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세계적인 경영석학인 말콤 글래드웰의 저서 "아웃라이어"는 대한민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베스트셀러 중 하나입니다.

그가 책에서 언급한 "1만 시간의 법칙", 곧 특정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1만 시간의 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게 회자되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가 7장에서 다루었던 "비행기 추락에 담긴 문화적 비밀"이라는 내용이 가장 인상깊었고, "1만 시간의 법칙"에 비해 우리에게 보다 많은 시사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문화가 대한민국의 조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2. PDI란 무엇인가

말콤 글래드웰은 1997년 대한항공 801편이 괌에서 추락한 사건에 대하여 언급하면서 이 추락사고가 PDI와 관련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PDI는 Power Distance Index의 약자로 우리말로 번역하면 "권력거리지수"가 될 것입니다.

PDI는 특정문화가 위계질서와 권위를 얼마나 존중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다시 말해, PDI는 위계질서가 조직 내에서의 커뮤니케이션에 미치는 영향을 계량화한 것으로, 문화적 배경에 따라 하급자가 상급자에게 자신이 생각하는바를 얼마나 직접적으로 말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각 문화별로 PDI가 어느 정도인지 측정하기 위하여 홉스테드는 "직원들이 관리자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음에도 두려움 때문에 그것을 드러내지 않는 일이 얼마나 자주 발생하는가?"라는 질문을 합니다.

PDI 수치가 높은 국가일수록 위계질서를 중시하는 문화적 성향이 강한 것으로, 우리나라는 브라질에 이어 PDI 수치가 2번째로 높은 국가입니다.

3. PDI가 괌 사고에 미친 영향
 
97년 추락사고 당시 기후가 매우 좋지 않았고, 괌 비행장의 유도등도 고장난 상태였으며, 기장은 오랜 비행으로 극도의 피로를 느끼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기장은 무리한 착륙을 시도하다가 언덕을 들이받게 됩니다.

물론 여러가지 상황들이 사고의 위험성을 증가시켰지만 우리가 이 사고에서 가장 눈여겨 보아야 할 점은 동승하고 있던 부기장이나 기관사가 기장의 무리한 착륙시도를 전혀 통제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부기장과 기관사는 심각한 위기상황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장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하여 완곡어법을 사용하였으며, 이로 인해 기장은 자신의 오판을 수정하지 못했습니다.

4. PDI와 대한민국의 조직

흔히, 대한민국의 조직에는 소통이 부재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물론 이런 문화적 배경이 자리잡게 된데에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유교적 가부장제도, 일제의 식민통치, 군사독재시절의 철권통치가 이와 같은 권위주의적 문화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권위주의적 조직문화는 어린사람, 직급이 낮은 사람이 연장자나 의사결정권자에게 직언을 하는 것을 금기시하는 분위기로 이어집니다.

이는 비단 항공기 조정실에서만 발생하는 현상은 아니며, 국가, 기업, 학교 등 대한민국의 모든 조직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문제입니다.

피라미드식 관료제가 높은 PDI와 결합하면 조직에 많은 문제를 야기합니다.

조직의 정점에 있는 사람에게 절대적인 권한이 부여되고, 책임도 집중됩니다.

이와 같은 경우 의사결정권한이 결여되어 있는 하위직급자들을 무력감에 빠지고, 이들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하여 방어기제를 작동시킵니다.

"어차피 내가 얘기해봤자 받아들여 주지도 않을텐데...."

"어차피 책임자가 자기 마음대로 했으니, 난 아무 책임이 없어..."

비행기 조종에 부기장과 기관사를 두는 이유는 기장이 저지를 수 있는 오류를 시정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기 위한 목적도 있는데, 이런 식으로 보좌진들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없게 되면 조직의 존재 이유 자체가 소멸하게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5. 그의 문제제기 경청해야

말콤 글래드웰의 지적에 우리는 주목해야 합니다.

조직의 의사결정구조가 왜곡되면, 비행기 추락사고보다 훨씬 참담한 결과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조직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어떻게 구성원들의 의견을 듣고, 이를 의사결정에 반영할 수 있는지에 대한 해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조종실에서 일어나는 실수도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 수 있는데, 그러한 실수가 만약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대기업 차원에서 발생한다면 얼마나 더 참혹한 결과가 발생할까요

종래의 조직문화를 혁신하는데에는 적지않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것입니다.

하지만, 조직의 장기적 발전을 원하는 리더라면 이러한 문제를 보다 깊이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지속적인 노력으로 조직문화를 혁신한다면 그 성과는 아마도 상상을 초월할 것이며, 노력 이상의 보상이 뒤따르게 될 것입니다.

말콤 글래드웰에 대해서 관심이 생기셨다면 그의 TED 강연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고객의 다양성을 존중하라

                                                                                     이병찬 변호사(제라드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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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포스팅을 올리네요.

많은 분들의 성원과 격려 덕분에 인터넷 주인찾기 제2회 컨퍼런스 "저작권, 창작의 무덤"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행사도 돌아볼 겸 리뷰를 써야겠다고 오래전부터 마음은 먹고 있었는데, 일에 쫓기다보니 이제서야 포스팅을 올리게 되네요.

이번 컨퍼런스에 논의되었던 주요 내용은 인터넷 주인찾기 공식 홈페이지를 살펴보시는게 오히려 빠르고 정확할 것 같아서 전 이번 컨퍼런스 자체보다는 인터넷 주인찾기가 어떤 모임이고, 저에게 인터넷 주인찾기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간략하게 한 번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물론, 제가 인터넷 주인찾기의 입장을 대변하는 위치에 있지 않기 때문에, 이하의 내용은 지극히 제 주관적인 판단에 근거한 것임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제가 인터넷 주인찾기 모임에 처음 참가하게 된 것은 존경하는 팟캐스터 @Sadgagman님의 권유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인터넷 주인찾기 모임에서는 "인터넷 실명제"와 관련한 제1회 컨퍼런스를 기획 중이었는데, 블로거로서 인터넷 실명제가 가진 문제점에 대한 발제를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게 되었습니다.

둘째가 태어난 직후인데다가 블로그를 시작한지 약 5개월밖에 되지않은 시점이라 과연 발제를 담당할 능력과 자격이 있는지 회의도 들었지만 주변 분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컨퍼런스를 마칠 수 있었고, 이것이 저와 인터넷 주인찾기의 첫 인연이 되었습니다.

인터넷 주인찾기 모임에서 컨퍼런스를 준비하는 과정은 저에게는 참으로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모든 멤버들은 개성이 강하고, 각각의 재능도 다양했지만, 한결같이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고, 의견충돌이 생길 경우에는 민주적인 방식으로 해결책을 모색했습니다.

특히 위계질서와 수익모델이 없는 조직인데도 유기적으로 운용되면서 훌륭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저에게는 큰 감동이었습니다.

저같은 대한민국의 30대가 겪는 일상은 대체로 비슷합니다.

회사에 출근해서 업무를 보고, 야근과 회식에 시달리고,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가면 아이들과 잠시 놀아주다가 잠자리에 듭니다.

이런 일상이 몇년씩 반복되면 점점 세상을 보는 눈이 좁아지고, 만성적인 피로와 스트레스에 지쳐 당장 눈앞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급급해지죠.

세상에 아무것도 무서울 것이 없던 20대에 마음 속 깊숙히 간직했던 꿈은 이미 진열대안의 화석처럼 그 생명력을 잃어버린지 오래입니다.

당장 가족들이 함께 살 집을 마련해야 하고, 아이들을 먹이고, 교육시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아무 생각없이 살다가 이따금 어처구니 없는 뉴스를 보거나, 오랜전 친구들을 만날때 문득문득 10년전 내모습이 떠올라 가슴아파하고, 괴로워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런 경험이 반복될수록 더 깊은 좌절감과 무력감이 찾아오곤 합니다.

저도 인터넷 주인찾기를 만나기 전까지는 죄의식과 무력감에 심하게 시달렸고, 그로인해 많이 힘들어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인터넷 주인찾기에 참여하면서 뭔가 의미있는 활동으로 사회에 공헌하고 있다는 조그마한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인터넷 주인찾기 모임이 네티즌들에 의하여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조직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인터넷과 관련된 각종 제도들은 대체로 정부의 필요에 따라 입안되어 왔으며, 이를 둘러싼 문제점도 대부분 정치권이나 학계에서만 논의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가장 첨예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네티즌들이 스스로 문제점을 논의하고 공유하는 자리는 많지 않았습니다.

인터넷 주인찾기는 이런 상황에 맞서 스스로 네티즌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기 위한 목적으로 조직되었으며,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더 외연을 확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꼭 인터넷 주인찾기가 아니더라도 이와같은 자발적 모임을 통해 의식화, 조직화가 이루어진다면,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대한 최소한의 희망은 가져도 좋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예측을 해봅니다.

감상과 소회를 적고나니 인터넷 주인찾기를 지나치게 미화한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제 주관적인 소견이니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모쪼록 대한민국의 인터넷 정책이 좀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전진하는데 인터넷 주인찾기가 좋은 밑거름이 되기를 바라며, 저도 미력하나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컨퍼런스를 준비하고, 격려와 성원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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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문제와 관련하여 참고할만한 다큐가 있어서, 많은 분들께 도움이 될 것 같아 추천할까 합니다.

브렛 게일러 감독의 <찢어라 리믹스 선언>(rip : A Remix Manifesto)입니다.




1. 저작권과 창작의 자유

다큐는 인터넷 시대의 저작권과 관련된 여러가지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주된 이야기는 캐나다 출신의 뮤지션 Girltalk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Girltalk는 매쉬업 기술을 통해 종래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음악을 편집하여 자신의 음악을 만들어내는 뮤지션입니다.

다큐에서 그가 음악을 믹싱하는 모습을 보면 그가 단순히 기존의 음악을 짜집기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전혀 새로운 음악을 창조하고 있다는 점을 명백히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행 저작권법하에서는 그가 원저작자의 허락없이 만들어내는 모든 음악은 불법입니다.

현행 저작권 관련 법규는 Girltalk와 같은 뮤지션들의 창작의 자유를 현저히 제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매쉬업 음악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로부터 선택의 자유를 박탈하고 있습니다.

2. 해아래 새것이 없나니(전도서 1:6~10)

성경에 보면 "해아래 새것이 없나니"라는 전도서 구절이 있습니다.

전도서에 나오는 이 구절 만큼 저작권의 본질을 잘 지적하는 문장은 없을 것입니다.

월트디즈니를 보면 저작권과 관련된 그들의 주장이 얼마나 자기모순적인지 잘 알 수 있습니다.

 
신데렐라, 백설공주, 인어공주 등 디즈니의 인기 애니메이션들은 이미 다른 누군가에 의하여 창작된 저작물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월트디즈니는 다른 사람의 저작물을 "공짜로", "아무런 제한없이" 사용하여 엄청난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들이 디즈니의 저작물을 사용하는 것은 지극히 폭력적인 방식으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3. 미국의 사다리 걷어차기

이처럼 저작권자들이 폭력적인 방식으로 자신들의 저작권을 보호하고 있는 것은 디즈니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미국은 이제 국가차원에서 저작권 보유 영리단체들을 체계적으로 보호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미국의 다국적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음악, 영화, 소프트웨어 등 지적재산권을 존중하도록 개발도상국들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얼마전까지만해도 다른 국가들의 지적재산권을 전혀 존중하지 않았습니다.
 
일단 지적재산권과 관련한 각종 영역에서 우위를 점유하기 시작하자, 후발주자들에게 저작권을 존중하도록 강요하고 있는 것입니다. 장하준 교수가 주장해온 "사다리 걷어차기"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죠


4. 공포 분위기 조성

이미 불법 다운로드가 일반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무료로 이용해 왔던 저작물에 대해 대가를 지급하도록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미국 저작권 관련 단체에서는 기득권 보호를 위해 크게 2가지 방법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일단 자국 국민들에게 사용하는 방법인데, 불법 사용자들을 고소하고 상당한 금액의 합의금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만약 합의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에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손해배상으로 청구합니다.

다음으로는 국가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저작권 보호정책인데,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개발도상국에 지적재산권을 존중하도록 강요하고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무역제재 등을 통해 불이익을 주는 방식입니다.

5. 기술의 발달과 수익모델의 변경

기술은 점점 빠른 속도로 발달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기술은 종래의 기득권을 무너뜨리죠. 복사기술은 필사본을 만들던 사서들의 수익을 박탈했고, 텔레비젼은 라디오 산업을 붕괴시켰습니다. 인터넷의 출현은 신문, 잡지, 방송 등 올드 미디어들을 총체적인 위기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영화사, 음반사 등 기존의 미디어들은 저작권을 무기로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기 시작하면서 유튜브, 블로그 등 새로운 미디어들과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습니다.

역사적 사례에 비추어 생각해보면 이와 같은 신구 세력간 갈등은 결국 무엇이 정의에 부합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강하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될 것입니다.

따라서, 자유로운 정보의 공유가 저작권보다 중요하고, 저작권을 위해 창작의 자유를 억압하면 그것이 불법다운로드보다 더욱 심각한 범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연대해서 이 전선에서 힘을 모으고, 기득권과 맞서 싸울때 패러다임의 전환은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6. 과연 바람직한 대안은 무엇인가?

누구나 인정해야만 하는 사실은 결국 어느 누구도 과거와 동일한 방식으로 돈을 벌 수는 없다는 점입니다. 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저작권은 대부분의 경우 집합적 지식의 총체로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하고, 변형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통해 우리는 문화적으로 더욱 풍족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문화 콘텐츠에 대한 생산과 유통의 독점은 기득권자들에게 부를 가져다줄지는 모르지만, 평등과 자유라는 인터넷의 본질에 반하며, 인터넷이 우리에게 가져다준 혜택을 완전히 사장시킬 수도 있습니다.

새로운 시대의 저작권에 대한 해법이 무엇이든간에, 정보에 대한 접근과 창작의 자유를 최대한 허용하는 방식으로 문제가 해결되기를 기대합니다.

인터넷 시대의 저작권에 대해 고민하고 계신다면 한 번쯤 보시길 추천합니다.

                                                                                    이병찬 변호사(제라드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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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무어는 미국의 어두운 단면을 특유의 재치와 해학으로 파헤쳐 전세계에 수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다큐멘터리 감독입니다.

물론 저도 그의 골수팬 중 한명이구요.

오늘은 그가 미국의 의료보험체계를 비판한 다큐멘터리 "식코(Sicko)"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1. 미국의 의료보험은 어떤 수준인가?

다큐는 미국의 의료보험 제도에서 소외된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첫번째 부류는 보험료를 낼 수 없어 의료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사람들입니다.

손가락을 잘리고도 의료보험이 없어 봉합수술을 받지 못하는 사람, 약값을 감당할 수 없어 70이 넘은 나이에도 마트를 청소하고, 진통제 대신 브랜디를 마셔야 하는 사람들의 비참한 현실이 나옵니다. 

두번째는 부류는 보험료를 꾸준히 내고도 보험료를 지급받지 못하는 사람들입니다.

보험사의 말도 안되는 핑계로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해 집에서 죽음을 기다리던 사람들, 그런 가족의 죽음을 지켜봐야만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소개됩니다.

이런 일련의 사건이 세계 1위의 경제대국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미국 병원에서는 더이상 의료비를 감당할 수 없는 환자들을 다른 병원 앞에 내다버리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2.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걸까?

이런 일련의 사태는 의료보험이 민영화되면서, 보험사들이 이윤 극대화를 쫓아 움직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보험사가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안은 크게 두가지입니다.

일단 치료비가 많이 들 것 같은 사람에 대해서는 보험가입을 거부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의료보험의 혜택에서 제외됩니다.

당연히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은 1순위 배제 대상이 됩니다.

다음으로는 당연히 지급해야할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방법입니다.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서는 빌미를 찾아야 합니다.

보험사는 의사를 포함한 전문가들을 영입하여, 보험금 지급을 청구하는 환자의 과거 병력을 샅샅이 뒤집니다.

과거에 있었던 아주 사소한 질병도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벌어들인 천문학적인 수익으로, 보험사는 영향력 있는 정치인들에게 로비를 하고, 보험사 임원들에게 거액의 보너스를 지급하고,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을 수 있도록 조력한 의사들에게 월급을 지급합니다.

이런 부패하고 불합리한 시스템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의료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해 죽어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보험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 또한 엄청난 죄책감과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3. 다른 나라들 이야기

다큐에서는 프랑스와 영국, 캐나다, 그리고 쿠바의 의료체계를 미국과 비교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의사들이 보험금 지급을 거부할 사유를 찾으며 돈을 벌고 있는동안 영국의 의사들은 자기가 돌보고 있는 환자들이 담배를 끊거나,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아지면 그에 따라 보너스를 지급받고 있습니다.

얼마나 극명한 차이입니까?

미국에서는 의료의 본질을 돈으로 보지만, 유럽의 여러나라들에서는 의료를 건강의 증진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는 것입니다.

심지어는 쿠바에서도 미국에 비해 국민들이 훨씬 더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습니다.

4. 죽기 싫으면 시스템에 순응해...

생명권과 건강권은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데 기초가 되는 기본권 중의 기본권입니다.

그리고, 의료란 기본적으로 아픈 사람들이 질병과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도록 돕는 행위입니다.

돈은 그 다음 이야기죠.

의사와 의료기관이 이윤을 추구하기 시작하면,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는 환자들은 더이상 생존조차 보장받을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소신대로 삶을 영위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도 생명과 건강은 포기할 수 없는 가치입니다.

자본주의 시스템에 순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신과 가족의 생명과 건강을 유지할 수 없다면, 국민들은 민주주의적 가치나 인간의 존엄에 대한 고민을 더이상 할 수 없습니다.
최소한의 생존조건을 보장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국가와 시장이 제공하는 최소한의 보호라도 누리기 위해서 시스템에 순응할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의료보험 민영화는 단순히 의료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자본주의 시스템 자체의 문제입니다.

5. 의료보험 민영화 절대 막아야

대한민국에서도 의료보험 민영화에 대한 이야기들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의료보험 민영화 이후 국민들의 삶이 어떠할지 우리는 Sicko를 통해 똑똑히 목격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미국과 동일한 실수를 범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마이클 무어의 다른 작품들이 궁금하시다면 아래 글들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 자본주의 러브스토리(Capitalism : A Love Story)
- 볼링 포 콜럼바인(Bowling for Comlumbine)

                                                                                     이병찬 변호사(제라드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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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훈과의 만남

김훈이 '칼의 노래"를 처음 발표했을 때, 평론가들은 그가 우리 문단에 내린 "벼락같은 축복"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남한산성을 읽으며, 그의 군더더기 없으면서도 수려하고, 날렵하면서도 세련된 문체에 압도당했다.

"벼락같은 축복"이라는 찬사가 결코 그에게는 넘치지 않았다.

2. 병자호란과 남한산성

여진족의 족장이던 누르하치는 여진족을 통일하여 후금을 세운다. 이후 국호를 청으로 변경하고, 청을 오랑캐로 여기며 신하의 예를 받들지 않는 조선의 왕을 벌하기 위하여 10만 대군을 보낸다.

강화도로 들어가 청군에게 대응하고자 하던 인조는 길이막혀 남한산성에서 머무르게 된다.

"남한산성"은 인조가 청에 맞서 47일간 남한산성에서 항전했던 시간을 기록한 소설이다.

추위에 몸이 얼어가고, 먹을 것도, 입을 것도 없는 상황에서 하루하루 숨통이 끊어져가던 조선왕조와 민초들의 이야기이다.

3. 주전파와 주화파의 갈등

언제 어디서나 외침이 발생하면 명분을 중시하여 전쟁을 주장하는 주전파와 삶을 얻고자 하는 주화파가 갈라지게 마련이다.

김훈은 소설에서 최명길과 김상헌을 통해 이러한 갈등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절대선과 절대악 사이의 싸움은 아니다.

그리고, 죽음을 목전에 두어본 적 없는 자들이 역사의 이름을 빌려 함부러 누군가를 판단하는 것도 참 주제넘는 짓이다.

모든 사람들에게는 삶의 이유가 있고, 포기할 수 없는 가치가 다른 것이다.

이 소설에서 이 사실을 참으로 뼈저리게 느낀다.

4. 입으로 성을 지키는 자들

남한산성에서는 입으로만 대의를 말하는 수많은 위정자들이 나온다.

물론 그들은 전쟁에 나가지 않는다.

그들은 하급 군병들에게는 준엄한 군율을 요구하면서도 언제나 입으로 결사항전을 떠들어댄다.

예나 지금이나 전쟁을 일으키는 자와 전쟁에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자는 따로 있다.

자신의 머리카락 한 올 내놓지 않으면서 전쟁을 논하는 자와, 위정자들의 명분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자들

그 사이에는 삶과 죽음보다 더 넓은 간극이 있다.

5. 민초들의 고통

전쟁은 시대와 지역을 막론하고 사회의 약자들부터 희생시킨다.

특히 어린이와 여자들은 첫번째 희생자다.

김상헌은 청병들에게 얼음길을 인도해줄까봐 자신의 길을 인도해준 뱃사공의 목을 밴다.

하루하루 끼니를 연명하고 자식들을 길러야하는 민초들에게 몰락하는 조선왕조의 명분 따위는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을 것이다.

더욱이 김상헌이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조선왕조는 결국 인조가 오줌을 누는 칸 앞에서 삼배를 하면서 처절하게 무너진다.

6. 삼전도의 굴욕

칸이 삼전도에 당도하고, 인조는 끝내 항복을 결정한다.

목숨은 길고 질긴 것이기에, 그들의 삶은 굴욕이후에도 계속된다.

치욕위에도 삶은 계속되며, 그들은 그렇게 훗날을 도모한다.

참 가슴아프도록 무참하게 짖밟히는 조선왕조를 보면서, 힘없는 나라의 백성으로 살아가야 했던 민초들의 질긴 생명에 깊은 연민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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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태백산맥과의 만남


제가 태백산맥을 처음 읽은 것은 대학교 1학년 때였습니다.

지금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90년대 중반에는 태백산맥이 새내기 추천도서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국사시간에는 1945년 해방이후의 역사에 대해서 교육을 받아본 적이 전혀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제 고교시절 국사선생님께서는 마지막 수업시간에 "역사는 50년이 지나야 비로서 평가할 수 있다"는 인상적인 말을 남기고 해방이후의 역사는 생략하셨습니다. 

어찌됐건 여순사건으로 시작하는 태백산맥을 통하여 현대사를 공부하면서, 우리민족의 수난이 얼마나 길고 고통스러웠는지 어렴풋하게나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태백산맥 덕분에 반공이데올로기나 주체사상에 경도되지 않고 비교적 합리적인 시각으로 현대사를 바라보는 안목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2. 작가의 치열함과 읽는 자의 부끄러움

태백산맥을 보면서, 조정래의 글솜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치밀하고, 시적인 배경묘사, 수많은 인물들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과 같은 개성을 가지고 있고, 그들의 갈등구조가 너무나도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10권짜리 장편인데도 전혀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지않고, 한번 빠져들면 쉽게 헤어나올 수 없는 몰입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독자에게는 이렇게 흥미롭던 소설이 작가에게는 얼마나 뼈를 깍는 고통이었는지 황홀한 글감옥을 보면서 알게되었습니다.

조정래 작가는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으로 이어지는 3편의 대하소설을 완성하기 위해 20년간 술 한잔 마시지 않으면서 하루에 16시간씩 집필작업에 전념했다고 합니다.

단순히, 글만 써도 힘들었을텐데, 그 사이사이 보수단체로부터 걸려오는 협박전화에 시달렸으며, 검찰 수사에 대응해야 했습니다.

이처럼 문인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쓴 작품이니 어찌 독자가 감동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황홀한 글감옥을 보니 그의 작품들을 너무 건성으로 읽은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들 정도였습니다.

3. 조정래 선생님이 생각하는 문학론, 작품론, 인생론

조정래 선생님은 황홀한 글감옥을 통해서 문학이란 무엇인지, 작가 자신이 바라보는 작품은 어떤지, 인생은 어떻게 살아햐 하는지에 대하여 솔직하고 차분하게 이야기해줍니다.

참으로 여러가지 면에서 존경할만한 분인 것 같습니다.

우선 철저한 자기절제, 작품과 주변사람을 대하는 그의 태도, 무서울 정도의 책임감 등

그를 통해 문학이 뭔지, 인생이 뭔지 참 많이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4. 글을 잘 쓰고 싶은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저에게도 글을 잘 쓰고 싶은 참으로 간절한 욕구가 있고, 어떻게 하면 좀 더 훌륭한 글을 쓸 수 있을지 참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조정래 선생님이 충고하는 것처럼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쓰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는 것 같습니다.

원칙에 충실한 자만이 훌륭한 작가가 될 수 있다는 결론이 특별할 것은 없지만, 40년간 작가로 치열하게 살아온 조정래 선생님이 직접 전하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그 무게감은 남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그의 작품을 사랑하는 분들, 글을 잘 쓰고 싶은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저의 가슴을 가장 깊게 후벼팠던 문장 하나를 인용하면서 끝마칠까 합니다.

"사람이 사람으로서 해서는 안 되는 짓이 여럿 있지만, 그 중에 으뜸인 것이 좋은 머리 받고 태어나 많은 공부를 하고서도 남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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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제라드76
월드컵이 코앞으로 다가와서 축구와 관련된 책을 찾아보다가 우연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게임'이라는 책을 알게 되었습니다. 책을 사고 한참동안 이런 저런 사정때문에 못보고 있다가 이제서야 후기를 올리게 되네요.

1. 아파르트헤이트

아파르트헤이트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실행되었던 인종차별 정책입니다. 백인우월주의를 명시적으로 법제화한 것으로 이로인해 유색인종들은 교통수단, 교육시설과 같은 공공시설의 이용에서 불합리한 차별을 받았습니다. 심지어 다른 인종간에는 결혼 뿐만 아니라 성행위 까지 엄격히 금지되었다고 합니다. 이런 반인륜적인 인종차별정책으로 인해 저항세력이 형성되기 시작했죠. 남아공 정부는 아파르트헤이트에 반대하는 저항세력을 사회와 완전히 격리시키기 위해 탈출이 불가능한 로벤섬에 정치범들을 수용하기 위한 교도소를 건설합니다. 우리가 잘 알고있는 넬슨 만델라도 로벤섬에서 오랜 기간 수감생활을 했다고 하는군요.



2. 죽음의 로벤섬

로벤섬에 수용된 정치범들에 대한 교도관들의 학대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습니다. 구타와 욕설은 기본이고 정치범들의 자존감을 박탈하고 모멸감을 주기위한 갖가지 수단을 동원합니다. 영양도 형편없고, 양도 부족한 식사를 제공하고, 일과중에는 채석장에서 중노동을 하도록 강요합니다. 또한 다른 정치세력을 지지하는 정치범들을 같은 감방에 배치해서 충돌과 분열이 일어나도록 조장합니다.

3. 미래에 대한 믿음

하지만, 그렇게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수감자들은 희망을 잃지 않고, 아파르트헤이트를 해체하고 아파르트헤이트 이후의 남아공을 설계하는 일에 매진합니다. 능력있는 수감자들이 동료 수감자들에게 읽고 쓰는 법, 정치/경제를 가르칩니다. 그들의 공동체의식과 학구열에 매료되어 나중에는 교도관도 수감자들로부터 교육받는 일까지 발생하죠

4. 축구는 왜 위대한가

그들은 또한 절망의 로벤섬에서 축구 리그를 만들고 경기를 개최합니다. 축구는 험란한 수용생활 속에서 체력을 단련하고, 여러 정치집단으로 나누어져있는 수감자들을 하나로 결속시키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수감자들은  축구를 정말 진지하게 받아들입니다. 남자들만 있는 곳에서 스포츠를 하는게 뭐그리 대단한 일이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물론 축구는 군대에서, 학교에서도 인기있는 스포츠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축구를 할 수 있는 권리를 쟁취하기 위하여 교도소 당국과 약 4년간의 투쟁을 벌입니다.

또한 그들은 축구협회, 심판위원회 등 각종 협회를 조직하고, 조직 및 경기에서 FIFA 규정을 엄격하게 준수하며, 그들의 리그를 기억하기 위해 경기기록를 포함한 모든 사항을 꼼꼼하게 기록합니다.

그들은 "심판이 없으면 축구는 없다"는 말이 통용될 정도로 규칙과 규정을 중시하였으며, 심판의 판정에 대해 논란이 있으면 대화와 협의를 통하여 이를 해결합니다.

한마디로 그들에게 축구는 그냥 재미삼아 하는 스포츠가 아니라 삶을 지탱하고 공동체를 유지하는 역할을 담당했던 것이죠.

5. 스포츠의 이중성

스포츠는 정말 위대한 유희입니다. 좋은 기록을 달성하기 위해, 상대방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항상 깊은 감동과 여운을 가져다주며, 실의에 빠진 사람에게 희망을 선물합니다.

하지만, 스포츠에는 참 이중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80년대 신군부처럼 스포츠를 통해 대중을 바보로 만들고, 정부에 대한 비판을 잠재우고자 스포츠를 활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로벤섬의 스포츠처럼 사람들에게 성취감을 부여하고 공동체 의식을 부여하는 경우도 있죠.

같은 물을 먹어도 젖소는 우유를 만들고, 뱀은 독을 만드는 것처럼 스포츠도 우리에게 이중적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스포츠가 그리고 축구가 어떤 의미를 주는지는 결국 공동체가 어떻게 이를 받아들이는지에 달려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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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제라드76

아주 우연히 퇴근길에 휴대폰으로 MBC 스페셜 "치킨"편을 보게 되었습니다.

평소에 다큐를 즐겨보기는 하지만 제목 때문에 사실 큰 기대없이 봤는데, 상당히 잘 만들었더군요.

다큐 첫부분에는 닭들이 달걀에서 부화할 때부터 마트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줍니다.

여기까지만 해도 닭이 양식되고, 도축되고, 가공되고, 포장되어 가는 과정을 비판적으로 다루고 있다고만 생각했었습니다.

닭고기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마치 공장에서 물건을 찍어내듯 닭들을 키워내고, 고압전류가 흐르는 물에 닭들을 집어넣고, 기계로 껍질을 벗기고, 머리와 발을 잘라내고, 내장을 제거하는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대량생산이라는 목표를 위해 인간이 어떤 방식으로 생명체를 취급하는지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닭들을 가공하는 모습은 마치 수천미터 항공에서 버튼 하나로 폭탄을 투하하고, 폭탄이 떨어지는 지점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전혀 일어나는지 알지 못하는 현대전투를 보는듯 했습니다.

다큐멘터리 후반부에는 수많은 치킨집들을 다루면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일상과 그들이 치킨집을 차리게 된 과정을 조명했습니다.

IMF 때문에, 경기침체로 인한 정리해고 때문에, 자신이 운영하던 슈퍼마켓이 주변에 들어선 대형마트로 망하는 바람에, 그들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치킨집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자본이 넉넉하지 못한 그들에게 치킨집 외에는 마땅한 대안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치킨집 사장님으로 나오는 인물들은 대부분 신자유주의라는 파도에서 쓸려 소규모 자영업자로 몰려나고 있는 우리 이웃들입니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벼랑끝에 몰린 서민들이 한 두명이 아니다 보니, 경쟁이 치열해져 치킨집조차 살아남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다큐에 나오는 모 치킨집은 반경 1km 안에 치킨집만 70개가 있다고 하더군요.

이들 치킨집 중 대부분은 몇달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다고 합니다.

평생고용이 옛말이 되어버리고, 빈부격차가 점점 심화되는 한국사회에서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겠다는 소박한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그들의 모습은 참으로 안쓰러웠습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치킨집을 통해 생명을 다루는 우리의 태도와 소규모 자영업자를 양산하는 한국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지루하지 않게 그려낸 다큐멘터리 제작진에게 찬사를 보냅니다.

그리고, 성실하고 소박하게 최선을 다하고 있는 치킨집 사장님들의 건투를 빕니다.

그들이 꼭 성공하기를 바랍니다.

물론 절대로 그럴리는 없다는 사실이 슬프기는 하지만요...


○ 참조 : 아래 주소에서 MBC 스페셜 닭Q멘터리를 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imbc.com/broad/tv/culture/mbcspecial/vod/?kind=image&progCode=1000833100571100000&pagesize=5&pagenum=1&cornerFlag=0&ContentTypeID=1&ProgramGroupID=15

                                                                                     이병찬 변호사(제라드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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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제라드76

오랜만에 마이클 무어의 신작을 접했습니다.

볼링 포 콜럼바인을 처음봤을때 그의 철학과 위트에 참 감탄했었고, 그 이후로 그의 골수팬이 되었습니다.

자본주의 러브스토리를 보면서 지루한 주제를 재밌고 쉽게 풀어낼 수 있는 그의 능력에 다시 한번 감탄했습니다.

1.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시스템

미국에서는 상위 1%의 국민이 전체 부의 9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정확한 수치는 모르겠지만 빈부격차가 나날이 심해지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되네요.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도 혁명이 일어나지 않고 자본주의 시스템이 유지될 수 있는 것일까요?

마이클 무어의 설명에 따르면 그것은 사회가 상위 1% 안에 속하지 못한 99%의 사람들에게 언젠가 1%에 속할 수 있다는 희망을 계속적으로 주입하기 때문입니다.

그 희망과 믿음이 혁명을 막는 일종의 메카니즘으로 작용하는 것이죠.

"열심히 일한다면 너희는 아메리칸 드림을 이룰 수 있다"

이런 허울좋은 거짓말을 지속적으로 주입하는겁니다.

하지만 위 문장을 반대로 해석하면 만약 누군가가 가난하다면, 그것은 그가 게으르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진보사학자 하워드 진은 "달리는 기차위에 중립은 없다"라는 책에서 자신의 가난한 유년시절을 언급하며, 자신의 부모가 얼마나 성실히 일했는지 회상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난에서 벗어나본적이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는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성실하지 않기 때문에 가난해지는 것은 결코 아니라고, 다시말해 "성실히 일한다고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은 거짓이라고 결론내립니다.

2. 통제를 잃은 금융기관의 횡포

미국의 거대은행들은 투자자들을 상대로 마치 금방이라도 부자가 될 것처럼 장미빛 환상을 심어준 뒤 대출을 받을 것을 유도하고, 대출금에 대하여 고액의 이자를 물린뒤,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고객들의 집을 압류하고 주인을 내쫓습니다.

물론, 자신의 유일한 재산인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이를 위험하게 투자하는 사람들도 문제지만 과연,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을 주입하면서 당장 투자자를 부자로 만들어줄 것 같이 고객을 농락하던 금융기관들, 그리고 이를 규제하지 않은 정부는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까요?

그들은 이미 학자금 대출에 허덕이고 있는 명문대학 출신 엘리트들을 끌어다가 파생상품을 만들고, 자기 회사를 위하여 일하고 있는 직원들의 목숨을 담보로 생명보험금을 타먹고, 정관계에 전방위적 로비를 하여 각종 금융규제를 무력화시킵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미국의 금융기관이 도산위기에 직면하자 그들은 세금으로 마련된 공적자금의 혜택을 받아 기사회생하고, 투자자들이 거리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에서도 임원들에게 천문학적인 규모의 인센티브를 지급합니다.

3. 버릴 수 없는 희망 - 우리는 무엇을 해야하는가

다큐멘터리에서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시티그룹이 거대 투자자들을 위해 작성했다는 보고서의 내용이었습니다.

시티그룹은 보고서에서 부를 차지하지 못한 99%의 국민들에게도 상위 1%와 동일한 투표권이 있다는 점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이것이 1%의 부를 지키는데에 가장 큰 위협이 된다고 결론내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결국 거대 금융기관의 바램과는 달리 99%의 지지를 받은 오바마가 대통령으로 당선됩니다.

또, 파업 노동자들을 지지하고 응원했던 사람들의 힘으로, 아메리칸 뱅크는 부당하게 해고되는 사람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합니다.

이웃들의 도움으로 집에서 쫓겨났던 가족들은 자신들의 집으로 되찾게 되는 일도 생기죠

상위 1%는 이미 미국경제를 좌지우지할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모든 국민에게 동일한 투표권을 부여하고 있고, 상위 1%가 우려하고 있는 것처럼 나머지 99%의 사람들에게 투표권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또한, 99%의 사람들 사이의 연대의식이야 말로 시스템을 변화시키는 가장 강력한 수단입니다.

우리는 우리에게 이런 강력한 무기가 있다는 사실을 빨리 자각해야 합니다.

허황되게 1%에 편입되기 위하여 노력하기 보다는 탐욕의 사슬로부터 자신을 해방시키고, 모든 사람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연대해야 합니다.

10년전만 해도 어느 누가 미국에서 흑인대통령이 집권하게 되리라고 예견했겠습니까?

하지만, 세상을 변화시키려고 하는 사람들의 연대를 통해 세상은 바뀌고, 상상이 현실이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아직 절망하기는 이릅니다.


마이클 무어의 다른 작품들이 궁금하다면 아래 글을 참조하세요
- 식코(Sicko)
- 볼링 포 콜럼바인(Bowling for Columbine)

                                                                                     이병찬 변호사(제라드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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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제라드76
저는 원래 일본소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입니다.

제가 대학교에 막 입학했던 시절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을 읽는 것이 젊은이들의 문화 아이콘으로 통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전공투를 경험한 무라카미 하루키는 혁명의 실패로 인해 자신의 내면에 남겨진 깊은 상실감을 소설로 승화시켰고, 일명 운동권 끝물로 불리던 90년대 중반 학번들은 더이상 혁명과 이념이 의미를 갖지 못하는 대학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혼란스러워 했었습니다.

"상실의 시대"는 이미 자본주의가 깊게 스며든 대학에서 좌표를 잃고 흔들리는 청년 지식인들에게 하루키가 들려주는 째즈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상실의 시대에 감명받아 이후 하루키의 거의 모든 작품들을 읽어봤지만, 상실의 시대만큼 깊은 여운을 주는 작품을 만나지는 못했습니다.

당시 무라카미 하루키의 인기는 실로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어서, 그 이후로 일본 작가들의 책이 봇물 터지듯 번역되어 나오기 시작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정서적인 차이도 존재하고, 번역의 미숙함 때문에 짜증이 나는 경우도 많아서 그 이후로는 더 이상 일본소설을 보지 않았었습니다.

그러던 중 최근에 서핑을 하다가 아주 우연히 어떤 블로거께서 추천사를 남기신 것을 보고 오쿠다 히데오의 "남쪽으로 튀어"라는 일본 소설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저에게는 오쿠다 히데오의 첫 작품이었는데, 일단 감상을 한마디로 기술하자면 "유쾌하다"라고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소설은 초등학교 6학년인 주인공 지로의 성장을 기본테마로 잡고 있습니다.

남학생이 주인공인 성장소설에서 흔히 다루어지는 이야기들, 예를 들면 동네 선배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거나 돈을 뺏기는 사건, 같은 반 여학생과의 소소한 연애사건, 첫 몽정과 여탕 훔쳐보기 등이 다루어집니다.

하지만, "남쪽으로 튀어"에는 이런 전형적인 성장소설의 기본줄기 위에 지로의 가족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사회적 문제에 대한 고찰이 가미되어 있습니다.

지로의 아버지는 종래 과격 운동권이었다가 오랜동안 계속된 조직 내부간의 갈등에 염증을 느껴 이제는 무정부주의자가 된 인물입니다. 연금을 수금하러 온 공무원과 경찰들에게 온갖 악담을 퍼붓는 분이죠.

아들인 지로의 수학여행 경비가 너무 비싼 것은 선생님들이 여행사와 결탁하여 뇌물을 받기 때문이라고 학교에서 소란을 피우기도 합니다.

우연히 주인공의 집에 얹혀살게 된 아버지의 후배가 반대파에게 테러를 감행하면서 도쿄에서 살던 주인공과 가족들은 남쪽 섬나라로 이주하게 됩니다.

하지만, 가족이 정착하게 된 조용한 섬마을에 리조트를 건설하기 위한 강제철거가 시작되면서 집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 벌어지게 됩니다.

남쪽 섬에 살게되면서 지로와 가족들은 학교에 대해서, 선생님에 대해서, 그리고 공동체에 대해서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됩니다.

이 소설 최대의 장점은 이런 묵직한 주제들을 아주 흥미롭고 가볍게 다루고 있다는 점입니다.

소설은 도시가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공동체란 무엇인지, 자연을 벗삼아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땀흘려 일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알려주고 있습니다.

하루키의 소설이 째즈였다면, 오쿠라 히데오의 소설은 여행을 떠나며 듣는 로큰롤같은 느낌의 소설이었습니다.

일상에서 잠시라도 탈출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책을 읽는 잠깐 동안이라도 여행을 다녀오는듯한 행복감을 느끼실 수 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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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제라드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