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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6.30 남한산성 - 무너지는 약소국의 민초로 살아간다는 것 (2)


1. 김훈과의 만남

김훈이 '칼의 노래"를 처음 발표했을 때, 평론가들은 그가 우리 문단에 내린 "벼락같은 축복"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남한산성을 읽으며, 그의 군더더기 없으면서도 수려하고, 날렵하면서도 세련된 문체에 압도당했다.

"벼락같은 축복"이라는 찬사가 결코 그에게는 넘치지 않았다.

2. 병자호란과 남한산성

여진족의 족장이던 누르하치는 여진족을 통일하여 후금을 세운다. 이후 국호를 청으로 변경하고, 청을 오랑캐로 여기며 신하의 예를 받들지 않는 조선의 왕을 벌하기 위하여 10만 대군을 보낸다.

강화도로 들어가 청군에게 대응하고자 하던 인조는 길이막혀 남한산성에서 머무르게 된다.

"남한산성"은 인조가 청에 맞서 47일간 남한산성에서 항전했던 시간을 기록한 소설이다.

추위에 몸이 얼어가고, 먹을 것도, 입을 것도 없는 상황에서 하루하루 숨통이 끊어져가던 조선왕조와 민초들의 이야기이다.

3. 주전파와 주화파의 갈등

언제 어디서나 외침이 발생하면 명분을 중시하여 전쟁을 주장하는 주전파와 삶을 얻고자 하는 주화파가 갈라지게 마련이다.

김훈은 소설에서 최명길과 김상헌을 통해 이러한 갈등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절대선과 절대악 사이의 싸움은 아니다.

그리고, 죽음을 목전에 두어본 적 없는 자들이 역사의 이름을 빌려 함부러 누군가를 판단하는 것도 참 주제넘는 짓이다.

모든 사람들에게는 삶의 이유가 있고, 포기할 수 없는 가치가 다른 것이다.

이 소설에서 이 사실을 참으로 뼈저리게 느낀다.

4. 입으로 성을 지키는 자들

남한산성에서는 입으로만 대의를 말하는 수많은 위정자들이 나온다.

물론 그들은 전쟁에 나가지 않는다.

그들은 하급 군병들에게는 준엄한 군율을 요구하면서도 언제나 입으로 결사항전을 떠들어댄다.

예나 지금이나 전쟁을 일으키는 자와 전쟁에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자는 따로 있다.

자신의 머리카락 한 올 내놓지 않으면서 전쟁을 논하는 자와, 위정자들의 명분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자들

그 사이에는 삶과 죽음보다 더 넓은 간극이 있다.

5. 민초들의 고통

전쟁은 시대와 지역을 막론하고 사회의 약자들부터 희생시킨다.

특히 어린이와 여자들은 첫번째 희생자다.

김상헌은 청병들에게 얼음길을 인도해줄까봐 자신의 길을 인도해준 뱃사공의 목을 밴다.

하루하루 끼니를 연명하고 자식들을 길러야하는 민초들에게 몰락하는 조선왕조의 명분 따위는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을 것이다.

더욱이 김상헌이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조선왕조는 결국 인조가 오줌을 누는 칸 앞에서 삼배를 하면서 처절하게 무너진다.

6. 삼전도의 굴욕

칸이 삼전도에 당도하고, 인조는 끝내 항복을 결정한다.

목숨은 길고 질긴 것이기에, 그들의 삶은 굴욕이후에도 계속된다.

치욕위에도 삶은 계속되며, 그들은 그렇게 훗날을 도모한다.

참 가슴아프도록 무참하게 짖밟히는 조선왕조를 보면서, 힘없는 나라의 백성으로 살아가야 했던 민초들의 질긴 생명에 깊은 연민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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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제라드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