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위치정보 불법수집을 이유로한 집단소송이 탄력을 받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이런 저런 말들이 많은데, 한가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어서 이 자리를 빌려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많은 아이폰 사용자들이 "1. 소만 제기하면 100% 이긴다", "2. 손해배상 액수는 100만원이 될 것이다"라는 전제하에 소제기 여부를 결정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위 두가지 전제는 모두 사실이 아닙니다. 

1. 지급명령의 특수성과 집단소송의 승소가능성

위치정보의 불법수집을 이유로 한 집단소송에 단초를 제공한 것은 아이폰 유저들의 애플을 상대로한 지급명령 신청이 창원지방법원에서 확정되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지급명령은 일반인들에게는 익숙한 용어가 아니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 좀더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급명령이란 금전 등 지급을 목적으로 하는 청구에 관하여 채권자의 일방적 신청이 있으면 채무자를 심문하지 않고 채무자에게 그 지급을 명하는 재판입니다. 

간단한 예를 하나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A가 B에게 돈을 빌려줬는데, B가 돈을 갚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 통상은 A가 B를 상대로 대여금 청구의 소를 제기합니다. 다시 말해, A는 돈을 지급하라는 소장을 법원에 제출하고, B는 돈을 빌린적이 없다고 부인을 하든지, 이미 갚았다는 항변을 합니다. 법원은 A와 B의 주장을 모두 들어본 뒤에 증거를 검토하여 누구의 말이 맞는지 판단을 합니다. A의 말이 맞다고 판단하면, B는 A에게 대여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리고, B의 말이 맞다고 판단하면, A의 청구를 기각합니다.

그런데, 이런 통상의 재판절차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들어갑니다. 그래서, 간단한 권리구제 수단으로 마련한 것이 지급명령 제도입니다. A는 법원에 지급명령을 신청하고, 법원은 A의 주장만을 들은 상태에서 A의 주장이 터무니없는 것이 아니라면 B의 주장을 듣지 않은 상태에서 B는 A에게 얼마를 지급하라고 명령을 내립니다. B는 법원의 지급명령을 송달받은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는데, 이 기간동안 B가 이의신청을 하지 않으면 지급명령은 확정되고, 이는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갖게 됩다.

쉽게 말해서, 채권자가 신속하게 돈을 받을 수 있도록 별도로 마련한 절차가 바로 지급명령 제도입니다.

지급명령과 소송의 가장 중요한 차이는 B가 이의신청을 하지 않는 이상, 법원이 B의 주장을 들을 기회가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법원은 사건의 실체에 대해서 제대로 판단을 한 적이 없습니다. 창원지방법원 사건에서는 원고가 지급명령을 신청하고, 애플이 이에 대해 이의신청을 하지 않음으로써 지급명령이 확정된 것일 뿐입니다. 집단소송에서 법원이 양당사자의 주장을 모두 들어보고, 증거에 비추어 구체적인 판단을 내리게 된다면 결론이 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소를 제기하기만 하면 반드시 승소할 수 있다는 첫번째 전제는 사실이 아닙니다.

2. 위자료 100만원은 과연 가능할까

누군가의 불법행위로 인해서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불법행위를 한 사람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손해는 크게 재산적 손해와 정신적 손해로 나눌 수 있는데, 창원지방법원 사건에서 아이폰 유저들은 위치정보 불법수집으로 인한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로 각 100만원을 청구하였습니다. 애플은 지급명령에 대해 이의신청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위자료가 100만원으로 확정되었습니다.

그러나, 통상적인 소송절차에서 위자료 액수는 사실심의 전권사항입니다. 다시 말해서, 법원이 양 당사자의 주장을 들어보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범위에서 위자료를 결정합니다. 

좀 오래전 사건이기는 하지만, 암호화되지 않은 리니지 유저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유출된 사건이 발생했었습니다. 그 당시 법원은 NC소프트는 원고들에게 위자료로 각 10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린바 있습니다. 게임유저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암호화되지 않은 상태로 유출된 것과 핸드폰 위치정보가 동의없이 수집되는 것 중에 어느쪽이 정신적 손해가 크다고 볼 수 있을까요?

리니지 사례에 비추어 생각해보면, 본 건 집단소송에서 100만원이라는 청구금액은 상당히 감액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아야 합니다.

따라서, 위자료로 100만원이 인정될 것이라는 두번째 전제도 사실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3. 집단소송 참여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

아이폰 유저들이 집단소송에 반드시 참여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며, 별도로 소를 제기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과 같이 소액의 다수 피해자가 발생한 경우에는 집단 소송에 참여하는 편이 비용과 시간 측면에서 피해자에게 더욱 유리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언론은 집단소송의 승소가능성이나 위자료 액수에 대해서는 침묵하면서 소만 제기하면 무조건 위자료를 100만원씩 받을 수 있는 것처럼 보도하여 아이폰 유저들을 혼란에 빠트리고 있습니다.
 
동의도 없이 위치정보가 수집되고 있다는 것은 상당히 불쾌한 일입니다. 자신의 사생활이 침해되었다는 점에 대해 승소가능성이나 위자료 액수에 관계없이 정식으로 문제제기 하고 싶으시다면 집단소송에 참여하시는게 맞습니다. 제가 아이폰 유저였더라도 이번 소송에 참여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100% 승소할 수 있다, 그리고 위자료는 100만원이다라는 두가지 가정을 가지고 참여하시는 것이라면 소제기 여부(집단소송 참여여부)를 다시 한 번 신중하게 고려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병찬 변호사(제라드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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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16세 미만 청소년들이 새벽 0시부터 6시까지 온라인 게임에 접속하는 것을 금지하는 강제적 셧다운제를 포함한 청소년보호법이 지난 4월 국회를 통과하고, 11월 그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물론, 청소년들의 게임과몰입을 예방하고, 이를 방지하는 일은 중요하지만, 이러한 강제적 셧다운제는 헌법적 관점에서 봤을 때 상당히 문제가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입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를 통해 청소년, 게임업체, 부모의 측면에서 셧다운제의 헌법적 문제점들을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2. 청소년의 "게임을 할 권리" 및 “인격의 자유로운 발현권” 침해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16세 미만 청소년들은 특정시간(0시~6시) 동안 인터넷 게임을 하지 못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청소년들은 "게임을 할 권리"라는 기본권을 제한당하게 됩니다.

양심의 자유나 종교의 자유처럼 헌법에서 명문으로 "게임을 할 권리"를 규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헌법에서는 "행복추구권"을 국민의 기본권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행복추구권은 일반적인 행동 자유권을 주요 내용으로 포함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행동자유권이란 국민이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활동을 국가권력의 간섭 없이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자유를 의미하기 때문에, "게임을 할 권리"도 당연히 행복추구권의 내용에 포함되는 기본권입니다.

물론, 기본권이라고 해서 언제나 무제한적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며,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등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다른 모든 권리와 마찬가지로 "게임을 할 권리"도 법률로서 제한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국민의 기본권 제한이 지나치게 과도하여 침해의 정도에 이르게 되면 헌법재판소는 이를 위헌으로 판단하여 법률적 효력을 상실시키는데, 여기서 기본권의 합리적인 제한인지 여부는 "과잉금지의 원칙"을 기준으로 판단하게 됩니다.

과잉금지의 원칙은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정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을 그 내용으로 합니다. 이를 풀어서 설명하면,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은 그 목적이 헌법과 법률체계 내에서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어야 하고(목적의 정당성), 기본권 제한의 수단이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적절한 것이어야 하며(수단의 적정성),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여러 수단 중 가장 기본권 제한의 정도가 적은 수단을 선택해야 하고(침해의 최소성), 기본권 제한을 통하여 달성하려는 공익이 이로 인해 제한되는 기본권보다 크거나, 적어도 균형이 유지되어야 합니다(법익의 균형성).

만약, 법률이 위와 같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이런 법률은 헌법을 위반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법률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게임 셧다운제도는 청소년들의 게임 과몰입을 예방하고, 방지하기 위한 것이므로 일단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되다고 보아야 합니다.

그러나 셧다운제가 이와 같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적정한 수단인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선, 게임중독이란 "게임을 얼마나 오래 하느냐"의 문제이지, "게임을 언제 하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다시 말해, 심야에 게임을 한다고 할지라도 게임과몰입이 아닐 수 있는 반면, 허용된 시간에 게임을 한다고 할지라도 게임과몰입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셧다운제가 청소년의 게임과몰입을 예방하고, 방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면, 일정시간 이상 게임을 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며, 특정시간에 일률적으로 게임을 하지 못하도록 금지시키는 것은 적절한 수단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또한, 한국입법학회가 올해초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청소년들 중 약 46%가 셧다운제가 실시되더라도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인터넷 게임을 하거나, 인터넷 게임이 아닌 다른 게임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과연 이와 같은 상황에서 셧다운제도가 실시된다고 해서 게임중독 예방 및 방지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른 한편, 게임 셧다운제도는 침해의 최소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습니다. 셧다운제는 특정시간 동안 청소년들의 게임접속을 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있는데, 이보다 더 완화된 수단을 통해서도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청소년 본인이나 법정대리인의 요청이 있는 경우에는 일정시간 이상 게임에 접속하지 못하게 하거나, 특정시간대에는 게임에 접속하지 못하도록 하는 선택적 셧다운제를 실시한다면, 기본권 제한을 최소화하면서도 동일한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로, 이와 같은 선택적 셧다운제는 이미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 개정안에 포함되어 국회에 제출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셧다운제는 “일반적인 행동자유권” 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의 “인격의 자유로운 발현권”도 침해합니다.

헌법재판소는 1993. 5. 13. 18세 미만자가 당구장에 출입할 수 없도록 한 ‘체육시설의설치이용에관한법률시행규칙’ 제5조가 평등권과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므로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단하면서, 판결이유에서 당구를 통하여 자신의 소질과 취미를 살리고자 하는 소년에 대하여 당구를 금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행복추구권의 침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게임산업은 매해 폭발적인 성장을 하고 있으며, 게임인구 확대에 발맞추어 게임을 기획하고, 개발하고, 프로게이머가 되려는 청소년들도 매해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있어 게임이란 이미 오락이 아닌 자아실현의 수단입니다. 공부대신 운동, 음악, 미술을 자신의 길로 선택한 청소년들이 밤을 새워 연습을 하고, 작품을 만드는 것과 게임으로 자아를 실현하려는 학생들이 밤을 새워 게임을 하는 것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을까요?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게임을 단순한 오락으로 즐긴다고 해서, 게임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려는 청소년들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행복추구권의 내용인 인격의 자유로운 발현권에 대한 침해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3. 온라인 게임업체의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

헌법에서는 "모든 국민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비록 명문상 직업 "선택"의 자유라고 규정되어 있지만, 헌법에서 말하는 직업선택의 자유란 자기가 선택한 직업을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자유롭게 수행할 수 있는 직업수행의 자유를 포함합니다.

게임 셧다운제가 시행되면 게임업체는 16세 미만 청소년을 대상으로 0시부터 6시까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게 되므로, 직업수행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발생합니다.

셧다운제로 인해 직업수행의 자유가 침해되는 정도에 이르렀는지와 관련하여, 과잉금지의 원칙을 기준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수단의 적정성 측면에서 보면, 비대면 가입을 전제로 하는 게임서비스의 특성상 실제 가입자가 명의인과 동일한 사람인지 게임업체가 일일이 파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청소년들이 부모나 다른 성인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하여 게임서비스에 가입하는 경우에도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이처럼 쉽게 규제를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하기 때문에 셧다운제를 통해 게임과몰입을 예방 및 방지한다는 것은 현실성이 없습니다.

또한, 게임업체가 부모 등 법정대리인의 요청에 따라 게임시간을 개별적으로 제한하거나, 총 게임시간을 이메일 등을 통하여 통지하는 방식으로도 아이들의 게임시간을 통제할 수 있다면, 셧다운제와 같은 일률적인 통제방식은 지나치게 기본권을 많이 제한하는 수단이므로 침해의 최소성도 충족하지 못한다고 보아야 합니다.

4. 온라인 게임업체에 대한 평등권 침해

대한민국 헌법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평등의 원칙에서 말하는 평등이란 모든 대상을 항상 동일하게 대하라는 절대적 평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경우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차별을 인정하는 상대적 평등입니다. 따라서, 입법자는 객관적으로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규범의 대상을 실질적으로 평등하게 규율해야 합니다.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에서는 인터넷 게임으로 셧다운제 적용대상을 제한하고 있으므로 일반 패키지 게임처럼 네트워크 기능을 포함하지 않은 PC 게임들은 셧다운제 적용대상에서 제외됩니다. 따라서, 이와 같은 두가지 게임 사이에는 차별이 발생하게 되는데, 과연 이런 차별이 평등의 원칙에 부합하는 합리적 차별인지가 문제됩니다.

게임 셧다운제는 청소년들의 게임중독을 예방하고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되었으므로, 네트워크 게임에 대해서만 셧다운제도를 적용하는 것이 합리적인 차별이 되기 위해서는 네트워크 게임과 비네트워크 게임 사이에 중독성 측면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있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 네트워크 게임에만 중독성이 존재하거나, 네트워크 게임의 중독성이 비네트워크 게임에 비하여 현저히 높아야 합니다.

물론 네트워크 게임은 여러 게이머가 동시에 접속하여 상호 경쟁하고 협력할 수 있기 때문에, 비네트워크 게임에 비하여 보다 더 흥미로운 오락적 요소들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네트워크 게임 중에서도 이혼제조기라는 별명으로 불리던 "풋볼 매니저"나 `문명하셨습니다`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낸 "문명"과 같이 강한 흡입력을 가지고 있는 게임이 다수 존재합니다.

따라서, 단순히 네트워크 기능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셧다운제의 적용범위에 포함시키는 것은 합리적인 기준에 의한 차별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결국, 네트워크 게임만을 셧다운제의 적용대상으로 한 이유는 그 필요성이 크기 때문이 아니라 법집행이 상대적으로 용이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중독성이 높은데도 셧다운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 비네트워크 게임, 중독성이 낮은데도 셧다운제의 적용을 받아야 하는 네트워크 게임에 대해 불합리한 차별이 발생하게 되며, 이는 헌법에서 말하는 평등의 원칙에 정면으로 위반되는 것입니다.

5. 국내 게임업체에 대한 평등권 침해

게임은 이미 오래전에 국경을 넘나드는 서비스 산업이 되었습니다. 외국에서 서비스하는 게임의 경우 국내법을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국내업체에 대해서만 셧다운제가 시행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국내 게임업체와 외국 게임업체 사이에는 셧다운제와 관련된 차별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런 차별이 합리화되기 위해서는 국내 게임업체가 만든 게임의 경우에만 중독성이 존재하거나, 중독성이 훨씬 강해야하는데, 이렇게 판단할만한 어떠한 근거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유사한 문제는 인터넷 실명제와 관련한 "유튜브" 사건에서도, 게임물 등급심사와 관련된 "부족전쟁" 사건에서도 발생했었는데, 이는 기술적인 발달로 서비스는 점점 광범위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적 규제권한은 국경을 넘을 수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필연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규제권한의 한계라는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국내 게임업체에 대해서만 셧다운제를 적용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한 불이익은 모두 국내 게임업체가 감수해야 합니다. 셧다운제가 시행되어 국내게임에 대한 접속이 불가능해지면, 국내 게이머들은 외국의 유사 게임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이미 전지구적 범위에서 게임업체들이 경쟁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실효성도 크지 않은 셧다운제로 국내 게임업체의 손발을 묶는다면, 과연 국내 게임산업 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걱정이 앞섭니다.

게임중독의 문제는 비단 대한민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왜 셧다운제라는 방식으로 이를 규제하는 나라가 극히 일부에 불과한지 우리는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6. 부모의 교육권 침해

모든 부모는 자녀에 대한 교육권을 가집니다. 부모의 교육권이란 자녀의 교육에 관하여 전반적인 계획을 세우고 자신의 인생관ㆍ사회관ㆍ교육관에 따라 자녀의 교육을 자유롭게 형성할 권리를 의미합니다.

이와 같은 부모의 교육권은 비록 헌법에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지는 않지만, 모든 인간이 누리는 불가침의 인권으로서 혼인과 가족생활을 보장하는 헌법 제36조 제1항, 행복추구권을 보장하는 헌법 제10조 및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 헌법 제37조 제1항에서 나오는 중요한 기본권입니다.

헌법재판소는 2000. 4. 27 원칙적으로 과외를 금지하고 있던 "학원의설립ㆍ운영에관한법률" 제3조에 대해 위헌판결을 내립니다. 헌재는 판결이유에서 부모의 자녀교육권에 대하여 설명하면서 원칙적으로 학교 밖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에 대해서는 부모의 교육권이 우선순위를 가진다는 점을 확인합니다.

일률적으로 특정시간에 게임을 하지 못하도록 통제하는 것은 학교 밖에서 이루어지는 자녀의 활동에 대해 부모 대신 국가권력이 개입하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부모의 교육권에 대한 침해가 될 수 있습니다.

부모의 교육권 침해를 언급하는 것과 관련하여, 자녀들이 심야에 게임을 하기를 원하는 부모가 있겠느냐고 반문하시는 분들도 있을겁니다. 하지만, 자녀가 심야에 게임하는 것을 허용할지 여부는 부모가 스스로, 또는 아이와의 합의를 통하여 자율적으로 결정하여야 할 사항이며, 국가가 부모의 교육권을 대신하여 행사할 수는 없습니다.

부모의 선택이 맞건, 틀리건 그 권한과 책임은 부모에게 귀속되는 것이며, 부모의 철학에 따른 수많은 교육방법 중에서 어느 하나만이 정답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7. 게임은 과연 폭력을 부르는가

최근들어 게임이 원인으로 지목된 수많은 사건들이 발생했습니다. 게임중독에 빠진 청소년이 어머니를 살해하고 자살한 사건, 젊은 부부가 유아를 방치하여 사망에 이르게 된 사건 등. 이런 패륜적인 범죄의 발생이 셧다운제를 도입함에 있어 아주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런 비극적 사건들의 "근본적인 원인"이 과연 게임인지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펜실베니아대학교의 범죄학자 로런스 셔먼에 따르면 PC 열풍을 타고 폭력적인 비디오 게임이 미국 가정 속으로 막 쏟아져 들어오던 시기에 오히려 청소년 범죄도 곤두박질 쳤다고 합니다. 그에 따르면, 미국의 청소년 살인사건은 1993년에서 1990년대 말 사이에 3분의 2로 줄었고 이후 다시 상승하지 않았습니다. 비디오 게임이 그렇게 치명적인 존재라면 비디오 게임이 보급되자 살인사건의 발생 회수가 오히려 줄어든 현상을 설명할 방법이 없습니다.

하버드 의과대학의 로랜스 커트너 박사와 셰릴 올슨 박사는 미법무부의 요청으로 2004년부터 2년여에 걸쳐 1,200명의 아동과 500명의 부모를 대상으로 ‘게임의 폭력적인 묘사가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조사했습니다. 이들이 종국적으로 내린 결론은 비디오 게임의 폭력성이 아동들에게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도 비디오 게임이 현실과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굳이 전문가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만약 게임이 현실 폭력의 중요한 원인이라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범죄율이 높은 집단은 프로게이머 집단이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잠자는 시간과 밥먹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거의 항상 연습에 몰두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프로게이머 집단이 또래 집단에 비하여 범죄율이 높다는 연구나 통계는 전혀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삶을 들여다보겠습니다. 이미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경쟁시스템은 학교라고 예외일 수 없습니다. 가뜩이나 감수성이 풍부하고 예민한 청소년들이 학업으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공부를 잘하고, 좋은 학교에 진학하는 것 말고는 성취감을 느끼거나 자신의 존재가치를 입증할 방법이 없는 학교라는 좁은 틀 안에서, 왕따의 공포를 이겨가며 청소년들은 잠시라도 괴로운 현실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게임이라는 오락수단을 선택한 것입니다.

이런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고민없이, 많은 청소년들이 게임에 몰입하게 되는 원인은 단순히 게임의 중독성 때문이라고 안이하게 생각한다면, 셧다운제가 실행된다고 하더라도 절대 게임중독 문제를 근본적인 차원에서 해결할 수 없을 것이며, 보다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해결 노력도 뒷걸음질치게 될 것입니다.

8. 법적 규제는 최후의 수단

심야시간에 16세 미만 청소년들의 통행을 전면적으로 금지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청소년들이 음주나 흡연 등의 비행을 저지를 가능성도 떨어지고, 범죄율도 현저히 낮아지고, 청소년들이 범죄의 표적이 될 가능성도 낮아질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우리는 이런 극단적인 방법을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부모의 교육권과 청소년들의 합리적인 선택을 신뢰하기 때문이며, 법률에 의한 국민의 기본권 제한은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헌법의 기본원칙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헤겔은 '역사의 발전이란 곧 자유의 확대 과정'이라 말했습니다. 지금은 모든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자유와 권리를 얻어내기까지 수많은 고난과 투쟁이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힘든 과정을 통해서 얻어낸 자유와 권리를 우리는 스스로 통제할 능력이 없다며 다시 국가에 넘기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는 결국 역사의 발전을 부정하고, 과거로 회귀하겠다는 발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9. 마치며

모든 미디어는 등장 초기 음란물을 통해서 확대되어 왔습니다. 인쇄기가 발명되자 음란 서적이 쏟아져 나왔고, 사진기가 나오기 무섭게 음화가 등장했으며, 초기 비디오시장에서도 70%가 성인비디오였습니다. 물론 인터넷에서도 가장 먼저 음란물이 유포되었습니다. 이는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과 음란물이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을 잘 보여줍니다.

하지만, 음란물의 범람을 우려하여 인터넷을 억압했다면, 우리는 인터넷 결재도, 온라인 쇼핑몰도,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도 없는 세상에서 살고 있을 것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기성세대에게 낯선 미디어라고 해서, 본질적인 원인에 대한 확증도 없이 게임을 모든 사회적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하여 억압하려고 한다면, 우리는 더 이상 게임이 가져다줄 보다 풍요로운 미래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는 정말 셧다운제가 합리적인 판단에 근거한 합리적인 정책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이병찬 변호사(제라드76)

셧다운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카페를 개설했습니다.
관심있는 분들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http://cafe.naver.com/noshutd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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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제라드76
<다음 글은 제가 "게임메카"라는 게임전문잡지에 기고한 칼럼의 내용입니다. 게임에 관심있는 분들은 참고삼아 한번쯤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국내 게임시장의 규모가 점차 확대되면서, 아이템 및 계정 거래도 점점 활발해지고, 거래 중개 사이트도 급속한 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2010. 7. 22. 대법원은 MMORPG 게임의 계정양도와 관련된 의미있는 판결을 내린 바 있는데, 이번 칼럼에서는 이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L모게임의 유저였던 A는 2005년 자신의 계정을 B에게 양도하였습니다. 이 계정은 수차례 양도를 거친 후에 마지막으로 C에게 양도되었습니다. A는 C가 넘겨받은 계정의 명의인이 아직도 자신이라는 점을 이용해 본인확인 절차를 거친 뒤 비밀번호를 임의로 변경하였고, 최종적으로 계정을 양수한 C는 결국 게임에 접속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검찰은 A를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이하 `정통망법`)" 위반으로 기소했고, 1심은 A의 행위가 정통망법 위반이라고 판단하였으나, 항소심에서는 무죄를 선고했고, 대법원에서는 항소심의 무죄판결을 확정했습니다.

계정 팔고, 비밀번호를 변경했는데 무죄?

자신의 계정을 팔고, 이에 대한 대가까지 모두 지급받았는데, 비밀번호를 함부로 변경한 피고인에게 무죄판결이 선고되었으니 아마 의아해하는 게이머들도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판결요지를 찬찬히 살펴보면, 대법원이 왜 이와 같은 결론에 이르게 됐는지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습니다.

정통망법 제49조에서는 "누구든지 정보통신망에 의하여 처리/보관 또는 전송되는 타인의 정보를 훼손하거나 타인의 비밀을 침해/도용 또는 누설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71조에서는 "제49조의 규정을 위반하여 타인의 정보를 훼손하거나 타인의 비밀을 침해/도용 또는 누설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위와 같이 정통망법은 타인의 정보를 훼손한 자를 처벌하고 있으므로, 사안의 핵심적 쟁점은 과연 A가 "타인"의 정보를 훼손했는지 여부입니다. 만약, 계정을 양도한 이후에도 비밀번호가 여전히 A의 정보라고 본다면 A는 "타인"의 정보를 훼손한 바가 없으므로 무죄에 해당하게 될 것이고, 계정을 양도한 이후에는 비밀번호가 B의 정보라고 본다면 A는 "타인"의 정보를 훼손한 것이므로 유죄가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비밀번호라는 정보가 A의 정보인지, B의 정보인지는 누구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할까요? 만약, A와 B 사이의 관계만을 고려한다면 비밀번호는 B의 정보라고 보아야 합니다. B는 A로부터 계정을 양수받았고, 이미 그 대가를 지급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비밀번호가 누구의 정보인지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인 N모사에 의하여 접근권한이 부여되거나 허용된 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정해져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N모사는 L모게임 이용약관에서 계정의 양도나 매매를 금지하고 있으므로, 설사 A가 B에게 계정을 양도하였다고 하더라도 N모사의 입장에서는 여전히 A에게 접근권한이 남아있고, B에게는 정당한 접근권한이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A가 계정을 양도하고 비밀번호를 변경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비밀번호는 A의 정보인 이상, "타인"의 정보를 훼손한 것으로는 볼 수 없어 A는 무죄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계정 양도 후 비밀번호 변경은 언제나 무죄일까?

본 판결이 선고된 이후에 많은 게이머들이 계정을 양도하고 비밀번호를 변경해도 무조건 죄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이건 무척 위험한 생각입니다. 대법원에서는 계정양도 후 비밀번호 변경이 어떠한 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 아니라, 단지 정통망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형사소송법에는 불고불리의 원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불고불리의 원칙이란 쉽게 말해 법원은 검사가 공소제기한 사실에 대해서만 판단할 수 있다는 원칙입니다. 본 사건에서 검사는 A를 정통망법 위반으로 기소했고, 법원은 불고불리의 원칙에 따라 정통망법 위반 여부에 대해서만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A가 처음부터 비밀번호를 변경하기로 마음먹고, 다른 사람에게 계정을 양도한 뒤에 그 대가를 받고, 비밀번호를 변경하였다면 이는 형법상 사기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사기죄는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경우에 성립하는 죄로서, A가 양수인에게 계속적으로 계정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줄 것처럼 속인 뒤 대가를 편취하였다면 이는 사기죄의 요건을 충족시키기 때문입니다.

또한, 양수인은 계정의 비밀번호가 양도인에 의하여 임의로 변경된 경우 민사상으로 채무불이행에 기한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계약을 해제하고 양수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 이용약관상으로는 계정의 양도가 금지되어 있다고 할지라도 A, B 사이에서는 양도계약 자체가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계정 양도 후 비밀번호를 변경한 경우 어떠한 죄에도 해당하지 않거나, 양수금을 반환할 의무가 없는 것은 아니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이병찬 변호사(제라드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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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장하준 교수님께서 얼마전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라는 책을 출간하셨습니다.

책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저에게는 서문이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경제학의 95퍼센트는 상식을 복잡하게 만든 것이다. 나머지 5퍼센트도 아주 전문적인 부분까지는 아니지만 거기에 숨은 근본 논리는 쉬운 말로 설명 가능하다."

"의사 결정권을 가진 사람들에게 올바른 길을 선택하도록 요구하는 데에는 고도의 전문 지식이 필요하지 않다. (중략) 식품 공장, 정육점, 식당 등의 위생기준이 어때야 한다는 것은 전염병 학자가 아니어도 모두 아는 사실이 아닌가. 경제에 관한 판단을 내리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다. 주요 원칙과 기본적인 사실을 알고 나면 상세한 전문 지식이 없어도 좋은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저는 경제학에 대해서는 문외한입니다. 대학시절에도 남들 다 듣는 경제학 개론 수업 한 번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이런 경제학 지식의 부족은 각종 경제 현안에 대해 나름의 판단을 하고,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하는데 있어서 항상 심리적 장벽으로 작용해 왔습니다.

"내가 경제학에 대해서 뭘 안다고 함부로 글을 쓰고, 정부를 비판하겠어..."

하지만, 장하준 교수님의 글을 읽으며, 이런 심리적 장벽이 많이 낮아진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서설이 길었습니다. 왜이리 도입이 장황한지 아마 의아하실겁니다.

법학은 경제학과 마찬가지로 예전부터 아주 전문적인 분야로 취급받아 왔습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통용되는 각종 법률용어가 매우 생소하고, 판결문이 전문적이어서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법적 판단은 전문가들의 영역이라는 관념이 강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법도 핵심적인 개념들을 이해한다면 충분히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볼 수 있으며, 법이란 본질적으로 사회적인 합의에 따라 도출된 일종의 약속이기 때문에 상식적인 차원의 비판이 오히려 더 용이하다고 생각합니다.

장하준 교수님의 저서가 그러했던 것처럼 제가 쓴 글도 일반인들의 심리적 저항감을 줄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마음으로 이 포스팅을 올립니다. 

2. 미네르바 사건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알려진 박대성씨는 2008. 7. 30.경 인터넷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경제토론방에 "정부의 외환보유고가 고갈되어 외화예산 환전 업무가 중단되었다"는 내용을 글을 게시하였습니다.

2008. 12. 29.에는 아고라에 "정부가 주요 7대 금융기관 및 수출입 관련 주요기업에게 달러 매수를 금지할 것을 긴급 공문 전송했다"는 내용의 글을 게시하였습니다.

검찰은 박씨의 글이 허위일 뿐만 아니라 정부의 환율정책 수행을 방해하고 우리나라 대외신인도를 저하시키는 등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작성되었다는 이유로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에 근거하여 박씨를 기소하였습니다.

제47조(벌칙) ①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에 박씨는 위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을 제기합니다.

3. 위헌법률심판

헌법재판소는 2010. 12. 28. 위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헌법재판소는 특정법률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었는지 여부를 심사하는 기관입니다.

우리가 흔히 통칭하여 부르는 "법령"에는 헌법, 법률, 대통령령, 총리령, 부령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런 여러가지 법령들은 동일한 지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위계질서를 가지고 있으며, 모든 법령 중 헌법이 가장 상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설사 국회에서 의결된 법률이라고 할지라도 상위 법령인 헌법에 위반되어서는 안됩니다.

헌법재판소는 법원이나 국민이 특정 법률조항의 위헌여부를 판단해 달라고 신청하면 이에 대해 종국적인 판단을 내립니다.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오늘은 이번 사건과 관련된 몇가지 기준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4. 명확성의 원칙

헌법재판소는 우선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보았습니다.

명확성의 원칙이란 법률에서 금지된 행위인 '범죄'와 그에 대한 제재인 '형'을 누구나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규정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만약 형법규정이 명확하지 못하다면 해석하는 법관마다 다른 판결을 내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민들이 어떤 행위를 해야하는지 혹은 하지 말아야 하는지 명확하게 알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이해의 편의를 돕기 위해 좀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나쁜짓을 한 자는 징역에 처한다"라는 법률조항이 있다고 생각해 보시죠.

법을 준수해야 하는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나쁜짓"이라는 요건이 너무나도 추상적이기 때문에 자신이 해야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명확히 알 수 없을 것입니다.

친구에게 거짓말을 하는 행위부터 살인에 이르기까지 일체의 행위가 나쁜짓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사람마다 나쁜짓을 판단하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동성연애, 촛불집회 등 판단하는 사람마다 각 행위가 "나쁘짓"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것입니다.

따라서, 이와 같은 법률조항은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되기 때문에 위헌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이 사건에 대한 헌재의 결정 요약문을 잠시 살펴보겠습니다.


"어떠한 표현행위가 “공익”을 해하는 것인지, 아닌지에 관한 판단은 사람마다의 가치관, 윤리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으며, 이는 판단주체가 법전문가라 하여도 마찬가지이고, 법집행자의 통상적 해석을 통하여 그 의미내용이 객관적으로 확정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 나아가 현재의 다원적이고 가치상대적인 사회구조 하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상황이 문제되었을 때에 문제되는 공익은 하나로 수렴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인바, 공익을 해할 목적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공익간 형량의 결과가 언제나 객관적으로 명백한 것도 아니다.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수범자인 국민에 대하여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허위의 통신’ 가운데 어떤 목적의 통신이 금지되는 것인지 고지하여 주지 못하고 있으므로 표현의 자유에서 요구하는 명확성의 요청 및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하여 헌법에 위반된다."(헌법재판소 결정 요약문 중)

헌법재판소가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공익을 해한다고 할때의 "공익"이라는 개념은 너무나도 추상적입니다.


다양한 가치관과 철학을 가지고 있는 구성원들이 함께 사는 사회에서 "공익"이라는 개념은 명확하다고 볼 수 없으며 판사마다 다르게 해석될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구성원 입장에서도 특정한 행위를 할 때, 나의 행위가 "공익"에 위배되지 않는지 여부에 대해서 쉽게 판단할 수가 없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위 조항이 이러한 문제점으로 인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5. 과잉금지의 원칙

헌법 제37조 제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헌법 제37조 제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 제2항과 함께 대한민국 헌법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좀 더 풀어서 설명하면, 국가가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고 싶으면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해서만 제한할 수 있고(제한의 목적), 제한하는 경우에도 국회에서 의결된 법률에 의해서만 제한해야 하며(제한의 방법),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만 제한해야 합니다(제한의 정도).

여기서 말하는 "필요한 경우"를 학문적으로 구체화 한 것이 과잉금지의 원칙입니다.

과잉금지의 원칙이란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는 법률은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정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이라는 4가지 요건을 충족하여야 하며, 만약 이 중 하나라도 충족하지 못하면 헌법 제37조 제2항에 위반되어 무효라는 원칙입니다.

목적의 정당성이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목적이 정당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마 위 전기통신기본법 조항의 목적은 "허위 사실 유포 등에 의한 국가혼란의 방지"일 것이므로 목적 자체는 정당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수단의 적정성이란 기본권 제한의 수단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적절해야 한다는 것을 말합니다. 허위 사실 유포 등에 의한 국가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 이와 같은 행위를 한 자를 형사처벌 한다면 위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므로 수단의 적정성 요건도 충족되었다고 보아야 합니다.

침해의 최소성이란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여러가지 수단이 존재할 경우 기본권 제한의 정도가 가장 낮은 수단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다른 사람의 물건을 훔친자는 오른손을 절단한다"는 법률조항은 수단의 적정성은 충족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오른손이 절단될 수도 있다는 공포 때문에 사람들이 절도죄를 저지르지 않게 될 것이고, 그로인해 국민들이 재산권을 지킬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법률조항은 침해의 최소성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징역이나 금고, 벌금과 같은 다른 수단을 통해서도 절도죄를 억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법익의 균형성이란 제한되는 기본권에 비하여 기본권 제한을 통해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이 보다 더 커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위에서 든 예에 비추어서 생각해보면, 재산권의 보호라는 목적이 평생동안 불구로 살아가야 하는 절도범의 불이익보다 크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따라서, 위 조항은 법익의 균형성 요건도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다시 이번 판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을 당해 사건에서와 같이 공익을 해할 목적의 허위사실을 내용으로 하는 통신에 적용하는 것은, ‘공익’ 개념의 모호성, 추상성, 포괄성으로 말미암아 필연적으로 규제되지 않아야 할 표현까지 다함께 규제하게 된다. 허위사실의 표현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국민의 올바른 정보획득이 침해된다거나 국가질서의 교란 등이 발생할 구체적 위험이 있다고 할 수 없고, 허위의 통신 자체가 일반적으로 사회적 해악의 발생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님에도 ‘공익을 해할 목적’과 같은 모호하고 주관적인 요건을 동원하여 이를 금지하고 처벌하는 국가의 일률적이고 후견적인 개입은 기본권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 나아가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자신이 행하고자 하는 표현이 규제의 대상이 아니라는 확신이 없는 기본권 주체로 하여금 규제를 받을 것을 우려하여 스스로 표현행위를 억제하도록 할 가능성이 높은바, 제재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하여 표현이 억제된다면, 표현의 자유의 기능은 훼손될 수밖에 없다.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헌법재판소 보충의견 중)

헌법재판소에서는 본 조항이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좀 더 쉽게 설명하면 허위사실을 표현한 모든 경우를 처벌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예를 들어 "불법적인 폭력을 조장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내용으로 하는 통신"과 같이 범위를 좀 더 구체적으로 설정하여 규제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익"을 해할 목적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범위가 현저히 확대되었다는 것입니다.

6. 마치며

전기통신기본법 위헌판결과 관련하여 법을 전공하지 않은 분들이 판결의 취지를 좀 더 구체적으로 이해하셨으면 하는 작은 바램으로 글을 썼는데,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킨 것은 아닐까라는 두려움이 드는군요.

이번 판결을 통해 대한민국 사법부에도 아직 미래가 있다는 조그마한 희망을 가져봅니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느꼈던 기본권 제한에 대해 한 번쯤 의심하고, 이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병찬 변호사(제라드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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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다음 아고라에 올라온 글이 눈길을 잡아 끌었습니다.

애들 숫가락을 뺏다니요

가난을 천벌이라고 생각하는 아이들, 그리고 철없고 죄없는 아이들에게 씻을 수 없는 죄책감을 새겨넣은 대한민국...

분노와 슬픔없이는 읽을 수 없는 글이었습니다.

무상급식에 대한 글들이 많아 사족같이 여겨지지만 오늘은 제가 겪은 일화를 하나 소개할까 합니다.

2008년 11월의 어느 금요일 오후로 기억됩니다.

제가 다니던 회사에서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무상으로 도시락을 공급하고 있었고, 직원들이 정기적으로 봉사를 나가 도시락 배달에 참여했습니다.

동사무소와의 협조하에 도시락을 받을 저소득층 아이들을 선발하고, 도시락을 동사무소에 갖다주면 학생들이 도시락을 가져가고 전날 받았던 빈 도시락통을 다시 가져다 놓았습니다. 

배달할 곳은 많고, 동사무소가 문을 닫기 전에 배달을 끝내야했기 때문에 이래저래 몹시 서둘렀던 기억이 납니다.

쌀쌀한 날씨에 양손에 도시락을 들고 뛰어다니는게 힘들기는 했지만, 이 도시락으로 아이들의 주린 배를 채울 수 있을거란 생각에 참 뿌듯했었습니다.

마지막 동사무소에 도시락을 갖다드리고 빈 도시락통을 받아 배달용 봉고버스에 실은 뒤, 봉사단체에 근무하시는 분과 담소를 나누며 담배를 한대 태우고 있었습니다.

그때 마침 동사무소로 들어가는 여학생과 우연히 눈이 마주쳤습니다.

그 여학생은 상당히 마른 체구에 양쪽 귀에는 하얀색 이어폰을 끼고 있었습니다.

동사무소 앞에서 고개를 숙인채로 잠시 좌우를 살피더니 동사무소 안으로 서둘러 들어갔습니다.

잠시후, 그 여학생은 제가 지금막 배달했던 도시락 하나를 들고 동사무소를 나와 총총걸음으로 사라졌습니다.

옷차림만 봐서는 또래 여학생들과 별로 다를 것이 없어 보이더군요.

하지만, 여학생이 사라지고 난 뒤에, 무료 도시락을 받기위해 매일 동사무소에 찾아오는 그 여학생이 과연 어떤 심정일까 한동안 생각해 봤습니다.

아주 잠시 본 얼굴이지만, 불안이 섞인 그 표정은 마치 사진으로 찍어 머리속에 넣어둔 것처럼 오랜동안 잊혀지지 않더군요.

얼마나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일까요...

혹시 친구나 아는 사람들을 만나지 않을까 매번 동사무소에 올 때마다 불안불안 했을겁니다.

그 여학생이 끼고 있던 이어폰은 나도 또래 아이들과 비슷한 아이라는 점을 입증하기 위한 마지막 징표같은 것이었겠죠.

고등학생, 아직 먹고사는걸 걱정하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 아닌가요?

극심해져가는 빈부격차와 사회 안전망의 부재로 인해 아이들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연간 국민소득이 얼마이고, 무역규모가 세계 몇 위이고, G20을 개최하고...

사실 이런게 뭐 그렇게 중요하겠습니까

정작 가난하고 힘없는 아이들에게 밥도 배불리 먹이지 못하는 주제에 어디 그딴걸 자랑이라고 연일 떠벌릴 수 있겠습니까

물론, 복지사업의 집행은 운용 가능한 예산의 범위 안에서 이루어져 합니다.

하지만,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어떻게 집행하는지는 가치판단의 문제가 아닌가요?

더 급하고, 더 중요한 일에 예산이 우선적으로 배정되어야 합니다.

물론 어떤 일이 더 급하고 중요한지는 가치관과 철학에 따라 사람마다 다르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을 먹이는 일, 그리고 가난한 아이들의 감수성에 상처를 주지 않는 일은 최우선에 놓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릴때부터 자괴감과 열등감에 시달리며 자신의 경제적 위치를 매일매일 확인하며 산다는 것...

너무 끔찍해서 상상하기도 싫습니다.

여유있는 아이들의 무임승차 보다, 가난한 아이들의 자존감을 위해 비용을 지불한다고 생각할 수는 없을까요?

만약 무상급식을 실시할 수 없다면, 왜 다른 사업을 위한 비용이 무상급식보다 우선순위에 있어야 하는지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해 주실 수는 없을까요?

복지를 단순히 시혜라고 생각하기에는 우리나라가 이미 너무나도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했습니다.

아이들의 상처가 더 깊어지기 전에, 아이들의 자존감이 더 무너지기 전에, 정말로 "가난"은 "불편"에 불과한 대한민국이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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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제라드76
이마트 피자가 가져온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롯데마트의 통큰 치킨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한마리에 50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

영세 자영업자들을 순식간에 길거리로 내몰 수 있을 정도의 놀라운 가격입니다.

경쟁자들의 압력과 여론의 비난 때문인지 결국 롯데마트는 통큰 치킨의 판매를 중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1. 자유시장경제질서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에서는 약칭해서 "공정거래법"이라고 하겠습니다)

대한민국은 자유시장경제질서를 그 근간으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제와 관련된 모든 사항들을 시장의 자율에 맡길 경우 힘있는 사업자들에 의해 온갖 불공정 행위들이 자행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공정거래법은 각종 불공정거래행위들을 금지하고, 이러한 금지규정을 위반한 사업자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통큰 치킨과 관련해서는 부당염매, 즉 물건을 싸게 파는 행위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2. 부당염매는 왜 문제일까?

통큰치킨은 종래 경쟁상품에 비해 파격적으로 싼 가격입니다.

싸게 판다... 이거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은거 아니야?
 
공정거래법의 궁극적인 목적이 공정경쟁과 소비자 이익의 보호라면, 경쟁이 활성화되어 상품의 가격이 낮아지고 서비스가 좋아지는건 오히려 소비자 입장에서 환영할만한 일이 아니냐고 반문하실 수 있습니다.

물론, 물건을 싸게 사는건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공정거래법 및 동법 시행령에서는 아래와 같이 부당염매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3조(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
① 사업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로서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이하 "불공정거래행위"라 한다)를 하거나, 계열회사 또는 다른 사업자로 하여금 이를 행하도록 하여서는 아니된다.
2. 부당하게 경쟁자를 배제하는 행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
3. 경쟁사업자 배제                                                          
법 제23조(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제1항제2호에서 "부당하게 경쟁자를 배제하는 행위"라 함은 다음 각목의 1에 해당하는 행위를 말한다. 
가. 부당염매
자기의 상품 또는 용역을 공급함에 있어서 정당한 이유없이 그 공급에 소요되는 비용보다 현저히 낮은 대가로 계속하여 공급하거나 기타 부당하게 상품 또는 용역을 낮은 대가로 공급함으로써 자기 또는 계열회사의 경쟁사업자를 배제시킬 우려가 있는 행위


소비자에게 좋은 염매행위를 공정거래법에서는 도대체 왜 금지하고 있는 것일까요?

예를 들어 설명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동네에 A라는 비디오 가게가 하나 있습니다. 인건비, 건물임대료 등을 고려했을 때 A비디오 가게는 비디오 하나당 800원을 받고 대여를 해주면 수익이 0원이 됩니다.

A비디오 가게에서는 비디오를 개당 1,000원에 대여해주면서 800원으로 원가를 충당하고 200원의 수익을 남기고 있습니다.

그런데, 얼마전 우리동네에 B라는 비디오 가게가 새로 생겼습니다. 인건비와 건물임대료 등이 비슷하기 때문에 B비디오 가게 역시 비디오를 개당 800원에 대여해줘야 수익이 0원이 됩니다.
 
하지만, B라는 비디오 가게는 개당 500원의 대여료를 받으면서 비디오를 대여해주기 시작합니다.

종래의 절반 가격으로 비디오를 대여해주기 시작하자 손님들이 B라는 비디오 가게만 이용하기 시작합니다.

A라는 비디오 가게는 울며 겨자먹기로 경쟁을 위해 대여료를 500원으로 인하하지만, 자금이 충분하지 않아, 누적되는 손실을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폐업을 하게 됩니다.

경쟁사업자가 사라지자 B라는 비디오 가게는 가격을 1200원으로 올리고 종래의 손실을 보전합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500원의 가격으로 비디오를 빌릴 수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좋은 것 같지만, 결국에는 1200원에 비디오를 빌려봐야 하는 결과가 발생하게 되어 소비자의 이익이 저해되는 것입니다.

위 사례를 생각해보시면 공정거래법이 왜 부당염매를 제한하고 있는지 잘 아실 수 있을 겁니다.

부당염매를 제한하는 이유는 결국 경쟁사업자를 시장에서 배제시킨 뒤에 가격을 상승시켜 그 손실을 보전하는 영업방식을 규제하기 위한 것입니다.

3. 통큰치킨도 부당염매에 해당할까?

그렇다면, 논란이 되었던 통큰치킨도 부당염매에 해당할까요?

부당염매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우선 원가 이하 판매에 해당하여야 하며, 둘째로 경쟁 사업자를 배제시킬 우려가 있어야 합니다.

5000원이라는 가격이 파격적인 것은 틀림없지만, 원가이하 판매일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대량 원료구매 등을 통해 원가절감이 이루어지고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원가이하 판매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부당염매로 공정위의 제재가 이루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또한, 롯데마트에서는 300마리로 매점당 판매량을 제한하였기 때문에(향후에도 이런 판매량 제한이 계속될지는 상당히 의문입니다만) 경쟁사업자가 이로 인해 시장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4. 우리가 왜 닭집을 걱정해야 할까?

통닭은 대표적인 서민들의 야식거리, 안주거리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동네 상가에 비슷한 닭집들이 몇개씩 존재하는 이유가 단순히 통닭 수요가 많기 때문일까요?

우리나라에 닭집들이 왜이리 많은지 궁금하시다면 MBC 스페셜 닭큐멘터리 "치킨'을 한 번 보시기 바랍니다.(MBC 닭Q멘터리 치킨)

기업에서 정리해고 된 직장인들, 대형마트의 진입으로 업종을 변경할 수 밖에 없었던 슈퍼 사장님들 같이 자본주의 경쟁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자본과 기술의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닭집을 오픈하여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닭집이란 자신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입니다.

따라서, 대기업이 이들의 마지막 생계유지 수단을 박탈할 수도 있는 경쟁영업을 시작하는 것은 매우 신중해야 합니다.

5. 소비도 이념대로 하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값싸고, 질좋은 상품을 구매하는게 당연하고, 이것이 바로 자본주의의 본질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소비에는 이념이 없고, 가격과 품질만이 존재한다.

언뜻보면 참 멋진 말입니다.

하지만, 이런 원칙을 고수할 경우 우리는 공정무역 커피를 사마실 필요가 없습니다.

아프리카에서 생산되는 커피가 원주민을 착취해서 생산한 것이든 아니든 가격만 저렴하면 그만이니까요.

그들이 영양실조에 걸려 적도의 태양과 싸우는 동안에도 우리는 편안한 쇼파에 앉아 보다 저렴한 커피를 사먹으로 됩니다.

하지만, 가격과 품질 외에 다른 요소를 고려하여 구매여부를 결정하는게 이념적인 소비인 것처럼, 가격과 품질만 고려하는 소비도 이념적인 소비입니다.

그러한 소비에는 약자보호, 상생, 환경보호, 착취의 배제, 아동노동의 보호와 같은 다른 가치에 대한 배제가 전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부디 통큰치킨이 우리나라에 이념적 소비(저는 인간적 소비라고 부르고 싶습니다만)를 앞당기는 디딤돌이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이병찬 변호사(제라드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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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약간 수그러든 것 같지만, 한 때 집단지성의 성공케이스로 위키피디아가 빠지지 않고 언급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위키피디아는 잘 아시는 것처럼, 네티즌들이 직접 참여하여 만드는 온라인 백과사전입니다.

위키피디아의 성공은 적절한 시스템이 구축되면 구성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획기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는 위키피디아가 기대만큼 많이 성장하지 못했습니다.

2010. 10. 28.을 기준으로 영문 위키피디아의 총 항목은 3,453,444개인데 반해 한글 위키피디아의 총 항목은 146,267개에 불과합니다.

단지, 항목수에서만 차이가 나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항목의 경우에도 질과 양에서 한글위키피디아는 영문 위키피디아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영문 위키피디아는 영어를 쓰는 모든 사람들이 잠재적 생산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한글 위키피디아와 단순 비교를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점을 고려한다고 할지라도 차이가 지나치게 현저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위키피디아의 창시자인 지미 웨일즈는 한국 방문시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위키피디아가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지식in 때문이라고 언급한 바 있는데요.

오늘은 위키피디아가 한국에서 성공하지 못한 이유를 지식in과의 비교를 통해서 한 번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1. 사적 채널과 공적 채널

인터넷이 보편화되기 전까지만 해도, 일반적인 사항들을 쉽게 찾아보기 위해서는 백과사전에 의존하는 방법밖에 없었습니다.
 
30대 이상인 분들이라면 어린시절 숙제를 하기위해 백과사전을 참조하셨던 기억을 가지고 계실겁니다.

당시에는 백과사전의 종류도 별로 많지 않아서, 학생들의 숙제내용도 대부분 비슷했었습니다.

백과사전은 대부분 전문가들에 의하여 작성되었기 때문에, 신뢰할만한 공식적인 컨텐츠라는 믿음이 있었고, 지금까지도 이런 인식은 어느정도 유지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백과사전처럼 공신력있는 콘텐츠를 생산하는데 참여하는 것은 상당한 심리적 부담감을 줍니다.

반면에 지식in 서비스는 어떤가요?

대부분의 경우 친구의 고민을 받아주듯 쉽게 그리고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답변이 작성됩니다.

다시말해 심리적인 부담감이 현저히 떨어지는 공간이라는 것이죠.

그래서, 위키피디아에 참여하기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도 지식in에는 쉽게 답을 올리고, 이를 통해 컨텐츠가 용이하게 확대될 수 있습니다.

2. 창작의 습관

우리나라 사람들이 컨텐츠를 직접 생산하는 일에 익숙하지 않다는 것도 큰 장애물인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 대부분의 국민들은 제도권 교육의 영향으로 주로 듣고, 읽는 일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하지만, 쓰고, 말하고, 토론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제대로 훈련받아 본 적이 별로 없습니다.

가뜩이나 고단한 일상에서 시간을 쪼개어 훈련받아본 적 없는 일을 시작한다는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물론, 창작이 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 제약요소로 작용하는 것은 지식in이나 위키피디아나 마찬가지 아니냐고 반문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식in은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비형식적 대화에 가깝다는 점, 다시 말해, 수업시간에 날아온 친구의 쪽지에 대한 회답같은 성격이 강하고, 이는 자신의 생각을 정제하여 표현해야 하는 위키피디아식 창작과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3. 전문가 중심주의

한국사회는 대학서열화로 인해 학력주의가 매우 공고하게 자리잡고 있다는 점은 이미 경험으로 모두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자격증이든, 박사학위든, 유학경험이든 사회에서 객관적으로 검증된 무언가가 없다면 한국에서 여론을 주도하고 영향력을 행사하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다시 말해서, 적어도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객관적으로 검증받은 전문가들이 중심이 되어 의견을 주도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시되고 있습니다.

경제는 경제 전문가가, 정치는 정치 평론가가 담론을 만들어내며, 평범함 사람들은 공식적인 채널에서는 쉽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지 못합니다.

위키피디아의 실패원인으로 토론문화의 부재를 언급하시는 분이 많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공식채널을 통한 사회적 담론의 형성은 지적으로 뛰어난 전문가들의 전유물이라는 강박관념이 크게 한 몫 하는 것 같습니다.

4. 위키피디아는 중요한 시험대

저는 대한민국에서 위키피디아의 성공을 간절히 바라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이유는 위키피디아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를 통한 성취감을 느끼게 되고, 다른 구성원들과 협업하고, 의견을 조율하는 방법을 익히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험은 다른 영역에서도 대화와 타협, 협업과 공유의 문화를 불러일으키고 다른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모쪼록 한국판 위키피디아가 전문가 중심주의를 극복하고 한국에서도 모범적인 집단지성의 성공사례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이병찬 변호사(제라드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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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건의 발단

SBS는 얼마전부터 자사의 드라마를 소재로 리뷰를 올리는 블로그들에 대해 블로그 운영업체에 임시조치를 요청하기 시작했습니다.

드라마 블로거들이 올린 게시물에 삽입된 캡쳐사진이 SBS의 저작권을 침해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죠.

자신이 심혈을 기울인 포스팅이 일명 "블라인드" 처리되면서 수많은 분들이 분노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http://www.ibagu.co.kr/502)

2. 과연 저작권 침해일까?

그런데, 드라마 리뷰에 캡쳐사진을 첨부하는게 과연 저작권 침해일까요?

저작권법 제28조에서는 공정이용을 규정하여, 일정한 범위에서 타인의 저작물을 사용하는 행위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제28조(공표된 저작물의 인용) 공표된 저작물은 보도·비평·교육·연구 등을 위하여는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이를 인용할 수 있다.

대법원은 위 조항과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공정이용의 판단기준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를 기초로 캡쳐사진을 이용한 드라마 리뷰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는지 한 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구 저작권법 제28조는 공표된 저작물은 보도·비평·교육·연구 등을 위하여는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이를 인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인용한 것인가의 여부는 인용의 목적, 저작물의 성질, 인용된 내용과 분량, 피인용저작물을 수록한 방법과 형태, 독자의 일반적 관념, 원저작물에 대한 수요를 대체하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이 경우 반드시 비영리적인 목적을 위한 이용만이 인정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지만, 영리적인 목적을 위한 이용은 비영리적 목적을 위한 이용의 경우에 비하여 자유이용이 허용되는 범위가 상당히 좁아진다(대법원 1997. 11. 25. 선고 97도2227 판결 등 참조).

다만, 여기서 한가지 주의할 점은, 수많은 블로거들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드라마 리뷰를 작성하기 때문에, 같은 드라마 리뷰라도 명백한 저작권 침해의 경우부터 명백한 공정이용의 경우까지 넓은 스펙트럼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특정 포스팅을 전제로 판단하는 것이 아닌 이상, 캡쳐사진을 이용한 드라마 리뷰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거나 해당하지 않는다고 일률적으로 결론내리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이하에서는 원론적인 차원에서 저작권 침해 여부를 논의하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판례의 기준에 따르면 공정이용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리뷰와 캡쳐사진(피인용물) 사이에 주종관계가 존재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포스팅에서 드라마에 대한 비평이나 분석이 주를 이루고 캡쳐사진은 이를 보완해주는 관계에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드라마의 명장면을 캡쳐하여 이를 연속적으로 나열한 경우에는 공정이용에 해당할 가능성이 없습니다.

다음으로 대체가능성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공정이용과 관련하여 드라마 리뷰의 특성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대체가능성이라고 함은 인용물이 원저작물에 대한 수요를 대체하는지 여부를 말합니다.

다시 말해, 드라마 리뷰를 보는 것이 드라마를 보는 것과 같은 가치를 가지거나 드라마 리뷰를 본다면 드라마를 보지 않게 되느냐는 의미입니다.


시나 소설, 신문기사 같은 경우와 비교해서 생각해보면 드라마 리뷰의 경우에는 대체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을 쉽게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누군가가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자신의 블로그에 시를 올린다거나 소설을 올리면 그로 인해 원저작물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 개연성이 높습니다.

왜냐하면, 시나 소설은 문자로 표현되는 예술이며, 활자 외에 다른 표현 요소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드라마는 전혀 다릅니다. 드라마는 음악, 연기, 각본 등 수많은 요소들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드라마 리뷰에 첨부된 캡쳐사진만으로는 드라마 자체가 주는 재미와 감동을 도저히 느낄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드라마 캡쳐사진 몇 장을 본다고 해서, 그로 인하여 드라마 자체를 보지 않을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고 보아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지 여부입니다.

유명한 드라마 블로거 분들 중 대다수는 자신의 블로그에 애드센스 등의 광고를 게재하고 있습니다.

블로그에 애드센스 등의 광고를 달고 있다면, 영리목적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보다 높아지고 공정이용으로 인정받을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낮아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는 위 판례에서도 적시한 것처럼 공정이용의 범위를 상당히 제한적으로 해석하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많은 분들이 의아하게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아니 애드센스 광고로 돈 얼마나 번다고 그걸 영리목적으로 판단하고 공정이용의 적용범위를 제한하냐고...

이에 대해서는 한 번도 법원의 판단이 있었던 적이 없어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지 여부는 수익의 규모와는 크게 관계가 없어 보입니다.

광고의 게재는 기본적으로 블로그를 통하여 수익을 얻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의사를 표출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요약하자면, 양적인 측면과 질적인 측면에서 리뷰와 캡쳐사진 사이의 주종관계가 확실할수록, 광고 등 상업적 목적과 관련되어 있지 않을수록 공정이용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가 돌아본 바로는 광고를 감안하더라도 대다수의 블로거 분들이 공정이용의 기준에 맞게 리뷰를 작성하고 계신 것으로 판단되더군요.

특히, 위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드라마 리뷰의 경우에는 대체가능성이 매우 낮기 때문에 다른 저작물에 비하여 공정이용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결론적으로, 공정이용과 관련하여 법원의 판례가 아직 충분히 축적되지 않은 상황에서 조금 섣부른 이야기일 수 있지만, 드라마 캡쳐 사진이 아닌 리뷰가 주를 이루고 있다면 공정이용에 해당한다고 판단됩니다.

따라서, 객관적으로 보아 위 기준에 부합하고 있다고 판단되시면 SBS의 저작권 침해 주장으로 인해 지나치게 위축되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3. 과연 수익에는 도움이 될까?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자발적으로 SBS 드라마에 대한 나름의 의견을 올리고, 이를 통해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유도했음에도 불구하고 저작권 침해라는 이유로 게시물이 블라인드 처리되면서 많은 분들이 심한 배신감을 느끼시는 것 같습니다.

SBS는 아마도 저작권 보호조치를 통하여 SBS의 저작물들을 자신이 허락한 한정된 장소에서만 유통시키는 것이 전략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과연 이런 조치가 종국적으로 SBS의 수익에 도움이 될까요?

앞에서도 살펴본 것처럼 드라마 같은 영상물은 드라마 자체에 대한 다운로드 서비스나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이상 수요의 대체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뛰어난 블로그들이 드라마의 캐스팅에 대해, 배우들의 연기에 대해, 각본에 대해, 배경음악에 대해 활발하게 비평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해당 드라마에 관심을 갖게 되고, 이런 관심이 자연스럽게 드라마에 대한 인기로 이어질겁니다.

최근에는 많은 기업들이 네티즌과 친구가 되기 위해 트위터에 계정을 만들고, 블로그를 운영하는 등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남들은 친구를 늘리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우호세력을 적으로 돌리는 이런식의 전략을 도대체 왜 선택했는지 정말 의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모쪼록 SBS가 스스로 몰락을 자초하는 이와 같은 전략을 최대한 빨리 포기하기를 바랍니다.

                                                                                     이병찬 변호사(제라드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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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많은 네티즌들이 웹하드나 당나귀, 푸르나 등의 P2P 서비스를 이용하여 영화, 음악, 드라마 등의 컨텐츠를 다운로드 받고 있습니다.

단순히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컨텐츠를 다운로드 받는것 만으로도 저작권 침해에 해당할까요?


논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는데, 컨텐츠를 업로드하는 행위와 다운로드하는 행위는 저작권법상으로 엄격히 구별된다는 점입니다.

컨텐츠를 다운로드하는 행위는 복제권 침해에 해당하지만, 컨텐츠를 공중이 사용할 수 있도록 업로드하는 행위는 전송권 침해에 해당합니다.

이 두가지 행위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점이 존재하는데 업로드의 경우 사적이용을 위한 복제 규정의 적용을 받을 수 없지만, 다운로드의 경우에는 사적이용을 위한 복제 규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는다는 점입니다.

많은 분들이 사용하시는 당나귀, 푸르나 등의 P2P 서비스는 자신의 하드에 컨텐츠를 다운로드 하면서, 동시에 다른 이용자들에게 자신이 다운로드 받은 파일을 전송하기 때문에 사적이용을 위한 복제와 무관하게 현행법하에서는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점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따라서 이하의 논의는 웹하드 등을 통한 단순 다운로드를 전제로 한다는 점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2. 사적이용을 위한 복제란?

저작권법에서는 일정한 범위에서는 저작물을 복제하더라도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저작권법 제30조(사적이용을 위한 복제)
공표된 저작물을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고 개인적으로 이용하거나 가정 및 이에 준하는 한정된 범위 안에서 이용하는 경우에는 그 이용자는 이를 복제할 수 있다. 다만, 공중의 사용에 제공하기 위하여 설치된 복사기기에 의한 복제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저작권법 제30조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개인적인 사용 또는 가정과 같은 한정된 범위안에서의 사용은 그 위법성이 크지 않아 처벌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입법자의 의사가 반영된 규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위 조항에 따르면 웹하드 등을 통해 자신의 하드로 불법 파일을 다운로드 받는 행위는 처벌의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에서는 2008년 여름 "사적이용을 위한 복제"의 범위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판단을 내립니다.

3. 결정의 내용
서울중앙지법 2008. 8. 5. 선고  2008카합968 【저작권침해금지등가처분】
인터넷 이용자들이 저작권자로부터 이용허락을 받지 않은 영화 파일을 업로드하여 웹스토리지에 저장하거나 다운로드하여 개인용 하드디스크 또는 웹스토리지에 저장하는 행위는 유형물인 컴퓨터의 하드디스크에 고정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저작권자의 복제권을 침해한다. 그런데 저작권법 제30조는 이른바 사적이용을 위한 복제를 허용하고 있으므로, 위와 같은 이용자들의 복제행위가 이에 해당하여 적법한지 여부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웹스토리지에 공중이 다운로드할 수 있는 상태로 업로드되어 있는 영화 파일을 다운로드하여 개인용 하드디스크 또는 비공개 웹스토리지에 저장하는 행위가 영리의 목적 없이 개인적으로 이용하기 위하여 복제를 하는 경우에는 사적이용을 위한 복제에 해당할 수 있다. 그러나 업로드되어 있는 영화 파일이 명백히 저작권을 침해한 파일인 경우에까지 이를 원본으로 하여 사적이용을 위한 복제가 허용된다고 보게 되면 저작권 침해의 상태가 영구히 유지되는 부당한 결과가 생길 수 있으므로, 다운로더 입장에서 복제의 대상이 되는 파일이 저작권을 침해한 불법파일인 것을 미필적으로나마 알고 있었다면 위와 같은 다운로드 행위를 사적이용을 위한 복제로서 적법하다고 할 수는 없다. 다음으로 개인용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영화 파일을 ‘비공개’ 상태로 업로드하여 웹스토리지에 저장하는 행위에 관하여도, 해당 파일이 예컨대 DVD를 합법적으로 구매하여 이를 개인적으로 이용할 목적으로 파일로 변환한 것과 같이 적법한 파일인 경우라면 이를 다시 웹스토리지에 비공개 상태로 저장하는 행위 또한 사적이용을 위한 복제로서 적법하다고 할 것이나, 해당 파일이 불법 파일인 경우라면 이를 웹스토리지에 비공개 상태로 저장하더라도 그것이 사적이용을 위한 복제로서 적법하다고 할 수는 없다.


위 결정에 따르면 합법적인 파일을 다운로드하는 경우에는 사적이용을 위한 복제에 해당하지만, 불법파일임을 알면서도 이를 다운로드 하는 경우에는 사적이용을 위한 복제에 해당하지 않게 됩니다.
 
4. 무엇이 문제인가?

내용은 단순하지만, 이 결정의 파급효과는 실제로 엄청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위 결정으로 인해 수많은 단순 다운로더들을 보호해주던 "사적이용을 위한 복제"라는 보호장치가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결정에서는 불법파일 다운로드의 경우까지 사적이용을 위한 복제에 해당한다고 해석하면 저작권 침해의 상태가 영구히 유지되는 부당한 결과가 생길 수 있으므로 불법 파일에 대한 다운로드는 보호할 수 없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공정이용 조항은 합법파일을 다운로드받았는지 불법파일을 다운로드받았는지와는 관계없이 비영리 목적의 한정된 범위 사용에 대해서는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조항입니다.

뿐만 아니라, 합법 파일을 다운로드하는 경우에는 저작권 침해의 상태가 일시적이고, 불법 파일을 다운로드 받는 경우에는 저작권 침해의 상태가 영구히 유지된다는 법원의 결정은 전혀 근거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결정은 합리적인 근거없이 "사적이용을 위한 복제"의 적용범위를 축소하여 처벌의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므로 죄형법정주의에 정면으로 위반된다고 보아야 합니다.

5. 사적이용을 위한 가이드라인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논란이 불거지자 불법파일 다운로드의 경우에는 "사적이용을 위한 복제"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저작권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저작권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황입니다.

현행법상으로는 불법 파일이라고 할지라도 단순 다운로드의 경우에는 처벌의 대상에서 제외되므로, 저작권법을 개정하여 이를 명문으로 불법화하고 저작권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인터넷 시대에 맞는 새로운 저작권에 대한 논의가 전세계적으로 불거지고 있는 시점에서 이게 과연 현명한 일인지는 지극히 의문입니다.

정부가 보다 전향적으로 저작권 문제에 접근했으면 하는게 개인적인 바램입니다.

                                                                                     이병찬 변호사(제라드76)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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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제라드76

"인터넷 주인찾기" 제2회 컨퍼런스에서 저작권 문제를 다루기로 결정되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틈틈이 저작권법을 공부하고 있는데, 저작권법의 중요한 화두 중 하나가 공정이용입니다.

공정이용이란 아래서 살펴보는 바와 같이 타인의 저작물이라고 하더라도 일정한 범위 안에서는 이용자가 이를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는 보호장치입니다.

그래서, 실제로 공정이용의 범위가 어느 범위까지 인정되는지는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공정이용과 관련된 판례가 충분히 축적되어 있지 않은 상태입니다.

인터넷과 관련된 공정이용 사례가 있다면 네티즌들에게 더 도움이 되겠지만, 일단 법원의 판단기준 등을 살펴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아래 사례를 소개할까 합니다.

1. 저작권법상의 공정이용

현행 저작권법은 공정이용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28조(공표된 저작물의 인용) 공표된 저작물은 보도·비평·교육·연구 등을 위하여는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이를 인용할 수 있다.

이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저작물이라고 할지라도 정당한 범위 안에서는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2. 사실관계

"신동엽의 있다! 없다"에서는 스타의 숨은 이야기를 발굴하는 코너에서 배우 이순재가 "대괴수 용가리"에 출현한 사실이 있는지 확인하는 내용의 방송을 내보냈습니다.

이 과정에서 대괴수 용가리라는 영화의 일부분을 편집하여 약 3분간 방송했습니다.

"대괴수 용가리"의 저작권자인 원고는 SBS와 담당 프로듀서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한 손해배상을 청구합니다.

이에 대하여 피고측에서는 저작권법상의 "공정이용"을 주장하였습니다.

하지만, 법원에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3. 법리검토

법원이 피고측(SBS)의 항변을 기각한 이유를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법원에서는 공정이용을 판단하는 일반적인 기준을 제시하였습니다.

구 저작권법 제28조는 공표된 저작물은 보도·비평·교육·연구 등을 위하여는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이를 인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인용한 것인가의 여부는 인용의 목적, 저작물의 성질, 인용된 내용과 분량, 피인용저작물을 수록한 방법과 형태, 독자의 일반적 관념, 원저작물에 대한 수요를 대체하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이 경우 반드시 비영리적인 목적을 위한 이용만이 인정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지만, 영리적인 목적을 위한 이용은 비영리적 목적을 위한 이용의 경우에 비하여 자유이용이 허용되는 범위가 상당히 좁아진다(대법원 1997. 11. 25. 선고 97도2227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이러한 일반적인 기준에 비추어봤을 때, 아래와 같은 사유로 인해 본 사안은 공정이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 "신동엽의 있다! 없다!"에서 "대괴수 용가리"를 일부 인용한 것이 시청자들에게 정보와 재미를 주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하더라도 그
이용의 성격은 상업적, 영리적이라는 점

- SBS가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하여
유료로 이 사건 프로그램을 방송한 점

- 피고들이 원고로부터 이 사건 영화의 인용에 대한 동의를 받는 것이 어렵지 않았던 점

4. 시사점

위 사례를 통해 우리는 법원이 영리적인 목적에 따른 저작물 사용에 대해서는 공정이용의 범위를 매우 좁게 해석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네티즌의 경우에도 자신의 게시물에 광고를 게재하거나, 상품을 판매하는 등 영리를 목적으로 타인의 저작물을 이용할 경우에는 특별히 유의하실 필요가 있겠습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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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제라드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