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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7.14 인터넷 낙관주의자들을 위한 경고 (4)

인터넷이 널리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참으로 많은 기대를 했었습니다.

인터넷은 정보의 비대칭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외국인 노동자와 성적 소수자, 진보적 정치집단, 실업자, 철거민, 빈민 등 사회적 약자들의 연대를 강화할 것이다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사회적 이슈에 대해 발언하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주류 언론에 의해 사회적 의제가 왜곡되는 현상이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결국 이런 모든 것들을 통해 실질적 민주주의에 한발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생각만큼 많이 바뀌지 않았습니다우리는 아직도 사회 곳곳에서 발생하는 구시대적인 민주주의의 퇴행 현상들을 지켜봐야 합니다.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77%가 인터넷을 사용하고, 10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들고다니는 상황에서 왜 아직 혁신적인 변화의 단초들이 보이지 않는걸까?

인터넷이야말로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유효하고, 강력한 수단이라고 믿었었는데, 기술의 발달에 발맞추어 민주주의가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사실이었습니다.

그리고
, 바로 얼마전 이런 궁금증에 대한 나름의 대답을 담고있는 아래 강연을 보게 되었습니다.

 

에브게니 모로조프(이하 "모로조프")도 저를 포함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인터넷 시대에 독재정부의 해체가 왜 일어나지 않는지 고민했습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인터넷이 보편화된 현재에도 민주주의가 실현되지 않는 이유는 스핀터넷권위주의적 협의라는 두가지 장치에 의하여 인터넷이 왜곡되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스핀터넷이란 이슈를 조작한다는 의미의 "spin" "internet"을 합성한 단어입니다. 러시아, 중국, 이란 등 독재국가들은 정부차원에서 블로그를 고용하고 훈련시켜 민감한 정치적 이슈에 대해 이념적 댓글을 남기고, 이념적 블로그 글을 잔뜩 쓰도록 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시대에는 검열을 통해서 반체제적 비판을 억압할 수 없기 때문에,여론 형성에 보다 효과적인 조작이라는 방식을 택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권위주의적 협의(authoritarian deliberation)"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폭력적인 방식으로 비판자들을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것입니다. 이런 방식은 독재정권에 피해를 줄 것이라고 생각되기 쉽지만, 오히려 독재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는게 모르조프의 주장입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계속해서 표현을 한다는 것은 정권에 대한 위협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의사결정에 대중을 관여시켜 실패한 정책들에 대한 비난을 분산시킬 수 있으며, 대중들을 참여시켰다는 명분을 활용하여 정권의 정당성을 강화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스핀터넷과 권위주의적 협의를 통해 사회적 담론을 왜곡시킴으로써, 보다 정교한 방식으로 여론을 조작하고, 이를 통해 독재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 모르조프의 주장입니다.

뿐만 아니라 모로조프는 인터넷의 보급이 바로 "사이버 실천주의(cyber activism)"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합니다. 낙관주의자들은 인터넷이 보급되면 많은 사람들이 사회운동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가정하지만, 오히려 포르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드라마, 웃기는 동영상에 빠지도록 만들고 이러한 것들이 예전에 비해 사람들을 더욱 수동적으로 만들 수도 있다고 주장합니다.

참으로 훌륭한 지적이고, 오히려 이것이 스핀터넷과 권위주의적 협의로 인한 여론 왜곡보다 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넷은 민주주의의 실현에 대한 필요조건이기는 하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점은 명백해 보입니다. 점점 더 수동화, 파편화되어가는 개인들을 어떤 방식으로 규합하고, 사회적 논의의 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인지 보다 많은 고민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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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제라드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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