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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8.31 디아블로 3는 과연 등급심사를 통과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에서 유통되는 모든 게임은 원칙적으로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이하 "게임법") 제21조에 따라 게임물등급위원회(이하 "게임위")의 등급분류를 받아야만 합니다. 게임위에서는 게임의 폭력성, 선정성, 사행성 등을 심사하여 게임물을 4개의 등급으로 분류합니다. 게임위는 일정한 경우 등급분류를 거부할 수도 있는데, 등급분류 거부결정을 받게되면 이의신청을 통하여 등급을 부여받거나 내용을 수정하지 않는 이상 게임을 서비스할 수 없게 됩니다.

블리자드가 올해 하반기 출시되는 디아블로 3에서 게이머들간의 아이템 현금거래를 허용하는 "화폐경매장"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결정하면서 디아블로 3가 게임위의 등급분류를 통과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게임위는 2010. 8. 3. 약관에서 아이템 현금거래를 허용한 황제온라인에 대해 사행성을 문제삼아 등급분류 거부결정을 내린 바 있기 때문입니다.

황제온라인의 전례에 비추어 봤을때, 디아블로 3도 화폐경매장 시스템 때문에 등급분류 거부결정을 받지 않을지 우려하는 게이머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번 시간에는 아이템 현금거래를 이유로 한 등급거부 결정의 법률적 문제점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게임위의 등급분류 심의규정 제18조 제2호는 "게임의 결과로 얻은 점수 또는 게임머니를 현금화하는 경우"에는 게임위가 이를 사행성 게임물로 확인하여 등급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황제온라인은 다른 게임들과는 달리 약관에서 게임머니나 아이템의 현금거래를 금지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황제 온라인에 대한 게임위의 등급분류 거부결정은 위 심의규정에 따른 것이므로 적법하다고 볼 수 있을까요?

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아이템 현금거래를 허용하는 게임이 게임법상의 사행성게임물에 해당하는지 먼저 살펴보아야 합니다. 게임법 제22조 제2항에서는 게임위가 사행성게임물에 대하여 등급분류를 신청한 자에 대하여 등급분류를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문제의 핵심은 아이템 현금거래를 인정하는 게임이 과연 사행성 게임물에 해당하는지 여부일 것입니다.

사행성 게임물에 대해서는 게임법 제2조 1의2호에서 규정하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사행성게임물"이란 "베팅이나 배당을 내용으로 하는 게임물"이나 "우연적인 방법으로 결과가 결정되는 게임물로서 그 결과에 따라 재산상 이익 또는 손실을 주는 것"을 말합니다.

황제온라인이 고스톱이나 포커처럼 베팅이나 배당을 내용으로 하는 게임물이 아니라는 점은 명확해 보입니다. 따라서, 문제가 되는 것은 황제온라인이 우연적인 방법으로 결과가 결정되는 게임물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지난 칼럼에서 소개드린 바와 같이 MMORPG에서 게이머가 획득하는 아이템은 우연적인 방법으로 결과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게이머의 노력과 경험의 산물이라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입장입니다.

따라서, 황제온라인이 게임약관에서 아이템 거래를 금지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베팅이나 배당을 내용으로 하는 게임물이나 우연적인 방법으로 결과가 결정되는 게임물에 해당하지 않는 이상 게임법에서 정한 "사행성 게임물"에 해당하지는 않습니다.

그럼데도 불구하고, 등급분류 심사기준은 "게임의 결과로 얻은 점수 또는 게임머니를 현금화하는 경우"는 사행성 게임물에 해당한다고 규정하여 사행성 게임물의 범위를 임의로 확대하고, 게임위는 이에 기초하여 등급분류 거부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따라서, 황제온라인에 대한 게임위의 등급분류 거부결정은 명백히 위법한 처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같은 기준으로 생각해 본다면, 디아블로 3가 화폐경매장 시스템을 통해 게임머니를 현금화한다고 하더라도 게임법상의 "사행성게임물"로 볼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게임위는 디아블로 3가 사행성 게임물이라는 이유로 등급분류를 거부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게임위는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바다이야기 사태를 계기로 사행성 게임에 대한 감독과 규제를 강화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입니다. 따라서, 게임위가 "사행성 게임물"과 관련하여 매우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려고 하는 것은 충분히 납득할만한 여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법률에서 규정한 범위를 벗어나 사행성 게임물을 확대 해석하고, 이에 근거하여 등급분류 거부결정을 내린다면 이는 명백히 재량을 일탈한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추후에 디아블로3가 등급심사를 통과하면, 황제온라인과의 형평성 문제가 당연히 제기될 것입니다. 이 때문에, 게임위 입장에서도 등급분류와 관련하여 적지 않은 심적 부담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게임간 형평성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법률에 근거한 적법한 처분입니다.

부디 게임위가 사행성 게임물에 대한 근거없는 해석으로 황제온라인에서 범했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병찬 변호사(제라드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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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제라드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