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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6.20 스스로를 구원하지 못하는 자는 누구도 구원하지 못한다 (6)
얼마전 김인성님(미닉스)이 저술하신 "한국 IT 산업의 멸망"이라는 책을 보게 되었습니다.

책의 제목이 인상적이라서 우연히 구입한 것인데, 이해하기 어려운 기술적 사항들과 IT 산업의 쟁점들이 잘 정리되어 있어 적지 않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책에는 대한민국 포털에 대한 다양한 문제제기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얼마전 김인성씨가 오마이 뉴스에 기고하신 기사가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미안하다 '네이버', 난 '구글' 편이다)

아주 부족하지만, 미닉스님의 문제제기에 대한 제 나름의 의견을 제시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아 어렵게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사실 이 글을 써야할지 한참 고민했습니다. 미닉스님의 문제제기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공감하지만, 네이버에 대해 뭔가를 강제하기에는 그 법적인 근거가 희박하다는 것이 제 나름의 결론이기 때문입니다.

포털 중심의 대한민국 인터넷 환경에 대한 날선 비판에 오히려 찬물을 끼얹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 앞서더군요.

하지만, 전선을 보다 명확하게 규정하고, 공정한 인터넷 환경을 조성하는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아주 소박한 생각으로 이 포스팅을 올립니다.

우리는 이제 "검색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통용되는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약진이 괄목할만한 것이기는 하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네이버를 중심으로 한 포털들을 통해 정보를 소비하고 있습니다.

네이버의 영향력이 극대화되면서 네이버는 이제 마음만 먹으면 특정 인물, 특정 사건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만들 수 있는 권력을 가졌습니다. 존재 자체를 소멸시킬 수 있다는 것은 다소의 과장이라고 하더라도 최소한 그 중요성을 현저히 떨어뜨릴 수 있는 능력은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이 점점 포털 중심으로, 그중에서도 네이버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네이버에 대한 비판은 여러가지가 있으나 미닉스님이 가장 먼저 지적한 것은 일단 원본인지와 관계없이 네이버 내부에 존재하는 컨텐츠를 검색결과에서 먼저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네이버에서 나의 글을 검색했을 때, 출처도 밝히지 않고 누군가가 함부러 퍼간 글이 내 글보다 상위에 노출되는 것은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특정 키워드를 검색했는데, 관련성도 떨어지는 컨텐츠가 네이버 내부에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검색 결과에서 상위에 노출되는 것도 그다지 달갑지 않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찾고자 하는 자료와 가장 관련성이 높은 자료가, 그리고 가장 먼저 만든 사람의 자료가 검색결과 최상단에 위치하는 것이 공정하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네이버는 아직 우리의 이러한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왜, 웹상에 존재하는 많은 정보들 중에서 네이버 내부에 존재하는 컨텐츠를 먼저 노출시킬까요. 아마도, 내부의 글들을 우선적으로 노출시켜야 내부 컨텐츠를 소비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일단 내부 컨텐츠를 소비해야 외부로 나가지 않고, 네이버가 쳐놓은 울타리 안에서 네이버가 제공하는 컨텐츠를 계속적으로 소비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분명 이와 같은 네이버의 검색결과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공정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만한 여지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이와 같은 경우 가장 관련성이 높은 자료를, 원본을 먼저 노출하도록 강제할 수 있을까요? 

예를 들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대형마트의 영향력이 점차로 강화되면서, 대형마트가 자체브랜드(PB : Private Brand) 상품을 자신의 매장에서 판매하는 것이 점차 일반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네이버에서 검색되지 않아 그 존재자체를 알 수 없는 컨텐츠가 생겨나는 것처럼, 대형 마트가 소매시장을 장악하면서, 대형 마트의 구석자리라도 차지하지 못하면, 따로 광고를 하지 않는 이상 상품의 존재조차 알 수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물론, 대형마트에는 자체 브랜드 상품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며, 일반 제조업체에서 생산한 제품도 자체브랜드 상품과 경쟁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경우 대형마트에서는 당연히 자체브랜드 상품을 고객들의 눈에 더 잘 띄는 자리에 진열하려고 할 것입니다.

수많은 경쟁상품들이 같은 진열대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리는 대형마트에서는 상품의 진열위치가 매출액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만약, 대형마트에서 의도적으로 자체브랜드 상품을 더 좋은 자리에 배치하는 경우, 이러한 행위가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까요?

이를 불공정거래행위로 본다면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형마트에게 진열위치에 따라 판매량이 영향을 받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상품의 위치를 변경하도록 명령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대형마트에게도 영업의 자유가 있고, 국가기관이 상품의 진열위치까지 개입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모든 개인과 회사는 영업의 자유를 가지고 있으며, 국가기관은 법률에 명백한 근거가 있는 경우에만 그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네이버같은 포털의 경우에도 원본이 우선되어야 한다든지, 보다 관련성이 높은 정보를 상위에 노출시키도록 강제할 방법은 적어도 법률적으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서, 그들의 검색결과가 부당하다고 비판할 수는 있어도 위법하다고 비판하기는 어렵습니다.

네이버에 대한 또다른 비판은 실시간 검색어 및 자동완성 기능과 관련된 것입니다.

미닉스님께서는 특정 정치인이나, 특정 사건이 인위적으로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셨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치뤄졌던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가 자동완성기능에서 불이익을 받았다는 점에 대해서도 언급하셨습니다.

하지만, 네이버가 특정한 정치적 지향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특정 키워드를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서 배제하거나, 자동완성기능에서 배제했다고 하더라도, 이게 과연 불법일까요?

공정거래법이 금지하고 있는 것은 아주 단순화시켜서 말하면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입니다. 그리고, 네이버의 경쟁업체는 기본적으로 다른 포털 업체들입니다.

네이버가 특정한 목적으로 실시간 검색 순위나 자동완성기능을 조작한다고 할지라도 이를 통해서 다음이나 네이트와의 경쟁에서 부당하게 우월적 지위를 확보하게 되는 일은 없습니다.

따라서, 네이버가 자신들의 서비스에 의도적인 조작을 가했다고 할지라도 이걸 불공정 거래행위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대한민국에는 포털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강제하는 규정이 없습니다. 정치적인 중립이라는 것이 가능한지도 상당히 의문이지만, 포털도 나름의 정치적 지향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입니다.

네이버 실시간 인기 검색어가 여론을 주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해서, 그들에게 정치적 중립을 요구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물론, 미닉스님의 문제제기는 지극히 정당하며, 대한민국의 인터넷 환경을 개선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요소입니다. 

하지만, 저는 공정거래위원회와 같은 국가기관에 의하여 대한민국 인터넷의 공정성이 확보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제가 바로 이 포스팅을 올리는 이유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법률에서 부여한 권한 없이 함부러 사업자를 제재하거나, 특정한 의무를 부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네이버의 문제는 소비자의 권리 주장을 통해서 해결되거나, 새로운 경쟁자의 출현으로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지식in에 답변을 다는 것도, 광고를 보는 것도, 네이버 블로그에 컨텐츠를 올리고, 카페를 만드는 것도 모두 이용자들의 몫입니다.

그리고, 네이버의 성공에는 이와 같은 이용자들의 참여와 헌신이 밑바탕이 되었습니다.

이제 이용자들은 네이버의 운영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더 늦기 전에 이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 스스로를 변화시켜야 합니다.

또한, 젊고 의식있는 사업가들이 좀더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포털 서비스를 시작하고, 이용자들은 새로운 서비스가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야 합니다.

좀 더 객관적이고, 좀 더 합리적인 검색결과에 대해서 이용자들이 폭넓은 지지를 해준다면, 결국은 다른 포털 업체들도 문제점을 각인하고, 자신들의 서비스를 스스로 변화시킬 것입니다.

참 모순적인 것은 결국 네이버에게 이런 절대적인 권한을 부여한 것은 바로 우리들 자신이라는 점입니다. 우리가 만든 상황에 대한 종국적인 책임은 결국 우리에게 있습니다.

우리가 스스로를 구원하지 못한다면, 어느 누구도 우리를 구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병찬 변호사(제라드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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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제라드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