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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8.23 디아블로3 화폐경매장과 아이템 거래의 법률적 문제점
많은 게이머들이 손꼽아 기다려왔던 디아블로 3의 출시가 가시화되면서 관심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특히 디아블로3에서 처음으로 도입되는 화폐경매장에 대한 논란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시간에는 게임아이템 현금거래와 관련된 법률적 쟁점들을 짚어볼까 합니다.

게임아이템 현금거래 합법인가? 불법인가?

게임아이템 현금거래가 불법인지 여부에 대해서 아직도 혼란스러워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서, 먼저 이에 대해 살펴보도자 합니다.

게임아이템 현금거래에 대해서는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이하 "게임법") 및 동법 시행령에서 아래와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
제32조(불법게임물 등의 유통금지 등)
①누구든지 게임물의 유통질서를 저해하는 다음 각 호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제4호의 경우 「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특례법」에 따라 사행행위영업을 하는 자를 제외한다.
7. 누구든지 게임물의 이용을 통하여 획득한 유·무형의 결과물(점수, 경품, 게임 내에서 사용되는 가상의 화폐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게임머니 및 대통령령이 정하는 이와 유사한 것을 말한다)을 환전 또는 환전 알선하거나 재매입을 업으로 하는 행위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 시행령>
제18조의 3(게임머니 등) 법 제32조제1항제7호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게임머니 및 대통령령이 정하는 이와 유사한 것"이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것을 말한다.
1. 게임물을 이용할 때 베팅 또는 배당의 수단이 되거나 우연적인 방법으로 획득된 게임머니
2. 제1호에서 정하는 게임머니의 대체 교환 대상이 된 게임머니 또는 게임아이템(게임의 진행을 위하여 게임 내에서 사용되는 도구를 말한다. 이하 같다) 등의 데이터
3. 게임제작업자의 컴퓨터프로그램을 복제, 개작, 해킹 등을 하거나 게임물의 비정상적인 이용을 통하여 생산ㆍ획득한 게임머니 또는 게임아이템 등의 데이터

게임법은 모든 게임아이템의 현금거래를 금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게임머니 및 대통령령이 정하는 이와 유사한 것"의 환전(현금거래)만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게임법 시행령 제18조의 3에 따르면 거래가 금지되는 대상은 고스톱, 포커와 같은 도박게임을 통하여 우연적인 방법으로 획득한 게임머니(제1호), 이를 대체하는 수단이 된 게임머니 또는 게임아이템(제2호), 게임을 복제, 개작, 해킹하거나, 불법 자동사냥 프로그램(일명 "오토프로그램") 등을 이용하여 비정상적으로  획득한 게임머니나 게임아이템(제3호)입니다.

따라서, MMORPG 게임에서 자동사냥 프로그램 등을 사용하지 아니하고 획득한 게임머니나 아이템의 경우에는 이를 거래하더라도 현행법에 위반되지 않습니다.

대법원도 2009. 12. 24. 리지니의 게임머니인 아덴을 환전해주어 게임법위반으로 기소된 이모씨에 대해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한 바 있습니다.(2009도7237 판결)

원심은 "아덴의 획득에는 우연적인 요소보다는 게임이용자들의 노력이나 실력, 즉 게임에 들인 시간이나 그 과정에서 증가되는 경험이라는 요소에 의하여 좌우되는 정도가 더 강하므로, 아덴을 우연적인 방법에 의하여 획득한 게임머니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고, 대법원은 원심의 이러한 판단에 동의했습니다.

다시 말해서, 게임머가 리니지에서 획득한 아덴은 우연이 아닌 노력 및 실력의 결과물이므로, 게임법에서 환전을 금지하고 있는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블리자드가 디아블로3에서 화폐경매장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할지라도 법률적으로는 문제가 없습니다.

불법과 약관위반은 어떻게 다른가

대한민국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대부분의 게임은 약관에서 게임머니나 게임아이템의 현금거래를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아이템 현금거래가 불법이라고 오해하는 많은 분들은 게임사의 약관을 위반한 것이기 때문에 불법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약관위반과 불법은 엄연히 다른 개념입니다. 불법이란 국가가 법률로 금지한 행위를 위반하는 것을 의미하지만, 약관을 위반한다는 것은 계약당사자간에 지켜야할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간단한 예를 들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A는 B헬스장에 월회원으로 등록하면서 이용료로 10만원을 지불하였습니다. B헬스장 약관에는 헬스장 이용권리를 다른 사람에게 양도할 수 없으며, 이를 위반했을 경우 헬스장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일주일쯤 지나서 운동이 귀찮아진 A는 B헬스장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C에게 양도합니다. 하지만, B헬스장은 약관 위반을 이유로 A와의 계약을 해지합니다.

여기서 A가 C에게 헬스장 이용권을 양도한 행위는 불법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어느 법에서도 헬스장 이용권을 양도하는 행위를 금지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A는 B헬스장과 약관을 통하여 체결한 계약을 위반하였으므로 계약내용에 따라 계약해지라는 불이익을 받게된 것입니다.

게이머는 게임을 하면서 게임머니와 아이템을 획득하는데, 게이머가 아이템에 대해서 갖고 있는 권리는 채권으로서 게임내에서 그 아이템을 성능과 기능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그리고,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현행법은 정상적인 방식으로 획득된 게임머니나 게임아이템의 거래를 금지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게임에서 획득한 아이템의 사용권을 타인에게 양도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불법이 아닙니다. 다만, 게임사와의 계약위반을 이유로 이용중지조치 등의 불이익이 부과될 수는 있습니다.

게임아이템 거래, 그 뜨거운 감자

게임회사에서 지금까지 약관을 통해 게임아이템 현금거래를 금지시킨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겁니다. 아이템 거래가 양성화되어 거래규모가 늘어나면 가뜩이나 문제가 되고 있는 작업장 및 자동사냥 프로그램들이 더욱 활개를 칠 가능성도 있고, 아이템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으로 게임내 경제 시스템이 붕괴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아이템 거래가 지나치게 활성화되면, 노력이나 실력 보다는 경제력에 따라 우열이 결정되어 게임의 흥미를 떨어뜨리고, 윤리적인 비난을 불러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 생각해보면 지금도 적지 않은 게임아이템들이 중개사이트를 통해 거래되고 있는데, 아이템을 구매한 게이머들은 약관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게임사로부터 거래의 안전과 관련된 어떠한 보호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약점을 이용한 사기사건도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이므로, 차라리 게임을 제공하는 회사에서 안전한 거래수단을 제공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할 수도 있습니다.

일단 블리자드가 디아블로 3로 포문을 열었습니다. 세계 게임시장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는 블리자드에서 야심차게 개발한 신작게임 디아블로 3에서 처음 도입되었다는 점에서 화폐경매장 시스템은 향후 게임 비지니스의 향방을 결정짓는 중대한 시험장이 될 것입니다.

화폐경매장이 과연 디아블로 3를 자동사냥프로그램과 작업장의 천국으로 오염시킬지, 게이머들에게 안전한 거래를 보장하는 새로운 비지니스 모델을 안착시키는 계기가 될지 현재로서는 전혀 알 수 없지만, 결과와 상관없이 게이머와 게임회사에 중대한 교훈을 줄 것이라는 사실은 확실해 보입니다.

                                                                                    이병찬 변호사(제라드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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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제라드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