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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3.03 계정양도 후 비밀번호 변경은 유죄? 무죄?
<다음 글은 제가 "게임메카"라는 게임전문잡지에 기고한 칼럼의 내용입니다. 게임에 관심있는 분들은 참고삼아 한번쯤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국내 게임시장의 규모가 점차 확대되면서, 아이템 및 계정 거래도 점점 활발해지고, 거래 중개 사이트도 급속한 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2010. 7. 22. 대법원은 MMORPG 게임의 계정양도와 관련된 의미있는 판결을 내린 바 있는데, 이번 칼럼에서는 이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L모게임의 유저였던 A는 2005년 자신의 계정을 B에게 양도하였습니다. 이 계정은 수차례 양도를 거친 후에 마지막으로 C에게 양도되었습니다. A는 C가 넘겨받은 계정의 명의인이 아직도 자신이라는 점을 이용해 본인확인 절차를 거친 뒤 비밀번호를 임의로 변경하였고, 최종적으로 계정을 양수한 C는 결국 게임에 접속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검찰은 A를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이하 `정통망법`)" 위반으로 기소했고, 1심은 A의 행위가 정통망법 위반이라고 판단하였으나, 항소심에서는 무죄를 선고했고, 대법원에서는 항소심의 무죄판결을 확정했습니다.

계정 팔고, 비밀번호를 변경했는데 무죄?

자신의 계정을 팔고, 이에 대한 대가까지 모두 지급받았는데, 비밀번호를 함부로 변경한 피고인에게 무죄판결이 선고되었으니 아마 의아해하는 게이머들도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판결요지를 찬찬히 살펴보면, 대법원이 왜 이와 같은 결론에 이르게 됐는지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습니다.

정통망법 제49조에서는 "누구든지 정보통신망에 의하여 처리/보관 또는 전송되는 타인의 정보를 훼손하거나 타인의 비밀을 침해/도용 또는 누설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71조에서는 "제49조의 규정을 위반하여 타인의 정보를 훼손하거나 타인의 비밀을 침해/도용 또는 누설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위와 같이 정통망법은 타인의 정보를 훼손한 자를 처벌하고 있으므로, 사안의 핵심적 쟁점은 과연 A가 "타인"의 정보를 훼손했는지 여부입니다. 만약, 계정을 양도한 이후에도 비밀번호가 여전히 A의 정보라고 본다면 A는 "타인"의 정보를 훼손한 바가 없으므로 무죄에 해당하게 될 것이고, 계정을 양도한 이후에는 비밀번호가 B의 정보라고 본다면 A는 "타인"의 정보를 훼손한 것이므로 유죄가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비밀번호라는 정보가 A의 정보인지, B의 정보인지는 누구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할까요? 만약, A와 B 사이의 관계만을 고려한다면 비밀번호는 B의 정보라고 보아야 합니다. B는 A로부터 계정을 양수받았고, 이미 그 대가를 지급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비밀번호가 누구의 정보인지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인 N모사에 의하여 접근권한이 부여되거나 허용된 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정해져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N모사는 L모게임 이용약관에서 계정의 양도나 매매를 금지하고 있으므로, 설사 A가 B에게 계정을 양도하였다고 하더라도 N모사의 입장에서는 여전히 A에게 접근권한이 남아있고, B에게는 정당한 접근권한이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A가 계정을 양도하고 비밀번호를 변경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비밀번호는 A의 정보인 이상, "타인"의 정보를 훼손한 것으로는 볼 수 없어 A는 무죄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계정 양도 후 비밀번호 변경은 언제나 무죄일까?

본 판결이 선고된 이후에 많은 게이머들이 계정을 양도하고 비밀번호를 변경해도 무조건 죄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이건 무척 위험한 생각입니다. 대법원에서는 계정양도 후 비밀번호 변경이 어떠한 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 아니라, 단지 정통망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형사소송법에는 불고불리의 원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불고불리의 원칙이란 쉽게 말해 법원은 검사가 공소제기한 사실에 대해서만 판단할 수 있다는 원칙입니다. 본 사건에서 검사는 A를 정통망법 위반으로 기소했고, 법원은 불고불리의 원칙에 따라 정통망법 위반 여부에 대해서만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A가 처음부터 비밀번호를 변경하기로 마음먹고, 다른 사람에게 계정을 양도한 뒤에 그 대가를 받고, 비밀번호를 변경하였다면 이는 형법상 사기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사기죄는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경우에 성립하는 죄로서, A가 양수인에게 계속적으로 계정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줄 것처럼 속인 뒤 대가를 편취하였다면 이는 사기죄의 요건을 충족시키기 때문입니다.

또한, 양수인은 계정의 비밀번호가 양도인에 의하여 임의로 변경된 경우 민사상으로 채무불이행에 기한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계약을 해제하고 양수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 이용약관상으로는 계정의 양도가 금지되어 있다고 할지라도 A, B 사이에서는 양도계약 자체가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계정 양도 후 비밀번호를 변경한 경우 어떠한 죄에도 해당하지 않거나, 양수금을 반환할 의무가 없는 것은 아니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이병찬 변호사(제라드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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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제라드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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