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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9.26 와플, 그리고 거짓말... (2)

지난주 화요일에 있었던 일이다.

직원들과의 회식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집앞에 아내가 즐겨찾는 와플집이 있는데, 장사가 끝나지 않았으면 와플을 하나 사오라는 것이다.

밤 10시 30분이었는데, 어린 두 아이를 막 재우고 허기가 져서 부탁을 한 것이라 생각하니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헐레벌떡 와플가게로 달려갔다.

"혹시 아직 안끝나셨으면, 와플 하나 포장해 주실 수 있을까요?"

"죄송하지만, 마감시간이 지나서 곤란합니다."

덩치가 좀 있는 남자직원이 미안한 듯 이야기했다.

때마침 진열대 위에 있던 와플 하나가 눈에 띄었다.

"죄송하지만, 저기 저 진열대 위에 있는 와플 그냥 싸주시면 안될까요?"

"영업을 마감해서 계산을 해드릴 수가 없네요."

역시 미안한 말투다.

"그럼, 카드가 아니라 현금으로 계산하겠습니다"

내가 집요하게 요청을 했더니, 남자직원이 매니저로 보이는 여자분에게 다가가 짧게 전후사정을 설명했다.

여자 매니저가 다가와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이야기했다.

"손님, 죄송합니다. 저희가 이미 영업을 마감했는데요"

"임신한 아내가 꼭 먹고 싶다고 하는데, 제발 하나만 주시면 안될까요?"

사실 아내는 임신중이 아닌데, 예전에 마감이 임박한 가게에서 자주 써먹던 수법이어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거짓말이 튀어나와 버렸다.

"예. 알겠습니다. 그럼 이 와플 포장해 드릴테니 가져가시고, 전자레인지에 15초 동안 돌렸다가 드세요"

너무나도 따뜻하고 상냥한 말투였다.

"감사합니다. 앞으로 자주 오겠습니다."

나는 지갑에서 현금 2천원을 꺼내어 여자분께 건넸다.

"아닙니다. 손님. 영업을 이미 마쳐서 돈을 받을 수도 없고, 이건 임신한 아내분께 선물로 드리는거니, 그냥 가져가세요"

수차례 계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끝내 돈을 받지 않아서, 어쩔수 없이 포장한 와플을 들고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걸어가는 내내, '왜 아내가 임신중이라고 거짓말 했을까'하고 내 자신을 책망했다.

이미 마감한 가게에 들어가서 와플을 내놓으라고 하는 것도 모자라, 거짓말까지해서 와플을 공짜로 가져오다니... 이거 참 환장하겠네...

어쨌건, 아내한테 저간의 사정을 이야기하며 귀한 와플이니 맛있게 먹으라고 얘기했다.

세상을 살다보면 가끔 이런 생각이 들곤한다.

인생을 왜 착하게 살아야 할까? 왜 사람들을 진심으로 대해야 할까?

어차피 돈과 권력이 지배하는 세상인데, 사람을 진심으로 대해봤자 결국 이용만 당하다가 버림받는건 아닐까?

근래에 만났던 실망스러운 사람들 때문에, 삶의 원칙을 지키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하루에도 몇번씩 시험받곤 했다.

하지만, 나의 거짓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선의와 진심으로 나를 대해줬던 와플가게 직원들 덕분에, 역시 진심은 힘이있고, 그것이 다른 사람들을 변화시킨다는 진리를 깊이 깨닫게 되었다.

앞으로 그 와플집이 폐업하는 순간까지 단골로 남을 것을 약속한다.

참고로 가게의 위치는 수서동 현대벤쳐빌 지하2층이고 가게 이름은 Waffle Bant다.

혹시, 삶의 원칙이 흔들리고 있다면, 한번쯤 이 집 와플을 먹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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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제라드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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