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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2.13 통큰치킨과 공정거래법, 그리고 이념적 소비 (11)
이마트 피자가 가져온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롯데마트의 통큰 치킨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한마리에 50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

영세 자영업자들을 순식간에 길거리로 내몰 수 있을 정도의 놀라운 가격입니다.

경쟁자들의 압력과 여론의 비난 때문인지 결국 롯데마트는 통큰 치킨의 판매를 중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1. 자유시장경제질서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에서는 약칭해서 "공정거래법"이라고 하겠습니다)

대한민국은 자유시장경제질서를 그 근간으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제와 관련된 모든 사항들을 시장의 자율에 맡길 경우 힘있는 사업자들에 의해 온갖 불공정 행위들이 자행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공정거래법은 각종 불공정거래행위들을 금지하고, 이러한 금지규정을 위반한 사업자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통큰 치킨과 관련해서는 부당염매, 즉 물건을 싸게 파는 행위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2. 부당염매는 왜 문제일까?

통큰치킨은 종래 경쟁상품에 비해 파격적으로 싼 가격입니다.

싸게 판다... 이거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은거 아니야?
 
공정거래법의 궁극적인 목적이 공정경쟁과 소비자 이익의 보호라면, 경쟁이 활성화되어 상품의 가격이 낮아지고 서비스가 좋아지는건 오히려 소비자 입장에서 환영할만한 일이 아니냐고 반문하실 수 있습니다.

물론, 물건을 싸게 사는건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공정거래법 및 동법 시행령에서는 아래와 같이 부당염매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3조(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
① 사업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로서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이하 "불공정거래행위"라 한다)를 하거나, 계열회사 또는 다른 사업자로 하여금 이를 행하도록 하여서는 아니된다.
2. 부당하게 경쟁자를 배제하는 행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
3. 경쟁사업자 배제                                                          
법 제23조(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제1항제2호에서 "부당하게 경쟁자를 배제하는 행위"라 함은 다음 각목의 1에 해당하는 행위를 말한다. 
가. 부당염매
자기의 상품 또는 용역을 공급함에 있어서 정당한 이유없이 그 공급에 소요되는 비용보다 현저히 낮은 대가로 계속하여 공급하거나 기타 부당하게 상품 또는 용역을 낮은 대가로 공급함으로써 자기 또는 계열회사의 경쟁사업자를 배제시킬 우려가 있는 행위


소비자에게 좋은 염매행위를 공정거래법에서는 도대체 왜 금지하고 있는 것일까요?

예를 들어 설명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동네에 A라는 비디오 가게가 하나 있습니다. 인건비, 건물임대료 등을 고려했을 때 A비디오 가게는 비디오 하나당 800원을 받고 대여를 해주면 수익이 0원이 됩니다.

A비디오 가게에서는 비디오를 개당 1,000원에 대여해주면서 800원으로 원가를 충당하고 200원의 수익을 남기고 있습니다.

그런데, 얼마전 우리동네에 B라는 비디오 가게가 새로 생겼습니다. 인건비와 건물임대료 등이 비슷하기 때문에 B비디오 가게 역시 비디오를 개당 800원에 대여해줘야 수익이 0원이 됩니다.
 
하지만, B라는 비디오 가게는 개당 500원의 대여료를 받으면서 비디오를 대여해주기 시작합니다.

종래의 절반 가격으로 비디오를 대여해주기 시작하자 손님들이 B라는 비디오 가게만 이용하기 시작합니다.

A라는 비디오 가게는 울며 겨자먹기로 경쟁을 위해 대여료를 500원으로 인하하지만, 자금이 충분하지 않아, 누적되는 손실을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폐업을 하게 됩니다.

경쟁사업자가 사라지자 B라는 비디오 가게는 가격을 1200원으로 올리고 종래의 손실을 보전합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500원의 가격으로 비디오를 빌릴 수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좋은 것 같지만, 결국에는 1200원에 비디오를 빌려봐야 하는 결과가 발생하게 되어 소비자의 이익이 저해되는 것입니다.

위 사례를 생각해보시면 공정거래법이 왜 부당염매를 제한하고 있는지 잘 아실 수 있을 겁니다.

부당염매를 제한하는 이유는 결국 경쟁사업자를 시장에서 배제시킨 뒤에 가격을 상승시켜 그 손실을 보전하는 영업방식을 규제하기 위한 것입니다.

3. 통큰치킨도 부당염매에 해당할까?

그렇다면, 논란이 되었던 통큰치킨도 부당염매에 해당할까요?

부당염매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우선 원가 이하 판매에 해당하여야 하며, 둘째로 경쟁 사업자를 배제시킬 우려가 있어야 합니다.

5000원이라는 가격이 파격적인 것은 틀림없지만, 원가이하 판매일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대량 원료구매 등을 통해 원가절감이 이루어지고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원가이하 판매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부당염매로 공정위의 제재가 이루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또한, 롯데마트에서는 300마리로 매점당 판매량을 제한하였기 때문에(향후에도 이런 판매량 제한이 계속될지는 상당히 의문입니다만) 경쟁사업자가 이로 인해 시장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4. 우리가 왜 닭집을 걱정해야 할까?

통닭은 대표적인 서민들의 야식거리, 안주거리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동네 상가에 비슷한 닭집들이 몇개씩 존재하는 이유가 단순히 통닭 수요가 많기 때문일까요?

우리나라에 닭집들이 왜이리 많은지 궁금하시다면 MBC 스페셜 닭큐멘터리 "치킨'을 한 번 보시기 바랍니다.(MBC 닭Q멘터리 치킨)

기업에서 정리해고 된 직장인들, 대형마트의 진입으로 업종을 변경할 수 밖에 없었던 슈퍼 사장님들 같이 자본주의 경쟁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자본과 기술의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닭집을 오픈하여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닭집이란 자신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입니다.

따라서, 대기업이 이들의 마지막 생계유지 수단을 박탈할 수도 있는 경쟁영업을 시작하는 것은 매우 신중해야 합니다.

5. 소비도 이념대로 하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값싸고, 질좋은 상품을 구매하는게 당연하고, 이것이 바로 자본주의의 본질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소비에는 이념이 없고, 가격과 품질만이 존재한다.

언뜻보면 참 멋진 말입니다.

하지만, 이런 원칙을 고수할 경우 우리는 공정무역 커피를 사마실 필요가 없습니다.

아프리카에서 생산되는 커피가 원주민을 착취해서 생산한 것이든 아니든 가격만 저렴하면 그만이니까요.

그들이 영양실조에 걸려 적도의 태양과 싸우는 동안에도 우리는 편안한 쇼파에 앉아 보다 저렴한 커피를 사먹으로 됩니다.

하지만, 가격과 품질 외에 다른 요소를 고려하여 구매여부를 결정하는게 이념적인 소비인 것처럼, 가격과 품질만 고려하는 소비도 이념적인 소비입니다.

그러한 소비에는 약자보호, 상생, 환경보호, 착취의 배제, 아동노동의 보호와 같은 다른 가치에 대한 배제가 전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부디 통큰치킨이 우리나라에 이념적 소비(저는 인간적 소비라고 부르고 싶습니다만)를 앞당기는 디딤돌이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이병찬 변호사(제라드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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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제라드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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