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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5.26 MBC스페셜 닭Q멘터리 "치킨" - 닭 한마리의 사회학 (2)

아주 우연히 퇴근길에 휴대폰으로 MBC 스페셜 "치킨"편을 보게 되었습니다.

평소에 다큐를 즐겨보기는 하지만 제목 때문에 사실 큰 기대없이 봤는데, 상당히 잘 만들었더군요.

다큐 첫부분에는 닭들이 달걀에서 부화할 때부터 마트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줍니다.

여기까지만 해도 닭이 양식되고, 도축되고, 가공되고, 포장되어 가는 과정을 비판적으로 다루고 있다고만 생각했었습니다.

닭고기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마치 공장에서 물건을 찍어내듯 닭들을 키워내고, 고압전류가 흐르는 물에 닭들을 집어넣고, 기계로 껍질을 벗기고, 머리와 발을 잘라내고, 내장을 제거하는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대량생산이라는 목표를 위해 인간이 어떤 방식으로 생명체를 취급하는지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닭들을 가공하는 모습은 마치 수천미터 항공에서 버튼 하나로 폭탄을 투하하고, 폭탄이 떨어지는 지점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전혀 일어나는지 알지 못하는 현대전투를 보는듯 했습니다.

다큐멘터리 후반부에는 수많은 치킨집들을 다루면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일상과 그들이 치킨집을 차리게 된 과정을 조명했습니다.

IMF 때문에, 경기침체로 인한 정리해고 때문에, 자신이 운영하던 슈퍼마켓이 주변에 들어선 대형마트로 망하는 바람에, 그들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치킨집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자본이 넉넉하지 못한 그들에게 치킨집 외에는 마땅한 대안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치킨집 사장님으로 나오는 인물들은 대부분 신자유주의라는 파도에서 쓸려 소규모 자영업자로 몰려나고 있는 우리 이웃들입니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벼랑끝에 몰린 서민들이 한 두명이 아니다 보니, 경쟁이 치열해져 치킨집조차 살아남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다큐에 나오는 모 치킨집은 반경 1km 안에 치킨집만 70개가 있다고 하더군요.

이들 치킨집 중 대부분은 몇달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다고 합니다.

평생고용이 옛말이 되어버리고, 빈부격차가 점점 심화되는 한국사회에서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겠다는 소박한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그들의 모습은 참으로 안쓰러웠습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치킨집을 통해 생명을 다루는 우리의 태도와 소규모 자영업자를 양산하는 한국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지루하지 않게 그려낸 다큐멘터리 제작진에게 찬사를 보냅니다.

그리고, 성실하고 소박하게 최선을 다하고 있는 치킨집 사장님들의 건투를 빕니다.

그들이 꼭 성공하기를 바랍니다.

물론 절대로 그럴리는 없다는 사실이 슬프기는 하지만요...


○ 참조 : 아래 주소에서 MBC 스페셜 닭Q멘터리를 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imbc.com/broad/tv/culture/mbcspecial/vod/?kind=image&progCode=1000833100571100000&pagesize=5&pagenum=1&cornerFlag=0&ContentTypeID=1&ProgramGroupID=15

                                                                                     이병찬 변호사(제라드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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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제라드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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