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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4.05 조직의 재발견 - 우석훈 교수가 던지는 날카로운 질문

오늘은 우석훈 교수의 조직의 재발견이라는 책에 대해 한 번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1. 3년차 직장인이 바라보는 한국의 거대기업

저는 이제 3년차 직장인입니다.

제 블로그를 방문하시는 분들 중에서 직장생활을 10년 이상 하신 분들도 적지 않을테니, 3년차 직장인의 애로사항을 들먹인다면, 아마 어린아이의 치기로 받아들이시는 분들도 있으실 겁니다.

남들이 꽤 좋다고 여기는 회사에서 근무할 기회가 생기게 되어 사실 제 나름대로는 적지 않은 기대를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환상이 깨지는데는 채 3달이 걸리지 않더군요.

이건 제 개인적인 문제, 예를 들면 월급이 적다던가, 일이 너무 많다든가 하는 문제가 아니라, 조직이 가지고 있는 내부적인 문제점과 관련된 실망이었습니다.

조직이 비대해지다보면 당연히 관료주의의 폐해가 드러나기 시작한다고 인정하더라도, 제가 경험한 기업은 기대했던 것과는 정말 거리가 멀더군요.

제가 느낀 몇 가지 문제점들을 이야기해볼까요?


가. 조직이 일을 하는 시간과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보고하는 시간은 7:3이 되어야 정상일 것 같은데, 실제로는 그 반대인 경우가 많다.

나. 의사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의사결정을 내리는게 아니라, 도덕교과서 같은 원론적인 이야기만을 되풀이하고, 결국 나중에는 실무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경우가 많다.

다. 동일한 사안에 대하여 양 부서의 이해관계가 배치되는 경우에는 회사전체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의사가 결정되기 보다는 부서간의 파워게임에서 승리하는 쪽의 이해관계대로 의사결정이 되는 경우가 많다.

라. 회사에 중요한 일인지 여부는 회사 전체의 이익을 고려하여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높은 사람들이 관심을 두고 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현상들을 바라보면서, 거대 조직에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점들이 어떤 방식으로 해결되어야 하는지, 아니면 어떻게 이런 관료주의의 폐해를 벗어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들이 늘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이런 고민들을 시작한건 회사의 미래를 깊이 고민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런 비효율적인 의사결정에서 실무자들이 겪게되는 스트레스가 적지 않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2. 조직의 재발견

"조직의 재발견"을 읽으며, 한국 기업의 여러가지 문제점들에 대한 저자의 비판에 전적으로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우석훈 교수는 한국의 거대기업들이, 내부구성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는 점, 여성과 함께 일하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는 점, 중소기업과 협력하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는 점 등을 따끔하게 지적합니다.

전적으로 맞는 지적입니다.

평생고용은 이미 국어사전에서만 찾을 수 있는 말이 되었고, 청년실업율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여 유휴 노동력이 넘쳐나는 상황입니다. 또한 노동시장 유연화를 빌미삼아 기업은 점점 많은 기능들을 아웃소싱하고 있습니다.

필요하면 언제든 사람을 자를 수 있고, 비정규직으로 대체할 수 있는 상황에서 누가 책임감을 가지고 일할 것이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혁신적인 상품과 서비스가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기업이 편하게 부려먹을 수 없는 사람은 자르고, 더 값싼 인력으로 이를 대체하는 것이 한계효용을 높이는 방법이겠지만, 반대로 피고용인의 입장에서는 겉으로는 일하는 것처럼 보이면서 월급을 타고, 자기 발전을 위한 노력을 통해 더 높은 임금을 보장해주는 곳으로 이직하는 것이 더 경제적인 판단입니다.

이런식의 악순환은 이미 기업내부에 깊이 뿌리박고 있으며, 앞으로도 한동안은 변화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3. 조직을 바꾸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삼성전자 엔지니어들이 요즘 이런 얘기를 많이 한다고 하죠. "능력이 없어서 아이폰 같은 제품을 만들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제품을 기안하면 위에서 짤린다"

이런 폐쇄적인 옛날 사고방식으로는 절대 세계시장을 지킬 수 없다는 점을 우리는 빨리 깨달아야 합니다.

낮은 임금의 숙련노동자를 데리고, 세계 1위 기업을 모방하는 방식으로 더이상 성장을 견인할 수 없다는 사실은 이미 확실해졌습니다.

와이파이 기능을 빼는 등 이통사의 요구를 적절히 들어주면서 예쁘고, 값싼 핸드폰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예전 방식을 고수한다면 삼성에게 더이상 미래는 없습니다.

얼마전에 터진 토요타 사례를 한 번 볼까요?

이미 수차례 내부 경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매출 극대화를 위해 진실을 은폐하고, 오히려 내부고발자를 징계했던 토요타는 창사 이래 최대 위기 상황에 놓였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토요타 성장의 이면에는 철야와 잔업으로 과로사한 노동자와 계속되는 원가절감으로 폐업위기에 몰린 협력업체의 희생이 있었습니다.

잘 생각해 보면, 우석훈 교수가 지적한 조직의 문제를 안고가는 한 한국기업이 애플이나 구글, 닌텐도를 이기는 일, 토요타의 전철을 밟지 않는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이제 기업은 스스로 깨달아야 합니다.

유휴 노동력이 넘쳐나는 상황에서도 수평적인 의사결정 방식을 만들고, 내부고발자의 의견을 경청하고, 정규직 노동자를 채용하는 일은 비록 비용이 많이 들지만, 그것이 결국은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이라는 점을요.

4. 마치며

물론 이 책에서 한국 조직의 문제점은 정확히 잘 지적하고 있으나, 이를 어떤 방식으로 변화시켜야 하는지에 대해 명쾌한 대안을 갖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대안없는 비판이라고 욕하기 전에 과연 우리가 얼마나 조직 내부의 문제점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민해 왔는지 반성해 보는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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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제라드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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