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실명제'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1.06.15 트위터, 페이스북과 인터넷 실명제 (2)
  2. 2010.05.09 제한적 본인확인제를 이야기한다. (14)
블로거들의 자발적 모임인 인터넷 주인찾기에서 2010. 5. "인터넷 실명제"를 이야기 했었습니다.

컨퍼런스 이후로 국내 인터넷 환경에 적지 않은 변화가 생겼는데, 가장 주목할만한 요소는 역시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폭발적인 성장입니다.

인터넷 실명제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또는 일일 평균 이용자 수가 10만명 이상인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게시판을 설치
·운영하는 경우 본인확인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5(게시판 이용자의 본인 확인)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가 게시판을 설치·운영하려면 그 게시판 이용자의 본인 확인을 위한 방법 및 절차의 마련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필요한 조치(이하 “본인확인조치”라 한다)를 하여야 한다.
1.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5조 제3항에 따른 공기업·준정부기관 및 「지방공기업법」에 따른 지방공사·지방공단(이하 “공공기관등”이라 한다)
2.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로서 제공하는 정보통신서비스의 유형별 일일 평균 이용자 수가 10만명 이상이면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되는 자
② 방송통신위원회는 제1항 제2호에 따른 기준에 해당되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본인확인조치를 하지 아니하면 본인확인조치를 하도록 명령할 수 있다.
③ 정부는 제1항에 따른 본인 확인을 위하여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한 시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④ 공공기관등 및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제1항에 따른 본인확인조치를 한 경우에는 이용자의 명의가 제3자에 의하여 부정사용됨에 따라 발생한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을 줄이거나 면제받을 수 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30조(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중 본인확인조치의무자의 범위) ① 법 제44조의5 제1항 제2호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되는 자"란 전년도 말 기준 직전 3개월간의 일일평균 이용자수가 10만명 이상인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를 말한다.
  ② 방송통신위원회는 법 제44조의5에 따른 본인확인조치에 필요한 준비기간, 적용기간 및 제1항에 해당하는 자 등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방법으로 공시하여야 한다.


인터넷 실명제의 헌법적 문제점들에 대해서는 이전에 언급한 바 있고, 수많은 분들이 지적하셨기 때문에 굳이 따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인터넷 실명제라는 규제가 새로운 서비스의 출현으로 왜곡되어 가는 현상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인터넷은 국경을 뛰어넘는 전세계적인 서비스를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특정국가가 국가 차원의 규제를 통해 일정한 입법 목적을 달성한다는 것이 애시당초 불가능합니다.

다시 말해서, 국가 차원에서 인터넷 서비스를 특정한 방식으로 규제하려고 하더라도 그 실행 단계에서 실효성을 전혀 담보할 수가 없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정통망법에 따라 매해 인터넷 실명제의 적용을 받는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자를 공시하여야 합니다.

인터넷 실명제가 법제화됐으니, 이를 집행하기는 해야하는데, 처음부터 기술의 발전과 인터넷 환경에 대한 고려없이 만들어진 법이다보니, 집행과정에서 혼란이 없을 수 없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적지않게 고민했을 것입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은 국내에 법인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한국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도 아닙니다. 설사, 방통위가 트위터나 페이스북 본사를 상대로 실명확인 절차를 도입해 달라고 요청하더라도, 전세계적으로 공통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들이 방통위의 요청을 받아들여줄 가능성도 전혀 없습니다.


그렇다고, 일일 방문자가 10만명을 초과한다는 사실을 모든 네티즌들이 뻔히 아는 상황에서, 무작적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실명제 적용대상에서 제외할 수도 없었을 것입니다.

따라서, 방통위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인터넷 실명제 적용대상에서 제외할만한 합리적인 이유를 찾아야 했을 것입니다.

결국, 방통위가 들고 나온 해법은 트위터, 페이스북은 사적 커뮤티케이션 영역이므로 인터넷 실명제 적용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일반인 공개목적의 게시판이 아닌 블로그, 개인홈피, 카페 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트위터, 미투데이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사적 커뮤니케이션 영역으로 본인확인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 방통위 보도자료 중- 

방통위의 이와 같은 판단은 추측건데 "게시판"에 대한 나름의 해석을 기초로 한 것 같습니다.

인터넷 실명제의 적용을 받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게시판"을 운영하는 경우 본인확인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정통망법에 따르면 게시판이란 그 명칭과 관계없이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일반에게 공개할 목적으로 부호·문자·음성·음향·화상·동영상 등의 정보를 이용자가 게재할 수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이나 기술적 장치를 말합니다.

따라서, 일반에게 공개할 목적이 아니라 사적 커뮤니케이션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는 본인확인조치 의무를 부과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이와같은 방통위 판단은 크게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습니다.

트위터를 단순한 사적 커뮤티케이션 영역이라고 보는 것은 무리입니다. 방통위는 아마도 팔로워만 트윗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사적 영역으로 해석한 것으로 보이는데, 트위터가 처음 만들어질 당시부터 리트윗이라는 기능을 통해 팔로워가 아닌 유저들에게도 트윗이 전파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었고, 특히 네이버/다음같은 포털에서 제공하고 있는 실시간 검색 서비스로 인해 현재는 대중에게 트윗들이 실시간으로 노출되고 있습니다.

트위터 서비스의 확장 및 전파성을 고려하면, 방통위가 무슨 근거로 이를 사적 커뮤니케이션 영역이라고 판단한 것인지 의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또한, 인터넷 실명제에서 블로그를 제외한 것은 도대체 무슨 기준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블로그야말로, 일반 대중에게 자신을 전달하기 위한 매체가 아니던가요?

전지구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외국 기업들을 통제할 방법이 없으니, 우스운 꼴을 면하기 위해 방송통신위원회가 아예 적용대상에서 이를 제외시켜 버린 것입니다.

인터넷 실명제는 결국 정해진 기준에 따라 적용대상을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규제를 강제할 수 있는 사이트에 대해서만 적용하도록 기준을 변경하고 있는 본말전도 현상이 발생하는 상황에 이른 것입니다. 

소셜 댓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소셜 댓글의 경우에는 일반 댓글의 경우와 비교했을 때 명예훼손이나 허위사실 유포의 가능성이 더 낮다는 어떠한 근거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일단 트위터나 페이스북 자체를 실명제 적용대상에서 제외한 마당에 이를 통해 댓글을 다는 경우에만 실명제를 적용한다는 것도 상식에 부합하지 않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아래와 같이, 소셜 댓글에 대한 인터넷 실명제 적용을 유보합니다. 


소셜댓글 서비스(SNS를 통해 게시글에 댓글을 작성하는 방식·서비스) 대해서는 SNS의 특성 및 新서비스 활성화 측면을 고려하여 적정기간의 이용실태 등을 분석, 본인확인제도 제도 개선에 반영할 것임을 밝혔다. - 방통위 보도자료 중- 


일단 실효성 없는 규제를 도입하기 시작하면 이처럼 적용단계에서 수많은 불합리가 발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해외 서비스와의 형평성 문제, 서비스의 빠른 진화에서 오는 법규 적용상의 문제는 인터넷 실명제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 한계를 잘 보여줍니다.

인터넷 실명제는 지금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모쪼록 시대에 맞지 않는 구시대적 규제가 조속한 시일안에 철폐되기를 기원합니다.

                                                                                    이병찬 변호사(제라드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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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제라드76

1. 표현의 자유는 왜 중요한가

 가.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

대한민국 헌법에서는 국민들의 다양한 기본권을 기술하고 이를 보장하고 있지만, 다른 기본권들과는 달리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는 보다 강력한 보호를 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표현의 자유는 기본권 중의 기본권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처럼 표현의 자유를 중요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래에서 인용한 헌법재판소 판결의 한 부분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언론ㆍ출판의 자유는 민주체제에 있어서 불가결의 본질적 요소이다. 사회구성원이 자신의 사상과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모든 민주사회의 기초이며, 사상의 자유로운 교환을 위한 열린 공간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민주정치는 결코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주주의는 사회내 여러 다양한 사상과 의견이 자유로운 교환과정을 통하여 여과없이 사회 구석 구석에 전달되고 자유로운 비판과 토론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때에 비로소 그 꽃을 피울 수 있게 된다. 또한 언론ㆍ출판의 자유는 인간이 그 생활속에서 지각하고 사고한 결과를 자유롭게 외부에 표출하고 타인과 소통함으로써 스스로 공동사회의 일원으로 포섭되는 동시에 자신의 인격을 발현하는 가장 유효하고도 직접적인 수단으로서 기능한다. 아울러 언론ㆍ출판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사상은 억제되고 진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다. 문화의 진보는 한때 공식적인 진리로 생각되었던 오류가 새로운 믿음에 의해 대체되고 새로운 진리에 자리를 양보하는 과정속에서 이루어진다. 진리를 추구할 권리는 우리 사회가 경화되지 않고 민주적으로 성장해가기 위한 원동력이며 불가결의 필요조건인 것이다. 요컨대, 헌법 제21조가 언론ㆍ출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것은 이같은 헌법적 가치들을 확보하기 위한 전제조건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헌재 1998.04.30, 95헌가16)

헌법재판소가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자유로운 의사의 표명을 통한 의사의 형성이야말로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민주주의의 필수적인 요소이며,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순간 우리는 민주주의의 본질을 상실하게 될 것입니다. 

  나. 인터넷의 본질과 익명으로 표현할 자유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표현의 자유는 비약적으로 발전하여 왔으며, 인터넷의 발달이 표현의 자유를 확대시킨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그것이 "익명성"을 본질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익명성은 이해관계에 의한 구속으로부터 인간을 해방시켜 자유로운 의사표현이 가능해지도록 하는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제한적 본인확인제 등을 통하여 익명성을 박탈하는 순간 표현의 자유를 성장시키던 원동력은 그 힘을 급격하게 상실하게 될 것입니다.


"표현의 자유는 국민주권을 실현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것으로서 오늘날 민주국가에서 국민이 갖는 가장 중요한 기본권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익명이나 가명으로 이루어지는 표현의 경우 정치적 보복이나 차별의 두려움 없이 자신의 생각과 사상을 자유롭게 표출하고 전파하여 권력에 대한 비판을 가능하게 하며, 이를 통해 정치적 약자나 소수자의 의사를 국가의 정책결정에 반영되도록 한다는 점에서 표현의 자유의 핵심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익명표현이 무책임하고 악의적으로 행해질 경우 인신공격과 흑색선전에 악용되어 선거의 공정과 평온을 위협할 우려도 없지 않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익명표현의 자유는 그것이 갖는 헌법적 가치에 비추어 강하게 보호되어야 할 것이다.
일제식민통치와 권위주의 정부 시절, 정치적 탄압을 피하기 위해 이루어진 익명의 의사 표현은 권력에 대한 자유로운 비판 및 내부고발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국가와 사회의 자정과 발전에 이바지해 왔다. 나아가 인터넷이 가장 참여적인 시장 내지 표현 촉진적 매체로서 기능하는 현대사회에서는 인터넷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익명표현이 현실공간에서의 경제력이나 권력에 의한 위계구조를 해체하고, 인터넷이 가지는 정보전달의 신속성 및 상호성, 쌍방향성과 결합하여 다양한 계층의 국민 의사를 반영한 다원주의 실현 및 민주주의의 발전을 용이하게 하였다.
특히 정치적 의사표현은 민주주의의 존립 근거이자 표현의 자유의 본질로서, 이 사건과 같은 정치적 표현 영역에서의 익명표현의 자유는 일반적인 익명표현의 자유보다 더 강한 보호를 받아야 할 것이다."(헌재 2010.02.25, 2008헌마324, 재판관 김종대, 송두환의 반대의견 중)

2. 우리는 과연 표현의 자유를 갖고 있는가?

인터넷이 우리의 생활에 들어오기 전까지 대중들은 여론을 주도하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크게 두가지 장애물 때문이었는데, 하나는 자본에 의한 장애물이었으며, 다른 하나는 권력에 의한 장애물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종래 소수의 방송사와 신문사가 언론을 주도할 수 있었던 것은 윤전기나 방송국을 소유하는데 막대한 자본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인터넷의 등장은 자본에 의한 장애물을 제거해 주었습니다.
 
이제는 자신이 하고 싶은 얘기를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막대한 자본을 투입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들을만한 가치가 있는 이야기라면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고, 대중들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나머지 한가지 장애물, 즉 권력에 의한 장애는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너무나 진부한 이야기지만,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를 이야기하면서 미네르바 사건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누군가가 100일 가까이 구속되어야 한다면 과연 누가 자신의 견해를 자유롭게 이야기 할 수 있겠습니까?

보다 최근의 예로 얼마전 있었던 김연아 회피 동영상 사건을 살펴보겠습니다.
 
한 네티즌의 장난기 섞인 게시물에 대해서 정부부처의 수장이 고소로 대응했습니다.

실제로 재판이 이루어졌다고 할지라도 유죄판결을 받을 가능성은 높지 않았겠지만, 포스팅 하나 때문에 고소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기에는 충분합니다.

우리는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 요즘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국부독재 시절에 비하여 우리는 참으로 혁명적인 자유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표현의 자유는 권력과 자본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습니다.

우리는 아직도 수많은 조건들 속에서 제한된 표현이 자유를 누리고 있습니다.

오프라인상의 나는 여러가지 이해관계에 얽혀 있습니다.

만약,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싶은 사람들이 아래와 같은 사람들이라면 어떨까요
  
그가 만약 경쟁위주의 교육정책에 반대하는 교사라면,

이라크 파병에 반대하는 군인이라면,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국토해양부 공무원이라면,

삼성의 무노조 경영에 반대하는 삼성 노동자라면,

PD수첩 수사에 반대하는 검사라면,

자신의 생각을 오프라인에서 이야기하는데 현실적인 제약이 있을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측가능합니다.

물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불이익을 감수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민주주의의 발전에 합리적인 비판이 정말로 필수적인 요소라면 우리는 그들의 용기에만 의지해서는 안됩니다. 

외부적인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권력에 의해 형성된 장애물을 제거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표현의 자유가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하여 왔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당연히 보장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위 사례들을 보면 힘들게 이루어온 민주주의가 얼마나 빨리 퇴행하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3. 모든 규제의 전제조건으로서의 본인확인제

제한적 본인확인제는 규제 중의 규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은 국민의 가장 중요한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점에서도 그러하지만, 근본적으로 인터넷에서 발생하는 모든 행위를 처벌을 용이하게 하는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일단 국가가 특정 행위를 규제하고 처벌하기 위해서는 범인의 신병을 확보하여야 하는바, 제한적 본인확인제는 범인의 신병을 확보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본인확인제를 규제시스템의 근본으로 삼고, 인터넷에 각종 규제를 올리면, 국가권력은 범인필벌이라는 목적을 아주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이런 점에서도 제한적 본인확인제의 폐해는 실로 엄청나다고 할 수 있습니다.

4. 인터넷의 자정능력을 신뢰하자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의 부정적 측면에 대해서 우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사회에 인터넷이 보편화된 것은 길게봐야 15년입니다.

발전된 기술을 어떤 방식으로 통제할 것인지 사회구성원들이 합의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참을성을 갖고 자율적으로 사회구성원의 합의가 이루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저는 인터넷을 사용하는 구성원들이 스스로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규율과 규칙을 정립할 능력을 갖고있다고 신뢰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네티즌들은 타인을 모욕하거나,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구성원은 오프라인에서와 마찬가지로 다른 구성원들로부터 존중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게 될 것입니다.

합리적으로 이성적으로 토론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 내부적으로 암묵적인 규율이 스스로 정립될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제한적 본인확인제는 네티즌들이 스스로 이러한 규율을 만들고 문화를 형성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도입된 것입니다.

하지만, 사회 구성원들의 합의없이 국가권력이 자신의 필요에 따라 만들어낸 규율은 짧은 기간 동안 처벌의 공포 때문에 지켜질 수 있겠지만, 오랜기간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5. 연예인들의 죽음은 과연 악플 때문일까/제한적 본인확인제는 과연 사생활 침해를 막기위한 것일까

제한적 본인확인제를 요구하는 사람들은 유니, 최진실, 개똥녀 등 익명성의 뒤에서 발생하는 악플과 사생활 침해의 문제를 언급합니다.

하지만, 저는 정말로 진지하게 묻고 싶습니다. 유니나 최진실의 자살은 과연 악플 때문이었을까요?

여성을 도구화/상품화하는 대중문화, 국민들의 알권리 충족이라는 명목으로 이루어지는 연예인들에 대한 주류언론의 사생활 침해, 승자 독식 시스템 속에서 겪게되는 인기하락에 대한 공포, 성상납과 같은 왜곡된 관행을 만들어내는 연예기획사 중심의 문화권력, 근거없는 네티즌들의 기사를 계속하여 확대 보도하는 주류언론 등등 

위에 언급한 사항들은 과연 자살의 원인으로 작용하지 않았을까요?

물론 이들의 자살에 악플이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고민없이 단순히 악플로 인한 상처를 자살의 동기로 몰고 가는것은 마치 청소년 범죄의 원인을 폭력적인 비디오로만 몰고가는 행태와 유사한 것 같아서 씁쓸하기 그지 없습니다.

또한, 보다 중요한 점은 국가권력은 사생활 및 인격권 보호라는 미명하에 본인확인제를 들고 나왔지만, 그것은 결국 전혀 다른 목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으며, 인터넷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입니다.

정치적 반대자들을 탄압하기 위해, 또는 자기검열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도록 하기위한 자갈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은 주로 정치적 반대파들을 탄압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여왔다는 점을 봐도 이를 알 수 있습니다.

6. 마치며

정말 진지하고 순수하게 제한적 본인확인제를 원점에서 검토해야 할 시점인 것 같습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점은 인터넷을 어떤 방식으로 통제할 것인지는 국가권력이나 자본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네티즌 스스로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병찬 변호사(제라드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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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제라드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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