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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4.06 유저간 아이템 거래와 사행성 문제 (1)



들어가며

많은 게이머들이 학수고대하던 디아블로 3의 출시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디아블로 3는 시대를 풍미한 명작들을 탄생시킨 블리자드의 신작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지만, 유저들 상호간의 아이템 거래를 중개하는 화폐경매장 때문에 더 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게임물등급위원회의 등급분류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화폐경매장은 제외되었고, 게임이 출시되어도 한국 유저들은 당분간 화폐경매장을 사용할 수 없게 될 전망이다.

아이템거래에 대한 반감과 게임 순수주의

많은 게이머들은 아이템 현금거래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게임에 있어서 만큼은 돈이 아닌 실력과 노력에 따라 경기력이 결정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게임은 잘 하지도 못하면서 현금으로 아이템을 구매해서 앞서 나간다는 사실은 많은 게이머들을 분노하게 만든다. 이와 같은 게이머들의 분노에는 기회의 균등이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세계에서의 불만도 상당히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유저간 아이템 거래 관련 규제 상황

현재의 아이템 거래 규제 상황을 살펴보자.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에서는 고포류(고스톱이나 포커 등)가 아닌 일반게임에서 획득한 아이템을 유저들끼리 거래하는 행위를 금지하지 않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IMI나 아이템베이같은 중개사이트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유저들 상호간의 아이템 거래 자체가 불법이었다면, 이런 중개사이트들은 처벌을 면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법으로 금지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게임회사들은 약관으로 유저들 사이의 아이템 거래를 금지하고 있으며, 게임물등급위원회에서는 유저들간의 아이템 거래를 인정하는 게임들의 등급 분류를 사실상 거부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유저들간의 아이템 거래는 법으로 금지되어 있지는 않지만, 약관에서 유저간 아이템 거래를 금지하고, 거래가 적발될 경우 계정이용정지 조치 등 각종 불이익을 가할 수 있도록 규정함으로써, 거래의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고 있으며, 불안정한 거래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이익에 때문에 유저들간의 아이템 거래가 사실상 통제되고 있는 것이다.

게임아이템 거래는 인정되어야 하는가

이런 상황이라면, 유저간 아이템거래에 대한 논의는 아이템 거래를 인정할 것이지 여부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유저간 아이템 거래의 폐해가 크다면 법에서 이를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맞고, 아이템 거래를 인정해야 한다면 우회적인 방식으로 아이템 거래를 막고 있는 현재의 규제 시스템을 변경하는 것이 순리에 맞기 때문이다.

유저간 아이템 거래를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의 가장 핵심적인 근거는 게임의 순수성 훼손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순수성 훼손의 측면에서 봤을때 게임회사가 판매하는 아이템을 구매하는 것과 다른 유저가 판매하는 아이템을 구매하는 것 사이에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현재의 시스템은 게임의 순수성은 지키지 못하면서 유저간 안정적인 거래수단을 박탈함으로써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기가 매우 어려운 구조이다.

아이템 거래는 전면적으로 허용되어야 하는가

그렇다면, 아이템 거래를 전면적으로 허용해야 하는 것일까. 아쉽게도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현재의 상황을 생각해보면 게임위의 신중함도 납득할만한 측면이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를 가정해보자. A라는 MMORPG 게임의 특정 마을에 주점이 있고, 주점 안에는 미니게임 형식의 작은 슬럿머신이 있다. 게임머니를 넣으면 플레이 할 수 있고, 확률은 낮지만 배당되는 금액도 크다. 이런 상황이라면, 오로지 슬럿머신만을 플레이하는 유저들이 출현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그나마, 현재는 거래금지 약관조항 때문에, 거래가 위축되는 효과라도 존재하지만, 현금으로 게임머니를 구입하고, 슬롯머신에서 당첨된 금액을 즉시 현금으로 교환할 수 있게 된다면, 게임 전체의 사행성이 크게 증가할 수도 있다.

근래에 끊임없이 논란이 되었던 확률형 아이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현금으로 아이템을 구입하고 아이템을 오픈하면 확률에 따라 좋은 선수나, 좋은 아이템이 나오는 경우, 만약 획득한 아이템을 즉시 안정적으로 판매하여 현금화할 수 있다면, 아이템 구매와 판매만을 되풀이하는 게임 유저들이 양산될 가능성도 결코 적지 않다.

이처럼, 아이템의 안정적인 현금화 가능성은 게임의 사행성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에 게임위 입장에서도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정말로 필요한 것은 명확한 기준과 납득할만한 근거

하지만, 문제는 게임 전체의 사행성을 부추기는 각종 확률형 아이템들은 아무런 규제없이 판매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상적인 유저간의 아이템 거래는 사실상 금지되어 유저의 노력에 대한 보상이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점이다.

사행성에 대한 기준을 보다 명확히 하여, 사행성이 심한 아이템 판매는 게임회사에 의한 것이든 유저에 의한 것이든 금지하고, 정상적인 아이템 판매라면 유저간의 거래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순리에 맞는 방식이다.

사행성이란 무엇일까

그렇다면, 도대체 무슨 기준으로 사행성을 판단할 것인지 의문이 있을 수 있다. 사행성은 환전 가능성, 베팅부터 당첨까지 걸리는 시간, 최대 배당률, 1회에 베팅할 수 있는 금액의 한도 등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

위 사례에서 슬럿머신을 통해 획득한 게임머니를 현금으로 교환할 수 없거나, 교환하는데 상당한 위험이 따른다고 생각해보자. 아니면, 슬롯머신이 돌아가는데 한시간이 걸린다거나, 한번에 베팅할 수 있는 금액이 1원에 불과하다거나, 배당률이 1.1배를 넘지 않는다고 가정해보자. 이런 제한조건을 참으면서 도박을 목적으로 슬롯머신을 하는 유저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오로지 도박을 목적으로 하는 유저들이라면 일시에 많은 금액을 배팅하고, 높은 배당을 기대할 수 있으며, 베팅부터 배당까지 순환이 빠른 게임을 찾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각각의 요소에 제한을 두는 방식으로 법이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통제하고, 정상적인 유저간의 아이템 거래는 통제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아이템거래 허용 그 이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전쟁이 발발하면, 국가에서는 새로운 화폐를 찍어낸다. 군수장비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화폐를 대량으로 찍어내면, 화폐의 가치는 떨어지고, 물가는 상승한다. 그나마 국가의 경우 국민들에게 지도자를 선출할 수 있는 권리라도 주어져있다.

하지만, 게임회사의 경우에는 어떨까? 회사의 선택이나 결정 하나로, 게임내의 경제시스템을 완전히 붕괴시킬 수도 있다. 유저들이 비싸게 산 아이템도 공급을 늘려 휴지조각으로 만들 수 있으며, 공급을 줄이는 방식으로 평범한 아이템의 가격도 올릴 수 있다. 수요는 게이머들에 의해 결정되지만, 공급은 게임회사가 독점적으로 통제하기 때문이다.

유저들은 자신이 구입한 아이템의 가치가 급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할텐데, 게임회사나 대규모 거래업체들이 거래가격을 조작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런 대책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게임 서비스가 종료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어떤 게임이든 시간이 흐르고 게임의 인기가 수그러들면 유저들이 게임을 떠나기 시작한다. 서버가 통폐합되고, 서비스 종료가 예고된다. 그렇다면, 게임사는 유저들에게 어떤 기준으로 보상을 해야만할까. 아이템 구매시의 가격, 동일 아이템의 최근 판매가격 등 다양한 기준이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문제들은 유저간의 아이템거래가 현실적으로 인정된다면 머지않아 반드시 발생하게 될 문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논의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결 론

유저간의 아이템거래와 관련된 이런 기형적인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이제부터라도 어떻게 사행성 문제를 잠재우면서, 유저들의 권리를 보호할 것인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유저간 거래가 허용되었을때 발생할 수 있는 법률적 문제에 대한 논의도 서둘러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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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제라드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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