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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5.09 제한적 본인확인제를 이야기한다. (14)

1. 표현의 자유는 왜 중요한가

 가.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

대한민국 헌법에서는 국민들의 다양한 기본권을 기술하고 이를 보장하고 있지만, 다른 기본권들과는 달리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는 보다 강력한 보호를 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표현의 자유는 기본권 중의 기본권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처럼 표현의 자유를 중요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래에서 인용한 헌법재판소 판결의 한 부분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언론ㆍ출판의 자유는 민주체제에 있어서 불가결의 본질적 요소이다. 사회구성원이 자신의 사상과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모든 민주사회의 기초이며, 사상의 자유로운 교환을 위한 열린 공간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민주정치는 결코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주주의는 사회내 여러 다양한 사상과 의견이 자유로운 교환과정을 통하여 여과없이 사회 구석 구석에 전달되고 자유로운 비판과 토론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때에 비로소 그 꽃을 피울 수 있게 된다. 또한 언론ㆍ출판의 자유는 인간이 그 생활속에서 지각하고 사고한 결과를 자유롭게 외부에 표출하고 타인과 소통함으로써 스스로 공동사회의 일원으로 포섭되는 동시에 자신의 인격을 발현하는 가장 유효하고도 직접적인 수단으로서 기능한다. 아울러 언론ㆍ출판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사상은 억제되고 진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다. 문화의 진보는 한때 공식적인 진리로 생각되었던 오류가 새로운 믿음에 의해 대체되고 새로운 진리에 자리를 양보하는 과정속에서 이루어진다. 진리를 추구할 권리는 우리 사회가 경화되지 않고 민주적으로 성장해가기 위한 원동력이며 불가결의 필요조건인 것이다. 요컨대, 헌법 제21조가 언론ㆍ출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것은 이같은 헌법적 가치들을 확보하기 위한 전제조건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헌재 1998.04.30, 95헌가16)

헌법재판소가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자유로운 의사의 표명을 통한 의사의 형성이야말로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민주주의의 필수적인 요소이며,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순간 우리는 민주주의의 본질을 상실하게 될 것입니다. 

  나. 인터넷의 본질과 익명으로 표현할 자유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표현의 자유는 비약적으로 발전하여 왔으며, 인터넷의 발달이 표현의 자유를 확대시킨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그것이 "익명성"을 본질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익명성은 이해관계에 의한 구속으로부터 인간을 해방시켜 자유로운 의사표현이 가능해지도록 하는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제한적 본인확인제 등을 통하여 익명성을 박탈하는 순간 표현의 자유를 성장시키던 원동력은 그 힘을 급격하게 상실하게 될 것입니다.


"표현의 자유는 국민주권을 실현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것으로서 오늘날 민주국가에서 국민이 갖는 가장 중요한 기본권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익명이나 가명으로 이루어지는 표현의 경우 정치적 보복이나 차별의 두려움 없이 자신의 생각과 사상을 자유롭게 표출하고 전파하여 권력에 대한 비판을 가능하게 하며, 이를 통해 정치적 약자나 소수자의 의사를 국가의 정책결정에 반영되도록 한다는 점에서 표현의 자유의 핵심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익명표현이 무책임하고 악의적으로 행해질 경우 인신공격과 흑색선전에 악용되어 선거의 공정과 평온을 위협할 우려도 없지 않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익명표현의 자유는 그것이 갖는 헌법적 가치에 비추어 강하게 보호되어야 할 것이다.
일제식민통치와 권위주의 정부 시절, 정치적 탄압을 피하기 위해 이루어진 익명의 의사 표현은 권력에 대한 자유로운 비판 및 내부고발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국가와 사회의 자정과 발전에 이바지해 왔다. 나아가 인터넷이 가장 참여적인 시장 내지 표현 촉진적 매체로서 기능하는 현대사회에서는 인터넷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익명표현이 현실공간에서의 경제력이나 권력에 의한 위계구조를 해체하고, 인터넷이 가지는 정보전달의 신속성 및 상호성, 쌍방향성과 결합하여 다양한 계층의 국민 의사를 반영한 다원주의 실현 및 민주주의의 발전을 용이하게 하였다.
특히 정치적 의사표현은 민주주의의 존립 근거이자 표현의 자유의 본질로서, 이 사건과 같은 정치적 표현 영역에서의 익명표현의 자유는 일반적인 익명표현의 자유보다 더 강한 보호를 받아야 할 것이다."(헌재 2010.02.25, 2008헌마324, 재판관 김종대, 송두환의 반대의견 중)

2. 우리는 과연 표현의 자유를 갖고 있는가?

인터넷이 우리의 생활에 들어오기 전까지 대중들은 여론을 주도하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크게 두가지 장애물 때문이었는데, 하나는 자본에 의한 장애물이었으며, 다른 하나는 권력에 의한 장애물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종래 소수의 방송사와 신문사가 언론을 주도할 수 있었던 것은 윤전기나 방송국을 소유하는데 막대한 자본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인터넷의 등장은 자본에 의한 장애물을 제거해 주었습니다.
 
이제는 자신이 하고 싶은 얘기를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막대한 자본을 투입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들을만한 가치가 있는 이야기라면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고, 대중들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나머지 한가지 장애물, 즉 권력에 의한 장애는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너무나 진부한 이야기지만,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를 이야기하면서 미네르바 사건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누군가가 100일 가까이 구속되어야 한다면 과연 누가 자신의 견해를 자유롭게 이야기 할 수 있겠습니까?

보다 최근의 예로 얼마전 있었던 김연아 회피 동영상 사건을 살펴보겠습니다.
 
한 네티즌의 장난기 섞인 게시물에 대해서 정부부처의 수장이 고소로 대응했습니다.

실제로 재판이 이루어졌다고 할지라도 유죄판결을 받을 가능성은 높지 않았겠지만, 포스팅 하나 때문에 고소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기에는 충분합니다.

우리는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 요즘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국부독재 시절에 비하여 우리는 참으로 혁명적인 자유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표현의 자유는 권력과 자본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습니다.

우리는 아직도 수많은 조건들 속에서 제한된 표현이 자유를 누리고 있습니다.

오프라인상의 나는 여러가지 이해관계에 얽혀 있습니다.

만약,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싶은 사람들이 아래와 같은 사람들이라면 어떨까요
  
그가 만약 경쟁위주의 교육정책에 반대하는 교사라면,

이라크 파병에 반대하는 군인이라면,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국토해양부 공무원이라면,

삼성의 무노조 경영에 반대하는 삼성 노동자라면,

PD수첩 수사에 반대하는 검사라면,

자신의 생각을 오프라인에서 이야기하는데 현실적인 제약이 있을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측가능합니다.

물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불이익을 감수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민주주의의 발전에 합리적인 비판이 정말로 필수적인 요소라면 우리는 그들의 용기에만 의지해서는 안됩니다. 

외부적인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권력에 의해 형성된 장애물을 제거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표현의 자유가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하여 왔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당연히 보장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위 사례들을 보면 힘들게 이루어온 민주주의가 얼마나 빨리 퇴행하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3. 모든 규제의 전제조건으로서의 본인확인제

제한적 본인확인제는 규제 중의 규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은 국민의 가장 중요한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점에서도 그러하지만, 근본적으로 인터넷에서 발생하는 모든 행위를 처벌을 용이하게 하는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일단 국가가 특정 행위를 규제하고 처벌하기 위해서는 범인의 신병을 확보하여야 하는바, 제한적 본인확인제는 범인의 신병을 확보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본인확인제를 규제시스템의 근본으로 삼고, 인터넷에 각종 규제를 올리면, 국가권력은 범인필벌이라는 목적을 아주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이런 점에서도 제한적 본인확인제의 폐해는 실로 엄청나다고 할 수 있습니다.

4. 인터넷의 자정능력을 신뢰하자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의 부정적 측면에 대해서 우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사회에 인터넷이 보편화된 것은 길게봐야 15년입니다.

발전된 기술을 어떤 방식으로 통제할 것인지 사회구성원들이 합의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참을성을 갖고 자율적으로 사회구성원의 합의가 이루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저는 인터넷을 사용하는 구성원들이 스스로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규율과 규칙을 정립할 능력을 갖고있다고 신뢰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네티즌들은 타인을 모욕하거나,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구성원은 오프라인에서와 마찬가지로 다른 구성원들로부터 존중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게 될 것입니다.

합리적으로 이성적으로 토론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 내부적으로 암묵적인 규율이 스스로 정립될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제한적 본인확인제는 네티즌들이 스스로 이러한 규율을 만들고 문화를 형성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도입된 것입니다.

하지만, 사회 구성원들의 합의없이 국가권력이 자신의 필요에 따라 만들어낸 규율은 짧은 기간 동안 처벌의 공포 때문에 지켜질 수 있겠지만, 오랜기간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5. 연예인들의 죽음은 과연 악플 때문일까/제한적 본인확인제는 과연 사생활 침해를 막기위한 것일까

제한적 본인확인제를 요구하는 사람들은 유니, 최진실, 개똥녀 등 익명성의 뒤에서 발생하는 악플과 사생활 침해의 문제를 언급합니다.

하지만, 저는 정말로 진지하게 묻고 싶습니다. 유니나 최진실의 자살은 과연 악플 때문이었을까요?

여성을 도구화/상품화하는 대중문화, 국민들의 알권리 충족이라는 명목으로 이루어지는 연예인들에 대한 주류언론의 사생활 침해, 승자 독식 시스템 속에서 겪게되는 인기하락에 대한 공포, 성상납과 같은 왜곡된 관행을 만들어내는 연예기획사 중심의 문화권력, 근거없는 네티즌들의 기사를 계속하여 확대 보도하는 주류언론 등등 

위에 언급한 사항들은 과연 자살의 원인으로 작용하지 않았을까요?

물론 이들의 자살에 악플이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고민없이 단순히 악플로 인한 상처를 자살의 동기로 몰고 가는것은 마치 청소년 범죄의 원인을 폭력적인 비디오로만 몰고가는 행태와 유사한 것 같아서 씁쓸하기 그지 없습니다.

또한, 보다 중요한 점은 국가권력은 사생활 및 인격권 보호라는 미명하에 본인확인제를 들고 나왔지만, 그것은 결국 전혀 다른 목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으며, 인터넷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입니다.

정치적 반대자들을 탄압하기 위해, 또는 자기검열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도록 하기위한 자갈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은 주로 정치적 반대파들을 탄압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여왔다는 점을 봐도 이를 알 수 있습니다.

6. 마치며

정말 진지하고 순수하게 제한적 본인확인제를 원점에서 검토해야 할 시점인 것 같습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점은 인터넷을 어떤 방식으로 통제할 것인지는 국가권력이나 자본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네티즌 스스로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병찬 변호사(제라드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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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제라드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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