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인터넷 주인찾기가 2011. 2. 26 "인터넷 심의의 대안을 찾아서"라는 제목으로 개최한 워크샵에서 제가 발제한 내용입니다.

많이 부족하지만 방심위 규제의 문제점을 전반적으로 개괄적으로 소개한 글이니 필요하신 분은 참고삼아 일독해 보실 것을 권합니다.

<들어가며>


오늘 우리는 온라인 공간에서의 표현의 자유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인터넷을 비롯한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발달은 자본과 권력이 없는 평범한 시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확장시켜 민주주의 발전의 기초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이런저런 이유로 인터넷에서의 표현의 자유는 충분히 보장되지 않고 있습니다.

추적 60분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경고조치 및 미네르바 사건 등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수많은 사건에 비추어보면 대한민국에서 충분한 표현의 자유가 주어지고 있다고 이야기하기는 아직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인터넷에서의 표현의 자유가 아무런 제약없이 전면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사회에는 표현의 자유만큼이나 중요한 다른 가치가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 이 자리에서는 인터넷 주인찾기가 주체가 되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시고 인터넷에서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 보장되어야 하며, 이에 대한 규제는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하는지, 또한 현행 규제 시스템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논의해 보고자 합니다.

논의가 지나치게 산만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오늘 워크샵에서는 명예훼손 부분을 제외한 불법정보의 문제 및 방심위 규제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명예훼손 및 정보통신제공사업자의 임시조치 문제는 제2회 워크샵에서 논의하도록 하겠습니다.

<표현의 자유, 왜 중요한가?>

표현의 자유가 왜 중요한 기본권인가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견해가 있을 수 있지만, 아래 헌법재판소 판례가 이를 가장 적절하게 설명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다소 길지만 이를 인용할까 합니다.

"언론ㆍ출판의 자유는 민주체제에 있어서 불가결의 본질적 요소이다. 사회구성원이 자신의 사상과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모든 민주사회의 기초이며, 사상의 자유로운 교환을 위한 열린 공간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민주정치는 결코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주주의는 사회내 여러 다양한 사상과 의견이 자유로운 교환과정을 통하여 여과없이 사회 구석 구석에 전달되고 자유로운 비판과 토론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때에 비로소 그 꽃을 피울 수 있게 된다. 또한 언론ㆍ출판의 자유는 인간이 그 생활속에서 지각하고 사고한 결과를 자유롭게 외부에 표출하고 타인과 소통함으로써 스스로 공동사회의 일원으로 포섭되는 동시에 자신의 인격을 발현하는 가장 유효하고도 직접적인 수단으로서 기능한다. 아울러 언론ㆍ출판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사상은 억제되고 진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다. 문화의 진보는 한때 공식적인 진리로 생각되었던 오류가 새로운 믿음에 의해 대체되고 새로운 진리에 자리를 양보하는 과정속에서 이루어진다. 진리를 추구할 권리는 우리 사회가 경화되지 않고 민주적으로 성장해가기 위한 원동력이며 불가결의 필요조건인 것이다. 요컨대, 헌법 제21조가 언론ㆍ출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것은 이같은 헌법적 가치들을 확보하기 위한 전제조건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헌재 1998.04.30, 95헌가16)

표현의 자유가 중요한 이유는 결국 그것이 민주사회의 기초이며, 다른 헌법적 가치들을 확보하기 위한 전제조건이기 때문입니다.

표현의 자유는 이처럼 중요한 기본권이기 때문에 헌법에서도 검열을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등 다른 기본권에 비하여 보다 두텁게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고 있고,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있는 경우에만 합리화 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방심위 규제, 무엇이 무엇인가>

1. 방심위 심의대상의 포괄성

우선, 방심위 심의대상이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표현의 자유에 대해 지나치게 폭넓은 제한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방송통신위원회설치및운영에관한법 제21조 및 정통망법 제44조의7 제1항 제9호에따라 방심위는 "범죄를 목적으로 하거나 교사 또는 방조하는 내용의 정보"에 대하여 심의할 권한을 가지는데, 동 조항의 경우 아무런 추가적 기준이 존재하지 아니하여, 제1호부터 제8호까지 개별적으로 심의대상을 규정한 입법취지가 몰각되고 있습니다.

위 규정은 방심위로 하여금 범죄와 관련된 모든 표현에 대해 심의권한을 부여하였다는 점에서 문제일 뿐만 아니라, 사법부에 의하여 종국적으로 범죄로 판단된 것이 아니라 수사시관에 의하여 단순히 혐의만 인정되는 경우에도 방심위 규제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큰 문제가 있습니다.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정보인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범죄성립여부에 대해서 방심위 내부에서 1차적인 판단이 내려져야 하는데, 형법은 차치하고서라도 과연 방심위에서 공정거래법, 의료법 등 특수분야 범죄에 대해 판단할 능력이 있는지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방심위가 범죄 해당여부를 판단할 전문성이 없다면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요청이 있을 경우 방심위는 기계적으로 시정을 요구하게 되고, 상황이 이렇게 전개될 경우 사실상 범죄 혐의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표현을 제재하는 권한을 보유하게 되는 결과가 야기될 수도 있습니다.(제7호~제9호의 경우)

또한, 방송통신위원회설치및운영에관한법시행령 제8조에서는 "청소년에게 유해한 정보 등 심의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정보"에 대한 심의 및 시정요구 권한을 부여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상 방심위가 필요하다고 인정하기만 하면 심의대상에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습니다.

따라서, "기타 범죄"와 관련된 정통망법 제44조의 7 제1항 제9호는 이를 좀더 구체화하거나 방통위 심의대상에서 제외하고 방통위법시행령 제8조의 "심의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정보"는 이를 즉시 삭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입니다.


2. 방심위 시정요구의 법적성질

방심위가 특정 표현이 불법정보라고 결론내린 경우,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나 게시판 관리/운영자에게 시정요구를 명할 수 있습니다.

방심위는 해당정보에 대한 삭제나 이용정지 등의 조치는 방심위가 아닌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나 게시판 관리/운영자에 의하여 실행될 뿐만 아니라, 방심위가 시정요구를 한다고 하여 포털사업자 등이 시정요구를 이행하도록 법률적으로 강제되는 것은 아니므로 시정요구는 단순한 행정지도에 불과하다고 계속하여 주장하여 왔습니다.

이는 방심위의 시정요구가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이라고 본 서울행정법원의 2009구합35924 판결에 의해 어느정도 해결되었다고 볼 수도 있으나, 아직도 규정의 모호성으로 인하여 위법/부당한 시정요구에 대한 종국적인 책임소재 등이 문제될 여지가 있습니다.

따라서, 방심위가 불법정보라고 판단한 경우에는 시정요구가 아닌 시정명령을 내리도록 법률에서 명문화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할 것으로 보입니다.

시정명령을 부과하도록 규정하면 방통위로부터 직접적 규제를 받고 있는 정보통신제공사업자들도 시정요구 이행에서 발생하는 책임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또한 이용자 입장에서도 게시물을 삭제당하거나, 이용을 정지당하게 되면 방심위를 상대로 직접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법원에서 방심위의 처분이 위법한 것으로 판단되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사후적인 구제절차를 보장받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방심위의 과도한 시정요구가 법원에서 위법한 것으로 판단되고, 이러한 사례가 집적되면 방심위가 시정요구를 명하는데에도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며, 이로 인해 시정요구를 명함에 있어 더욱 신중을 기하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을 것입니다.

3. 불복수단의 실질적 보장

방심위의 시정요구가 이루어진 경우, 방송통신위원회의설치및운영에관합법시행령 제8조 제6항에서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게시판 관리/운영자 또는 해당이용자가 15일 이내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방심위의 시정요구는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 또는 게시판 관리/운영자를 상대방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용자가 실제로 이의제기를 할 기회를 갖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따라서, 시정요구를 내릴 경우에는 이를 이용자에게 반드시 고지하고 불복절차를 안내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이용자의 게시물 중 어떤 부분이 어떤 규정에 위반하여 시정요구를 내리는 것인지 명백히 고지하여야 합니다.

어떤 법률에 근거하여 어떤 표현물이 어떤 이유로 삭제되었는지 알아야만 이의신청, 행정소송 등 향후 불복절차를 진행할지 여부에 대해서 판단할 수 있고, 문제된 부분을 삭제하거나 수정하는 등 자진시정을 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 고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연 규제를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인가>

기업에 대한 비판은 영업방해죄, 특정 정당이나 특정 정치인에 대한 비판은 명예훼손죄, 특정한 사상의 표출은 국가보안법위반죄에 해당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현행법상으로도 그러한 표현을 처벌할 수 있는 근거규정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특정한 표현이 범죄를 구성하여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수위에 이르렀다면, 법원의 판결에 의하여 형사처벌을 내리면 되는 것이지 방심위의 시정요구 등을 통해 표현 자체를 억제하는 것은 지나친 기본권 제한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정 표현이 공동체의 상식에 반하는 것이라면, 이를 시정하는 것도 원칙적으로 공동체의 자율에 맡기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방심위 심의에 대한 문제점과 관련하여, 특히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과연 방심위 규제로 해결해야 하는지 전면적으로 다시 재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정한 표현이 국가안전이나 사회질서 유지에 해악을 끼친다고 인정되는 경우, 그러한 해악이 국가기관에 의한 규제와 제한으로만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헌법재판소도 "언론출판의 영역에서 국가는 단순히 어떤 표현이 가치없다거나 유해하다는 주장만으로 그 표현에 대한 규제를 정당화시킬 수는 없다. 그 표현의 해악을 시정하는 1차적인 기능은 시민사회의 내부에 존재하는 사상의 경쟁메커니즘에 맡겨져 있기 때문이다(헌법재판소 95헌가16 판결)"라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일단, 국가가 직접 나서서 어떤 표현이 가능한지 기준을 마련하고, 이런 기준을 넘어서는 표현을 제한하려고 하는 것은 공동체에서 작용하는 경쟁 메커니즘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국가가 직접적으로 나서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당연시할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표현에 대하여 자율적인 정화를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국민들의 고양된 의식수준과 민주주의의 성숙단계를 고려할때 표현의 자유에 대한 좀더 전향적인 사고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치며>

현재까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적지않는 글들이 발표되고,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하지만, 네티즌들이 중심이 되어 스스로 우리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자리는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모쪼록,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인 네티즌들이 주최하는 이번 워크샵을 통해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가 보다 더 합리적으로 보장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신고
Posted by 제라드76
시사블로그를 운영하고 계신 민노씨께서 상지대 구 재단측으로부터 명예훼손을 이유로 형사고소를 당하셨다고 합니다.

수많은 블로거분들이 이번 사건에 분개하면서 현행 법체계의 문제점에 대해서 언급하고 계십니다.

그래서, 오늘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대해서 한 번 짚어볼까 합니다.

1. 사이버 명예훼손이란 어떤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일까요?

우선 참고로 아래 규정을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벌칙)
①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③ 제1항과 제2항의 죄는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밝힌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우선 제1항을 뜯어보면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정보통신망을 통하여/공공연하게/사실을 드러내어/명예를 훼손한 경우 명예훼손죄가 성립합니다.

제2항은 제1항과 다른 요건은 동일하지만 적시한 사실이 "허위"인 경우에 가중처벌하는 규정임을 알 수 있습니다.

민노씨의 포스팅에 제가 알고 있는 한 허위의 사실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일단 제1항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만 살펴보겠습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사이버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 "비방의 목적"이란 "공공의 이익"과는 대립되는 개념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한다"는 목적이 있는 경우에는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민노씨의 포스팅은 구 재단이 복귀할 경우 사학비리가 다시 발생하고, 학교정상화를 위한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으므로, 이를 예방한다는 목적에서 쓰여졌으므로 이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고,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 인정된다면 이와 대립관계에 있는 "비방의 목적"이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향후 민노씨 사건과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쟁점이 될 것입니다.

민노씨가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자신의 블로그에 구 재단에 대한 포스팅을 올렸고, 구 재단의 범죄행위를 적시하였으며, 이와 같은 사실들이 구 재단의 명예를 훼손한다는 사실 자체는 법적으로 의문의 여지가 없어보이고, 지나치게 학술적인 부분이니 더이상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2. 표현의 자유와 인격권의 보호

민노씨 사건 이후로 많은 분들이 "도대체 법을 어떻게 만들었길래 이런 사건에 대해서도 형사고소가 가능하냐?"라고 말씀하십니다.

사실을 사실대로 이야기했을 뿐인데, 왜 명예훼손으로 수사받고, 처벌받아야 하냐고

참여연대에 대한 형사고소, 김연아 회피 동영상에 대한 형사고소, 김미화 블랙리스트 관련 형사고소 등등에 비추어보면 이러한 네티즌들의 분노는 충분히 납득이 갑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를 한 번 생각해 볼까요?

예를 들면, 누군가가 인터넷 게시판이나 블로그에 나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을 포스팅한 경우를 한 번 상정해 보시죠

제라드76은 동성연애자다! 제라드 76은 전염성 질병을 앓고 있다!

제가 정말 동성연애자라든가 전염성 질병을 앓고 있다면 이는 사실을 언급한 것에 불과합니다.

만약 제가 실제로 동성연애자라든가 전염성 질병을 앓고 있다면, 다시 말해 누군가가 저에 대해서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이야기한다면 저의 명예는 보호받을만한 가치가 없는 것일까요?

아마 그렇게 생각하시지는 않을겁니다.

따라서, 개인의 명예를 보호하는 법률적 보호수단을 두고 있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개인의 인격권은 표현의 자유 만큼이나 중대한 기본권이며, 개똥녀 사건 등에서 보듯이 마녀사냥식 표현의 자유로 인해 개인의 인격권이 파탄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을 우리는 경험으로 잘 알고 있습니다.

3. 명예훼손은 손해배상으로

그러나, 문제는 현행 법규가 명예훼손을 형사처벌로 제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형벌이란 우리가 잘 알고있는 사형, 징역, 금고, 벌금 등을 말합니다.

형벌이 부과되기까지 피의자는 수사, 기소, 재판으로 이어지는 형사소송 절차를 밟게 됩니다. 

이런 형사소송 절차에서 가장 먼저 이루어지는 일이 경찰이나 검찰에서 이루어지는 피의자 신문입니다.

그런데, 사실 이게 장난이 아닙니다.

사람을 엄청나게 심리적으로 위축시키거든요. 특히 구속수사가 진행될 경우 평범한 사람들은 거의 패닉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그나마 PD수첩, 김미화씨처럼 여론이 주목하고,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개인이나 조직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에서도 신중을 기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평범한 네티즌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당한 경우에는 상황이 완전히 다릅니다.

혼자서 경찰 및 검찰을 상대로 싸워야 하는 사태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일단, 명예훼손을 이유로 피의자를 구속하면 심리적으로 위축된 피의자는 쉽게 대항의지를 상실하여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법원의 관대한 처벌을 요청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런 시범 케이스가 언론에 보도되면, 다른 사람들도 동일한 상황에 놓이지 않기 위해 입을 다물고, 자기검열을 실시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만약, 형사처벌 규정을 폐지하고 단순히 민사상 손해배상의 문제로 해결한다면 구속될 일도 없고, 경찰이나 검찰에 들락거릴 일도 없습니다.

원고와 피고의 입장에서 동등하게 싸우고, 법원을 통하여 합리적인 판단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4. 검찰과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하며

비판에 대한 관용은 그 사회의 표현의 자유를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입니다.

또한,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가 얼마나 폭넓게 보장되고 있는지는 그 사회의 민주주의 발전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입니다.

공인에 대한 비판이나, 사회적 이슈에 대한 건전한 문제제기는 사회에서 당연히 포용되어야 합니다.

물론 지금 당장 사이버 명예훼손에 대한 형사처벌을 폐지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공감대도 형성되어야하고, 법률 개정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회구성원들의 상식적이고 건전한 비판에 대해서는 검찰에서 일관되게 불기소 처분을 내리고, 법원에서 계속적으로 무죄 판결을 내리는 방법을 통해 탈출구를 만드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일관된 판단을 통하여, 공인이나 사회에 대한 건전한 비판은 법률에 의하여 보호받을 수 있다는 사회적 합의가 성립되면, 비판을 하는 사람도 자유롭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될 것이고, 피의자를 압박할 목적으로 고소를 남발하는 일도 줄어들게 될 것입니다.
 
다른 여러가지 사건과 마찬가지로 민노씨 사건도 이와 같은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내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입니다.

모쪽록 대한민국 검찰과 법원이 현명한 판단을 하기를 기대합니다.
 
                                                                                    이병찬 변호사(제라드76)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신고
Posted by 제라드76

1. 표현의 자유는 왜 중요한가

 가.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

대한민국 헌법에서는 국민들의 다양한 기본권을 기술하고 이를 보장하고 있지만, 다른 기본권들과는 달리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는 보다 강력한 보호를 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표현의 자유는 기본권 중의 기본권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처럼 표현의 자유를 중요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래에서 인용한 헌법재판소 판결의 한 부분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언론ㆍ출판의 자유는 민주체제에 있어서 불가결의 본질적 요소이다. 사회구성원이 자신의 사상과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모든 민주사회의 기초이며, 사상의 자유로운 교환을 위한 열린 공간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민주정치는 결코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주주의는 사회내 여러 다양한 사상과 의견이 자유로운 교환과정을 통하여 여과없이 사회 구석 구석에 전달되고 자유로운 비판과 토론이 활발하게 이루어질 때에 비로소 그 꽃을 피울 수 있게 된다. 또한 언론ㆍ출판의 자유는 인간이 그 생활속에서 지각하고 사고한 결과를 자유롭게 외부에 표출하고 타인과 소통함으로써 스스로 공동사회의 일원으로 포섭되는 동시에 자신의 인격을 발현하는 가장 유효하고도 직접적인 수단으로서 기능한다. 아울러 언론ㆍ출판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사상은 억제되고 진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다. 문화의 진보는 한때 공식적인 진리로 생각되었던 오류가 새로운 믿음에 의해 대체되고 새로운 진리에 자리를 양보하는 과정속에서 이루어진다. 진리를 추구할 권리는 우리 사회가 경화되지 않고 민주적으로 성장해가기 위한 원동력이며 불가결의 필요조건인 것이다. 요컨대, 헌법 제21조가 언론ㆍ출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것은 이같은 헌법적 가치들을 확보하기 위한 전제조건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헌재 1998.04.30, 95헌가16)

헌법재판소가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자유로운 의사의 표명을 통한 의사의 형성이야말로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민주주의의 필수적인 요소이며,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순간 우리는 민주주의의 본질을 상실하게 될 것입니다. 

  나. 인터넷의 본질과 익명으로 표현할 자유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표현의 자유는 비약적으로 발전하여 왔으며, 인터넷의 발달이 표현의 자유를 확대시킨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그것이 "익명성"을 본질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익명성은 이해관계에 의한 구속으로부터 인간을 해방시켜 자유로운 의사표현이 가능해지도록 하는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제한적 본인확인제 등을 통하여 익명성을 박탈하는 순간 표현의 자유를 성장시키던 원동력은 그 힘을 급격하게 상실하게 될 것입니다.


"표현의 자유는 국민주권을 실현하는 데 필수불가결한 것으로서 오늘날 민주국가에서 국민이 갖는 가장 중요한 기본권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익명이나 가명으로 이루어지는 표현의 경우 정치적 보복이나 차별의 두려움 없이 자신의 생각과 사상을 자유롭게 표출하고 전파하여 권력에 대한 비판을 가능하게 하며, 이를 통해 정치적 약자나 소수자의 의사를 국가의 정책결정에 반영되도록 한다는 점에서 표현의 자유의 핵심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익명표현이 무책임하고 악의적으로 행해질 경우 인신공격과 흑색선전에 악용되어 선거의 공정과 평온을 위협할 우려도 없지 않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익명표현의 자유는 그것이 갖는 헌법적 가치에 비추어 강하게 보호되어야 할 것이다.
일제식민통치와 권위주의 정부 시절, 정치적 탄압을 피하기 위해 이루어진 익명의 의사 표현은 권력에 대한 자유로운 비판 및 내부고발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국가와 사회의 자정과 발전에 이바지해 왔다. 나아가 인터넷이 가장 참여적인 시장 내지 표현 촉진적 매체로서 기능하는 현대사회에서는 인터넷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익명표현이 현실공간에서의 경제력이나 권력에 의한 위계구조를 해체하고, 인터넷이 가지는 정보전달의 신속성 및 상호성, 쌍방향성과 결합하여 다양한 계층의 국민 의사를 반영한 다원주의 실현 및 민주주의의 발전을 용이하게 하였다.
특히 정치적 의사표현은 민주주의의 존립 근거이자 표현의 자유의 본질로서, 이 사건과 같은 정치적 표현 영역에서의 익명표현의 자유는 일반적인 익명표현의 자유보다 더 강한 보호를 받아야 할 것이다."(헌재 2010.02.25, 2008헌마324, 재판관 김종대, 송두환의 반대의견 중)

2. 우리는 과연 표현의 자유를 갖고 있는가?

인터넷이 우리의 생활에 들어오기 전까지 대중들은 여론을 주도하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크게 두가지 장애물 때문이었는데, 하나는 자본에 의한 장애물이었으며, 다른 하나는 권력에 의한 장애물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종래 소수의 방송사와 신문사가 언론을 주도할 수 있었던 것은 윤전기나 방송국을 소유하는데 막대한 자본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인터넷의 등장은 자본에 의한 장애물을 제거해 주었습니다.
 
이제는 자신이 하고 싶은 얘기를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막대한 자본을 투입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들을만한 가치가 있는 이야기라면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고, 대중들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나머지 한가지 장애물, 즉 권력에 의한 장애는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너무나 진부한 이야기지만,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를 이야기하면서 미네르바 사건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누군가가 100일 가까이 구속되어야 한다면 과연 누가 자신의 견해를 자유롭게 이야기 할 수 있겠습니까?

보다 최근의 예로 얼마전 있었던 김연아 회피 동영상 사건을 살펴보겠습니다.
 
한 네티즌의 장난기 섞인 게시물에 대해서 정부부처의 수장이 고소로 대응했습니다.

실제로 재판이 이루어졌다고 할지라도 유죄판결을 받을 가능성은 높지 않았겠지만, 포스팅 하나 때문에 고소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기에는 충분합니다.

우리는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 요즘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국부독재 시절에 비하여 우리는 참으로 혁명적인 자유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표현의 자유는 권력과 자본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습니다.

우리는 아직도 수많은 조건들 속에서 제한된 표현이 자유를 누리고 있습니다.

오프라인상의 나는 여러가지 이해관계에 얽혀 있습니다.

만약,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싶은 사람들이 아래와 같은 사람들이라면 어떨까요
  
그가 만약 경쟁위주의 교육정책에 반대하는 교사라면,

이라크 파병에 반대하는 군인이라면,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국토해양부 공무원이라면,

삼성의 무노조 경영에 반대하는 삼성 노동자라면,

PD수첩 수사에 반대하는 검사라면,

자신의 생각을 오프라인에서 이야기하는데 현실적인 제약이 있을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측가능합니다.

물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불이익을 감수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민주주의의 발전에 합리적인 비판이 정말로 필수적인 요소라면 우리는 그들의 용기에만 의지해서는 안됩니다. 

외부적인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권력에 의해 형성된 장애물을 제거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표현의 자유가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하여 왔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당연히 보장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위 사례들을 보면 힘들게 이루어온 민주주의가 얼마나 빨리 퇴행하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3. 모든 규제의 전제조건으로서의 본인확인제

제한적 본인확인제는 규제 중의 규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은 국민의 가장 중요한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점에서도 그러하지만, 근본적으로 인터넷에서 발생하는 모든 행위를 처벌을 용이하게 하는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일단 국가가 특정 행위를 규제하고 처벌하기 위해서는 범인의 신병을 확보하여야 하는바, 제한적 본인확인제는 범인의 신병을 확보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본인확인제를 규제시스템의 근본으로 삼고, 인터넷에 각종 규제를 올리면, 국가권력은 범인필벌이라는 목적을 아주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이런 점에서도 제한적 본인확인제의 폐해는 실로 엄청나다고 할 수 있습니다.

4. 인터넷의 자정능력을 신뢰하자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의 부정적 측면에 대해서 우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사회에 인터넷이 보편화된 것은 길게봐야 15년입니다.

발전된 기술을 어떤 방식으로 통제할 것인지 사회구성원들이 합의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참을성을 갖고 자율적으로 사회구성원의 합의가 이루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저는 인터넷을 사용하는 구성원들이 스스로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규율과 규칙을 정립할 능력을 갖고있다고 신뢰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네티즌들은 타인을 모욕하거나,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구성원은 오프라인에서와 마찬가지로 다른 구성원들로부터 존중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게 될 것입니다.

합리적으로 이성적으로 토론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 내부적으로 암묵적인 규율이 스스로 정립될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제한적 본인확인제는 네티즌들이 스스로 이러한 규율을 만들고 문화를 형성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도입된 것입니다.

하지만, 사회 구성원들의 합의없이 국가권력이 자신의 필요에 따라 만들어낸 규율은 짧은 기간 동안 처벌의 공포 때문에 지켜질 수 있겠지만, 오랜기간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5. 연예인들의 죽음은 과연 악플 때문일까/제한적 본인확인제는 과연 사생활 침해를 막기위한 것일까

제한적 본인확인제를 요구하는 사람들은 유니, 최진실, 개똥녀 등 익명성의 뒤에서 발생하는 악플과 사생활 침해의 문제를 언급합니다.

하지만, 저는 정말로 진지하게 묻고 싶습니다. 유니나 최진실의 자살은 과연 악플 때문이었을까요?

여성을 도구화/상품화하는 대중문화, 국민들의 알권리 충족이라는 명목으로 이루어지는 연예인들에 대한 주류언론의 사생활 침해, 승자 독식 시스템 속에서 겪게되는 인기하락에 대한 공포, 성상납과 같은 왜곡된 관행을 만들어내는 연예기획사 중심의 문화권력, 근거없는 네티즌들의 기사를 계속하여 확대 보도하는 주류언론 등등 

위에 언급한 사항들은 과연 자살의 원인으로 작용하지 않았을까요?

물론 이들의 자살에 악플이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고민없이 단순히 악플로 인한 상처를 자살의 동기로 몰고 가는것은 마치 청소년 범죄의 원인을 폭력적인 비디오로만 몰고가는 행태와 유사한 것 같아서 씁쓸하기 그지 없습니다.

또한, 보다 중요한 점은 국가권력은 사생활 및 인격권 보호라는 미명하에 본인확인제를 들고 나왔지만, 그것은 결국 전혀 다른 목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으며, 인터넷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입니다.

정치적 반대자들을 탄압하기 위해, 또는 자기검열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도록 하기위한 자갈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은 주로 정치적 반대파들을 탄압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여왔다는 점을 봐도 이를 알 수 있습니다.

6. 마치며

정말 진지하고 순수하게 제한적 본인확인제를 원점에서 검토해야 할 시점인 것 같습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점은 인터넷을 어떤 방식으로 통제할 것인지는 국가권력이나 자본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네티즌 스스로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병찬 변호사(제라드76)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신고
Posted by 제라드76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