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블리시티권'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2.05.08 기술의 발달과 퍼블리시티권 (2)
  2. 2011.06.10 스포츠게임과 퍼블리시티권 (2)

‘마구마구’, ‘슬러거’, ‘프로야구매니저’, ‘야구9단’ 등 국내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유명 야구게임에서 양준혁 선수의 이름과 얼굴이 일제히 삭제되고, ‘장남식’이라는 가상의 인물로 대체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현재, 야구선수들의 이름, 외모 등에 대한 권리는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와 일구회에서 가지고 있는데, 양준혁 선수의 퍼블리시티권이 재단법인 양준혁 야구재단으로 넘어가게 되면서 게임회사에서 더이상 양준혁 선수의 이름이나 외모를 사용하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이번 사건에서 문제가 된 퍼블리시티권(right of publicity)이란 성명이나 초상 등 자기동일성이 가지는 경제적 가치를 상업적으로 사용하고 통제할 수 있는 배타적 권리를 의미합니다. 정의가 약간 어려운데, 쉽게 설명하면, 가수, 배우, 탤런트, 운동선수 등 유명인이 자신의 초상이나 성명을 광고와 같은 상업적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허락하는 권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주로 본인의 동의를 얻지 않고, 이름이나 초상 등을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행위가 주로 문제가 됐었는데요, 기술의 발달로 퍼블리시티권과 관련된 문제가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는 퍼블리시티권과 관련한 흥미로운 미국 사례를 하나 소개할까 합니다.

Band Hero ©Activision

액티비전 밴드히어로라는 유명한 리듬액션 게임을 개발한 회사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콘솔보다는 PC 게임이 주류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인지도가 그다지 높지 않지만, 밴드히어로의 전신인 기타히어로 시리즈는 누적판매량이 4,000만 장을 넘어서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입니다.

밴드히어로는 리듬액션 게임이기 때문에 게임을 위해서는 당연히 음악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게임에 유명한 음악이 많이 수록되어 있을수록, 많은 아티스트가 등장할수록 게임성이 더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액티비전은 밴드히어로라는 게임을 만들면서 노 다우트(No Doubt)라는 인기그룹과 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노 다우트는 계약을 통해 액티비전에게 밴드히어로에서 노 다우트의 노래 3곡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하고, 노 다우트의 이름과 외모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했습니다.

그런데 밴드히어로에는 소위 잠금해제(unlock) 기능이라는 것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잠금해제 기능이란 요즘 대부분의 게임에서 사용되고 있는 기능인데, 경험치가 일정수준에 도달하거나, 특정 미션을 수행하면 보다 어려운 스테이지나 새로운 캐릭터, 새로운 아이템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능입니다.

밴드히어로는 플레이어가 일정한 레벨에 도달하면, 그룹 멤버들을 잠금해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습니다. 일단 멤버들이 잠금해제되면, 독주를 시키거나, 노 다우트가 아닌 다른 그룹의 멤버들과 새로운 그룹을 구성하는 것도 가능했습니다(참고로, 노 다우트는 4명의 멤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보컬은 윤도현, 기타는 김태원, 드럼은 전태관인 가상의 그룹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죠.

그런데 노 다우트는 이런 잠금해제 기능이 노 다우트의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왜냐하면, 노 다우트는 액티비전에게 노 다우트의 노래 3곡만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했고, 이 3곡에 대해서만 노 다우트의 이름과 외모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했는데, 밴드히어로의 잠금해제 기능 때문에 멤버들의 이름과 외모가 다른 가수들의 노래에도 사용되었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 액티비전은 노 다우트의 주장이 미국 수정헌법 제1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하지만 원심과 항소법원은 이와 같은 액티비전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액티비전의 행위가 표현의 자유로 보호받기 위해서는 유명인의 모습을 그대로 묘사해서는 안되고, 이를 넘어서는 창조적인 요소가 있어야 하는데, 액티비전은 밴드히어로에서 노 다우트의 외모를 그대로 묘사했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를 통해 보호받을 수 없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습니다.

노 다우트와 액티비전 사례는 유명인의 퍼블리시티권이 어디까지 인정받을 수 있느냐에 대한 고민을 안겨줍니다. 노 다우트는 자신들의 아바타가 다른 가수들의 노래도 연주할 수 있도록 조작되는 것은 노 다우트의 명성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물론, 음악가들의 명예와 자존심이 존중받는 것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리 단순하지 않습니다.

기술의 발달은 항상 새로운 법률적 이슈를 발생시킵니다. 그리고 사회에 새로운 숙제를 안겨줍니다. 이런 이슈들을 어떤 방식으로 처리하는지에 따라 사회가 나아갈 방향이 결정됩니다. 우리가 만약 퍼블리시티권에 대한 나름의 기준을 정해두지 않는다면, 나중에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할지도 모릅니다. 물론, 비정규직과 청년실업이 넘쳐나는 참담한 현실에서 연예인들의 명예와 자존심까지 걱정하는 게 그다지 내키는 일은 아니지만요.축구게임을 예로 들면, FC바르셀로나의 푸욜이나, 리버풀FC의 제라드처럼 한 번도 이적을 하지 않고 팀을 지킨 상징적인 선수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선수들도 축구를 소재로 한 많은 게임에서 자유롭게 트레이드되고 있습니다. 만약 푸욜이나 제라드가 트레이드 기능을 통해 다른 팀으로 이적될 수 있는 기능이 자신들의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면, 노 다우트 사례와 동일하게 취급해야 할까요? 노 다우트의 멤버가 다른 그룹의 구성원이 되는 것이 그들에게 불명예가 될 수 있다면, 푸욜이나 제라드같은 선수들이 다른 팀에서 뛰는 것도 그들에게 불명예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기술의 발달은 항상 새로운 법률적 이슈를 발생시킵니다. 그리고 사회에 새로운 숙제를 안겨줍니다. 이런 이슈들을 어떤 방식으로 처리하는지에 따라 사회가 나아갈 방향이 결정됩니다. 우리가 만약 퍼블리시티권에 대한 나름의 기준을 정해두지 않는다면, 나중에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할지도 모릅니다. 물론, 비정규직과 청년실업이 넘쳐나는 참담한 현실에서 연예인들의 명예와 자존심까지 걱정하는 게 그다지 내키는 일은 아니지만요.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신고
Posted by 제라드76

들어가며


스포츠 게임은 오래전부터 시장에서 전통의 강자로 군림해 왔습니다. 스포츠 자체가 원래 오락적 성격이 강한데다가, 오프라인에 있는 스포츠 매니아들을 비교적 쉽게 온라인으로 흡수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근래에는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 덕분에 점점 더 사실적인 표현이 가능해지면서 그 몰입도가 높아져, 스포츠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역으로 실제 스포츠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처럼 스포츠는 게임개발자들에게 상당히 매력적인 소재입니다.

게이머들이 스포츠 게임을 하다보면, 실제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를 이용해서 플레이하고 싶은 욕구가 강해지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게임업체에서는 게이머들의 이런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실존하는 스포츠 스타들을 게임 속에 등장시켜 보다 더 높은 몰입감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스포츠 게임에서 실존 선수들의 초상이나 성명을 사용하는 경우 퍼블리시티권을 주의해야 하는데요, 이번 시간에는 퍼블리시티권에 대해서 한 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퍼블리시티권이란 무엇인가?


퍼블리시티권(right of publicity)은 성명이나 초상 등 자기동일성이 가지는 경제적 가치를 상업적으로 사용하고 통제할 수 있는 배타적 권리를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영화배우, 탤런트, 운동선수 등 유명인이 자신의 초상이나 성명을 광고와 같은 상업적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허락하는 권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우리나라에서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할 수 있는지 논란이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에는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는 명문규정도 없을뿐더러, 이를 인정하는 확립된 관습법도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법원에서도 비록 명문의 규정은 없으나, 헌법상의 행복추구권과 인격권의 한 내용을 이루는 성명권에는 사회통념상 특정인임을 알 수 있는 방법으로 성명이 함부로 영리에 사용되지 않을 권리가 포함되어 있고, 성명 등에 관하여 형성된 경제적 가치가 이미 인터넷 게임업 등 관련 영업에서 널리 인정되고 있으며, 이를 침해하는 행위는 민법상의 불법행위를 구성하므로, 성명이나 초상 등 자기동일성의 상업적 사용에 대하여 배타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권리를 퍼블리시티권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서울서부지법 2010.4.21. 자 2010카합245 결정 등).


`마구마구` 사건을 통해 살펴본 퍼블리시티권 논쟁


우리나라에서 퍼블리시티권이 문제된 사례는 그다지 많지 않은데, 그 중 대표적인 사례로 `마구마구` 사건을 들 수 있습니다.

`마구마구`의 개발사였던 A사 및 게임제공업체였던 C사는 게임을 제작/유통하는 과정에서 전직 프로야구 선수들의 사전 동의를 받지 아니한 채, 그들의 성명, 선수시절 소속구단 및 수비 위치 등 인적 정보를 `마구마구`에 등장하는 야구선수 캐릭터에 사용하였습니다.

이에 전직 프로야구 선수들은 자신들의 성명 등 인적 정보를 무단으로 사용한 행위는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C사를 상대로 "성명 등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였고, 법원에서는 C사는 ‘마구마구’라는 게임명으로 운영하는 인터넷 야구게임에 전직 프로야구 선수들의 성명을 사용하여서는 안된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법원의 가처분 결정이후 C사는 은퇴선수 27명의 성명표시가 비실명으로 전환된다는 내용의 공지사항을 게시한 후, 전직 프로야구 선수들의 선수시절 소속구단 및 수비 위치, 선수시절의 기록 등을 활용한 능력치 등 게임의 다른 요소는 변경하지 아니한 채, 전직 프로야구 선수들의 이름만을 영문 이니셜로 변경하여 사용하였습니다.

이에 전직 프로야구 선수들은 영문 이니셜만 사용해도 이는 퍼블리시티권 침해이므로, 영문 이니셜 사용을 금지하여 달라는 내용의 가처분을 다시 신청했습니다. 법원에서는 성명의 전부 또는 일부를 그대로 사용하지 않더라도 그 사람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이를 변형하여 사용하는 경우에도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영문 이니셜 사용도 금지하는 결정을 내립니다.


퍼블리시티권과 게임 다양성의 문제


스포츠 게임, 특히 야구를 소재로 한 국내 게임들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매출이 늘어나기 시작하자, 퍼블리시티권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아울러 높아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퍼블리시티권을 스포츠 선수들과 게임업체 사이의 권리관계로만 파악하면 중요한 사실을 놓치기 쉽습니다.

스포츠 게임에서 선수들의 초상권 및 성명권 등을 사용할 수 있는지 여부는 게임의 성패를 가르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충분한 자금을 보유하고 있는 대형 게임사의 경우에는 비교적 용이하게 퍼블리시티권을 확보할 수 있겠지만, 개인개발자나 영세업체의 경우에는 자금부족 때문에 퍼블리시티권을 쉽게 확보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스포츠 게임의 성공여부는 게임의 참신함이나 개발자의 노력보다는 퍼블리시티권을 확보할 충분한 자금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서 결정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선수들로부터 퍼블리시티권을 위임받은 단체나 협회에서는 높은 대가를 지급하는 대형업체에 독점적으로 권한을 부여하기보다는, 수익분배 약정 등을 통해 매출액의 일정부분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중소개발자나 개인개발자에게도 퍼블리시티권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해야 합니다. 좀 더 많은 개발자들이 퍼블리시티권을 이용할 수 있어야, 게이머들이 스포츠를 소재로 한 보다 다양한 종류의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를 통해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다양한 스포츠 게임을 즐기게 된다면, 현실세계에서의 스포츠와 게임세계에서의 스포츠가 서로 관심과 흥미를 유발하게 될 것이며, 이는 스포츠 선수에게도, 게임업체에도, 게이머들에게도 종국적으로 이익이 될 것입니다.

                                                                                    이병찬 변호사(제라드76) 
 

신고
Posted by 제라드76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