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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6.10 스포츠게임과 퍼블리시티권 (2)

들어가며


스포츠 게임은 오래전부터 시장에서 전통의 강자로 군림해 왔습니다. 스포츠 자체가 원래 오락적 성격이 강한데다가, 오프라인에 있는 스포츠 매니아들을 비교적 쉽게 온라인으로 흡수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근래에는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 덕분에 점점 더 사실적인 표현이 가능해지면서 그 몰입도가 높아져, 스포츠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역으로 실제 스포츠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처럼 스포츠는 게임개발자들에게 상당히 매력적인 소재입니다.

게이머들이 스포츠 게임을 하다보면, 실제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를 이용해서 플레이하고 싶은 욕구가 강해지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게임업체에서는 게이머들의 이런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실존하는 스포츠 스타들을 게임 속에 등장시켜 보다 더 높은 몰입감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스포츠 게임에서 실존 선수들의 초상이나 성명을 사용하는 경우 퍼블리시티권을 주의해야 하는데요, 이번 시간에는 퍼블리시티권에 대해서 한 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퍼블리시티권이란 무엇인가?


퍼블리시티권(right of publicity)은 성명이나 초상 등 자기동일성이 가지는 경제적 가치를 상업적으로 사용하고 통제할 수 있는 배타적 권리를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영화배우, 탤런트, 운동선수 등 유명인이 자신의 초상이나 성명을 광고와 같은 상업적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허락하는 권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우리나라에서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할 수 있는지 논란이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에는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는 명문규정도 없을뿐더러, 이를 인정하는 확립된 관습법도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법원에서도 비록 명문의 규정은 없으나, 헌법상의 행복추구권과 인격권의 한 내용을 이루는 성명권에는 사회통념상 특정인임을 알 수 있는 방법으로 성명이 함부로 영리에 사용되지 않을 권리가 포함되어 있고, 성명 등에 관하여 형성된 경제적 가치가 이미 인터넷 게임업 등 관련 영업에서 널리 인정되고 있으며, 이를 침해하는 행위는 민법상의 불법행위를 구성하므로, 성명이나 초상 등 자기동일성의 상업적 사용에 대하여 배타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권리를 퍼블리시티권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서울서부지법 2010.4.21. 자 2010카합245 결정 등).


`마구마구` 사건을 통해 살펴본 퍼블리시티권 논쟁


우리나라에서 퍼블리시티권이 문제된 사례는 그다지 많지 않은데, 그 중 대표적인 사례로 `마구마구` 사건을 들 수 있습니다.

`마구마구`의 개발사였던 A사 및 게임제공업체였던 C사는 게임을 제작/유통하는 과정에서 전직 프로야구 선수들의 사전 동의를 받지 아니한 채, 그들의 성명, 선수시절 소속구단 및 수비 위치 등 인적 정보를 `마구마구`에 등장하는 야구선수 캐릭터에 사용하였습니다.

이에 전직 프로야구 선수들은 자신들의 성명 등 인적 정보를 무단으로 사용한 행위는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C사를 상대로 "성명 등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였고, 법원에서는 C사는 ‘마구마구’라는 게임명으로 운영하는 인터넷 야구게임에 전직 프로야구 선수들의 성명을 사용하여서는 안된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법원의 가처분 결정이후 C사는 은퇴선수 27명의 성명표시가 비실명으로 전환된다는 내용의 공지사항을 게시한 후, 전직 프로야구 선수들의 선수시절 소속구단 및 수비 위치, 선수시절의 기록 등을 활용한 능력치 등 게임의 다른 요소는 변경하지 아니한 채, 전직 프로야구 선수들의 이름만을 영문 이니셜로 변경하여 사용하였습니다.

이에 전직 프로야구 선수들은 영문 이니셜만 사용해도 이는 퍼블리시티권 침해이므로, 영문 이니셜 사용을 금지하여 달라는 내용의 가처분을 다시 신청했습니다. 법원에서는 성명의 전부 또는 일부를 그대로 사용하지 않더라도 그 사람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이를 변형하여 사용하는 경우에도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영문 이니셜 사용도 금지하는 결정을 내립니다.


퍼블리시티권과 게임 다양성의 문제


스포츠 게임, 특히 야구를 소재로 한 국내 게임들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매출이 늘어나기 시작하자, 퍼블리시티권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아울러 높아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퍼블리시티권을 스포츠 선수들과 게임업체 사이의 권리관계로만 파악하면 중요한 사실을 놓치기 쉽습니다.

스포츠 게임에서 선수들의 초상권 및 성명권 등을 사용할 수 있는지 여부는 게임의 성패를 가르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충분한 자금을 보유하고 있는 대형 게임사의 경우에는 비교적 용이하게 퍼블리시티권을 확보할 수 있겠지만, 개인개발자나 영세업체의 경우에는 자금부족 때문에 퍼블리시티권을 쉽게 확보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스포츠 게임의 성공여부는 게임의 참신함이나 개발자의 노력보다는 퍼블리시티권을 확보할 충분한 자금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서 결정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선수들로부터 퍼블리시티권을 위임받은 단체나 협회에서는 높은 대가를 지급하는 대형업체에 독점적으로 권한을 부여하기보다는, 수익분배 약정 등을 통해 매출액의 일정부분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중소개발자나 개인개발자에게도 퍼블리시티권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해야 합니다. 좀 더 많은 개발자들이 퍼블리시티권을 이용할 수 있어야, 게이머들이 스포츠를 소재로 한 보다 다양한 종류의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를 통해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다양한 스포츠 게임을 즐기게 된다면, 현실세계에서의 스포츠와 게임세계에서의 스포츠가 서로 관심과 흥미를 유발하게 될 것이며, 이는 스포츠 선수에게도, 게임업체에도, 게이머들에게도 종국적으로 이익이 될 것입니다.

                                                                                    이병찬 변호사(제라드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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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제라드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