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블로그를 운영하고 계신 민노씨께서 상지대 구 재단측으로부터 명예훼손을 이유로 형사고소를 당하셨다고 합니다.

수많은 블로거분들이 이번 사건에 분개하면서 현행 법체계의 문제점에 대해서 언급하고 계십니다.

그래서, 오늘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대해서 한 번 짚어볼까 합니다.

1. 사이버 명예훼손이란 어떤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일까요?

우선 참고로 아래 규정을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벌칙)
①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③ 제1항과 제2항의 죄는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밝힌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우선 제1항을 뜯어보면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정보통신망을 통하여/공공연하게/사실을 드러내어/명예를 훼손한 경우 명예훼손죄가 성립합니다.

제2항은 제1항과 다른 요건은 동일하지만 적시한 사실이 "허위"인 경우에 가중처벌하는 규정임을 알 수 있습니다.

민노씨의 포스팅에 제가 알고 있는 한 허위의 사실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일단 제1항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만 살펴보겠습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사이버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 "비방의 목적"이란 "공공의 이익"과는 대립되는 개념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한다"는 목적이 있는 경우에는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민노씨의 포스팅은 구 재단이 복귀할 경우 사학비리가 다시 발생하고, 학교정상화를 위한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으므로, 이를 예방한다는 목적에서 쓰여졌으므로 이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고,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 인정된다면 이와 대립관계에 있는 "비방의 목적"이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향후 민노씨 사건과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쟁점이 될 것입니다.

민노씨가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자신의 블로그에 구 재단에 대한 포스팅을 올렸고, 구 재단의 범죄행위를 적시하였으며, 이와 같은 사실들이 구 재단의 명예를 훼손한다는 사실 자체는 법적으로 의문의 여지가 없어보이고, 지나치게 학술적인 부분이니 더이상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2. 표현의 자유와 인격권의 보호

민노씨 사건 이후로 많은 분들이 "도대체 법을 어떻게 만들었길래 이런 사건에 대해서도 형사고소가 가능하냐?"라고 말씀하십니다.

사실을 사실대로 이야기했을 뿐인데, 왜 명예훼손으로 수사받고, 처벌받아야 하냐고

참여연대에 대한 형사고소, 김연아 회피 동영상에 대한 형사고소, 김미화 블랙리스트 관련 형사고소 등등에 비추어보면 이러한 네티즌들의 분노는 충분히 납득이 갑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를 한 번 생각해 볼까요?

예를 들면, 누군가가 인터넷 게시판이나 블로그에 나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을 포스팅한 경우를 한 번 상정해 보시죠

제라드76은 동성연애자다! 제라드 76은 전염성 질병을 앓고 있다!

제가 정말 동성연애자라든가 전염성 질병을 앓고 있다면 이는 사실을 언급한 것에 불과합니다.

만약 제가 실제로 동성연애자라든가 전염성 질병을 앓고 있다면, 다시 말해 누군가가 저에 대해서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이야기한다면 저의 명예는 보호받을만한 가치가 없는 것일까요?

아마 그렇게 생각하시지는 않을겁니다.

따라서, 개인의 명예를 보호하는 법률적 보호수단을 두고 있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개인의 인격권은 표현의 자유 만큼이나 중대한 기본권이며, 개똥녀 사건 등에서 보듯이 마녀사냥식 표현의 자유로 인해 개인의 인격권이 파탄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을 우리는 경험으로 잘 알고 있습니다.

3. 명예훼손은 손해배상으로

그러나, 문제는 현행 법규가 명예훼손을 형사처벌로 제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형벌이란 우리가 잘 알고있는 사형, 징역, 금고, 벌금 등을 말합니다.

형벌이 부과되기까지 피의자는 수사, 기소, 재판으로 이어지는 형사소송 절차를 밟게 됩니다. 

이런 형사소송 절차에서 가장 먼저 이루어지는 일이 경찰이나 검찰에서 이루어지는 피의자 신문입니다.

그런데, 사실 이게 장난이 아닙니다.

사람을 엄청나게 심리적으로 위축시키거든요. 특히 구속수사가 진행될 경우 평범한 사람들은 거의 패닉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그나마 PD수첩, 김미화씨처럼 여론이 주목하고,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개인이나 조직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에서도 신중을 기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평범한 네티즌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당한 경우에는 상황이 완전히 다릅니다.

혼자서 경찰 및 검찰을 상대로 싸워야 하는 사태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일단, 명예훼손을 이유로 피의자를 구속하면 심리적으로 위축된 피의자는 쉽게 대항의지를 상실하여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법원의 관대한 처벌을 요청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런 시범 케이스가 언론에 보도되면, 다른 사람들도 동일한 상황에 놓이지 않기 위해 입을 다물고, 자기검열을 실시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만약, 형사처벌 규정을 폐지하고 단순히 민사상 손해배상의 문제로 해결한다면 구속될 일도 없고, 경찰이나 검찰에 들락거릴 일도 없습니다.

원고와 피고의 입장에서 동등하게 싸우고, 법원을 통하여 합리적인 판단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4. 검찰과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하며

비판에 대한 관용은 그 사회의 표현의 자유를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입니다.

또한,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가 얼마나 폭넓게 보장되고 있는지는 그 사회의 민주주의 발전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입니다.

공인에 대한 비판이나, 사회적 이슈에 대한 건전한 문제제기는 사회에서 당연히 포용되어야 합니다.

물론 지금 당장 사이버 명예훼손에 대한 형사처벌을 폐지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공감대도 형성되어야하고, 법률 개정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회구성원들의 상식적이고 건전한 비판에 대해서는 검찰에서 일관되게 불기소 처분을 내리고, 법원에서 계속적으로 무죄 판결을 내리는 방법을 통해 탈출구를 만드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일관된 판단을 통하여, 공인이나 사회에 대한 건전한 비판은 법률에 의하여 보호받을 수 있다는 사회적 합의가 성립되면, 비판을 하는 사람도 자유롭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될 것이고, 피의자를 압박할 목적으로 고소를 남발하는 일도 줄어들게 될 것입니다.
 
다른 여러가지 사건과 마찬가지로 민노씨 사건도 이와 같은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내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입니다.

모쪽록 대한민국 검찰과 법원이 현명한 판단을 하기를 기대합니다.
 
                                                                                    이병찬 변호사(제라드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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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제라드76
지난 몇주간 일이 한창 바빠 상지대 투쟁에 힘을 보태지 못해 심리적 부채감 때문에 한동안 괴로웠습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김문기 전 이사장의 비행과 김문기 이후의 상지대의 발전상에 대해서는 잘 설명해 주셨기 때문에, 조금 늦었지만 저는 다른 관점에서 상지대 문제를 바라볼 수 있는 화두를 던져볼까 합니다.

1. 당신이 무슨 상관이야?

저는 상지대 학생이 아닙니다. 가족, 친구 중 상지대를 다니거나 졸업한 사람도 없습니다.

제가 낸 등록금이 김문기 전 이사장에 의해 횡령된 적도 없고, 김문기에게 충성서약을 강요당한 바도 없습니다.

용공조작 사건에 말려 간첩으로 몰린 적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왜 상지대 사태를 우려하고 있는 걸까요?

단순한 정의감의 발로 때문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중등학교의 40%, 대학교의 85%가 사립인 대한민국에서 사립학교의 불합리한 운영으로 인한 피해는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경험했을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2. 사립학교의 추억

저는 서울에 있는 한 사립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기독교 성향의 재단이 소유하고 있는 학교였습니다.

10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아직 또렷이 기억나는 것은 목요일 1교시마다 전교생이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했던 예배시간입니다.

참 우스운 것은 뺑뺑이로 들어간 학교임에도 불구하고 천주교나 불교를 믿는 학생들에게 예배 불참의 자유가 주어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몇몇 용감한 학우들이 종교의 자유를 이야기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하나였습니다.

"예배보기 싫으면 다른 학교로 전학가"

이사장이 공금을 횡령하고, 친인척으로 학교의 핵심요직을 채우는것에 비하면 예배강요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 사례를 예로 든 것은, 사립학교가 설립자의 사적 소유물로 당연시 되는 대한민국의 상황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주는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의 종교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전체 학생을 예배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과연 학교의 돈을 자신의 돈처럼 여기지 않을거라고 기대할 수 있을까요?

3. 재산권과 교육의 공공성 사이의 싸움

상지대 사태는 단순히 김문기와 상지대 사이의 싸움이 아니라, 대학을 바라보는 대한민국의 관점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매우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만약, 김문기가 복귀한다면 우리는 설립자의 재산권이 교육의 공공성에 우선한다는 현실적 판단을 받게 되는 셈입니다.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학교를 설립하기 위해 설립자는 상당히 많은 사재를 털어넣었다.

그가 치른 경제적 희생을 감안하면, 학교운영에 대한 종국적인 권한은 설립자에게 주어져야 하는 것 아닌가?

물론 일응 타당한 주장입니다.

하지만, 설립자의 설립이념이 절대적으로 보호받기 위해서는 그 전제로 우리에게 합리적 대학 선택권이 존재해야 합니다.

과연 대한민국의 고등학생들은 대학을 선택할 자유가 있나요?

대학이 진리를 탐구하는 공간이라는건 아주 오래전 이야기입니다.

이제는 대학졸업장이야말로, 대한민국 사회에서 인간답게 살기위한 필수조건입니다.

요즘에는 대학을 가야한다는 사실이 고등학교를 다녀야 한다는 사실 만큼이나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결국, 성적이라는 변수가 선택권에 일정정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우리는 합리적인 선택권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성적과 거주지 등에 의하여 몇몇 대학중 하나를 강제로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는 것입니다.

사립대학이 전체의 85%를 차지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국립대학을 가지 못했다는 이유로 과연 학생들이 설립자의 의사에 따라 자신의 청춘 4년을 날리는게 타당한가요?

사립학교가 국가가 책임지지 못하는 고등교육을 대체하는 것이라면 우리는 사립학교에도 당연히 교육의 공공성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학교재단이 비과세를 비롯한 각종 특혜를 부여받고 있는 것도 사립학교가 교육이라는 공공재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교육의 공공성을 더이상 사유재산이라는 말로 더럽히지 않기를 바랍니다. 

4. 당신과 나의 문제이며, 우리 아이들의 문제입니다

통제받지 않고, 비판받지 않는 권력이 재등장하여 전보다 더한 비리와 전횡이 사립학교들을 다시 지배할 수 있습니다.

상지대가 무너지면 도미노 효과는 사립학교 전체에 퍼지고, 우리는 다시 한걸음 교육의 공공성으로부터 멀어지게 됩니다.

우리가 겪었던 불합리와 모순, 사립학교에 다닐지도 모르는 우리 아이들에게까지 물려줄 수는 없지 않을까요?

늦었지만 힘을 모아 반드시 상지대를 지켜냈으면 좋겠습니다.

상지대를 위해 투쟁하는 모든 분들! 힘내십시오!


<상지대 사태와 관련하여 다음 글들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민노씨 : 10분이면 상지대를 구할 수 있습니다(
http://minoci.net/1124)

상지대 구출 대작전 :
http://saveschoo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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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제라드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