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들로부터 돈을 받고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 이하 LoL)의 랭크(게임 내 순위)를 대신 올려주는 일명 ‘대리랭크’ 서비스가 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물론, 종래에도 돈을 받고 캐릭터의 레벨을 올려주거나, 플레이어의 랭킹을 올려주는 사업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이와 같은 서비스는 이미 오래전부터 중국이나 동유럽처럼 인건비가 낮은 국가를 중심으로 제공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리랭크 서비스가 새삼스레 논란이 되고 있는 이유는 국내에서 LoL의 인기가 매우 높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종래에는 관련 카페나 블로그 등을 통해 비교적 음성적으로 고객을 유치하던 대리랭크 서비스가 이번에는 “전직 프로게이머와 챌린저 유저들이 모여있다”는 광고와 함께 공공연하게 고객을 모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리랭크 서비스와 관련해서 게이머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점은 과연 대리랭크 서비스가 불법인지 여부일 것입니다. 만약, 대리랭크 서비스가 불법이라면 관련 규정에 따라 처벌하면 그만입니다. 그러나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대리랭크 서비스가 업무방해죄에 해당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입니다.

형법 제314조 제1항에 규정된 업무방해죄는 위계 또는 위력으로서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경우에 성립하는 죄입니다. 대리랭크를 맡기면 대리인이 플레이하는 동안은 게임을 잘하는 플레이어가 낮은 랭크로 게임을 하게 되고, 대리가 종료하면 게임을 못하는 플레이어가 높은 랭크로 게임을 하게 됩니다. 따라서 실력과 랭크 사이에 불일치가 발생하게 됩니다.

대리랭크 업체는 고객들로부터 돈을 받고 실력에 맞지 않는 랭크를 갖도록 해줌으로써 라이엇 게임즈가 실력에 맞게 게이머들을 배치하는 업무를 방해한 것이라고 볼 여지도 있습니다. 실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게임을 해야 재미가 극대화되는데, 랭크에 따라 배치를 해도 경기력에 큰 차이가 난다면, 재미가 반감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라이엇 게임즈의 업무는 랭크가 비슷한 게이머들을 매칭시켜 주는 것이지, 플레이어가 랭크에 맞는 실력을 갖추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까지 업무에 포함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시 말해서, 랭크는 실력을 추정하도록 해주는 지표에 불과합니다.

다음과 같은 예를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가 가실 겁니다. 친구나 가족이 랭크를 올려주거나, 이미 LoL의 고수인 플레이어가 세컨드 아이디를 만든 경우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양자 모두 실력과 랭크의 불일치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대리랭크 서비스의 경우와 차이가 없습니다. 랭크와 실력이 일치하지 않는 모든 경우를 처벌해야 한다면 이와 같은 경우도 형사처벌의 대상에 포함시켜야 하는데, 이것이 불합리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긴 설명을 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형사처벌을 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약관에서 대리랭크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에는 이용을 정지하거나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면, 약관 내용에 따라 대리랭크를 맡긴 게이머의 계정에 대해 제재조치를 취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경쟁이 치열한 나라입니다. 어딜 가나 성적과 등수로 우열을 결정합니다. 학교에서는 성적과 석차에 따라 상급학교에 진학하고, 대학에서는 학점과 영어성적 등에 따라 회사에 취업합니다. 취업 이후에도 평가 결과에 따라 승진이 결정됩니다.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이렇게 끊임없이 경쟁을 겪어야하고, 오직 승자에게만 권력과 부, 명예를 주는 승자독식사회에서 살아가다보니, 편법을 통해서라도 자신의 랭크를, 그리고 레벨을 올리고 싶은 충동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라이엇 게임즈도 이번 기회에 랭크 시스템의 문제점에 대해 다시 검토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현재 LoL의 랭크 시스템은 일단 랭크가 올라가면 다시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한 시즌 내내 대리랭크의 이익을 누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누적 기록에 맞추어 랭크에 변동을 준다면 돈을 주고 대리랭크를 맡길 동기는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높은 랭크를 유지하려면 계속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입니다.대리랭크를 의뢰하는 사람들의 정서는 학력을 위조하는 사람들의 그것과 유사합니다. 그러나 자신의 실력에 맞지 않는 스펙을 허위로 유지하려고 할 때 그 말로가 얼마나 비참한지는 신정아 사건 등을 통해서 잘 알 수 있습니다. 돈으로 랭크를 올리면, 잠깐 사람들의 부러움을 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랭크에 맞지 않는 실력은 주변 사람들의 더 큰 비난을 가져올 뿐입니다. 게임의 진정한 재미는 내가 강하다는데 있는 게 아니라, 내가 강해지고 있다는데 있는 게 아닐까요.

모쪼록, 게이머들이 게임의 참된 재미를 자각하고, 라이엇 게임즈도 고객의 기대에 맞추어 시스템을 개선하여, LoL이 보다 오랜 기간 사랑받는 게임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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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제라드76

‘마구마구’, ‘슬러거’, ‘프로야구매니저’, ‘야구9단’ 등 국내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유명 야구게임에서 양준혁 선수의 이름과 얼굴이 일제히 삭제되고, ‘장남식’이라는 가상의 인물로 대체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현재, 야구선수들의 이름, 외모 등에 대한 권리는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와 일구회에서 가지고 있는데, 양준혁 선수의 퍼블리시티권이 재단법인 양준혁 야구재단으로 넘어가게 되면서 게임회사에서 더이상 양준혁 선수의 이름이나 외모를 사용하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이번 사건에서 문제가 된 퍼블리시티권(right of publicity)이란 성명이나 초상 등 자기동일성이 가지는 경제적 가치를 상업적으로 사용하고 통제할 수 있는 배타적 권리를 의미합니다. 정의가 약간 어려운데, 쉽게 설명하면, 가수, 배우, 탤런트, 운동선수 등 유명인이 자신의 초상이나 성명을 광고와 같은 상업적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허락하는 권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주로 본인의 동의를 얻지 않고, 이름이나 초상 등을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행위가 주로 문제가 됐었는데요, 기술의 발달로 퍼블리시티권과 관련된 문제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는 퍼블리시티권과 관련한 흥미로운 미국 사례를 하나 소개할까 합니다.

Band Hero ©Activision

액티비전 밴드히어로라는 유명한 리듬액션 게임을 개발한 회사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콘솔보다는 PC 게임이 주류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인지도가 그다지 높지 않지만, 밴드히어로의 전신인 기타히어로 시리즈는 누적판매량이 4,000만 장을 넘어서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입니다.

밴드히어로는 리듬액션 게임이기 때문에 게임을 위해서는 당연히 음악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게임에 유명한 음악이 많이 수록되어 있을수록, 많은 아티스트가 등장할수록 게임성이 더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액티비전은 밴드히어로라는 게임을 만들면서 노 다우트(No Doubt)라는 인기그룹과 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노 다우트는 계약을 통해 액티비전에게 밴드히어로에서 노 다우트의 노래 3곡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하고, 노 다우트의 이름과 외모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했습니다.

그런데 밴드히어로에는 소위 잠금해제(unlock) 기능이라는 것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잠금해제 기능이란 요즘 대부분의 게임에서 사용되고 있는 기능인데, 경험치가 일정수준에 도달하거나, 특정 미션을 수행하면 보다 어려운 스테이지나 새로운 캐릭터, 새로운 아이템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능입니다.

밴드히어로는 플레이어가 일정한 레벨에 도달하면, 그룹 멤버들을 잠금해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습니다. 일단 멤버들이 잠금해제되면, 독주를 시키거나, 노 다우트가 아닌 다른 그룹의 멤버들과 새로운 그룹을 구성하는 것도 가능했습니다(참고로, 노 다우트는 4명의 멤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보컬은 윤도현, 기타는 김태원, 드럼은 전태관인 가상의 그룹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죠.

그런데 노 다우트는 이런 잠금해제 기능이 노 다우트의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왜냐하면, 노 다우트는 액티비전에게 노 다우트의 노래 3곡만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했고, 이 3곡에 대해서만 노 다우트의 이름과 외모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했는데, 밴드히어로의 잠금해제 기능 때문에 멤버들의 이름과 외모가 다른 가수들의 노래에도 사용되었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 액티비전은 노 다우트의 주장이 미국 수정헌법 제1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하지만 원심과 항소법원은 이와 같은 액티비전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액티비전의 행위가 표현의 자유로 보호받기 위해서는 유명인의 모습을 그대로 묘사해서는 안되고, 이를 넘어서는 창조적인 요소가 있어야 하는데, 액티비전은 밴드히어로에서 노 다우트의 외모를 그대로 묘사했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를 통해 보호받을 수 없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습니다.

노 다우트와 액티비전 사례는 유명인의 퍼블리시티권이 어디까지 인정받을 수 있느냐에 대한 고민을 안겨줍니다. 노 다우트는 자신들의 아바타가 다른 가수들의 노래도 연주할 수 있도록 조작되는 것은 노 다우트의 명성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물론, 음악가들의 명예와 자존심이 존중받는 것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리 단순하지 않습니다.

기술의 발달은 항상 새로운 법률적 이슈를 발생시킵니다. 그리고 사회에 새로운 숙제를 안겨줍니다. 이런 이슈들을 어떤 방식으로 처리하는지에 따라 사회가 나아갈 방향이 결정됩니다. 우리가 만약 퍼블리시티권에 대한 나름의 기준을 정해두지 않는다면, 나중에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할지도 모릅니다. 물론, 비정규직과 청년실업이 넘쳐나는 참담한 현실에서 연예인들의 명예와 자존심까지 걱정하는 게 그다지 내키는 일은 아니지만요.축구게임을 예로 들면, FC바르셀로나의 푸욜이나, 리버풀FC의 제라드처럼 한 번도 이적을 하지 않고 팀을 지킨 상징적인 선수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선수들도 축구를 소재로 한 많은 게임에서 자유롭게 트레이드되고 있습니다. 만약 푸욜이나 제라드가 트레이드 기능을 통해 다른 팀으로 이적될 수 있는 기능이 자신들의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면, 노 다우트 사례와 동일하게 취급해야 할까요? 노 다우트의 멤버가 다른 그룹의 구성원이 되는 것이 그들에게 불명예가 될 수 있다면, 푸욜이나 제라드같은 선수들이 다른 팀에서 뛰는 것도 그들에게 불명예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기술의 발달은 항상 새로운 법률적 이슈를 발생시킵니다. 그리고 사회에 새로운 숙제를 안겨줍니다. 이런 이슈들을 어떤 방식으로 처리하는지에 따라 사회가 나아갈 방향이 결정됩니다. 우리가 만약 퍼블리시티권에 대한 나름의 기준을 정해두지 않는다면, 나중에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할지도 모릅니다. 물론, 비정규직과 청년실업이 넘쳐나는 참담한 현실에서 연예인들의 명예와 자존심까지 걱정하는 게 그다지 내키는 일은 아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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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제라드76



들어가며

많은 게이머들이 학수고대하던 디아블로 3의 출시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디아블로 3는 시대를 풍미한 명작들을 탄생시킨 블리자드의 신작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지만, 유저들 상호간의 아이템 거래를 중개하는 화폐경매장 때문에 더 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게임물등급위원회의 등급분류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화폐경매장은 제외되었고, 게임이 출시되어도 한국 유저들은 당분간 화폐경매장을 사용할 수 없게 될 전망이다.

아이템거래에 대한 반감과 게임 순수주의

많은 게이머들은 아이템 현금거래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게임에 있어서 만큼은 돈이 아닌 실력과 노력에 따라 경기력이 결정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게임은 잘 하지도 못하면서 현금으로 아이템을 구매해서 앞서 나간다는 사실은 많은 게이머들을 분노하게 만든다. 이와 같은 게이머들의 분노에는 기회의 균등이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세계에서의 불만도 상당히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유저간 아이템 거래 관련 규제 상황

현재의 아이템 거래 규제 상황을 살펴보자.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에서는 고포류(고스톱이나 포커 등)가 아닌 일반게임에서 획득한 아이템을 유저들끼리 거래하는 행위를 금지하지 않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IMI나 아이템베이같은 중개사이트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유저들 상호간의 아이템 거래 자체가 불법이었다면, 이런 중개사이트들은 처벌을 면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법으로 금지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게임회사들은 약관으로 유저들 사이의 아이템 거래를 금지하고 있으며, 게임물등급위원회에서는 유저들간의 아이템 거래를 인정하는 게임들의 등급 분류를 사실상 거부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유저들간의 아이템 거래는 법으로 금지되어 있지는 않지만, 약관에서 유저간 아이템 거래를 금지하고, 거래가 적발될 경우 계정이용정지 조치 등 각종 불이익을 가할 수 있도록 규정함으로써, 거래의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고 있으며, 불안정한 거래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이익에 때문에 유저들간의 아이템 거래가 사실상 통제되고 있는 것이다.

게임아이템 거래는 인정되어야 하는가

이런 상황이라면, 유저간 아이템거래에 대한 논의는 아이템 거래를 인정할 것이지 여부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유저간 아이템 거래의 폐해가 크다면 법에서 이를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맞고, 아이템 거래를 인정해야 한다면 우회적인 방식으로 아이템 거래를 막고 있는 현재의 규제 시스템을 변경하는 것이 순리에 맞기 때문이다.

유저간 아이템 거래를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의 가장 핵심적인 근거는 게임의 순수성 훼손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순수성 훼손의 측면에서 봤을때 게임회사가 판매하는 아이템을 구매하는 것과 다른 유저가 판매하는 아이템을 구매하는 것 사이에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현재의 시스템은 게임의 순수성은 지키지 못하면서 유저간 안정적인 거래수단을 박탈함으로써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기가 매우 어려운 구조이다.

아이템 거래는 전면적으로 허용되어야 하는가

그렇다면, 아이템 거래를 전면적으로 허용해야 하는 것일까. 아쉽게도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현재의 상황을 생각해보면 게임위의 신중함도 납득할만한 측면이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를 가정해보자. A라는 MMORPG 게임의 특정 마을에 주점이 있고, 주점 안에는 미니게임 형식의 작은 슬럿머신이 있다. 게임머니를 넣으면 플레이 할 수 있고, 확률은 낮지만 배당되는 금액도 크다. 이런 상황이라면, 오로지 슬럿머신만을 플레이하는 유저들이 출현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그나마, 현재는 거래금지 약관조항 때문에, 거래가 위축되는 효과라도 존재하지만, 현금으로 게임머니를 구입하고, 슬롯머신에서 당첨된 금액을 즉시 현금으로 교환할 수 있게 된다면, 게임 전체의 사행성이 크게 증가할 수도 있다.

근래에 끊임없이 논란이 되었던 확률형 아이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현금으로 아이템을 구입하고 아이템을 오픈하면 확률에 따라 좋은 선수나, 좋은 아이템이 나오는 경우, 만약 획득한 아이템을 즉시 안정적으로 판매하여 현금화할 수 있다면, 아이템 구매와 판매만을 되풀이하는 게임 유저들이 양산될 가능성도 결코 적지 않다.

이처럼, 아이템의 안정적인 현금화 가능성은 게임의 사행성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에 게임위 입장에서도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정말로 필요한 것은 명확한 기준과 납득할만한 근거

하지만, 문제는 게임 전체의 사행성을 부추기는 각종 확률형 아이템들은 아무런 규제없이 판매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상적인 유저간의 아이템 거래는 사실상 금지되어 유저의 노력에 대한 보상이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점이다.

사행성에 대한 기준을 보다 명확히 하여, 사행성이 심한 아이템 판매는 게임회사에 의한 것이든 유저에 의한 것이든 금지하고, 정상적인 아이템 판매라면 유저간의 거래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순리에 맞는 방식이다.

사행성이란 무엇일까

그렇다면, 도대체 무슨 기준으로 사행성을 판단할 것인지 의문이 있을 수 있다. 사행성은 환전 가능성, 베팅부터 당첨까지 걸리는 시간, 최대 배당률, 1회에 베팅할 수 있는 금액의 한도 등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

위 사례에서 슬럿머신을 통해 획득한 게임머니를 현금으로 교환할 수 없거나, 교환하는데 상당한 위험이 따른다고 생각해보자. 아니면, 슬롯머신이 돌아가는데 한시간이 걸린다거나, 한번에 베팅할 수 있는 금액이 1원에 불과하다거나, 배당률이 1.1배를 넘지 않는다고 가정해보자. 이런 제한조건을 참으면서 도박을 목적으로 슬롯머신을 하는 유저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오로지 도박을 목적으로 하는 유저들이라면 일시에 많은 금액을 배팅하고, 높은 배당을 기대할 수 있으며, 베팅부터 배당까지 순환이 빠른 게임을 찾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각각의 요소에 제한을 두는 방식으로 법이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통제하고, 정상적인 유저간의 아이템 거래는 통제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아이템거래 허용 그 이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전쟁이 발발하면, 국가에서는 새로운 화폐를 찍어낸다. 군수장비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화폐를 대량으로 찍어내면, 화폐의 가치는 떨어지고, 물가는 상승한다. 그나마 국가의 경우 국민들에게 지도자를 선출할 수 있는 권리라도 주어져있다.

하지만, 게임회사의 경우에는 어떨까? 회사의 선택이나 결정 하나로, 게임내의 경제시스템을 완전히 붕괴시킬 수도 있다. 유저들이 비싸게 산 아이템도 공급을 늘려 휴지조각으로 만들 수 있으며, 공급을 줄이는 방식으로 평범한 아이템의 가격도 올릴 수 있다. 수요는 게이머들에 의해 결정되지만, 공급은 게임회사가 독점적으로 통제하기 때문이다.

유저들은 자신이 구입한 아이템의 가치가 급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할텐데, 게임회사나 대규모 거래업체들이 거래가격을 조작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런 대책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게임 서비스가 종료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어떤 게임이든 시간이 흐르고 게임의 인기가 수그러들면 유저들이 게임을 떠나기 시작한다. 서버가 통폐합되고, 서비스 종료가 예고된다. 그렇다면, 게임사는 유저들에게 어떤 기준으로 보상을 해야만할까. 아이템 구매시의 가격, 동일 아이템의 최근 판매가격 등 다양한 기준이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문제들은 유저간의 아이템거래가 현실적으로 인정된다면 머지않아 반드시 발생하게 될 문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논의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결 론

유저간의 아이템거래와 관련된 이런 기형적인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이제부터라도 어떻게 사행성 문제를 잠재우면서, 유저들의 권리를 보호할 것인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유저간 거래가 허용되었을때 발생할 수 있는 법률적 문제에 대한 논의도 서둘러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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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제라드76
대한민국에서 유통되는 모든 게임은 원칙적으로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이하 "게임법") 제21조에 따라 게임물등급위원회(이하 "게임위")의 등급분류를 받아야만 합니다. 게임위에서는 게임의 폭력성, 선정성, 사행성 등을 심사하여 게임물을 4개의 등급으로 분류합니다. 게임위는 일정한 경우 등급분류를 거부할 수도 있는데, 등급분류 거부결정을 받게되면 이의신청을 통하여 등급을 부여받거나 내용을 수정하지 않는 이상 게임을 서비스할 수 없게 됩니다.

블리자드가 올해 하반기 출시되는 디아블로 3에서 게이머들간의 아이템 현금거래를 허용하는 "화폐경매장"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결정하면서 디아블로 3가 게임위의 등급분류를 통과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게임위는 2010. 8. 3. 약관에서 아이템 현금거래를 허용한 황제온라인에 대해 사행성을 문제삼아 등급분류 거부결정을 내린 바 있기 때문입니다.

황제온라인의 전례에 비추어 봤을때, 디아블로 3도 화폐경매장 시스템 때문에 등급분류 거부결정을 받지 않을지 우려하는 게이머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번 시간에는 아이템 현금거래를 이유로 한 등급거부 결정의 법률적 문제점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게임위의 등급분류 심의규정 제18조 제2호는 "게임의 결과로 얻은 점수 또는 게임머니를 현금화하는 경우"에는 게임위가 이를 사행성 게임물로 확인하여 등급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황제온라인은 다른 게임들과는 달리 약관에서 게임머니나 아이템의 현금거래를 금지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황제 온라인에 대한 게임위의 등급분류 거부결정은 위 심의규정에 따른 것이므로 적법하다고 볼 수 있을까요?

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아이템 현금거래를 허용하는 게임이 게임법상의 사행성게임물에 해당하는지 먼저 살펴보아야 합니다. 게임법 제22조 제2항에서는 게임위가 사행성게임물에 대하여 등급분류를 신청한 자에 대하여 등급분류를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문제의 핵심은 아이템 현금거래를 인정하는 게임이 과연 사행성 게임물에 해당하는지 여부일 것입니다.

사행성 게임물에 대해서는 게임법 제2조 1의2호에서 규정하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사행성게임물"이란 "베팅이나 배당을 내용으로 하는 게임물"이나 "우연적인 방법으로 결과가 결정되는 게임물로서 그 결과에 따라 재산상 이익 또는 손실을 주는 것"을 말합니다.

황제온라인이 고스톱이나 포커처럼 베팅이나 배당을 내용으로 하는 게임물이 아니라는 점은 명확해 보입니다. 따라서, 문제가 되는 것은 황제온라인이 우연적인 방법으로 결과가 결정되는 게임물에 해당하는지 여부입니다.

지난 칼럼에서 소개드린 바와 같이 MMORPG에서 게이머가 획득하는 아이템은 우연적인 방법으로 결과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게이머의 노력과 경험의 산물이라는 것이 대법원 판례의 입장입니다.

따라서, 황제온라인이 게임약관에서 아이템 거래를 금지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베팅이나 배당을 내용으로 하는 게임물이나 우연적인 방법으로 결과가 결정되는 게임물에 해당하지 않는 이상 게임법에서 정한 "사행성 게임물"에 해당하지는 않습니다.

그럼데도 불구하고, 등급분류 심사기준은 "게임의 결과로 얻은 점수 또는 게임머니를 현금화하는 경우"는 사행성 게임물에 해당한다고 규정하여 사행성 게임물의 범위를 임의로 확대하고, 게임위는 이에 기초하여 등급분류 거부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따라서, 황제온라인에 대한 게임위의 등급분류 거부결정은 명백히 위법한 처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같은 기준으로 생각해 본다면, 디아블로 3가 화폐경매장 시스템을 통해 게임머니를 현금화한다고 하더라도 게임법상의 "사행성게임물"로 볼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게임위는 디아블로 3가 사행성 게임물이라는 이유로 등급분류를 거부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게임위는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바다이야기 사태를 계기로 사행성 게임에 대한 감독과 규제를 강화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입니다. 따라서, 게임위가 "사행성 게임물"과 관련하여 매우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려고 하는 것은 충분히 납득할만한 여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법률에서 규정한 범위를 벗어나 사행성 게임물을 확대 해석하고, 이에 근거하여 등급분류 거부결정을 내린다면 이는 명백히 재량을 일탈한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추후에 디아블로3가 등급심사를 통과하면, 황제온라인과의 형평성 문제가 당연히 제기될 것입니다. 이 때문에, 게임위 입장에서도 등급분류와 관련하여 적지 않은 심적 부담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게임간 형평성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법률에 근거한 적법한 처분입니다.

부디 게임위가 사행성 게임물에 대한 근거없는 해석으로 황제온라인에서 범했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병찬 변호사(제라드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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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제라드76

1. 들어가며

16세 미만 청소년들이 새벽 0시부터 6시까지 온라인 게임에 접속하는 것을 금지하는 강제적 셧다운제를 포함한 청소년보호법이 지난 4월 국회를 통과하고, 11월 그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물론, 청소년들의 게임과몰입을 예방하고, 이를 방지하는 일은 중요하지만, 이러한 강제적 셧다운제는 헌법적 관점에서 봤을 때 상당히 문제가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입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를 통해 청소년, 게임업체, 부모의 측면에서 셧다운제의 헌법적 문제점들을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2. 청소년의 "게임을 할 권리" 및 “인격의 자유로운 발현권” 침해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16세 미만 청소년들은 특정시간(0시~6시) 동안 인터넷 게임을 하지 못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청소년들은 "게임을 할 권리"라는 기본권을 제한당하게 됩니다.

양심의 자유나 종교의 자유처럼 헌법에서 명문으로 "게임을 할 권리"를 규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헌법에서는 "행복추구권"을 국민의 기본권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행복추구권은 일반적인 행동 자유권을 주요 내용으로 포함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행동자유권이란 국민이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활동을 국가권력의 간섭 없이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자유를 의미하기 때문에, "게임을 할 권리"도 당연히 행복추구권의 내용에 포함되는 기본권입니다.

물론, 기본권이라고 해서 언제나 무제한적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며,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등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다른 모든 권리와 마찬가지로 "게임을 할 권리"도 법률로서 제한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국민의 기본권 제한이 지나치게 과도하여 침해의 정도에 이르게 되면 헌법재판소는 이를 위헌으로 판단하여 법률적 효력을 상실시키는데, 여기서 기본권의 합리적인 제한인지 여부는 "과잉금지의 원칙"을 기준으로 판단하게 됩니다.

과잉금지의 원칙은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정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을 그 내용으로 합니다. 이를 풀어서 설명하면,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은 그 목적이 헌법과 법률체계 내에서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어야 하고(목적의 정당성), 기본권 제한의 수단이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적절한 것이어야 하며(수단의 적정성),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여러 수단 중 가장 기본권 제한의 정도가 적은 수단을 선택해야 하고(침해의 최소성), 기본권 제한을 통하여 달성하려는 공익이 이로 인해 제한되는 기본권보다 크거나, 적어도 균형이 유지되어야 합니다(법익의 균형성).

만약, 법률이 위와 같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이런 법률은 헌법을 위반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법률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게임 셧다운제도는 청소년들의 게임 과몰입을 예방하고, 방지하기 위한 것이므로 일단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되다고 보아야 합니다.

그러나 셧다운제가 이와 같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적정한 수단인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선, 게임중독이란 "게임을 얼마나 오래 하느냐"의 문제이지, "게임을 언제 하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다시 말해, 심야에 게임을 한다고 할지라도 게임과몰입이 아닐 수 있는 반면, 허용된 시간에 게임을 한다고 할지라도 게임과몰입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셧다운제가 청소년의 게임과몰입을 예방하고, 방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면, 일정시간 이상 게임을 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며, 특정시간에 일률적으로 게임을 하지 못하도록 금지시키는 것은 적절한 수단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또한, 한국입법학회가 올해초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청소년들 중 약 46%가 셧다운제가 실시되더라도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인터넷 게임을 하거나, 인터넷 게임이 아닌 다른 게임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과연 이와 같은 상황에서 셧다운제도가 실시된다고 해서 게임중독 예방 및 방지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른 한편, 게임 셧다운제도는 침해의 최소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습니다. 셧다운제는 특정시간 동안 청소년들의 게임접속을 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있는데, 이보다 더 완화된 수단을 통해서도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청소년 본인이나 법정대리인의 요청이 있는 경우에는 일정시간 이상 게임에 접속하지 못하게 하거나, 특정시간대에는 게임에 접속하지 못하도록 하는 선택적 셧다운제를 실시한다면, 기본권 제한을 최소화하면서도 동일한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로, 이와 같은 선택적 셧다운제는 이미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 개정안에 포함되어 국회에 제출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셧다운제는 “일반적인 행동자유권” 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의 “인격의 자유로운 발현권”도 침해합니다.

헌법재판소는 1993. 5. 13. 18세 미만자가 당구장에 출입할 수 없도록 한 ‘체육시설의설치이용에관한법률시행규칙’ 제5조가 평등권과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므로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단하면서, 판결이유에서 당구를 통하여 자신의 소질과 취미를 살리고자 하는 소년에 대하여 당구를 금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행복추구권의 침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게임산업은 매해 폭발적인 성장을 하고 있으며, 게임인구 확대에 발맞추어 게임을 기획하고, 개발하고, 프로게이머가 되려는 청소년들도 매해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있어 게임이란 이미 오락이 아닌 자아실현의 수단입니다. 공부대신 운동, 음악, 미술을 자신의 길로 선택한 청소년들이 밤을 새워 연습을 하고, 작품을 만드는 것과 게임으로 자아를 실현하려는 학생들이 밤을 새워 게임을 하는 것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을까요?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게임을 단순한 오락으로 즐긴다고 해서, 게임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려는 청소년들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행복추구권의 내용인 인격의 자유로운 발현권에 대한 침해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3. 온라인 게임업체의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

헌법에서는 "모든 국민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비록 명문상 직업 "선택"의 자유라고 규정되어 있지만, 헌법에서 말하는 직업선택의 자유란 자기가 선택한 직업을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자유롭게 수행할 수 있는 직업수행의 자유를 포함합니다.

게임 셧다운제가 시행되면 게임업체는 16세 미만 청소년을 대상으로 0시부터 6시까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게 되므로, 직업수행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발생합니다.

셧다운제로 인해 직업수행의 자유가 침해되는 정도에 이르렀는지와 관련하여, 과잉금지의 원칙을 기준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수단의 적정성 측면에서 보면, 비대면 가입을 전제로 하는 게임서비스의 특성상 실제 가입자가 명의인과 동일한 사람인지 게임업체가 일일이 파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청소년들이 부모나 다른 성인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하여 게임서비스에 가입하는 경우에도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이처럼 쉽게 규제를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하기 때문에 셧다운제를 통해 게임과몰입을 예방 및 방지한다는 것은 현실성이 없습니다.

또한, 게임업체가 부모 등 법정대리인의 요청에 따라 게임시간을 개별적으로 제한하거나, 총 게임시간을 이메일 등을 통하여 통지하는 방식으로도 아이들의 게임시간을 통제할 수 있다면, 셧다운제와 같은 일률적인 통제방식은 지나치게 기본권을 많이 제한하는 수단이므로 침해의 최소성도 충족하지 못한다고 보아야 합니다.

4. 온라인 게임업체에 대한 평등권 침해

대한민국 헌법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평등의 원칙에서 말하는 평등이란 모든 대상을 항상 동일하게 대하라는 절대적 평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경우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차별을 인정하는 상대적 평등입니다. 따라서, 입법자는 객관적으로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규범의 대상을 실질적으로 평등하게 규율해야 합니다.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에서는 인터넷 게임으로 셧다운제 적용대상을 제한하고 있으므로 일반 패키지 게임처럼 네트워크 기능을 포함하지 않은 PC 게임들은 셧다운제 적용대상에서 제외됩니다. 따라서, 이와 같은 두가지 게임 사이에는 차별이 발생하게 되는데, 과연 이런 차별이 평등의 원칙에 부합하는 합리적 차별인지가 문제됩니다.

게임 셧다운제는 청소년들의 게임중독을 예방하고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되었으므로, 네트워크 게임에 대해서만 셧다운제도를 적용하는 것이 합리적인 차별이 되기 위해서는 네트워크 게임과 비네트워크 게임 사이에 중독성 측면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있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 네트워크 게임에만 중독성이 존재하거나, 네트워크 게임의 중독성이 비네트워크 게임에 비하여 현저히 높아야 합니다.

물론 네트워크 게임은 여러 게이머가 동시에 접속하여 상호 경쟁하고 협력할 수 있기 때문에, 비네트워크 게임에 비하여 보다 더 흥미로운 오락적 요소들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네트워크 게임 중에서도 이혼제조기라는 별명으로 불리던 "풋볼 매니저"나 `문명하셨습니다`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낸 "문명"과 같이 강한 흡입력을 가지고 있는 게임이 다수 존재합니다.

따라서, 단순히 네트워크 기능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셧다운제의 적용범위에 포함시키는 것은 합리적인 기준에 의한 차별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결국, 네트워크 게임만을 셧다운제의 적용대상으로 한 이유는 그 필요성이 크기 때문이 아니라 법집행이 상대적으로 용이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중독성이 높은데도 셧다운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 비네트워크 게임, 중독성이 낮은데도 셧다운제의 적용을 받아야 하는 네트워크 게임에 대해 불합리한 차별이 발생하게 되며, 이는 헌법에서 말하는 평등의 원칙에 정면으로 위반되는 것입니다.

5. 국내 게임업체에 대한 평등권 침해

게임은 이미 오래전에 국경을 넘나드는 서비스 산업이 되었습니다. 외국에서 서비스하는 게임의 경우 국내법을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국내업체에 대해서만 셧다운제가 시행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국내 게임업체와 외국 게임업체 사이에는 셧다운제와 관련된 차별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런 차별이 합리화되기 위해서는 국내 게임업체가 만든 게임의 경우에만 중독성이 존재하거나, 중독성이 훨씬 강해야하는데, 이렇게 판단할만한 어떠한 근거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유사한 문제는 인터넷 실명제와 관련한 "유튜브" 사건에서도, 게임물 등급심사와 관련된 "부족전쟁" 사건에서도 발생했었는데, 이는 기술적인 발달로 서비스는 점점 광범위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적 규제권한은 국경을 넘을 수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필연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규제권한의 한계라는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국내 게임업체에 대해서만 셧다운제를 적용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한 불이익은 모두 국내 게임업체가 감수해야 합니다. 셧다운제가 시행되어 국내게임에 대한 접속이 불가능해지면, 국내 게이머들은 외국의 유사 게임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이미 전지구적 범위에서 게임업체들이 경쟁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실효성도 크지 않은 셧다운제로 국내 게임업체의 손발을 묶는다면, 과연 국내 게임산업 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걱정이 앞섭니다.

게임중독의 문제는 비단 대한민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왜 셧다운제라는 방식으로 이를 규제하는 나라가 극히 일부에 불과한지 우리는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6. 부모의 교육권 침해

모든 부모는 자녀에 대한 교육권을 가집니다. 부모의 교육권이란 자녀의 교육에 관하여 전반적인 계획을 세우고 자신의 인생관ㆍ사회관ㆍ교육관에 따라 자녀의 교육을 자유롭게 형성할 권리를 의미합니다.

이와 같은 부모의 교육권은 비록 헌법에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지는 않지만, 모든 인간이 누리는 불가침의 인권으로서 혼인과 가족생활을 보장하는 헌법 제36조 제1항, 행복추구권을 보장하는 헌법 제10조 및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 헌법 제37조 제1항에서 나오는 중요한 기본권입니다.

헌법재판소는 2000. 4. 27 원칙적으로 과외를 금지하고 있던 "학원의설립ㆍ운영에관한법률" 제3조에 대해 위헌판결을 내립니다. 헌재는 판결이유에서 부모의 자녀교육권에 대하여 설명하면서 원칙적으로 학교 밖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에 대해서는 부모의 교육권이 우선순위를 가진다는 점을 확인합니다.

일률적으로 특정시간에 게임을 하지 못하도록 통제하는 것은 학교 밖에서 이루어지는 자녀의 활동에 대해 부모 대신 국가권력이 개입하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부모의 교육권에 대한 침해가 될 수 있습니다.

부모의 교육권 침해를 언급하는 것과 관련하여, 자녀들이 심야에 게임을 하기를 원하는 부모가 있겠느냐고 반문하시는 분들도 있을겁니다. 하지만, 자녀가 심야에 게임하는 것을 허용할지 여부는 부모가 스스로, 또는 아이와의 합의를 통하여 자율적으로 결정하여야 할 사항이며, 국가가 부모의 교육권을 대신하여 행사할 수는 없습니다.

부모의 선택이 맞건, 틀리건 그 권한과 책임은 부모에게 귀속되는 것이며, 부모의 철학에 따른 수많은 교육방법 중에서 어느 하나만이 정답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7. 게임은 과연 폭력을 부르는가

최근들어 게임이 원인으로 지목된 수많은 사건들이 발생했습니다. 게임중독에 빠진 청소년이 어머니를 살해하고 자살한 사건, 젊은 부부가 유아를 방치하여 사망에 이르게 된 사건 등. 이런 패륜적인 범죄의 발생이 셧다운제를 도입함에 있어 아주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런 비극적 사건들의 "근본적인 원인"이 과연 게임인지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펜실베니아대학교의 범죄학자 로런스 셔먼에 따르면 PC 열풍을 타고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이 미국 가정 속으로 막 쏟아져 들어오던 시기에 오히려 청소년 범죄도 곤두박질 쳤다고 합니다. 그에 따르면, 미국의 청소년 살인사건은 1993년에서 1990년대 말 사이에 3분의 2로 줄었고 이후 다시 상승하지 않았습니다. 비디오 게임이 그렇게 치명적인 존재라면 비디오 게임이 보급되자 살인사건의 발생 회수가 오히려 줄어든 현상을 설명할 방법이 없습니다.

하버드 의과대학의 로랜스 커트너 박사와 셰릴 올슨 박사는 미법무부의 요청으로 2004년부터 2년여에 걸쳐 1,200명의 아동과 500명의 부모를 대상으로 ‘게임의 폭력적인 묘사가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조사했습니다. 이들이 종국적으로 내린 결론은 비디오 게임의 폭력성이 아동들에게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도 비디오 게임이 현실과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굳이 전문가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만약 게임이 현실 폭력의 중요한 원인이라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범죄율이 높은 집단은 프로게이머 집단이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잠자는 시간과 밥먹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거의 항상 연습에 몰두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프로게이머 집단이 또래 집단에 비하여 범죄율이 높다는 연구나 통계는 전혀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삶을 들여다보겠습니다. 이미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경쟁시스템은 학교라고 예외일 수 없습니다. 가뜩이나 감수성이 풍부하고 예민한 청소년들이 학업으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공부를 잘하고, 좋은 학교에 진학하는 것 말고는 성취감을 느끼거나 자신의 존재가치를 입증할 방법이 없는 학교라는 좁은 틀 안에서, 왕따의 공포를 이겨가며 청소년들은 잠시라도 괴로운 현실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게임이라는 오락수단을 선택한 것입니다.

이런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고민없이, 많은 청소년들이 게임에 몰입하게 되는 원인은 단순히 게임의 중독성 때문이라고 안이하게 생각한다면, 셧다운제가 실행된다고 하더라도 절대 게임중독 문제를 근본적인 차원에서 해결할 수 없을 것이며, 보다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해결 노력도 뒷걸음질치게 될 것입니다.

8. 법적 규제는 최후의 수단

심야시간에 16세 미만 청소년들의 통행을 전면적으로 금지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청소년들이 음주나 흡연 등의 비행을 저지를 가능성도 떨어지고, 범죄율도 현저히 낮아지고, 청소년들이 범죄의 표적이 될 가능성도 낮아질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우리는 이런 극단적인 방법을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부모의 교육권과 청소년들의 합리적인 선택을 신뢰하기 때문이며, 법률에 의한 국민의 기본권 제한은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헌법의 기본원칙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헤겔은 '역사의 발전이란 곧 자유의 확대 과정'이라 말했습니다. 지금은 모든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자유와 권리를 얻어내기까지 수많은 고난과 투쟁이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힘든 과정을 통해서 얻어낸 자유와 권리를 우리는 스스로 통제할 능력이 없다며 다시 국가에 넘기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는 결국 역사의 발전을 부정하고, 과거로 회귀하겠다는 발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9. 마치며

모든 미디어는 등장 초기 음란물을 통해서 확대되어 왔습니다. 인쇄기가 발명되자 음란 서적이 쏟아져 나왔고, 사진기가 나오기 무섭게 음화가 등장했으며, 초기 비디오시장에서도 70%가 성인비디오였습니다. 물론 인터넷에서도 가장 먼저 음란물이 유포되었습니다. 이는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과 음란물이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을 잘 보여줍니다.

하지만, 음란물의 범람을 우려하여 인터넷을 억압했다면, 우리는 인터넷 결재도, 온라인 쇼핑몰도,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도 없는 세상에서 살고 있을 것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기성세대에게 낯선 미디어라고 해서, 본질적인 원인에 대한 확증도 없이 게임을 모든 사회적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하여 억압하려고 한다면, 우리는 더 이상 게임이 가져다줄 보다 풍요로운 미래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는 정말 셧다운제가 합리적인 판단에 근거한 합리적인 정책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이병찬 변호사(제라드76)

셧다운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카페를 개설했습니다.
관심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http://cafe.naver.com/noshutd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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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제라드76
아래 글은 인터넷 주인찾기가 2011. 2. 26 "인터넷 심의의 대안을 찾아서"라는 제목으로 개최한 워크샵에서 제가 발제한 내용입니다.

많이 부족하지만 방심위 규제의 문제점을 전반적으로 개괄적으로 소개한 글이니 필요하신 분은 참고삼아 일독해 보실 것을 권합니다.

<들어가며>


오늘 우리는 온라인 공간에서의 표현의 자유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인터넷을 비롯한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발달은 자본과 권력이 없는 평범한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확장시켜 민주주의 발전의 기초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이런저런 이유로 인터넷에서의 표현의 자유는 충분히 보장되지 않고 있습니다.

추적 60분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경고조치 및 미네르바 사건 등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수많은 사건에 비추어보면 대한민국에서 충분한 표현의 자유가 주어지고 있다고 이야기하기는 아직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인터넷에서의 표현의 자유가 아무런 제약없이 전면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사회에는 표현의 자유만큼이나 중요한 다른 가치가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 이 자리에서는 인터넷 주인찾기가 주체가 되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시고 인터넷에서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 보장되어야 하며, 이에 대한 규제는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하는지, 또한 현행 규제 시스템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논의해 보고자 합니다.

논의가 지나치게 산만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오늘 워크샵에서는 명예훼손 부분을 제외한 불법정보의 문제 및 방심위 규제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명예훼손 및 정보통신제공사업자의 임시조치 문제는 제2회 워크샵에서 논의하도록 하겠습니다.

<표현의 자유, 왜 중요한가?>

표현의 자유가 왜 중요한 기본권인가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견해가 있을 수 있지만, 아래 헌법재판소 판례가 이를 가장 적절하게 설명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다소 길지만 이를 인용할까 합니다.

"언론ㆍ출판의 자유는 민주체제에 있어서 불가결의 본질적 요소이다. 사회구성원이 자신의 사상과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모든 민주사회의 기초이며, 사상의 자유로운 교환을 위한 열린 공간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민주정치는 결코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주주의는 사회내 여러 다양한 사상과 의견이 자유로운 교환과정을 통하여 여과없이 사회 구석 구석에 전달되고 자유로운 비판과 토론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때에 비로소 그 꽃을 피울 수 있게 된다. 또한 언론ㆍ출판의 자유는 인간이 그 생활속에서 지각하고 사고한 결과를 자유롭게 외부에 표출하고 타인과 소통함으로써 스스로 공동사회의 일원으로 포섭되는 동시에 자신의 인격을 발현하는 가장 유효하고도 직접적인 수단으로서 기능한다. 아울러 언론ㆍ출판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사상은 억제되고 진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다. 문화의 진보는 한때 공식적인 진리로 생각되었던 오류가 새로운 믿음에 의해 대체되고 새로운 진리에 자리를 양보하는 과정속에서 이루어진다. 진리를 추구할 권리는 우리 사회가 경화되지 않고 민주적으로 성장해가기 위한 원동력이며 불가결의 필요조건인 것이다. 요컨대, 헌법 제21조가 언론ㆍ출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것은 이같은 헌법적 가치들을 확보하기 위한 전제조건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헌재 1998.04.30, 95헌가16)

표현의 자유가 중요한 이유는 결국 그것이 민주사회의 기초이며, 다른 헌법적 가치들을 확보하기 위한 전제조건이기 때문입니다.

표현의 자유는 이처럼 중요한 기본권이기 때문에 헌법에서도 검열을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등 다른 기본권에 비하여 보다 두텁게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고 있고,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있는 경우에만 합리화 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방심위 규제, 무엇이 무엇인가>

1. 방심위 심의대상의 포괄성

우선, 방심위 심의대상이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표현의 자유에 대해 지나치게 폭넓은 제한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방송통신위원회설치및운영에관한법 제21조 및 정통망법 제44조의7 제1항 제9호에따라 방심위는 "범죄를 목적으로 하거나 교사 또는 방조하는 내용의 정보"에 대하여 심의할 권한을 가지는데, 동 조항의 경우 아무런 추가적 기준이 존재하지 아니하여, 제1호부터 제8호까지 개별적으로 심의대상을 규정한 입법취지가 몰각되고 있습니다.

위 규정은 방심위로 하여금 범죄와 관련된 모든 표현에 대해 심의권한을 부여하였다는 점에서 문제일 뿐만 아니라, 사법부에 의하여 종국적으로 범죄로 판단된 것이 아니라 수사시관에 의하여 단순히 혐의만 인정되는 경우에도 방심위 규제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큰 문제가 있습니다.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정보인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범죄성립여부에 대해서 방심위 내부에서 1차적인 판단이 내려져야 하는데, 형법은 차치하고서라도 과연 방심위에서 공정거래법, 의료법 등 특수분야 범죄에 대해 판단할 능력이 있는지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방심위가 범죄 해당여부를 판단할 전문성이 없다면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요청이 있을 경우 방심위는 기계적으로 시정을 요구하게 되고, 상황이 이렇게 전개될 경우 사실상 범죄 혐의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표현을 제재하는 권한을 보유하게 되는 결과가 야기될 수도 있습니다.(제7호~제9호의 경우)

또한, 방송통신위원회설치및운영에관한법시행령 제8조에서는 "청소년에게 유해한 정보 등 심의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정보"에 대한 심의 및 시정요구 권한을 부여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상 방심위가 필요하다고 인정하기만 하면 심의대상에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습니다.

따라서, "기타 범죄"와 관련된 정통망법 제44조의 7 제1항 제9호는 이를 좀더 구체화하거나 방통위 심의대상에서 제외하고 방통위법시행령 제8조의 "심의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정보"는 이를 즉시 삭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입니다.


2. 방심위 시정요구의 법적성질

방심위가 특정 표현이 불법정보라고 결론내린 경우,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나 게시판 관리/운영자에게 시정요구를 명할 수 있습니다.

방심위는 해당정보에 대한 삭제나 이용정지 등의 조치는 방심위가 아닌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나 게시판 관리/운영자에 의하여 실행될 뿐만 아니라, 방심위가 시정요구를 한다고 하여 포털사업자 등이 시정요구를 이행하도록 법률적으로 강제되는 것은 아니므로 시정요구는 단순한 행정지도에 불과하다고 계속하여 주장하여 왔습니다.

이는 방심위의 시정요구가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이라고 본 서울행정법원의 2009구합35924 판결에 의해 어느정도 해결되었다고 볼 수도 있으나, 아직도 규정의 모호성으로 인하여 위법/부당한 시정요구에 대한 종국적인 책임소재 등이 문제될 여지가 있습니다.

따라서, 방심위가 불법정보라고 판단한 경우에는 시정요구가 아닌 시정명령을 내리도록 법률에서 명문화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할 것으로 보입니다.

시정명령을 부과하도록 규정하면 방통위로부터 직접적 규제를 받고 있는 정보통신제공사업자들도 시정요구 이행에서 발생하는 책임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또한 이용자 입장에서도 게시물을 삭제당하거나, 이용을 정지당하게 되면 방심위를 상대로 직접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법원에서 방심위의 처분이 위법한 것으로 판단되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사후적인 구제절차를 보장받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방심위의 과도한 시정요구가 법원에서 위법한 것으로 판단되고, 이러한 사례가 집적되면 방심위가 시정요구를 명하는데에도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며, 이로 인해 시정요구를 명함에 있어 더욱 신중을 기하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을 것입니다.

3. 불복수단의 실질적 보장

방심위의 시정요구가 이루어진 경우, 방송통신위원회의설치및운영에관합법시행령 제8조 제6항에서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게시판 관리/운영자 또는 해당이용자가 15일 이내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방심위의 시정요구는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 또는 게시판 관리/운영자를 상대방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용자가 실제로 이의제기를 할 기회를 갖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따라서, 시정요구를 내릴 경우에는 이를 이용자에게 반드시 고지하고 불복절차를 안내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이용자의 게시물 중 어떤 부분이 어떤 규정에 위반하여 시정요구를 내리는 것인지 명백히 고지하여야 합니다.

어떤 법률에 근거하여 어떤 표현물이 어떤 이유로 삭제되었는지 알아야만 이의신청, 행정소송 등 향후 불복절차를 진행할지 여부에 대해서 판단할 수 있고, 문제된 부분을 삭제하거나 수정하는 등 자진시정을 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 고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연 규제를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인가>

기업에 대한 비판은 영업방해죄, 특정 정당이나 특정 정치인에 대한 비판은 명예훼손죄, 특정한 사상의 표출은 국가보안법위반죄에 해당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현행법상으로도 그러한 표현을 처벌할 수 있는 근거규정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특정한 표현이 범죄를 구성하여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수위에 이르렀다면, 법원의 판결에 의하여 형사처벌을 내리면 되는 것이지 방심위의 시정요구 등을 통해 표현 자체를 억제하는 것은 지나친 기본권 제한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정 표현이 공동체의 상식에 반하는 것이라면, 이를 시정하는 것도 원칙적으로 공동체의 자율에 맡기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방심위 심의에 대한 문제점과 관련하여, 특히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과연 방심위 규제로 해결해야 하는지 전면적으로 다시 재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정한 표현이 국가안전이나 사회질서 유지에 해악을 끼친다고 인정되는 경우, 그러한 해악이 국가기관에 의한 규제와 제한으로만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헌법재판소도 "언론출판의 영역에서 국가는 단순히 어떤 표현이 가치없다거나 유해하다는 주장만으로 그 표현에 대한 규제를 정당화시킬 수는 없다. 그 표현의 해악을 시정하는 1차적인 기능은 시민사회의 내부에 존재하는 사상의 경쟁메커니즘에 맡겨져 있기 때문이다(헌법재판소 95헌가16 판결)"라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일단, 국가가 직접 나서서 어떤 표현이 가능한지 기준을 마련하고, 이런 기준을 넘어서는 표현을 제한하려고 하는 것은 공동체에서 작용하는 경쟁 메커니즘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국가가 직접적으로 나서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당연시할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표현에 대하여 자율적인 정화를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국민들의 고양된 의식수준과 민주주의의 성숙단계를 고려할때 표현의 자유에 대한 좀더 전향적인 사고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치며>

현재까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적지않는 글들이 발표되고,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하지만, 네티즌들이 중심이 되어 스스로 우리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자리는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모쪼록,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인 네티즌들이 주최하는 이번 워크샵을 통해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가 보다 더 합리적으로 보장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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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제라드76
1. 들어가며

장하준 교수님께서 얼마전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라는 책을 출간하셨습니다.

책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저에게는 서문이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경제학의 95퍼센트는 상식을 복잡하게 만든 것이다. 나머지 5퍼센트도 아주 전문적인 부분까지는 아니지만 거기에 숨은 근본 논리는 쉬운 말로 설명 가능하다."

"의사 결정권을 가진 사람들에게 올바른 길을 선택하도록 요구하는 데에는 고도의 전문 지식이 필요하지 않다. (중략) 식품 공장, 정육점, 식당 등의 위생기준이 어때야 한다는 것은 전염병 학자가 아니어도 모두 아는 사실이 아닌가. 경제에 관한 판단을 내리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다. 주요 원칙과 기본적인 사실을 알고 나면 상세한 전문 지식이 없어도 좋은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저는 경제학에 대해서는 문외한입니다. 대학시절에도 남들 다 듣는 경제학 개론 수업 한 번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이런 경제학 지식의 부족은 각종 경제 현안에 대해 나름의 판단을 하고,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하는데 있어서 항상 심리적 장벽으로 작용해 왔습니다.

"내가 경제학에 대해서 뭘 안다고 함부로 글을 쓰고, 정부를 비판하겠어..."

하지만, 장하준 교수님의 글을 읽으며, 이런 심리적 장벽이 많이 낮아진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서설이 길었습니다. 왜이리 도입이 장황한지 아마 의아하실겁니다.

법학은 경제학과 마찬가지로 예전부터 아주 전문적인 분야로 취급받아 왔습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통용되는 각종 법률용어가 매우 생소하고, 판결문이 전문적이어서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법적 판단은 전문가들의 영역이라는 관념이 강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법도 핵심적인 개념들을 이해한다면 충분히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볼 수 있으며, 법이란 본질적으로 사회적인 합의에 따라 도출된 일종의 약속이기 때문에 상식적인 차원의 비판이 오히려 더 용이하다고 생각합니다.

장하준 교수님의 저서가 그러했던 것처럼 제가 쓴 글도 일반인들의 심리적 저항감을 줄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마음으로 이 포스팅을 올립니다. 

2. 미네르바 사건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알려진 박대성씨는 2008. 7. 30.경 인터넷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경제토론방에 "정부의 외환보유고가 고갈되어 외화예산 환전 업무가 중단되었다"는 내용을 글을 게시하였습니다.

2008. 12. 29.에는 아고라에 "정부가 주요 7대 금융기관 및 수출입 관련 주요기업에게 달러 매수를 금지할 것을 긴급 공문 전송했다"는 내용의 글을 게시하였습니다.

검찰은 박씨의 글이 허위일 뿐만 아니라 정부의 환율정책 수행을 방해하고 우리나라 대외신인도를 저하시키는 등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작성되었다는 이유로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에 근거하여 박씨를 기소하였습니다.

제47조(벌칙) ①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에 박씨는 위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을 제기합니다.

3. 위헌법률심판

헌법재판소는 2010. 12. 28. 위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헌법재판소는 특정법률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었는지 여부를 심사하는 기관입니다.

우리가 흔히 통칭하여 부르는 "법령"에는 헌법, 법률, 대통령령, 총리령, 부령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런 여러가지 법령들은 동일한 지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위계질서를 가지고 있으며, 모든 법령 중 헌법이 가장 상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설사 국회에서 의결된 법률이라고 할지라도 상위 법령인 헌법에 위반되어서는 안됩니다.

헌법재판소는 법원이나 국민이 특정 법률조항의 위헌여부를 판단해 달라고 신청하면 이에 대해 종국적인 판단을 내립니다.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오늘은 이번 사건과 관련된 몇가지 기준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4. 명확성의 원칙

헌법재판소는 우선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보았습니다.

명확성의 원칙이란 법률에서 금지된 행위인 '범죄'와 그에 대한 제재인 '형'을 누구나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규정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만약 형법규정이 명확하지 못하다면 해석하는 법관마다 다른 판결을 내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민들이 어떤 행위를 해야하는지 혹은 하지 말아야 하는지 명확하게 알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이해의 편의를 돕기 위해 좀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나쁜짓을 한 자는 징역에 처한다"라는 법률조항이 있다고 생각해 보시죠.

법을 준수해야 하는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나쁜짓"이라는 요건이 너무나도 추상적이기 때문에 자신이 해야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명확히 알 수 없을 것입니다.

친구에게 거짓말을 하는 행위부터 살인에 이르기까지 일체의 행위가 나쁜짓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사람마다 나쁜짓을 판단하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동성연애, 촛불집회 등 판단하는 사람마다 각 행위가 "나쁘짓"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것입니다.

따라서, 이와 같은 법률조항은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되기 때문에 위헌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이 사건에 대한 헌재의 결정 요약문을 잠시 살펴보겠습니다.


"어떠한 표현행위가 “공익”을 해하는 것인지, 아닌지에 관한 판단은 사람마다의 가치관, 윤리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으며, 이는 판단주체가 법전문가라 하여도 마찬가지이고, 법집행자의 통상적 해석을 통하여 그 의미내용이 객관적으로 확정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 나아가 현재의 다원적이고 가치상대적인 사회구조 하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상황이 문제되었을 때에 문제되는 공익은 하나로 수렴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인바, 공익을 해할 목적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공익간 형량의 결과가 언제나 객관적으로 명백한 것도 아니다.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수범자인 국민에 대하여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허위의 통신’ 가운데 어떤 목적의 통신이 금지되는 것인지 고지하여 주지 못하고 있으므로 표현의 자유에서 요구하는 명확성의 요청 및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하여 헌법에 위반된다."(헌법재판소 결정 요약문 중)

헌법재판소가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공익을 해한다고 할때의 "공익"이라는 개념은 너무나도 추상적입니다.


다양한 가치관과 철학을 가지고 있는 구성원들이 함께 사는 사회에서 "공익"이라는 개념은 명확하다고 볼 수 없으며 판사마다 다르게 해석될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구성원 입장에서도 특정한 행위를 할 때, 나의 행위가 "공익"에 위배되지 않는지 여부에 대해서 쉽게 판단할 수가 없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위 조항이 이러한 문제점으로 인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5. 과잉금지의 원칙

헌법 제37조 제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헌법 제37조 제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 제2항과 함께 대한민국 헌법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좀 더 풀어서 설명하면, 국가가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고 싶으면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해서만 제한할 수 있고(제한의 목적), 제한하는 경우에도 국회에서 의결된 법률에 의해서만 제한해야 하며(제한의 방법),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만 제한해야 합니다(제한의 정도).

여기서 말하는 "필요한 경우"를 학문적으로 구체화 한 것이 과잉금지의 원칙입니다.

과잉금지의 원칙이란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는 법률은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정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이라는 4가지 요건을 충족하여야 하며, 만약 이 중 하나라도 충족하지 못하면 헌법 제37조 제2항에 위반되어 무효라는 원칙입니다.

목적의 정당성이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목적이 정당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마 위 전기통신기본법 조항의 목적은 "허위 사실 유포 등에 의한 국가혼란의 방지"일 것이므로 목적 자체는 정당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수단의 적정성이란 기본권 제한의 수단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적절해야 한다는 것을 말합니다. 허위 사실 유포 등에 의한 국가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 이와 같은 행위를 한 자를 형사처벌 한다면 위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므로 수단의 적정성 요건도 충족되었다고 보아야 합니다.

침해의 최소성이란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여러가지 수단이 존재할 경우 기본권 제한의 정도가 가장 낮은 수단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다른 사람의 물건을 훔친자는 오른손을 절단한다"는 법률조항은 수단의 적정성은 충족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오른손이 절단될 수도 있다는 공포 때문에 사람들이 절도죄를 저지르지 않게 될 것이고, 그로인해 국민들이 재산권을 지킬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법률조항은 침해의 최소성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징역이나 금고, 벌금과 같은 다른 수단을 통해서도 절도죄를 억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법익의 균형성이란 제한되는 기본권에 비하여 기본권 제한을 통해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이 보다 더 커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위에서 든 예에 비추어서 생각해보면, 재산권의 보호라는 목적이 평생동안 불구로 살아가야 하는 절도범의 불이익보다 크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따라서, 위 조항은 법익의 균형성 요건도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다시 이번 판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을 당해 사건에서와 같이 공익을 해할 목적의 허위사실을 내용으로 하는 통신에 적용하는 것은, ‘공익’ 개념의 모호성, 추상성, 포괄성으로 말미암아 필연적으로 규제되지 않아야 할 표현까지 다함께 규제하게 된다. 허위사실의 표현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국민의 올바른 정보획득이 침해된다거나 국가질서의 교란 등이 발생할 구체적 위험이 있다고 할 수 없고, 허위의 통신 자체가 일반적으로 사회적 해악의 발생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님에도 ‘공익을 해할 목적’과 같은 모호하고 주관적인 요건을 동원하여 이를 금지하고 처벌하는 국가의 일률적이고 후견적인 개입은 기본권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 나아가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자신이 행하고자 하는 표현이 규제의 대상이 아니라는 확신이 없는 기본권 주체로 하여금 규제를 받을 것을 우려하여 스스로 표현행위를 억제하도록 할 가능성이 높은바, 제재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하여 표현이 억제된다면, 표현의 자유의 기능은 훼손될 수밖에 없다.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헌법재판소 보충의견 중)

헌법재판소에서는 본 조항이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좀 더 쉽게 설명하면 허위사실을 표현한 모든 경우를 처벌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예를 들어 "불법적인 폭력을 조장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내용으로 하는 통신"과 같이 범위를 좀 더 구체적으로 설정하여 규제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익"을 해할 목적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범위가 현저히 확대되었다는 것입니다.

6. 마치며

전기통신기본법 위헌판결과 관련하여 법을 전공하지 않은 분들이 판결의 취지를 좀 더 구체적으로 이해하셨으면 하는 작은 바램으로 글을 썼는데,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킨 것은 아닐까라는 두려움이 드는군요.

이번 판결을 통해 대한민국 사법부에도 아직 미래가 있다는 조그마한 희망을 가져봅니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느꼈던 기본권 제한에 대해 한 번쯤 의심하고, 이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병찬 변호사(제라드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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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제라드76

지금은 약간 수그러든 것 같지만, 한 때 집단지성의 성공케이스로 위키피디아가 빠지지 않고 언급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위키피디아는 잘 아시는 것처럼, 네티즌들이 직접 참여하여 만드는 온라인 백과사전입니다.

위키피디아의 성공은 적절한 시스템이 구축되면 구성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획기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는 위키피디아가 기대만큼 많이 성장하지 못했습니다.

2010. 10. 28.을 기준으로 영문 위키피디아의 총 항목은 3,453,444개인데 반해 한글 위키피디아의 총 항목은 146,267개에 불과합니다.

단지, 항목수에서만 차이가 나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항목의 경우에도 질과 양에서 한글위키피디아는 영문 위키피디아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영문 위키피디아는 영어를 쓰는 모든 사람들이 잠재적 생산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한글 위키피디아와 단순 비교를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점을 고려한다고 할지라도 차이가 지나치게 현저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위키피디아의 창시자인 지미 웨일즈는 한국 방문시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위키피디아가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지식in 때문이라고 언급한 바 있는데요.

오늘은 위키피디아가 한국에서 성공하지 못한 이유를 지식in과의 비교를 통해서 한 번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1. 사적 채널과 공적 채널

인터넷이 보편화되기 전까지만 해도, 일반적인 사항들을 쉽게 찾아보기 위해서는 백과사전에 의존하는 방법밖에 없었습니다.
 
30대 이상인 분들이라면 어린시절 숙제를 하기위해 백과사전을 참조하셨던 기억을 가지고 계실겁니다.

당시에는 백과사전의 종류도 별로 많지 않아서, 학생들의 숙제내용도 대부분 비슷했었습니다.

백과사전은 대부분 전문가들에 의하여 작성되었기 때문에, 신뢰할만한 공식적인 컨텐츠라는 믿음이 있었고, 지금까지도 이런 인식은 어느정도 유지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백과사전처럼 공신력있는 콘텐츠를 생산하는데 참여하는 것은 상당한 심리적 부담감을 줍니다.

반면에 지식in 서비스는 어떤가요?

대부분의 경우 친구의 고민을 받아주듯 쉽게 그리고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답변이 작성됩니다.

다시말해 심리적인 부담감이 현저히 떨어지는 공간이라는 것이죠.

그래서, 위키피디아에 참여하기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도 지식in에는 쉽게 답을 올리고, 이를 통해 컨텐츠가 용이하게 확대될 수 있습니다.

2. 창작의 습관

우리나라 사람들이 컨텐츠를 직접 생산하는 일에 익숙하지 않다는 것도 큰 장애물인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 대부분의 국민들은 제도권 교육의 영향으로 주로 듣고, 읽는 일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하지만, 쓰고, 말하고, 토론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제대로 훈련받아 본 적이 별로 없습니다.

가뜩이나 고단한 일상에서 시간을 쪼개어 훈련받아본 적 없는 일을 시작한다는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물론, 창작이 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 제약요소로 작용하는 것은 지식in이나 위키피디아나 마찬가지 아니냐고 반문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식in은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비형식적 대화에 가깝다는 점, 다시 말해, 수업시간에 날아온 친구의 쪽지에 대한 회답같은 성격이 강하고, 이는 자신의 생각을 정제하여 표현해야 하는 위키피디아식 창작과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3. 전문가 중심주의

한국사회는 대학서열화로 인해 학력주의가 매우 공고하게 자리잡고 있다는 점은 이미 경험으로 모두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자격증이든, 박사학위든, 유학경험이든 사회에서 객관적으로 검증된 무언가가 없다면 한국에서 여론을 주도하고 영향력을 행사하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다시 말해서, 적어도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객관적으로 검증받은 전문가들이 중심이 되어 의견을 주도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시되고 있습니다.

경제는 경제 전문가가, 정치는 정치 평론가가 담론을 만들어내며, 평범함 사람들은 공식적인 채널에서는 쉽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지 못합니다.

위키피디아의 실패원인으로 토론문화의 부재를 언급하시는 분이 많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공식채널을 통한 사회적 담론의 형성은 지적으로 뛰어난 전문가들의 전유물이라는 강박관념이 크게 한 몫 하는 것 같습니다.

4. 위키피디아는 중요한 시험대

저는 대한민국에서 위키피디아의 성공을 간절히 바라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이유는 위키피디아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를 통한 성취감을 느끼게 되고, 다른 구성원들과 협업하고, 의견을 조율하는 방법을 익히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험은 다른 영역에서도 대화와 타협, 협업과 공유의 문화를 불러일으키고 다른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모쪼록 한국판 위키피디아가 전문가 중심주의를 극복하고 한국에서도 모범적인 집단지성의 성공사례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이병찬 변호사(제라드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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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건의 발단

SBS는 얼마전부터 자사의 드라마를 소재로 리뷰를 올리는 블로그들에 대해 블로그 운영업체에 임시조치를 요청하기 시작했습니다.

드라마 블로거들이 올린 게시물에 삽입된 캡쳐사진이 SBS의 저작권을 침해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죠.

자신이 심혈을 기울인 포스팅이 일명 "블라인드" 처리되면서 수많은 분들이 분노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http://www.ibagu.co.kr/502)

2. 과연 저작권 침해일까?

그런데, 드라마 리뷰에 캡쳐사진을 첨부하는게 과연 저작권 침해일까요?

저작권법 제28조에서는 공정이용을 규정하여, 일정한 범위에서 타인의 저작물을 사용하는 행위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제28조(공표된 저작물의 인용) 공표된 저작물은 보도·비평·교육·연구 등을 위하여는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이를 인용할 수 있다.

대법원은 위 조항과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공정이용의 판단기준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를 기초로 캡쳐사진을 이용한 드라마 리뷰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는지 한 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구 저작권법 제28조는 공표된 저작물은 보도·비평·교육·연구 등을 위하여는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이를 인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인용한 것인가의 여부는 인용의 목적, 저작물의 성질, 인용된 내용과 분량, 피인용저작물을 수록한 방법과 형태, 독자의 일반적 관념, 원저작물에 대한 수요를 대체하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이 경우 반드시 비영리적인 목적을 위한 이용만이 인정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지만, 영리적인 목적을 위한 이용은 비영리적 목적을 위한 이용의 경우에 비하여 자유이용이 허용되는 범위가 상당히 좁아진다(대법원 1997. 11. 25. 선고 97도2227 판결 등 참조).

다만, 여기서 한가지 주의할 점은, 수많은 블로거들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드라마 리뷰를 작성하기 때문에, 같은 드라마 리뷰라도 명백한 저작권 침해의 경우부터 명백한 공정이용의 경우까지 넓은 스펙트럼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특정 포스팅을 전제로 판단하는 것이 아닌 이상, 캡쳐사진을 이용한 드라마 리뷰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거나 해당하지 않는다고 일률적으로 결론내리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이하에서는 원론적인 차원에서 저작권 침해 여부를 논의하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판례의 기준에 따르면 공정이용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리뷰와 캡쳐사진(피인용물) 사이에 주종관계가 존재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포스팅에서 드라마에 대한 비평이나 분석이 주를 이루고 캡쳐사진은 이를 보완해주는 관계에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드라마의 명장면을 캡쳐하여 이를 연속적으로 나열한 경우에는 공정이용에 해당할 가능성이 없습니다.

다음으로 대체가능성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공정이용과 관련하여 드라마 리뷰의 특성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대체가능성이라고 함은 인용물이 원저작물에 대한 수요를 대체하는지 여부를 말합니다.

다시 말해, 드라마 리뷰를 보는 것이 드라마를 보는 것과 같은 가치를 가지거나 드라마 리뷰를 본다면 드라마를 보지 않게 되느냐는 의미입니다.


시나 소설, 신문기사 같은 경우와 비교해서 생각해보면 드라마 리뷰의 경우에는 대체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을 쉽게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누군가가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자신의 블로그에 시를 올린다거나 소설을 올리면 그로 인해 원저작물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 개연성이 높습니다.

왜냐하면, 시나 소설은 문자로 표현되는 예술이며, 활자 외에 다른 표현 요소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드라마는 전혀 다릅니다. 드라마는 음악, 연기, 각본 등 수많은 요소들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드라마 리뷰에 첨부된 캡쳐사진만으로는 드라마 자체가 주는 재미와 감동을 도저히 느낄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드라마 캡쳐사진 몇 장을 본다고 해서, 그로 인하여 드라마 자체를 보지 않을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고 보아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지 여부입니다.

유명한 드라마 블로거 분들 중 대다수는 자신의 블로그에 애드센스 등의 광고를 게재하고 있습니다.

블로그에 애드센스 등의 광고를 달고 있다면, 영리목적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보다 높아지고 공정이용으로 인정받을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낮아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는 위 판례에서도 적시한 것처럼 공정이용의 범위를 상당히 제한적으로 해석하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많은 분들이 의아하게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아니 애드센스 광고로 돈 얼마나 번다고 그걸 영리목적으로 판단하고 공정이용의 적용범위를 제한하냐고...

이에 대해서는 한 번도 법원의 판단이 있었던 적이 없어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지 여부는 수익의 규모와는 크게 관계가 없어 보입니다.

광고의 게재는 기본적으로 블로그를 통하여 수익을 얻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의사를 표출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요약하자면, 양적인 측면과 질적인 측면에서 리뷰와 캡쳐사진 사이의 주종관계가 확실할수록, 광고 등 상업적 목적과 관련되어 있지 않을수록 공정이용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가 돌아본 바로는 광고를 감안하더라도 대다수의 블로거 분들이 공정이용의 기준에 맞게 리뷰를 작성하고 계신 것으로 판단되더군요.

특히, 위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드라마 리뷰의 경우에는 대체가능성이 매우 낮기 때문에 다른 저작물에 비하여 공정이용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결론적으로, 공정이용과 관련하여 법원의 판례가 아직 충분히 축적되지 않은 상황에서 조금 섣부른 이야기일 수 있지만, 드라마 캡쳐 사진이 아닌 리뷰가 주를 이루고 있다면 공정이용에 해당한다고 판단됩니다.

따라서, 객관적으로 보아 위 기준에 부합하고 있다고 판단되시면 SBS의 저작권 침해 주장으로 인해 지나치게 위축되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3. 과연 수익에는 도움이 될까?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자발적으로 SBS 드라마에 대한 나름의 의견을 올리고, 이를 통해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유도했음에도 불구하고 저작권 침해라는 이유로 게시물이 블라인드 처리되면서 많은 분들이 심한 배신감을 느끼시는 것 같습니다.

SBS는 아마도 저작권 보호조치를 통하여 SBS의 저작물들을 자신이 허락한 한정된 장소에서만 유통시키는 것이 전략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과연 이런 조치가 종국적으로 SBS의 수익에 도움이 될까요?

앞에서도 살펴본 것처럼 드라마 같은 영상물은 드라마 자체에 대한 다운로드 서비스나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이상 수요의 대체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뛰어난 블로그들이 드라마의 캐스팅에 대해, 배우들의 연기에 대해, 각본에 대해, 배경음악에 대해 활발하게 비평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해당 드라마에 관심을 갖게 되고, 이런 관심이 자연스럽게 드라마에 대한 인기로 이어질겁니다.

최근에는 많은 기업들이 네티즌과 친구가 되기 위해 트위터에 계정을 만들고, 블로그를 운영하는 등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남들은 친구를 늘리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우호세력을 적으로 돌리는 이런식의 전략을 도대체 왜 선택했는지 정말 의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모쪼록 SBS가 스스로 몰락을 자초하는 이와 같은 전략을 최대한 빨리 포기하기를 바랍니다.

                                                                                     이병찬 변호사(제라드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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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제라드76
1. 지사로서의 하워드 진 그리고 투사로서의 하워드 진

지금은 작고하신 조영래 변호사를 이야기하면서 누군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지사로서의 면과 투사로서의 면모를 같이 갖기는 참 어려운데, 조영래 변호사는 이 두가지 면모를 가지고 있는 보기 드문 사람이다.

얼마전 세상을 떠난 하워드 진도 지사로서의 면모와 투사로서의 면모를 동시에 갖춘 얼마 되지않는 사람 중 한명이 아닐까 합니다.

하워드 진은 노암 촘스키와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진보적 지식인입니다. 그와 동시에 시민불복종 운동의 중심에 서있던 반전 평화운동가이기도 하지요

지사로서의 그는 "미국 민중사"를 통해 종래 영웅 중심의 역사기술에 문제를 제기하여, 노동운동가와 인권운동가 등 역사에서 소외되어 있던 사람들을 역사의 전면으로 끌어올립니다.

또한, 그는 세상의 불의와 맞서 싸우는 투사로서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인종차별 및 각종 전쟁에 반대하며 시민불복종 운동을 지도했습니다.

2. 달리는 기차위에 중립은 없다

그의 적지 않은 책들이 국내에 소개되어 있지만, 오늘은 그의 저서 중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라는 책을 소개할까 합니다.

이 책을 가장 먼저 소개하는 이유는 가장 재밌고, 쉽게 읽히며, 그가 왜 진보적 지식인으로 살아가게 되었는지를 잘 설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그의 자전적 에세이로, 크게 3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첫번째 부분은 그가 흑인들의 선거권 쟁취 및 실질적 평등을 달성하기 위해 투쟁한 내용들이 기술되어 있습니다.

두번째 부분은 그가 제2차 세계대전에서 폭격수로 참전하고 돌아와 베트남전에 대한 반전운동에 참여하기까지의 과정을 기술하고 있습니다.

책의 마지막 부분은 그의 시민불복종 운동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파시즘에 맞서기 위해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게 되면서, 그는 현대전의 참상을 알게 됩니다. 제대후 군인 원호법 덕분에 역사를 공부하여 대학교수가 되고, 흑인 여자대학인 스펠만 대학에서 근무하게 되면서 그는 인종차별의 문제를 정면으로 직시하게 됩니다.

그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편하고 쉬운 길이 아니라 비록 실패할지라도 정의를 위해 싸우는 길을 선택합니다.

3. 그가 남긴 교훈

그는 책에서 성공하지 못한 저항이라고 할지라도 무가치한 것은 아니며, 이런 일련의 투쟁을 통해 결국 역사가 변화한다는 소신을 일관되게 펼칩니다.

자본주의 체제에 순응하며, 기득권에 안주하는 학자들이 판을 치는 현재의 대한민국에서 하워드 진의 삶을 돌아다보면 한 명의 인간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그들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하여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이병찬 변호사(제라드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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