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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6.09 황홀한 글감옥 - 조정래의 자전적 에세이


1. 태백산맥과의 만남


제가 태백산맥을 처음 읽은 것은 대학교 1학년 때였습니다.

지금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90년대 중반에는 태백산맥이 새내기 추천도서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국사시간에는 1945년 해방이후의 역사에 대해서 교육을 받아본 적이 전혀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제 고교시절 국사선생님께서는 마지막 수업시간에 "역사는 50년이 지나야 비로서 평가할 수 있다"는 인상적인 말을 남기고 해방이후의 역사는 생략하셨습니다. 

어찌됐건 여순사건으로 시작하는 태백산맥을 통하여 현대사를 공부하면서, 우리민족의 수난이 얼마나 길고 고통스러웠는지 어렴풋하게나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태백산맥 덕분에 반공이데올로기나 주체사상에 경도되지 않고 비교적 합리적인 시각으로 현대사를 바라보는 안목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2. 작가의 치열함과 읽는 자의 부끄러움

태백산맥을 보면서, 조정래의 글솜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치밀하고, 시적인 배경묘사, 수많은 인물들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과 같은 개성을 가지고 있고, 그들의 갈등구조가 너무나도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10권짜리 장편인데도 전혀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지않고, 한번 빠져들면 쉽게 헤어나올 수 없는 몰입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독자에게는 이렇게 흥미롭던 소설이 작가에게는 얼마나 뼈를 깍는 고통이었는지 황홀한 글감옥을 보면서 알게되었습니다.

조정래 작가는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으로 이어지는 3편의 대하소설을 완성하기 위해 20년간 술 한잔 마시지 않으면서 하루에 16시간씩 집필작업에 전념했다고 합니다.

단순히, 글만 써도 힘들었을텐데, 그 사이사이 보수단체로부터 걸려오는 협박전화에 시달렸으며, 검찰 수사에 대응해야 했습니다.

이처럼 문인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쓴 작품이니 어찌 독자가 감동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황홀한 글감옥을 보니 그의 작품들을 너무 건성으로 읽은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들 정도였습니다.

3. 조정래 선생님이 생각하는 문학론, 작품론, 인생론

조정래 선생님은 황홀한 글감옥을 통해서 문학이란 무엇인지, 작가 자신이 바라보는 작품은 어떤지, 인생은 어떻게 살아햐 하는지에 대하여 솔직하고 차분하게 이야기해줍니다.

참으로 여러가지 면에서 존경할만한 분인 것 같습니다.

우선 철저한 자기절제, 작품과 주변사람을 대하는 그의 태도, 무서울 정도의 책임감 등

그를 통해 문학이 뭔지, 인생이 뭔지 참 많이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4. 글을 잘 쓰고 싶은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저에게도 글을 잘 쓰고 싶은 참으로 간절한 욕구가 있고, 어떻게 하면 좀 더 훌륭한 글을 쓸 수 있을지 참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조정래 선생님이 충고하는 것처럼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쓰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는 것 같습니다.

원칙에 충실한 자만이 훌륭한 작가가 될 수 있다는 결론이 특별할 것은 없지만, 40년간 작가로 치열하게 살아온 조정래 선생님이 직접 전하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그 무게감은 남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그의 작품을 사랑하는 분들, 글을 잘 쓰고 싶은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저의 가슴을 가장 깊게 후벼팠던 문장 하나를 인용하면서 끝마칠까 합니다.

"사람이 사람으로서 해서는 안 되는 짓이 여럿 있지만, 그 중에 으뜸인 것이 좋은 머리 받고 태어나 많은 공부를 하고서도 남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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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제라드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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