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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3.03 사법연수원 임용식 거부 사태를 바라보며... (6)
이 글을 써야할지 참 망설였습니다.

공연히 무의미한 글로 혼란을 가중시키는게 아닐까 두렵기도 하지만, 한명의 법조인으로서 제 나름의 의견을 제시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아 어렵게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2011. 3. 2. 사법연수원에서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로스쿨생들 중 일부를 법학전문대학원장의 추천에 따라 검사로 사전선발하기로 한 법무부 정책에 반대하여 절반이 넘는 연수생들이 임용식을 거부하고 두 명의 연수생이 현수막을 시위를 벌인 것입니다.


상반되는 이해관계를 가진 두 집단이 서로 충돌할 때, 언론에서는 흔히 "밥그릇 싸움"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언론에서 무책임한 양비론적 입장을 견지할 때 흔히 써먹는 방법인데, 이런식으로 문제에 접근할 경우 사안의 본질은 사라지고, 논란만 남게 됩니다.

"밥그릇 싸움"이라는 표현이 반복적으로 회자되면 국민들은 이 사건을 검사자리를 놓고 벌이는 로스쿨생과 사법연수원생 사이의 단순한 갈등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이렇게 단순한 틀로 사건에 접근하면 "그들이 왜 싸우는지", "이게 왜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의 문제인지"에 대해 고민할 여지가 사라지게 됩니다.

물론 로스쿨 졸업생들 중 일부가 검사로 임용되면, 그만큼 사법연수원 출신들의 자리가 줄어들기 때문에 "밥그릇 싸움"의 성격이 없다고 이야기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단순한 밥그릇 싸움으로 치부하기에는 검사임용방식이 우리사회에 미치는 파장이 너무 큽니다.

특정 권한을 두고 행정부처간 갈등이 생기거나,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서로 대립하는 경우와 이번 사건 사이에는 현저한 차이가 있습니다.
 
부처간 갈등의 경우는 종국적으로 그 권한이 누구에게 귀속되든 국민의 입장에서는 별다른 차이가 없습니다.


하지만, 검사임용의 경우 누가 밥그릇을 가져가느냐에 따라 사회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예전만 못하다고 하지만 기소편의주의와 기소독점주의에 기초한 대한민국 검사의 권한은 아직도 막강합니다.

이런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자리이기 때문에, 이를 밥그릇 싸움으로 단순히 매도할 것이 아니라, 누가 밥그릇을 가져가는 것이 사회에 이득인지 고민해야 하는 것입니다.

검사임용 기준과 관련하여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모두가 납득할 수 있을만한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선발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기회가 주어져야 하고, 경쟁자의 입장에서 결과를 납득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법무부의 검사 선발안이 이러한 기준을 충족시키는지는 상당히 의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법학전문대학원장 추천을 통하여 대상자를 선발한다는 점에서 투명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2의 유명환 장관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거라고 누가 확신할 수 있을까요?
 
대부분의 분들이 공감하시겠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 추천으로 공무원을 선발할만큼 투명한 평가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습니다.

만약, 법학전문대학원장 추천으로 대상자를 선발할 경우 로스쿨 내부에서도 공정성에 대한 시비가 끊이지 않을 것입니다.

만약, 로스쿨 출신들중 일부를 바로 검사로 임용하고 싶다면, 사법연수원 출신들과 함께 일괄적으로 검사임용시험을 치루게해서 그 결과에 따라 검사를 선발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지역별 쿼터, 성별 쿼터처럼 절대적 평등을 수정하는 기준을 만들때는 합리적인 목적이 인정되어야 하는데, 로스쿨에서 일정 인원을 선발하는 것은 국토균형발전이나 소수자 보호와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입니다.

비싼 등록금으로 인해 빈곤층의 진학이 사실상 막혀있는 현상황에서 단순히 로스쿨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전문지식에 대한 검증없이 훨씬 편한 방법으로 검사가 될 수 있다면, 이는 대한민국에서 상당히 민감한 문제인 공무담임권에 있어서의 기회의 평등을 완전히 무시한 정책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법조인들이 사회의 모범이 될만큼 훌륭하게 살아왔다고 이야기 하기는 어렵습니다.

잊혀질만하면 한번씩 터지는 법조비리 사건, 가진자들에게는 관대하고, 없는 자들에게는 냉혹한 판결.

이런 경험으로 인해 일반 국민들이 법조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대체로 싸늘합니다.

이런 시각 때문에 국민들은 로스쿨과 사법연수원 사이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마다 갈등의 본질보다는 "밥그릇 싸움"이라는 단순한 틀로 사건을 바라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누가 검사로 임용되는가는 단순히 그 대상자들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의 문제입니다.

납득할만한 방식으로 선발되지 못한 공무원의 처분을 어떤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습니까?

부디, 이번 사건이 대한민국 법조의 미래를 위한 발전적인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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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제라드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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