 것은 결국 네이버에게 이런 절대적인 권한을 부여한 것은 바로 우리들 자신이라는 점입니다. 우리가 만든 상황에 대한 종국적인 책임은 결국 우리에게 있습니다.

우리가 스스로를 구원하지 못한다면, 어느 누구도 우리를 구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병찬 변호사(제라드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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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국시대에 소문난 명의 편작이 있었습니다. 편작은 괵나라 태자를 급환에서 살려내어 명성을 얻게 되었다고 합니다. 편작의 두 형도 의사였는데, 어느날 위나라의 임금이 편작에게 삼형제 중 누가 가장 병을 잘 치료하는지 물었습니다. 편작은 큰 형님의 의술이 가장 훌륭하고 다음은 둘째 형님이며 본인의 의술이 가장 비천하다고 대답했습니다. 위나라 임금은 편작이 가장 소문난 명의인데도 불구하고, 형들의 의술이 더 뛰어나다는 편작의 대답을 듣고 의아해하며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이에 편작은 큰 형님은 상대방이 아픔을 느끼지 전에 얼굴빛을 보고 그에게 장차 병이 있을 것임을 알아서 그가 병이 생기기도 전에 원인을 제거하여 주며, 둘째 형님은 상대방이 병세가 미미한 상태에서 그의 병을 알고 치료를 해주므로 환자들이 감사하는 마음이 없으나 본인은 병이 커지고 환자가 고통 속에 신음할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병을 알아 보고 치료해주므로 소문난 명의가 될 수 있었다고 고백합니다.

환자가 병에 걸리기 전에 이를 예방하고, 증상이 깊어지기 전에 치유해 주는 것이 의료의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듯이 법에서도 문제가 불거져 다툼이 발생하기 전에 이를 예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범죄나 법적 분쟁의 예방을 연구 대상으로 삼는 법학의 분야를 예방법학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연구나 활동이 미미한 수준입니다.

올해 1월 세간의 화제를 몰고온 애플리케이션 "오빠 믿지"를 개발한 김정태씨가 경찰 수사를 받게 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위치정보기반서비스사업을 하면서 방송통신위원회에 신고하지 않았고, 위치정보 이용에 대한 사전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김씨는 최근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법을 잘 몰랐던게 죄”라며, “벤처사업가가 법을 어기지 않도록, 뭐가 문제인지 알려 주는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답변한 바 있습니다.

법은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상당히 어려운 분야입니다. 특히, 대부분의 IT 업계 종사자들은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 출신이기 때문에 체계적인 법률교육을 받아본 경험이 별로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대한민국의 법이 수범자들의 무지에 대해서 관대한 것도 아닙니다. 단순한 법률의 부지, 다시 말해서 그런 법이 존재하는지 몰랐다는 변명은 죄의 성립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 법원의 확립된 판례입니다.

스마트폰과 앱스토어의 등장은 수많은 개인개발자들과 영세업체들이 손쉽게 자신의 컨텐츠를 유통할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하였습니다. 과거와는 달리 누구든 훌륭한 아이디어만 있으면, 자신의 앱을 개발하고 유통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자, 창의력있고, 야심찬 개발자들이 앱개발에 뛰어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불거질 수 있는 각종 문제에 대해서는 이를 체계적으로 교육해주는 기관도, 컨설팅해주는 기관도 아직 마땅치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앱개발자들에 대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조력도 주로 창업자금 지원이나 사무실 임대 등 하드웨어적인 면에 치우쳐 있습니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개발자들을 육성하고자 한다면 창업자금을 지원하고, 세제혜택을 부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담기관을 설립하는 것은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사업자등록 및 법인설립은 어떻게 해야하는지, 서비스 이용약관은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개인정보 수집/관리는 어느 수준에서 이루어져야 하는지, 위치정보를 수집하려면 어떤 전제조건이 구비되어야 하는지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조언을 해준다면, 개발자 입장에서는 안정적으로 서비스 개발에만 몰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편작의 큰형과 같은 역할을 자처한다면, 비록 편작처럼 명성을 얻지는 못한다고 할지라도 수많은 개발자들을 잠재적 고통에서 구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병찬 변호사(제라드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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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약간 수그러든 것 같지만, 한 때 집단지성의 성공케이스로 위키피디아가 빠지지 않고 언급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위키피디아는 잘 아시는 것처럼, 네티즌들이 직접 참여하여 만드는 온라인 백과사전입니다.

위키피디아의 성공은 적절한 시스템이 구축되면 구성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획기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는 위키피디아가 기대만큼 많이 성장하지 못했습니다.

2010. 10. 28.을 기준으로 영문 위키피디아의 총 항목은 3,453,444개인데 반해 한글 위키피디아의 총 항목은 146,267개에 불과합니다.

단지, 항목수에서만 차이가 나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항목의 경우에도 질과 양에서 한글위키피디아는 영문 위키피디아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영문 위키피디아는 영어를 쓰는 모든 사람들이 잠재적 생산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한글 위키피디아와 단순 비교를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점을 고려한다고 할지라도 차이가 지나치게 현저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위키피디아의 창시자인 지미 웨일즈는 한국 방문시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위키피디아가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지식in 때문이라고 언급한 바 있는데요.

오늘은 위키피디아가 한국에서 성공하지 못한 이유를 지식in과의 비교를 통해서 한 번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1. 사적 채널과 공적 채널

인터넷이 보편화되기 전까지만 해도, 일반적인 사항들을 쉽게 찾아보기 위해서는 백과사전에 의존하는 방법밖에 없었습니다.
 
30대 이상인 분들이라면 어린시절 숙제를 하기위해 백과사전을 참조하셨던 기억을 가지고 계실겁니다.

당시에는 백과사전의 종류도 별로 많지 않아서, 학생들의 숙제내용도 대부분 비슷했었습니다.

백과사전은 대부분 전문가들에 의하여 작성되었기 때문에, 신뢰할만한 공식적인 컨텐츠라는 믿음이 있었고, 지금까지도 이런 인식은 어느정도 유지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백과사전처럼 공신력있는 콘텐츠를 생산하는데 참여하는 것은 상당한 심리적 부담감을 줍니다.

반면에 지식in 서비스는 어떤가요?

대부분의 경우 친구의 고민을 받아주듯 쉽게 그리고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답변이 작성됩니다.

다시말해 심리적인 부담감이 현저히 떨어지는 공간이라는 것이죠.

그래서, 위키피디아에 참여하기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도 지식in에는 쉽게 답을 올리고, 이를 통해 컨텐츠가 용이하게 확대될 수 있습니다.

2. 창작의 습관

우리나라 사람들이 컨텐츠를 직접 생산하는 일에 익숙하지 않다는 것도 큰 장애물인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 대부분의 국민들은 제도권 교육의 영향으로 주로 듣고, 읽는 일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하지만, 쓰고, 말하고, 토론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제대로 훈련받아 본 적이 별로 없습니다.

가뜩이나 고단한 일상에서 시간을 쪼개어 훈련받아본 적 없는 일을 시작한다는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물론, 창작이 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 제약요소로 작용하는 것은 지식in이나 위키피디아나 마찬가지 아니냐고 반문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식in은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비형식적 대화에 가깝다는 점, 다시 말해, 수업시간에 날아온 친구의 쪽지에 대한 회답같은 성격이 강하고, 이는 자신의 생각을 정제하여 표현해야 하는 위키피디아식 창작과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3. 전문가 중심주의

한국사회는 대학서열화로 인해 학력주의가 매우 공고하게 자리잡고 있다는 점은 이미 경험으로 모두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자격증이든, 박사학위든, 유학경험이든 사회에서 객관적으로 검증된 무언가가 없다면 한국에서 여론을 주도하고 영향력을 행사하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다시 말해서, 적어도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객관적으로 검증받은 전문가들이 중심이 되어 의견을 주도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시되고 있습니다.

경제는 경제 전문가가, 정치는 정치 평론가가 담론을 만들어내며, 평범함 사람들은 공식적인 채널에서는 쉽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지 못합니다.

위키피디아의 실패원인으로 토론문화의 부재를 언급하시는 분이 많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공식채널을 통한 사회적 담론의 형성은 지적으로 뛰어난 전문가들의 전유물이라는 강박관념이 크게 한 몫 하는 것 같습니다.

4. 위키피디아는 중요한 시험대

저는 대한민국에서 위키피디아의 성공을 간절히 바라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이유는 위키피디아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를 통한 성취감을 느끼게 되고, 다른 구성원들과 협업하고, 의견을 조율하는 방법을 익히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험은 다른 영역에서도 대화와 타협, 협업과 공유의 문화를 불러일으키고 다른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모쪼록 한국판 위키피디아가 전문가 중심주의를 극복하고 한국에서도 모범적인 집단지성의 성공사례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이병찬 변호사(제라드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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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제라드76
오랜만에 포스팅을 올리네요.

많은 분들의 성원과 격려 덕분에 인터넷 주인찾기 제2회 컨퍼런스 "저작권, 창작의 무덤"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행사도 돌아볼 겸 리뷰를 써야겠다고 오래전부터 마음은 먹고 있었는데, 일에 쫓기다보니 이제서야 포스팅을 올리게 되네요.

이번 컨퍼런스에 논의되었던 주요 내용은 인터넷 주인찾기 공식 홈페이지를 살펴보시는게 오히려 빠르고 정확할 것 같아서 전 이번 컨퍼런스 자체보다는 인터넷 주인찾기가 어떤 모임이고, 저에게 인터넷 주인찾기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간략하게 한 번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물론, 제가 인터넷 주인찾기의 입장을 대변하는 위치에 있지 않기 때문에, 이하의 내용은 지극히 제 주관적인 판단에 근거한 것임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제가 인터넷 주인찾기 모임에 처음 참가하게 된 것은 존경하는 팟캐스터 @Sadgagman님의 권유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인터넷 주인찾기 모임에서는 "인터넷 실명제"와 관련한 제1회 컨퍼런스를 기획 중이었는데, 블로거로서 인터넷 실명제가 가진 문제점에 대한 발제를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게 되었습니다.

둘째가 태어난 직후인데다가 블로그를 시작한지 약 5개월밖에 되지않은 시점이라 과연 발제를 담당할 능력과 자격이 있는지 회의도 들었지만 주변 분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컨퍼런스를 마칠 수 있었고, 이것이 저와 인터넷 주인찾기의 첫 인연이 되었습니다.

인터넷 주인찾기 모임에서 컨퍼런스를 준비하는 과정은 저에게는 참으로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모든 멤버들은 개성이 강하고, 각각의 재능도 다양했지만, 한결같이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고, 의견충돌이 생길 경우에는 민주적인 방식으로 해결책을 모색했습니다.

특히 위계질서와 수익모델이 없는 조직인데도 유기적으로 운용되면서 훌륭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저에게는 큰 감동이었습니다.

저같은 대한민국의 30대가 겪는 일상은 대체로 비슷합니다.

회사에 출근해서 업무를 보고, 야근과 회식에 시달리고,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가면 아이들과 잠시 놀아주다가 잠자리에 듭니다.

이런 일상이 몇년씩 반복되면 점점 세상을 보는 눈이 좁아지고, 만성적인 피로와 스트레스에 지쳐 당장 눈앞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급급해지죠.

세상에 아무것도 무서울 것이 없던 20대에 마음 속 깊숙히 간직했던 꿈은 이미 진열대안의 화석처럼 그 생명력을 잃어버린지 오래입니다.

당장 가족들이 함께 살 집을 마련해야 하고, 아이들을 먹이고, 교육시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아무 생각없이 살다가 이따금 어처구니 없는 뉴스를 보거나, 오랜전 친구들을 만날때 문득문득 10년전 내모습이 떠올라 가슴아파하고, 괴로워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런 경험이 반복될수록 더 깊은 좌절감과 무력감이 찾아오곤 합니다.

저도 인터넷 주인찾기를 만나기 전까지는 죄의식과 무력감에 심하게 시달렸고, 그로인해 많이 힘들어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인터넷 주인찾기에 참여하면서 뭔가 의미있는 활동으로 사회에 공헌하고 있다는 조그마한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인터넷 주인찾기 모임이 네티즌들에 의하여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조직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인터넷과 관련된 각종 제도들은 대체로 정부의 필요에 따라 입안되어 왔으며, 이를 둘러싼 문제점도 대부분 정치권이나 학계에서만 논의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가장 첨예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네티즌들이 스스로 문제점을 논의하고 공유하는 자리는 많지 않았습니다.

인터넷 주인찾기는 이런 상황에 맞서 스스로 네티즌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기 위한 목적으로 조직되었으며,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더 외연을 확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꼭 인터넷 주인찾기가 아니더라도 이와같은 자발적 모임을 통해 의식화, 조직화가 이루어진다면,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대한 최소한의 희망은 가져도 좋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예측을 해봅니다.

감상과 소회를 적고나니 인터넷 주인찾기를 지나치게 미화한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제 주관적인 소견이니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모쪼록 대한민국의 인터넷 정책이 좀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전진하는데 인터넷 주인찾기가 좋은 밑거름이 되기를 바라며, 저도 미력하나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컨퍼런스를 준비하고, 격려와 성원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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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제라드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