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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7.05 아수나로 - 그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오늘자 동아일보 기사를 보니 "아수나로"라는 중고교생이 중심이 된 인권단체에서 일제고사 및 교원평가제 등에 반대하는 집회의 개최를 준비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성취도-교원평가 반대” 중고생 단체가 홍보전

학생들이 스스로를 교육의 주체라고 판단하고,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의 권리를 찾아가는 것을 보면서, 그들의 용기와 문제의식에 크게 감명받았습니다.

1. 일상적인 폭력

제가 중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은 선생님의 말이 곧 법이던 시절이었습니다.

폭력은 지극히 일상적인 것이었기 때문에 별로 억울하거나 기분나쁠 것도 없었습니다.

지각을 해도, 수업시간에 떠들어도, 심지어 시험을 못봐도 체벌이 가해졌습니다.

제가 다니던 고등학교의 여학생들은 치마로 된 교복을 입고 다녔는데, 지금도 복도에서 마주치던 몇몇 여학생들의 종아리에 남아있던 시퍼런 멍자국이 기억납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감수성 예민한 여고생들이 선명한 멍자국을 내보이는게 얼마나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을지, 그들의 감성에 얼마나 큰 상처를 남겼을지 충분히 짐작이 가고도 남습니다.

하지만, 선생님들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이런 일상적인 폭력이 부조리하거나 불합리하다고 그에 대한 문제제기를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감히 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선생님들의 권위는 하늘을 찔렀고, 그러한 권위는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2. 그들의 문제, 그들의 문제제기

2개월에 한번은 꼭 전국규모의 모의고사가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말이 되면 대학을 갈 수 있는 학생들과 갈 수 없는 학생들은 거의 윤곽이 드러났습니다.

진도도 시험도, 모든 커리큘럼은 대학을 갈 수 있는 학생들에게 맞춰졌습니다.

음악과 미술수업은 고등학교 2학년을 마지막으로 더이상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제2외국어 등 수능시험에 포함되지 않는 과목들은 자율학습으로 대체되었습니다.

대학입시는 절체절명의 과제였고, 적어도 저는 고등학교 3년 동안 배치표 바깥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이슈들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당시 대학생이던 형과 누나의 책장에서 대학 신입생들의 필독서로 꼽히던 "부자의 경제학, 빈민의 경제학", "거꾸로 읽는 세계사"와 같은 책들을 들추어 보기는 했지만, 바로 저와 제 친구들의 문제였음에도 한번도 대한민국 교육 시스템 자체에 대해서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해 본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3. 학생신분 운운하기에 앞서

하지만, "아수나로"는 학생으로서 자신들이 당면한 가장 직접적인 문제인 "교육"에 대해서 발언을 시작했습니다.

그들이 스스로 학생의 신분적 한계를 깨고, 어린 나이에도 각종 불이익을 무릅쓰고 발언권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저는 참으로 그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물론 이러한 움직임이 학생신분에 적합한 것이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도 있으실겁니다. 물론 몇 몇 보수언론에서 이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구요...

하지만, 저는 묻고 싶습니다.

과연 학생다운 것은 무엇이냐고?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이 학생인지? 가르치는대로 배우고, 때리는대로 맞고, 시키는대로 행동하는 것이 학생다운 것인지?

학생은 이제 곧 대한민국의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주체가 될 집단입니다.

그들에게는 열정과 순수성이 있으며, 적어도 교육문제와 관련해서 그들만큼 민감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집단은 없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문제에 대해서 당연히 발언할 권리가 있습니다.

우리는 더이상 학생신분을 운운하며 그들의 자율적 문제해결 노력을 묵살하고 침묵을 강요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됩니다.

그들은 이미 충분히 똑똑하고, 스스로를 조직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4. 그들 때문에 부끄럽고, 그들이 자랑스럽습니다.

광우병 관련 촛불집회 때, 저는 대한민국의 성인으로 엄청난 자괴감을 느꼈습니다.

학생의 본분은 공부라고 외쳐대던 어른들은 사태가 이지경이 될 때까지 도대체 무엇을 했길래, 이 어린 학생들이 거리로 나섰을까?

그리고 오늘 아침 아수나로 관련기사를 보면서 다시 한 번 부끄러웠습니다.

우리나라 교육정책이 정작 학교의 주인인 학생들을 얼마나 철저하게 유리시키고 배격했길래 학생들이 스스로 집단행동에 나선 것일까?

성인으로서 그들의 문제제기에 대해 연대하지 못한 것이, 그리고 그렇게 험난한 학창시절을 보냈음에도 거의 달라진 것 없는 교육과정을 그들에게 물려준 것이 너무나도 부끄러웠습니다.

하지만, 그런 악순환이 계속되지 않고 그들 스스로 틀을 깨고 달려나가는 모습에서 너무나도 큰 감동과 자랑스러움을 느낍니다.

후배 여러분 죄송합니다. 그리고 당신들이 자랑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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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제라드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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