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건의 발단

SBS는 얼마전부터 자사의 드라마를 소재로 리뷰를 올리는 블로그들에 대해 블로그 운영업체에 임시조치를 요청하기 시작했습니다.

드라마 블로거들이 올린 게시물에 삽입된 캡쳐사진이 SBS의 저작권을 침해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죠.

자신이 심혈을 기울인 포스팅이 일명 "블라인드" 처리되면서 수많은 분들이 분노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http://www.ibagu.co.kr/502)

2. 과연 저작권 침해일까?

그런데, 드라마 리뷰에 캡쳐사진을 첨부하는게 과연 저작권 침해일까요?

저작권법 제28조에서는 공정이용을 규정하여, 일정한 범위에서 타인의 저작물을 사용하는 행위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제28조(공표된 저작물의 인용) 공표된 저작물은 보도·비평·교육·연구 등을 위하여는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이를 인용할 수 있다.

대법원은 위 조항과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공정이용의 판단기준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를 기초로 캡쳐사진을 이용한 드라마 리뷰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는지 한 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구 저작권법 제28조는 공표된 저작물은 보도·비평·교육·연구 등을 위하여는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이를 인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인용한 것인가의 여부는 인용의 목적, 저작물의 성질, 인용된 내용과 분량, 피인용저작물을 수록한 방법과 형태, 독자의 일반적 관념, 원저작물에 대한 수요를 대체하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이 경우 반드시 비영리적인 목적을 위한 이용만이 인정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지만, 영리적인 목적을 위한 이용은 비영리적 목적을 위한 이용의 경우에 비하여 자유이용이 허용되는 범위가 상당히 좁아진다(대법원 1997. 11. 25. 선고 97도2227 판결 등 참조).

다만, 여기서 한가지 주의할 점은, 수많은 블로거들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드라마 리뷰를 작성하기 때문에, 같은 드라마 리뷰라도 명백한 저작권 침해의 경우부터 명백한 공정이용의 경우까지 넓은 스펙트럼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특정 포스팅을 전제로 판단하는 것이 아닌 이상, 캡쳐사진을 이용한 드라마 리뷰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거나 해당하지 않는다고 일률적으로 결론내리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이하에서는 원론적인 차원에서 저작권 침해 여부를 논의하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판례의 기준에 따르면 공정이용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리뷰와 캡쳐사진(피인용물) 사이에 주종관계가 존재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포스팅에서 드라마에 대한 비평이나 분석이 주를 이루고 캡쳐사진은 이를 보완해주는 관계에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드라마의 명장면을 캡쳐하여 이를 연속적으로 나열한 경우에는 공정이용에 해당할 가능성이 없습니다.

다음으로 대체가능성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공정이용과 관련하여 드라마 리뷰의 특성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대체가능성이라고 함은 인용물이 원저작물에 대한 수요를 대체하는지 여부를 말합니다.

다시 말해, 드라마 리뷰를 보는 것이 드라마를 보는 것과 같은 가치를 가지거나 드라마 리뷰를 본다면 드라마를 보지 않게 되느냐는 의미입니다.


시나 소설, 신문기사 같은 경우와 비교해서 생각해보면 드라마 리뷰의 경우에는 대체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을 쉽게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누군가가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자신의 블로그에 시를 올린다거나 소설을 올리면 그로 인해 원저작물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 개연성이 높습니다.

왜냐하면, 시나 소설은 문자로 표현되는 예술이며, 활자 외에 다른 표현 요소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드라마는 전혀 다릅니다. 드라마는 음악, 연기, 각본 등 수많은 요소들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드라마 리뷰에 첨부된 캡쳐사진만으로는 드라마 자체가 주는 재미와 감동을 도저히 느낄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드라마 캡쳐사진 몇 장을 본다고 해서, 그로 인하여 드라마 자체를 보지 않을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고 보아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지 여부입니다.

유명한 드라마 블로거 분들 중 대다수는 자신의 블로그에 애드센스 등의 광고를 게재하고 있습니다.

블로그에 애드센스 등의 광고를 달고 있다면, 영리목적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보다 높아지고 공정이용으로 인정받을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낮아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는 위 판례에서도 적시한 것처럼 공정이용의 범위를 상당히 제한적으로 해석하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많은 분들이 의아하게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아니 애드센스 광고로 돈 얼마나 번다고 그걸 영리목적으로 판단하고 공정이용의 적용범위를 제한하냐고...

이에 대해서는 한 번도 법원의 판단이 있었던 적이 없어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지 여부는 수익의 규모와는 크게 관계가 없어 보입니다.

광고의 게재는 기본적으로 블로그를 통하여 수익을 얻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의사를 표출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요약하자면, 양적인 측면과 질적인 측면에서 리뷰와 캡쳐사진 사이의 주종관계가 확실할수록, 광고 등 상업적 목적과 관련되어 있지 않을수록 공정이용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가 돌아본 바로는 광고를 감안하더라도 대다수의 블로거 분들이 공정이용의 기준에 맞게 리뷰를 작성하고 계신 것으로 판단되더군요.

특히, 위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드라마 리뷰의 경우에는 대체가능성이 매우 낮기 때문에 다른 저작물에 비하여 공정이용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결론적으로, 공정이용과 관련하여 법원의 판례가 아직 충분히 축적되지 않은 상황에서 조금 섣부른 이야기일 수 있지만, 드라마 캡쳐 사진이 아닌 리뷰가 주를 이루고 있다면 공정이용에 해당한다고 판단됩니다.

따라서, 객관적으로 보아 위 기준에 부합하고 있다고 판단되시면 SBS의 저작권 침해 주장으로 인해 지나치게 위축되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3. 과연 수익에는 도움이 될까?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자발적으로 SBS 드라마에 대한 나름의 의견을 올리고, 이를 통해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유도했음에도 불구하고 저작권 침해라는 이유로 게시물이 블라인드 처리되면서 많은 분들이 심한 배신감을 느끼시는 것 같습니다.

SBS는 아마도 저작권 보호조치를 통하여 SBS의 저작물들을 자신이 허락한 한정된 장소에서만 유통시키는 것이 전략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과연 이런 조치가 종국적으로 SBS의 수익에 도움이 될까요?

앞에서도 살펴본 것처럼 드라마 같은 영상물은 드라마 자체에 대한 다운로드 서비스나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이상 수요의 대체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뛰어난 블로그들이 드라마의 캐스팅에 대해, 배우들의 연기에 대해, 각본에 대해, 배경음악에 대해 활발하게 비평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해당 드라마에 관심을 갖게 되고, 이런 관심이 자연스럽게 드라마에 대한 인기로 이어질겁니다.

최근에는 많은 기업들이 네티즌과 친구가 되기 위해 트위터에 계정을 만들고, 블로그를 운영하는 등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남들은 친구를 늘리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우호세력을 적으로 돌리는 이런식의 전략을 도대체 왜 선택했는지 정말 의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모쪼록 SBS가 스스로 몰락을 자초하는 이와 같은 전략을 최대한 빨리 포기하기를 바랍니다.

                                                                                     이병찬 변호사(제라드76)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신고
Posted by 제라드76

"인터넷 주인찾기" 제2회 컨퍼런스에서 저작권 문제를 다루기로 결정되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틈틈이 저작권법을 공부하고 있는데, 저작권법의 중요한 화두 중 하나가 공정이용입니다.

공정이용이란 아래서 살펴보는 바와 같이 타인의 저작물이라고 하더라도 일정한 범위 안에서는 이용자가 이를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는 보호장치입니다.

그래서, 실제로 공정이용의 범위가 어느 범위까지 인정되는지는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공정이용과 관련된 판례가 충분히 축적되어 있지 않은 상태입니다.

인터넷과 관련된 공정이용 사례가 있다면 네티즌들에게 더 도움이 되겠지만, 일단 법원의 판단기준 등을 살펴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아래 사례를 소개할까 합니다.

1. 저작권법상의 공정이용

현행 저작권법은 공정이용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28조(공표된 저작물의 인용) 공표된 저작물은 보도·비평·교육·연구 등을 위하여는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이를 인용할 수 있다.

이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저작물이라고 할지라도 정당한 범위 안에서는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2. 사실관계

"신동엽의 있다! 없다"에서는 스타의 숨은 이야기를 발굴하는 코너에서 배우 이순재가 "대괴수 용가리"에 출현한 사실이 있는지 확인하는 내용의 방송을 내보냈습니다.

이 과정에서 대괴수 용가리라는 영화의 일부분을 편집하여 약 3분간 방송했습니다.

"대괴수 용가리"의 저작권자인 원고는 SBS와 담당 프로듀서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한 손해배상을 청구합니다.

이에 대하여 피고측에서는 저작권법상의 "공정이용"을 주장하였습니다.

하지만, 법원에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3. 법리검토

법원이 피고측(SBS)의 항변을 기각한 이유를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법원에서는 공정이용을 판단하는 일반적인 기준을 제시하였습니다.

구 저작권법 제28조는 공표된 저작물은 보도·비평·교육·연구 등을 위하여는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이를 인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인용한 것인가의 여부는 인용의 목적, 저작물의 성질, 인용된 내용과 분량, 피인용저작물을 수록한 방법과 형태, 독자의 일반적 관념, 원저작물에 대한 수요를 대체하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이 경우 반드시 비영리적인 목적을 위한 이용만이 인정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지만, 영리적인 목적을 위한 이용은 비영리적 목적을 위한 이용의 경우에 비하여 자유이용이 허용되는 범위가 상당히 좁아진다(대법원 1997. 11. 25. 선고 97도2227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이러한 일반적인 기준에 비추어봤을 때, 아래와 같은 사유로 인해 본 사안은 공정이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 "신동엽의 있다! 없다!"에서 "대괴수 용가리"를 일부 인용한 것이 시청자들에게 정보와 재미를 주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하더라도 그
이용의 성격은 상업적, 영리적이라는 점

- SBS가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하여
유료로 이 사건 프로그램을 방송한 점

- 피고들이 원고로부터 이 사건 영화의 인용에 대한 동의를 받는 것이 어렵지 않았던 점

4. 시사점

위 사례를 통해 우리는 법원이 영리적인 목적에 따른 저작물 사용에 대해서는 공정이용의 범위를 매우 좁게 해석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네티즌의 경우에도 자신의 게시물에 광고를 게재하거나, 상품을 판매하는 등 영리를 목적으로 타인의 저작물을 이용할 경우에는 특별히 유의하실 필요가 있겠습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신고
Posted by 제라드76
2009년 2월 네이버 블로거 한 명이 자신의 딸아이가 손담비의 미쳤어를 부르며 춤을 추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자신의 블로그에 게재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위 동영상이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네이버에 동영상의 삭제를 요청했고, 이러한 요청에 따라 네이버는 동영상을 삭제했습니다.

이에 대해 블로거는 자신이 게재한 동영상이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부당하게 삭제되었다며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를 제기했고, 2010. 2. 법원은 음저협에게 20만원을 배상하여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판결문을 읽으면서 법원이 참 많은 고민을 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본 판결에 대한 제 개인적인 생각을 몇 가지 적어볼까 합니다.

우선 법원이 위 동영상에 대하여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인정한 부분은 분명 높게 평가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몇가지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본 사안에서 법원은 위 동영상을 포함한 포스팅이 저작권법 제28조에 해당하기 때문에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판시하였습니다.
저작권법
제28조(공표된 저작물의 인용) 공표된 저작물은 보도·비평·교육·연구 등을 위하여는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이를 인용할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하여 아래와 같은 사실을 기술하고 있습니다.

- 손담비의 노래를 어린 딸이 불완전하게 따라부른 것에 불과하며, 그나마도 그 시간이 매우 짧다는 점(다시말해, 위 동영상이 손담비의 원곡을 대체할 수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
- 동영상 밑에 대중문화가 어린 아이에게 미친 영향 등에 대한 비평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
- 상업적 목적으로 저작물을 사용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

혹시라도, 이번 판결을 통하여 수많은 블로거분들이 사안의 내용을 정확히 모르시는 상태에서 저작권에 대한 잘못된 판단을 내리실 수도 있겠다는 노파심에 몇 가지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판결문을 찬찬히 읽어보시면 알겠지만, 법원은 위에서 언급한 수많은 사항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위 동영상이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본 판결을 계기로 앞으로는 저작물을 마구잡이로 갖다써도 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저작권 침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수많은 제약사항들이 존재한다는 점을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예를 들어, 어느 고등학교 여학생이 손담비의 미쳤어 원곡을 틀어놓고 춤을 추는 동영상을 블로그에 게재하였다면, 이는 저작권 침해로 판단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우선 원곡을 재생한다는 점에서 대체가능성이 훨씬 높기 때문입니다.(저작권침해에서 말하는 대체가능성이란 쉽게말해 이 동영상 때문에 손담비의 원곡을 듣지않을 가능성이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또한, 보도/비평/교육/연구 목적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만약 여기에 클릭수에 따라 동영상을 게재한 유저에게 수익금을 분배해주는 사이트라면 상업적 목적에 따른 사용이기 때문에 더욱 위험해 질 수 있습니다.

디지털 음악이 보편화되기 시작하면서, 표현의 자유와 저작권의 충돌 문제는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달은 부의 재배분을 가져옵니다. 종래의 기득권이 무너지면서 구시장을 주도했던 사업자와 새롭게 부상한 사업자 사이에 갈등이 찾아오죠.

저작권협회는 종래 시장에서 빨리 벗어나서 새로운 시장에 눈을 돌리길 바랍니다. 제가 보기에는 저작권자들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빨리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는 것만이 해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막고싶어도 몰락하는 시장의 침몰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 제 개인적인 판단입니다.

저작권 협회는 자신들의 콘텐츠를 기초로 불법복제 파일이 주지 못하는 +a를 얼마나 빨리 발견하고 이를 상품화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도 유사사건은 계속 발생하고, 분쟁은 계속될 것입니다.

법원이 새로운 시대와 새로운 시장을 인정하여 좀 더 전향적인 판결을 내려주기를 기대해봅니다.

                                                                                     이병찬 변호사(제라드76)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신고
Posted by 제라드76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