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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7.27 상지대 사태 - 왜 그들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의 문제인가?
지난 몇주간 일이 한창 바빠 상지대 투쟁에 힘을 보태지 못해 심리적 부채감 때문에 한동안 괴로웠습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김문기 전 이사장의 비행과 김문기 이후의 상지대의 발전상에 대해서는 잘 설명해 주셨기 때문에, 조금 늦었지만 저는 다른 관점에서 상지대 문제를 바라볼 수 있는 화두를 던져볼까 합니다.

1. 당신이 무슨 상관이야?

저는 상지대 학생이 아닙니다. 가족, 친구 중 상지대를 다니거나 졸업한 사람도 없습니다.

제가 낸 등록금이 김문기 전 이사장에 의해 횡령된 적도 없고, 김문기에게 충성서약을 강요당한 바도 없습니다.

용공조작 사건에 말려 간첩으로 몰린 적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왜 상지대 사태를 우려하고 있는 걸까요?

단순한 정의감의 발로 때문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중등학교의 40%, 대학교의 85%가 사립인 대한민국에서 사립학교의 불합리한 운영으로 인한 피해는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경험했을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2. 사립학교의 추억

저는 서울에 있는 한 사립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기독교 성향의 재단이 소유하고 있는 학교였습니다.

10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아직 또렷이 기억나는 것은 목요일 1교시마다 전교생이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했던 예배시간입니다.

참 우스운 것은 뺑뺑이로 들어간 학교임에도 불구하고 천주교나 불교를 믿는 학생들에게 예배 불참의 자유가 주어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몇몇 용감한 학우들이 종교의 자유를 이야기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하나였습니다.

"예배보기 싫으면 다른 학교로 전학가"

이사장이 공금을 횡령하고, 친인척으로 학교의 핵심요직을 채우는것에 비하면 예배강요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 사례를 예로 든 것은, 사립학교가 설립자의 사적 소유물로 당연시 되는 대한민국의 상황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주는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의 종교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전체 학생을 예배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과연 학교의 돈을 자신의 돈처럼 여기지 않을거라고 기대할 수 있을까요?

3. 재산권과 교육의 공공성 사이의 싸움

상지대 사태는 단순히 김문기와 상지대 사이의 싸움이 아니라, 대학을 바라보는 대한민국의 관점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매우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만약, 김문기가 복귀한다면 우리는 설립자의 재산권이 교육의 공공성에 우선한다는 현실적 판단을 받게 되는 셈입니다.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학교를 설립하기 위해 설립자는 상당히 많은 사재를 털어넣었다.

그가 치른 경제적 희생을 감안하면, 학교운영에 대한 종국적인 권한은 설립자에게 주어져야 하는 것 아닌가?

물론 일응 타당한 주장입니다.

하지만, 설립자의 설립이념이 절대적으로 보호받기 위해서는 그 전제로 우리에게 합리적 대학 선택권이 존재해야 합니다.

과연 대한민국의 고등학생들은 대학을 선택할 자유가 있나요?

대학이 진리를 탐구하는 공간이라는건 아주 오래전 이야기입니다.

이제는 대학졸업장이야말로, 대한민국 사회에서 인간답게 살기위한 필수조건입니다.

요즘에는 대학을 가야한다는 사실이 고등학교를 다녀야 한다는 사실 만큼이나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결국, 성적이라는 변수가 선택권에 일정정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우리는 합리적인 선택권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성적과 거주지 등에 의하여 몇몇 대학중 하나를 강제로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는 것입니다.

사립대학이 전체의 85%를 차지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국립대학을 가지 못했다는 이유로 과연 학생들이 설립자의 의사에 따라 자신의 청춘 4년을 날리는게 타당한가요?

사립학교가 국가가 책임지지 못하는 고등교육을 대체하는 것이라면 우리는 사립학교에도 당연히 교육의 공공성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학교재단이 비과세를 비롯한 각종 특혜를 부여받고 있는 것도 사립학교가 교육이라는 공공재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교육의 공공성을 더이상 사유재산이라는 말로 더럽히지 않기를 바랍니다. 

4. 당신과 나의 문제이며, 우리 아이들의 문제입니다

통제받지 않고, 비판받지 않는 권력이 재등장하여 전보다 더한 비리와 전횡이 사립학교들을 다시 지배할 수 있습니다.

상지대가 무너지면 도미노 효과는 사립학교 전체에 퍼지고, 우리는 다시 한걸음 교육의 공공성으로부터 멀어지게 됩니다.

우리가 겪었던 불합리와 모순, 사립학교에 다닐지도 모르는 우리 아이들에게까지 물려줄 수는 없지 않을까요?

늦었지만 힘을 모아 반드시 상지대를 지켜냈으면 좋겠습니다.

상지대를 위해 투쟁하는 모든 분들! 힘내십시오!


<상지대 사태와 관련하여 다음 글들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민노씨 : 10분이면 상지대를 구할 수 있습니다(
http://minoci.net/1124)

상지대 구출 대작전 :
http://saveschoo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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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제라드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