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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2.18 게임약관과 이용중지조치
다음 글은 제가 게임메카에 기고한 칼럼의 내용입니다. 게이머들이 게임약관을 이해하는데 조그만 도움이라도 되기를 바랍니다.

1. 들어가며

온라인 게임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이용자들은 가입절차를 거치게 되는데, 이러한 가입절차에는 반드시 약관에 대한 동의절차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게임이용을 위해 반드시 동의해야 하는 게임회사의 이용약관과 관련된 쟁점들을 한 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계약에는 부동산 매매와 같이 대체로 양 당사자가 1명뿐인 계약도 있지만, 통신이나 게임과 같이 한 명의 사업자가 여러 고객들과 체결하는 계약도 있습니다. 부동산을 사고파는 경우라면 `가격은 얼마로 할지`, `계약은 어떠한 경우에 해제할 수 있는지`, `계약금/중도금/잔금은 언제 지급할 것인지` 등 계약의 세부적인 내용을 합의를 통해 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게임과 같이 하나의 사업자가 여러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에는 고객과 일일이 협상을 통해 계약조건을 결정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는 통상 사업자가 계약의 내용을 미리 결정하여 계약서를 만들어 둡니다. 이처럼 계약의 한쪽 당사자가 여러명의 상대방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일정한 형식으로 미리 마련한 계약의 내용을 "약관"이라고 부릅니다.

계약의 내용은 당사자의 합의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 원칙입니다. 따라서, 이용자가 사업자의 약관에 동의했다면, 이용자는 원칙적으로 약관에 구속됩니다. 그러나, 이용자에 비하여 우월적 지위에 있는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자신에게 유리하게 약관을 작성한 경우에도 이와 같은 원칙을 유지한다면, 모든 계약은 항상 사업자에게 유리하게 체결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서는 공정성을 잃은 약관조항은 무효라고 규정하여, 약관의 효력을 다툴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게임 이용약관에는 이용자가 자동사냥프로그램을 사용하거나, 아이템 현금거래를 한 경우 게임회사에서 제재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경우가 많습니다. 게이머들은 캐릭터를 키우기 위해서 엄청난 노력과 시간을 투자하는데, 설마하는 생각으로 약관조항을 위반했다가 이용중지를 당해 게임회사를 상대로 법원에 소를 제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게임약관의 불공정성을 다툰 여러 사례중 오늘은 대법원에서 2010. 10. 28. 선고된 2010다9153 사건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2. 불법프로그램 쓴 계정은 블록, 안 쓴 계정도 블록?

리니지1의 이용자였던 A와 B가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자동사냥프로그램을 사용하자, 엔씨소프트는 해당 계정에 대해 영구이용중지조치를 취합니다. A, B는 영구이용중지조치를 당한 이후에도 계속 자동사냥프로그램을 사용했고, 위반회수가 3회를 넘어서자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이용약관 및 운영정책에 근거하여 A, B가 보유한 모든 계정에 대하여 영구이용중지조치를 취하였는데, 여기에는 자동사냥프로그램의 사용과 관계없는 계정까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에 A, B는 엔씨소프트를 상대로 자동사냥프로그램을 이용하지 않은 계정에 대해서는 영구이용중지조치를 해제하고, 영구이용중지조치로 인하여 입게 된 정신적 피해를 배상하라는 소를 제기합니다.

사건의 첫번째 쟁점은 엔씨소프트의 운영정책이 이용약관의 내용에 포함될 수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이용자가 3회 이상 자동사냥 프로그램을 사용한 경우 모든 계정에 대해 영구이용중지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은 이용약관이 아니라 운영정책에 규정되어 있었습니다. 이에 A, B는 운영정책에 대해서는 별도로 동의한 사실이 없기 때문에 운영정책은 약관내용에 포함될 수 없으며, 따라서 단순히 운영정책에 근거하여 모든 계정에 대해 영구이용중지조치를 취한 것은 법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리니지1 이용약관에 `이용자가 자동사냥프로그램 등을 이용한 경우에는 운영정책에 근거하여 제재조치를 가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었던 점, 엔씨소프트는 2007.5.16.경부터 자동사냥프로그램을 사용한 경우 제재조치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담긴 이용자 동의서를 화면에 띄우고 이에 동의한 경우에만 게임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는 점 등을 들어 위 운영정책도 약관의 내용에 포함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두번째 쟁점은 `자동사냥프로그램을 사용한 사실이 3번 이상 적발되면, 이용자가 보유한 모든 계정에 대해 이용계약을 해지할 있다`고 규정되어 있는 조항이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 위반되는 불공정 약관인지 여부였습니다. A, B는 자동사냥프로그램 사용으로 3회 적발되었다고 할지라도 자동사냥프로그램과 관계없는 계정에 대해서까지 영구이용중지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 약관조항은 불공정 조항이므로 효력이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만약, 법원에서 위 약관 조항이 무효라고 판단하면 엔씨소프트는 A, B와의 이용계약을 해제할 법적 근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영구이용중지조치를 취한 것이 되기 때문에, 이용자는 영구이용중지조치의 해제를 요청할 수 있으며, 영구이용중지조치로 인한 정신적 손해에 대해서도 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법원은 자동사냥프로그램을 3회 이상 사용한 경우 이용자가 보유한 모든 계정에 대해 영구이용중지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 약관조항이 이용자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조항이 아니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법원에서는 자동사냥프로그램이 게임 본래의 시스템을 와해시키고, 다른 정상적인 이용자의 흥미를 떨어뜨리며, 게임서버에 과부하를 가져오는 등 이 사건 게임의 정상적인 운영 및 이용자 보호에 반할 뿐만 아니라, 자동사냥 프로그램은 컴퓨터에 다운로드 받아 놓으면 계속적/반복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므로 반복적 사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모든 계정 이용제한 및 신규계정 생성금지와 같은 강력한 제재가 필요한 점 등을 들어 본 건 조항이 이용자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이 아니라고 판단하였습니다.

별다른 인식없이 아이템 현금거래를 하거나, 자동사냥프로그램 등을 사용하다가 게임회사로부터 제재조치를 당하면 이용자는 당황하기 쉽습니다. 이런 경우, 우선 약관 내용을 꼼꼼히 확인하면서 게임회사가 이용약관에 맞게 제재조치를 취한 것인지 확인해보시고, 설사 이용약관에 따라 제재조치가 취해졌다고 할지라도 약관조항이 이용자에게 부당하게 불리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약관조항의 무효를 다투어볼 수 없을지 한번쯤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3. 불공정한 약관, 유저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약관조항이 불공정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이용자가 이를 다툴 수 있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번째 방법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약관심사를 청구하는 것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약관을 심사한 뒤 불공정 약관으로 판단되면 해당조항의 수정 또는 삭제를 명하는 시정조치를 내리게 됩니다. 만약, 게임회사의 제재조치가 내려지기 전이라면 공정거래위원회에 약관심사를 청구하는 편이 좋습니다. 구체적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이상 법원에 소를 제기하더라도 각하될 가능성이 높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조치에 따라 약관이 변경된 경우에는 심사를 청구한 이용자뿐만 아니라, 다른 이용자들도 불공정한 약관으로부터 벗어나게 되기 때문입니다.

두번째 방법은 법원에 제재조치를 취소해 달라는 소를 제기하면서, 약관조항의 무효를 주장하는 방법입니다. 법원에서 약관이 불공정하다고 판단하면 해당조항은 무효가 되고, 무효인 약관에 근거한 제재조치도 위법하게 됩니다. 게임회사에 의해 제재조치가 이미 내려진 경우에는 이 방법을 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조치는 사업자로 하여금 약관을 변경하도록 강제하는 효력은 있지만, 제재조치로 인해 발생한 재산적, 정신적 손해를 배상하도록 강제하는 효력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법원에서 약관의 불공정성을 다투는 경우에는 소를 제기한 당사자에 한하여 약관이 무효로 인정되므로 다른 이용자에게는 그 효력이 미치지 않습니다.

게임에서 자동사냥프로그램 등 편법적인 수단을 사용할 경우 공정한 경쟁시스템이 마비되므로, 게임회사에서 이를 제재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어리고, 경험없는 이용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게임산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게임회사에서 편법행위를 지나치게 엄중하게 제재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용정지와 같이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기 전에 이용자에게 주의를 주는 등 스스로 잘못을 시정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부여한다면 약관으로 인해 발생하는 분쟁은 현저히 줄어들고, 게임산업도 한단계 더 발전하게 될 것입니다.

이병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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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제라드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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