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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1.04 위키피디아는 왜 한국에서 성공하지 못했을까? (32)

지금은 약간 수그러든 것 같지만, 한 때 집단지성의 성공케이스로 위키피디아가 빠지지 않고 언급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위키피디아는 잘 아시는 것처럼, 네티즌들이 직접 참여하여 만드는 온라인 백과사전입니다.

위키피디아의 성공은 적절한 시스템이 구축되면 구성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획기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는 위키피디아가 기대만큼 많이 성장하지 못했습니다.

2010. 10. 28.을 기준으로 영문 위키피디아의 총 항목은 3,453,444개인데 반해 한글 위키피디아의 총 항목은 146,267개에 불과합니다.

단지, 항목수에서만 차이가 나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항목의 경우에도 질과 양에서 한글위키피디아는 영문 위키피디아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영문 위키피디아는 영어를 쓰는 모든 사람들이 잠재적 생산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한글 위키피디아와 단순 비교를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점을 고려한다고 할지라도 차이가 지나치게 현저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위키피디아의 창시자인 지미 웨일즈는 한국 방문시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위키피디아가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지식in 때문이라고 언급한 바 있는데요.

오늘은 위키피디아가 한국에서 성공하지 못한 이유를 지식in과의 비교를 통해서 한 번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1. 사적 채널과 공적 채널

인터넷이 보편화되기 전까지만 해도, 일반적인 사항들을 쉽게 찾아보기 위해서는 백과사전에 의존하는 방법밖에 없었습니다.
 
30대 이상인 분들이라면 어린시절 숙제를 하기위해 백과사전을 참조하셨던 기억을 가지고 계실겁니다.

당시에는 백과사전의 종류도 별로 많지 않아서, 학생들의 숙제내용도 대부분 비슷했었습니다.

백과사전은 대부분 전문가들에 의하여 작성되었기 때문에, 신뢰할만한 공식적인 컨텐츠라는 믿음이 있었고, 지금까지도 이런 인식은 어느정도 유지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백과사전처럼 공신력있는 콘텐츠를 생산하는데 참여하는 것은 상당한 심리적 부담감을 줍니다.

반면에 지식in 서비스는 어떤가요?

대부분의 경우 친구의 고민을 받아주듯 쉽게 그리고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답변이 작성됩니다.

다시말해 심리적인 부담감이 현저히 떨어지는 공간이라는 것이죠.

그래서, 위키피디아에 참여하기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도 지식in에는 쉽게 답을 올리고, 이를 통해 컨텐츠가 용이하게 확대될 수 있습니다.

2. 창작의 습관

우리나라 사람들이 컨텐츠를 직접 생산하는 일에 익숙하지 않다는 것도 큰 장애물인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 대부분의 국민들은 제도권 교육의 영향으로 주로 듣고, 읽는 일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하지만, 쓰고, 말하고, 토론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제대로 훈련받아 본 적이 별로 없습니다.

가뜩이나 고단한 일상에서 시간을 쪼개어 훈련받아본 적 없는 일을 시작한다는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물론, 창작이 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 제약요소로 작용하는 것은 지식in이나 위키피디아나 마찬가지 아니냐고 반문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식in은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비형식적 대화에 가깝다는 점, 다시 말해, 수업시간에 날아온 친구의 쪽지에 대한 회답같은 성격이 강하고, 이는 자신의 생각을 정제하여 표현해야 하는 위키피디아식 창작과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3. 전문가 중심주의

한국사회는 대학서열화로 인해 학력주의가 매우 공고하게 자리잡고 있다는 점은 이미 경험으로 모두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자격증이든, 박사학위든, 유학경험이든 사회에서 객관적으로 검증된 무언가가 없다면 한국에서 여론을 주도하고 영향력을 행사하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다시 말해서, 적어도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객관적으로 검증받은 전문가들이 중심이 되어 의견을 주도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시되고 있습니다.

경제는 경제 전문가가, 정치는 정치 평론가가 담론을 만들어내며, 평범함 사람들은 공식적인 채널에서는 쉽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지 못합니다.

위키피디아의 실패원인으로 토론문화의 부재를 언급하시는 분이 많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공식채널을 통한 사회적 담론의 형성은 지적으로 뛰어난 전문가들의 전유물이라는 강박관념이 크게 한 몫 하는 것 같습니다.

4. 위키피디아는 중요한 시험대

저는 대한민국에서 위키피디아의 성공을 간절히 바라는 사람 중 하나입니다.

이유는 위키피디아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를 통한 성취감을 느끼게 되고, 다른 구성원들과 협업하고, 의견을 조율하는 방법을 익히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험은 다른 영역에서도 대화와 타협, 협업과 공유의 문화를 불러일으키고 다른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모쪼록 한국판 위키피디아가 전문가 중심주의를 극복하고 한국에서도 모범적인 집단지성의 성공사례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이병찬 변호사(제라드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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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제라드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